‘실적 쑥 기부 쏙’ 두 얼굴의 기업들

돈 쟁여놓고 슬슬 눈치만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소외계층이다. 기부금을 편취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이영학 사건으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의 분위기는 어떨까.
 

올해 벌어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은 국민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영학은 희소병을 앓고 있는 그의 딸을 이용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그 돈을 펑펑 썼다. 국민들의 착한 마음을 이용해 그가 모은 확인된 돈만 12억8000만원에 달했다.

각종 구설 눈살
사회적 책무 회피

충격은 기부금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개인이 기부를 했다는 비중은 2011년 36%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지난해 기준 24%로 떨어졌다. 재계는 최순실 국정 농단에 기업 기부금이 활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매출액 상승에도 기부금을 줄인 기업들이 눈길을 끈다. 동서는 올 한해 기분 좋게 보내고 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모습이었다. 

동서의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개별기준)은 3727억원으로 전년동기 3385억원 대비 341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264억원, 1052억원을 각각 24억원, 41억원 오름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사회적인 활동은 소극적이었다. 


3분기 누적 기준 2950만원으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300만원가량 낮았다. 전체 매출액 대비로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회적인 책무에는 둔감한 모습이었다.

반면 오너 일가의 곳간을 채우는 데는 부지런한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월 동서가 성제개발 인수를 하면서 뒷말이 나왔다.

성제개발은 동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과반을 넘는 기업인데 동서를 통해 올리는 매출비중이 한때 90%를 넘길 만큼 오너 일가 이권 챙겨주는 기업이란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기업이었다. 

배당성향도 역시 90%를 넘어 오너 일가의 곳간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빙그레도 매출 증가에도 기부금 예산을 적게 잡았다. 올 3분기까지의 매출은 67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428억원보다 335억원 증가했다. 반면 기부금은 8700만원으로 전년 3억7300원 대비 2억8600만원 감소했다.

기부금 인식 부정적으로…관심이 절실
재계도 어렵다 이유로 소극적인 모습

빙그레 역시 올 한해 오너 일가 논란이 있었던 기업이라 사회적인 역할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올해 초 빙그레 정기 세무조사 과정서 차명주식 200억원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이 적발됐다. 결국 빙그레는 지난 7월 공시를 통해 차명주식 분 2.98%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세금문제로 시끄러웠다.
 

사조오양도 매출 오름세와는 반대로 기부금은 낮췄다. 3분기까지 올린 매출은 22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억원 대비 339억원 오름세를 보였지만 기부금은 1074만원으로 전년 2295만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사조오양의 사조그룹은 올해 편법승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2010∼2016년 사이 사조시스템의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증여세를 피했다.

문제는 사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시스템즈에도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주 사조그룹 상무는 2015년 9월 사조시스템즈의 주식 17만2300주를 국세청에 물납했다.

소비자 중심 기업
소외층은 나 몰라라

2014년 7월 사고로 숨진 동생 주제홍씨로부터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받으면서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물납한 것이다.

그런데 물납한 주식을 사조시스템즈가 매입하면서 자사주로 편입, 주 상무가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사조그룹 전체의 오너로 등극한 사실이 드러나 편법 증여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인터파크도 매출 증대에도 기부금을 줄였다. 인터파크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313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 3019억원에 견줘 112억원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 114억원으로 전년대비 수익이 확대됐다. 

반면 기부금은 6억2000만원으로 전년 10억3589만원 대비 40%가량 삭감했다. 인터파크는 지난해 고객정보 10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후 방통통신위원회로부터 44억8000만원의 과징금과 과태료 2억50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은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조 785억원으로 1조원을 넘기면서 전년 9643억원 대비 1142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기부금은 3억3889만원을 기록해 전년(8억1307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한양행은 최근 구설에 오르면서 사회적 기업 이미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영업 사원 위치 추적 논란이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영업사원 600여명에게 업무용 태블릿 PC를 지급했는데 개통과정서 개인 위치정보 수집·이용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 동의서에는 정보 유출을 막는 보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태블릿PC의 고유 식별 주소와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런 정보는 회사에 제공된다고 명시됐다. 

이에 따라 지나친 사원 감시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유한양행 측은 “회사는 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잃어버렸을 때 단말기를 찾으려고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 위치 정보 수집 동의서도 기기를 개통해준 통신업체가 받았을 뿐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일한 전 유한양행 창업주 때부터 보여준 선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아쉽다는 평가다.

롯데하이마트도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모두 증가했다. 각각 3조1427억원, 1785억원, 1309억원 등을 기록해 전년대비 1829억원, 433억원, 373억원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실적이 두드러졌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821억원, 809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 기준 추정치와 시장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부금은 21억 2673만원으로 전년동기 21억3760만원에서 소폭 줄었다. 특히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던 3분기 3억1664만원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롯데하이마트가 현재 사회적인 기업으로 인식돼있는지 여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이른바 경영자의 갑질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는 지난 8월 갑질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 대표가 롯데월드 대표이사 시절 롯데월드 조리사로 일하던 강동석씨에게 흰 머리로 염색하라며 폭언을 퍼부었던 내용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대표가 피해자에게 금전을 제시하고 보도를 막으려 해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대되는 듯 했다. 결국 이 대표는 지난 10월 사표를 쓰는 상황까지 오게 됐지만 이사회에서 반대하며 사건은 흐지부지 됐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도 롯데하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애경그룹의 사위 안용찬 대표가 이끄는 제주항공은 일 잘하는 기업으로 통한다. 이같은 기조는 올해에도 유효하다. 3분기 누적 기준 7347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동기 5569억원 대비 1778억원의 매출 상승을 시현했다. 

수익도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38억원, 642억원으로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저가항공 업계 1위를 굳히는 분위기라는 전언. 그러나 기부금은 7419만원으로 전년(8852만원)보다 감소했다.

제주항공이 일 잘하는 기업이란 평가와 동시에 지역사회의 상생 의식 수준이 높은 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기업의 기반을 닦은 제주도 측과 법적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선 운임료를 올리려는 제주항공측과 내리려는 지자체측이 대법원까지 가는 공방을 일으키고 있다. 1심은 제주항공이, 2심은 지자체가 각각 승소했다.

매출 올라도 
나눔엔 인색

소송의 발단은 지난 3월에 있었다. 당시 제주항공이 요금인상 안을 강행하자 갈등은 격화됐다. 기업의 항공편 가격 인상에 대해 행정기관이 제동을 건 모습은 시장 자유주의에 제재를 가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법원은 1심서 제주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에 항공료 인상 금지 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에선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면서 항공료 인상 결정을 철회할 것을 선고했다. 

제주항공이 이를 위반할 시 1일 1000만원을 제주도에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제주항공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무리한 요금 인상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대형 항공사의 높은 요금으로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던 제주도가 민간 자본과 합작해 만든 회사다. 

합작을 위한 업체 선정에 국내 굵직한 대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냈지만 제주도가 선택한 그룹은 애경그룹의 지주사 애경홀딩스였다.

돈 내고 욕먹는 것보다
안 내고 욕먹는 게 낫다?

이렇게 탄생한 제주항공은 제주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제주항공의 덩치가 커진 뒤였다. 몇 차례 유상증자 가운데 제주도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지자체의 발언권이 약해진 뒤 요금 인상을 두고 제주항공과 제주도가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주항공이 무리하게 요금인상을 강행하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반면, 제주도의 제주항공에 대한 요구는 기업의 경영에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양측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계속될 전망이다.
 

애경그룹의 애경유화 역시 정유업 호조를 등에 업고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기부 예산을 삭감했다. 3분기까지의 매출액은 5769억원으로 전년동기 5243억원 대비 526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나란히 오름세였다.

각각 581억원, 458억원으로 전년대비 38억원, 75억원 늘었다. 반면 기부금은 65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억 185만원에 견줘 크게 감소했다. 이는 정유업계서 가장 큰 삭감 폭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애경유화는 전년대비 99.7%를 삭감했다. 이어 ▲KG케미칼 96.8% ▲금호피앤비화학 91% ▲금호석유화학 81.8% ▲GS칼텍스 81.5% ▲태광산업 81.4% ▲SK루브리컨츠 72.7% ▲SK이노베이션 70.6% ▲SK종합화학 64.9% ▲SK인천석유화학 62.4% ▲SKC 59.4% ▲SK케미칼 54.4% 등의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일시적인 요인으로 기부금 액수가 늘어나면서 기저효과가 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제약사이지만 식음료로 더욱 이름을 알린 광동제약 역시 올해 성장세를 기록했다. 

3분기 누적기준 매출 5281억원으로 전년동기 4816억원보다 46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기부금은 7억8476만원으로 전년동기(9억8122만원)보다 감소했다.

최근 광동제약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는 인상이었다. 지난해 광동제약은 비자금 조성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다. 광동제약은 2013년부터 2년 6개월간 롯데시네마에 광고를 주는 대신 10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조작 의혹도 발생했다. 비타500 매출 조작은 이달 초 부산 동래구의 한 약국이 올 상반기 거래장과 거래원장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약국이 1∼3월 비타500 납품 물량을 살펴보니 실제 입고량보다 많고, 현금으로 결제까지 이뤄져 있었다. 

광동제약 영업사원들은 이런 방식으로 약국용 비타500을 빼돌려 전통시장 등에 싼값을 받고 유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기대와
반대되는 행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이후 재계서 기부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이 마땅하지만 돈 내고 욕먹는 분위기 때문에 기부 자체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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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