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재계 연말인사 총정리

사람에 흥하고 사람에 망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연말인사 결과가 속속들이 공개되고 있다. 연말인사에 따라 작게는 기업의 향방이, 크게는 그룹 및 재계의 방향성 달라지곤 한다. 관계자들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올해 연말인사 키워드를 선정했다.
 

올해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바야흐로 연말 인사 시즌. 각 그룹사 마다 사정에 따라 시기가 조정되고 있지만 순차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효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고심이 한창인 모습이다.

이번 연말인사의 주요 키워드는 ‘젊은 피’다. 재계는 젊은 인재를 원했다.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젊은 경영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경향은 이번 인사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60대 경영진은 뒷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차세대 리더
젊은피 등용

최근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60대 임원 전원이 경영일선에 물러나면서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윤주화(64) 삼성사회봉사단장, 김종호(60) 글로벌품질혁신팀장, 이인용(60) 커뮤니케이션팀장, 장원기(62) 중국전략협력실장, 정칠희(60) 종합기술원장 등이 퇴진했다.


그 자리는 젊은 경영인으로 대체됐다. 지난달 2일 발표된 사장단 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대상 7인 모두 50대였다. 이에 앞선 부문장 인사에서 DS부문 김기남 사장, CE부문 김현석 사장, IM부문 고동진 사장도 50대다. 부문장 평균나이는 57세로 이전 63.3세에 비해 무려 6.3년 젊어졌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모습이다. GS그룹 역시 50대 임원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GS그룹이 발표한 2018년 임원인사에 따르면 사장 승진 3명,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4명, 상무 신규 선임 22명 등 총 30명이 승진 대상에 올랐다.

사장 승진 대상자를 살펴보면 정찬수(55세) (주)GS 부사장과 김형국(55세) GS칼텍스 부사장이 사장으로 진급했다. 엄태진(60세) GS칼텍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GS스포츠 대표이사를 맡는다. 

부사장으로는 이상기(57세) GS건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파워 한기훈(56세) 상무, 김성민 (50세) GS칼텍스 상무, 소일섭(54세) 상무와 GS건설 김규화(53세)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한다.

CJ그룹 역시 차세대 50대 경영인을 차세대 리더로 내세웠다. GS그룹과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를 50대로 교체했다. 주력 계열사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에 신현재(56) 사장을, CJ주식회사 공동대표에 김홍기(52) 총괄부사장을 각각 승진 임명했다.

또 강신호(56)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와 손관수(57) CJ대한통운 공동대표, 허민회(55) CJ오쇼핑 대표를 부사장에서 총괄부사장으로의 진급인사를 단행했다.
 


CJ 관계자는 “주요 경영진 세대교체와 조직 개편, 글로벌 및 전략 기획 등 미래 준비 강화로 ‘2020 그레이트 CJ’를 달성하기 위한 인사”라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월드 베스트 CJ’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룹내 승계 후계자들의 진급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4일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정기선 전무의 부사장 진급을 확정했다. 

“인사가 만사” 현안 따라 인력 배치
 연말 승진 통해 신성장동력 모색

정기선 부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며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으로 후계자로 꼽힌다. 재계에선 정 대표를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끌 유력 후보로 꼽았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1982년생인 정 대표는 서울서 태어나 청운중학교, 대일외고를 거쳐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1월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같은 해 8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위해 미국 유학길에 나섰다. 유학 과정을 마친 뒤에는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서 근무했다. 

2013년 6월 다시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입사했다가 약 1년 반이 지난 이후 2014년 10월 기획재무부문장 총괄 상무로 진급했다. 상무에 오른 지 1년 반 만에 또다시 전무로 오르면서 재계에선 승계작업에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내놨다. 

재입사 4년 만에 부장서 부사장으로 직급이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일감 부족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서 경영진 세대교체를 통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인사 배경을 밝혔다.

코오롱도 연말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웅렬 코오롱 회장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를 지난달 26일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 대상에 포함했다. 코오롱 오너 4세인 이 상무는 2012년 입사한 뒤 2014년 코오롱글로벌 부장, 201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로 쾌속 승진했다. 

역시 금수저
후계자 약진

이번 승진으로 그는 입사 5년만에 상무까지 진급하면서 회사내 입지를 넓혀갔다.


CJ그룹도 후계자들이 대거 승진 대상에 올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경후(32)씨는 CJ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로, 사위인 정종환(37)씨는 CJ 미주지역본부 공동본부장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다만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27) CJ주식회사 부장은 이번 승진인사에서 제외됐다.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는 점을 확인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재계를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인사에서 총 7명의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221명의 승진 대상자를 감안하면 여전히 많은 적은 숫자지만 최근 3년래 최대 수치다. 

여성 임원 승진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DS) 부문서 여성 임원이 많이 배출됐다. 7명 승진 임원 가운데 3명이 DS부문 소속이었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CS팀의 김승리 신임 상무는 메모리 반도체 고객 품질관리 및 기술지원 전문가로 미주 대형 거래선 만족도 제고를 통한 실적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DS부문 반도체연구소 공정개발실 이금주 신임 상무는 D램(RAM) 공정개발 전문가로 차세대 D램 공정 성능 개선 및 최적화를 통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기여했다. 
 

의 이정자 신임 상무는 가스·배관 등 반도체 생산 인프라 전문가로 친환경 사업장 구축을 통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공헌했다. 이밖에 생활가전사업부 2명, 무선사업부 1명, 경영지원실 1명의 신규 여성 임원이 발탁됐다.

최근 여성 임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유통업계도 이 같은 기조가 확인됐다. 홈플러스는 최근 임일순 사장을 배출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CEO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의 핵심으로 꼽히는 상품부문장과 기업운영의 중심인 인사부문장까지 여성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임 신임 사장이 승진 전 맡았던 직책 또한 기업운영의 핵심부서로 꼽히는 경영지원부문장이다.

홈플러스의 부문장급 임원 중 여성 비율은 약 38%에 달한다. 특히 전무급 이상 고위임원으로만 그 범위를 좁히면 무려 절반(50%)이 여성이다. 

유리천장 깨다
여성파워 과시

지난 13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임 사장은 최근까지 홈플러스 경영지원부문장(COO·부사장)을 맡아왔으며 그 이전에는 재무부문장(CFO)을 역임한 바 있다. 김상현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주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엄승희 홈플러스 상품부문장(부사장)은 1987년 미국 GE에서 경력을 시작한 이래 30여년간 글로벌 유통기업서 마케팅과 상품 관련 경험을 쌓아온 상품 및 유통 전문가다.

특히 2003년부터 최근까지 월마트(Walmart) 미국 본사와 일본 지사서 상품부문 최고임원(Senior Vice President)으로 근무해오며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온 인물이다. 최영미 홈플러스 인사부문장(전무)은 홈플러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이끌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 고객의 상당수가 여성인 만큼 고객 입장서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며 “홈플러스는 그 동안 주요 요직에 여성 임원을 배치시키는 등 임원 선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인사를 진행해왔으며, 향후에도 이 같은 인사방침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업계도 여풍(女風)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금융투자업계 연말 인사에 여풍이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캐피탈에 지난달 22일 윤자경·이구범 공동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특히 조직 정비 및 경영 관리를 담당하기로 한 윤 대표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을 합쳐 주력 계열사의 첫 여성 대표임에 따라 이목을 끌고 있다. 

1970년생 윤 대표는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서 기자로 일하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7년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에 입사해 2012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을 거쳐 올해 미래에셋대우에 혁신추진단 상무보로 돌아왔다.

또 지난 23일 미래에셋대우 인사에서는 박숙경 호남충청지역본부장(상무), 김미정 투자금융1본부장(이사대우), 김지숙(46) VIP서비스본부장(이사대우) 등 3명의 40대 여성 본부장 등이 새로 임명됐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이번 그룹사 전체적으로 젊은 여성 발탁 인사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서도 지난달 20일 이순남 강남선릉센터장이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창사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임원이 탄생한 것이다. 

1969년생인 이순남 상무는 1988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30년간 대신증권서 강남역지점장, 강남역삼센터장, 강남선릉센터장을 역임, 강남권역 영업을 10년 넘게 이끌고 있다. 

증권 유관 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최초의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지난달 14일 김정미 증권등록부장이 전자증권추진본부장으로 승진, 예탁결제원이 추진하고 있는 전자증권시스템 개발을 이끌 방침이다. 

대대적 물갈이 안정보다 쇄신
살벌한 경제계 경영효율 고심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투자업계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하는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여전히 다른 산업군에 비해 여성 임원이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서 가장 중요한 성과주의도 빠질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 인사서 실적에 따른 과감한 승진을 단행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도체부문서 6명의 사장 승진자 가운데 4명이 나온 것은 좋은 방증이다. 
 

이번 임원 인사서도 99명(전체 221명)의 승진자가 반도체부문서 나왔다. 이에 따라 주요 그룹 역시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K그룹은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 적절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1조819억 원, 33조70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05%, 14.5% 증가했다.

SK이노베이션에선 김준 사장이 올해 승진 인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돈다. 다만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년에 승진을 했기 때문에 승진 대상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을 앞둔 대우건설은 조직개편과 연말 인사를 동시에 단행했다. 지난달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11본부 1원 2실 50담당 101팀이던 회사 조직을 8본부 1원 37실 98팀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담당 임원 제도를 없애고 ‘실’ 조직이 크게 확대됐다. 

이에 따라 아파트, 오피스텔 사업을 각각 맡던 주택사업본부와 건축사업본부가 합쳐졌다. 해외 사업의 경우 수주, 시공, 운영 등의 전 과정을 단일 사업본부가 총괄하는 방식으로 단순화됐다. 전략기획본부 산하의 리스크 관리 부서는 리스크관리본부로 독립했다. 

대우건설은 이에 따라 연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사업총괄 전무 이훈복 ▲기술연구원장 전무 박용규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서병운 ▲주택건축사업본부장 전무 김창환 ▲품질안전실장 전무 지홍근 ▲전략기획본부장 전무 김상렬 ▲감사실장 전무 조성진 ▲조달본부장 전무 김용철 ▲재무관리본부장 상무 조인환 ▲토목사업본부장 상무 서복남 ▲리스크관리본부장 상무 백정완 ▲플랜트사업본부장 상무 조승일 등이 승진했다.

이달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는 현대차그룹 경우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부회장·사장·부사장·법인장급 인사는 연중 수시로 내고 연말 인사에서는 대부분 전무급 이하 임원들의 승진만 발표한다. 조직 쇄신의 흐름은 해외 계열사서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0월30일 현대차는 해외 생산법인장을 대거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에 따르면 김준하 부사장은 북미생산법인(HMMA) 법인장을 맡다가 본사로 복귀했다. 

최동열 전무는 러시아생산법인(HMMR) 법인장서 북미생산법인 법인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이영택 브라질법인(HMB) 공장장 전무는 최동열 전무의 뒤를 이어 러시아생산법인 법인장으로 이동했다.

이영택 전무를 대신해 미국 앨라바마공장 관리팀장을 맡던 엄태신 상무가 브라질법인 공장장에 임명했다. 

실적이 우선
신상필벌 강화

체코생산법인(HMMC) 법인장은 기존 최동우 전무서 파워트레인생기센터장을 맡던 양동환 전무로 교체됐다. 최동우 전무는 체코생산법인 보다 상위 조직인 유럽관리사업부장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각 기업들은 연말 인사를 통해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를 다음해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며 “올해 연말인사에선 주요 그룹들이 정부의 정책기조와 그룹내 현안 간 균형을 맞춰 연말인사를 단행한 점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