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폭음주의보> 덜 취하고 빨리 깨는 10가지 방법

해장은 국물로...사우나는 힘만 빠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7년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송년회 자리가 늘고 있다. 직장 전체 회식, 친구끼리 모이는 자리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술’. 직장인 사이에서는 12월 한 달 ‘간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 술과 함께 찾아온 송년회 시즌을 맞아 덜 취하는 법, 숙취 해소법에 대해 알아봤다.
 

통신사 대리점서 근무하는 한모씨의 12월 달력은 숨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했다. 주중에는 퇴근시간인 6시 이후로, 주말에는 점심 이후로 일정이 꽉 차 있었다. 대부분 송년회 일정이다. 한씨는 “직장 전체 회식이 이 날 잡혀 있고 이 날은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고 달력을 짚어가며 말했다. 몇몇 일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술 약속이었다.

연말연시
술, 술, 술

‘부어라 마셔라’의 시즌이 왔다. 술집은 송년회 시즌을 맞아 발 디딜 틈이 없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진행되는 송년회에 술은 필수다. 과도한 술 문화서 벗어나 영화나 뮤지컬 관람 등 송년회 문화를 바꾸는 회사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술을 마시는 게 보편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회식 자리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술을 덜 마실 수 있을지, 덜 취할 수 있을지, 다음날 숙취 해소는 뭐로 할지 골몰한다. 적당한 수준으로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덜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나을 수 있다.

▲천천히 마셔라 = 모임에 늦은 사람에게 권하는 ‘3잔의 벌주’나 ‘첫 잔은 원 샷’ 문화는 술을 빨리 취하게 할 뿐 아니라 몸에 무리를 준다. 술에 취하는 정도는 술 마시는 속도와 비례하며 빨리 마시는 술은 간에 해롭다. 가급적 천천히 잔을 나눠 마시는 게 좋다.


▲먹고 마셔라 = 안주가 나오기 전에 첫 잔은 좋지 않다. 공복 상태서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 간이나 췌장에 부담을 준다. 술을 마시기 전에 가벼운 식사로 속을 채우고 마시는 중간에도 안주를 함께 먹는 게 덜 취하는 지름길이다.

위 속의 음식물은 알코올이 위에서 간으로 직접 가는 것을 막아준다. 식사가 어렵다면 야채주스나 과일 등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타민은 간을 회복시켜줄 뿐 아니라 알코올로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물과 함께 마셔라 = 음주 사이에 물을 자주 마시면 술에 덜 취한다. 술을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수분 손실을 막고 알코올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체내 알코올은 항이뇨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소변량을 늘린다. 

물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알코올과 물은 1:10의 비율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알코올 농도가 10% 이상인 술을 마실 때에는 그 열배 이상 물을 마시는 게 좋다.

▲말하면서 마셔라 = 간은 일반적으로 1시간에 5∼10g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보다 빨리 마시면 취하는 정도가 심해진다. 다시 말해 술을 천천히 마시면 간에서 처리되는 술의 양이 일정해 덜 취할 수 있다. 체내에 흡수된 술은 폐를 통해서도 10%가량 배출된다. 이 때문에 대화를 하면서 술을 마실 경우 술에 덜 취하는 것은 물론 술도 빨리 깬다.

▲담배를 멀리하라 =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빨리 취한다. 담배 속 니코틴 성분이 알코올에 녹아 평소보다 혈중 니코틴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니코틴은 위산 과다를 촉진시키고 간 해독 기능을 약화시킨다.

건강한 송년회 회식 전후 대처법
다음날이 더 문제…숙취해소법은?


이뿐만 아니라 니코틴이 위액 분비를 촉진시켜 속쓰림 증세를 유발한다. 또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면 간암, 식도암, 후두암, 구강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식도암의 경우 발병 가능성이 190배나 높다는 일본 동경대 연구결과가 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 중 과음할 경우 인지력 감퇴가 36% 빨라져 치매 확률도 증가한다.

5가지를 모두 생각하고 술을 마신다 해도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취하게 마련이다. 회식 등에서 어쩔 수 없이 과음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럴 때면 다음날은 꼼짝없이 숙취에 시달린다. 

숙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잠을 잔 뒤 특이한 불쾌감이나 두통 또는 심신의 작업능력 감퇴 등이 하루 이틀 간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설이나 불순물설 등이 있다.

▲음식을 먹는다 = 10명이 술을 마시면 10가지 방법이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숙취해소법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게 음식으로 숙취를 물리치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평소 음주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해장음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565명에게 응답을 받은 결과 가장 많이 먹는 해장음식으로는 콩나물국이 꼽혔다. 이어 짬뽕, 라면, 뼈해장국, 순댓국, 북엇국 등의 국물 음식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피자로 해장한다는 응답도 10명 중 1명 꼴인 11.8%였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속풀이 해장국이 발달해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이른다.

콩나물, 북어, 복어, 뼈다귀, 선지, 우거지, 재첩, 순두부 등 재료도 다양하다. 콩나물의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 분해를 돕고, 북어의 글루타치온 성분은 단백질 손상을 막는다. 재첩에 들어있는 오르니틴 성분은 간 해독에 좋다. 

단, 너무 맵고 뜨거운 것은 위벽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물 마시고
대화 하면서

술을 마신 다음날 피자나 햄버거, 스파게티 등 기름진 음식을 찾는 사람도 있다.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이 기름진 음식을 찾는 이유는 제 기능을 못하는 간이 포도당 부족으로 허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름진 음식은 술을 마시기 전에 먹는 것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적이다. 피자나 햄버거는 술로 약해진 속을 달래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음식이므로 오히려 소화불량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해장을 위해 라면을 선호하기도 한다. 몇몇 음식점은 ‘해장라면’이라는 메뉴를 만들어 숙취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판매한다. 라면에 오징어, 콩나물 등을 넉넉하게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라면 국물을 먹으며 “속이 풀린다” “시원하다” 등의 감탄사를 말하지만 이는 착각에 가깝다. 라면은 염분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음식이어서 오히려 해장을 방해한다. 염분은 음주로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역시 숙취해소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실제 숙취해소에 도움이 되는 헛개나무 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크림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아이스크림은 자몽맛을 더해 숙취 후 불편한 속을 달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업체서 조사한 결과 제품 매출의 30%는 밤 9시부터 자정 사이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최초 출시된 후 입소문을 타고 높은 인기를 누렸다.

햄버거 소화불량
라면은 염분 높아

▲음료를 마신다 = 알코올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우리 몸에서는 탈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물, 꿀물 등의 음료를 마시면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 대한간학회는 최고의 숙취해소 음료로 물을 꼽았다. 


물은 탈수를 막고 알코올의 분해를 돕는다. 과음을 할 경우 자주 화장실을 찾아 수분을 대량으로 배설하면서 탈수현상이 생긴다. 탈수 현상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상승시켜 주요한 숙취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기도나 점막에 있던 수분이 알코올과 함께 증발돼 갈증이 생기고 술 냄새도 심하게 난다. 이때 많은 물을 섭취하면 포만감으로 인한 과음 방지는 물론 알코올 농도가 희석돼 위장에 부담도 적고 간의 알코올 분해를 더 용이하게 한다.

소변으로 알코올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술 분해과정서 소모된 포도당을 보충하기 위해 물에 꿀을 타서 꿀물로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꿀에는 위를 보호해주는 효능이 있다. 음주로 산성화된 몸은 혈당이 떨어지기 쉬운데 이때 꿀은 저혈당 증세를 막아준다. 

꿀이 없을 때는 달달한 과일주스나 과당이 든 설탕물로도 숙취해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숙취해소 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건 초코우유다. 초코우유 속 타우린, 흑당 등이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준다. 카페인과 당류 성분이 알코올을 분해하고 중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유 속 칼슘이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숙면을 유도해 음주 후 불면증에도 좋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커피로 해장하는 사람들은 커피가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해 몸 밖으로 알코올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카페인의 각성 효과 덕에 술에서 깨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페인이 탈수를 유발해 실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더 높아지고 과다섭취 시 오히려 두통과 위장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을 먹는다 = 술만 마시면 약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숙취해소제형’이다. 보통 술 깨는 약이라고 일컫는 숙취해소제는 약국은 물론 편의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지난해 1700억원대 규모까지 매년 꾸준히 상승해왔다.

연말이 되면 제약사들이 다양한 숙취해소제를 내놓으며 경쟁에 나선다.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스파라긴산, 헛개나무 열매, 밀크씨 추출물, 울금, 강황 등의 성분을 대표로 발매된 제품만 50여종에 이른다. 

숙취해소제는 숙취의 원인으로 알려진 아세트알데히드 분해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한다. 음주 30분∼1시간 전에 먹는 게 가장 효과가 크지만 음주 후에 먹어도 어느 정도 숙취해소가 가능하다.

약국서 파는 간 보호제는 아르기닌과 실리마린 성분이 들어있다. 앰플이나 캡슐형이 많은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몸속의 독소 배출을 촉진해 간접적으로 숙취해소를 돕는다. 숙취로 인한 설사, 구토, 갈증 등의 증세가 있을 경우 인진오령산, 반하사심탕, 황련해독탕 등 한약재도 도움이 된다. 

약사에게 구체적인 증상을 밝히고 몸에 맞게 처방받으면 한결 편안해질 수 있다.

안주 먹으면서 천천히
물 자주 마시면 좋아

직접적으로 숙취를 제거하진 않지만 위장약을 먹는 경우도 많다. 위장약은 과도한 음주로 손상된 위장 벽을 보호하고 가스가 차는 것을 막는다. 위장약은 과일주스와 함께 먹으면 독이 된다. 

단, 숙취해소제 등의 약은 한계가 뚜렷하다. 보통 맥주 2∼3잔, 소주 1병 이내로 먹은 상태서 효과가 가장 좋다. 이 이상으로 술을 마실 경우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두통약을 먹는 건 좋지 않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진통제는 대표적으로 잘못 알려진 숙취해소제다. 알코올 분해효소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독성 대사물질로 바꿔 간에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진통제 주의사항엔 ‘매일 세 잔 이상 술을 마시는 사람이 복용하면 간 손상이 유발될 수 있다’고 기재돼있다. 그래도 꼭 두통약을 먹어야 한다면 아스피린이나 이부프로펜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진통 효과는 4시간 정도만 지속되기 때문에 잠에서 깬 뒤 먹어야 한다. 탄산음료는 술의 흡수를 더 빠르게 하고 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음주 후에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잠을 잔다 = 해장국이나 숙취해소제 등은 술을 ‘빨리’ 깨기 위한 촉진제다. 최고의 숙취해소 방법은 숙면을 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통해 간을 원상복구시키는 것이다. 술자리를 1회 가졌다면 2∼3일은 쉬어야 간이 원상태로 돌아온다. 

여러 방법을 통해 숙취를 어느 정도 해소했거나 애초에 숙취가 없다고 해도 소주 한 병에 들어있는 알코올을 전부 해독하는 데 8시간 이상 걸린다.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는 게 효과적이다.

▲피해야 할 것 = 직장인들 중에는 과음한 새벽 사우나를 찾는 사람이 많다. 뜨거운 사우나서 땀을 쭉 빼면 독소가 배출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오산이다. 

스스로는 개운한 느낌에 술이 깬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혈관을 확장시켜 알코올 분해를 방해한다. 술을 깨는 데는 수분보충이 필요한데 사우나의 경우 오히려 몸속의 수분을 소비하는 경우다. 억지로 땀을 뺄 경우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비슷하게 운동을 통해 땀을 배출하는 유형도 있는데 역시 좋지 않다.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는 무난하지만 과할 경우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운동을 하면 간에 2중으로 자극을 주게 된다.

운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는 간에 저장된 포도당이 분해되면서 생기는데 간 기능이 떨어지면 이 작용이 활발하지 못해 쉽게 피로해진다. 또 근육 합성을 위해선 간이 단백질을 분해돼야 하는데 술을 먹고 운동을 하면 간은 알코올과 단백질을 동시에 분해해야 한다. 걷기, 조깅 등을 30∼40분 정도 하는 게 무난하다.

두통약 도움 X
운동은 가볍게

숙취로 인한 고통으로 무작정 구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음 후 잠들기 전 구토를 함으로써 속을 비워내는 방법이다. 강제로 체내의 알코올을 제거하는 셈. 그 사이 식도는 위산에 노출되고 역류한 위산이 치아에 닿아 부식을 유발할 수 있다. 구토가 잦아질 경우 역류성 식도염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술은 술로 깨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이들도 있다. 이른바 해장술을 찾는 사람들이다. 해장술을 마시면 술이 깬다고 느껴지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떨어지는 시점에 숙취가 가장 심하기 때문이다. 해장술은 알코올 농도를 다시 높이는 방법으로 숙취가 나타나는 시기를 뒤로 미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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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