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서 죽어나가는 10대들, 왜?

“까라면 까” 현대판 노예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제주서 산업체 현장실습 사망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업체 측의 무책임한 관리가 사고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점검해야 할 취업지원관이 제주에 단 한 명도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조가 만든 사고’라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오후 2시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A업체 공장서 현장실습 중이던 도내 모 특성화고 3학년인 이모(19)군이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목뼈 골절 등 중상을 입은 이군은 제주시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던 중 지난 19일 숨졌다.

최악의 여건

이번 사고는 업체 측의 무책임한 관리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문제를 지적해온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연합회)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서 ‘제주 실습생 사망사건 관련 문제점 브리핑’을 열고 “안전 대책 없는 실습업체와 관리 감독에 무책임했던 교육 당국이 고3 실습생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서 연합회는 사고 발생업체에 대해 ▲책임 인정과 사죄·배상 ▲산재보험 재신청을 요구했다. 이어 연합회는 정부와 국회에도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 ▲현장실습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사고 이전에도 이군이 근무했던 7월 말에서 9월 말 사이 두 차례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두 번째 사고에서는 이군이 갈비뼈를 다쳤음에도 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갈비뼈를 다쳤을 당시에도 이군이 다루었던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회복되지 않은 상태서 일터로 돌아가야 했다는 것이다. 

이군은 사고를 당하기 전 약 5일 정도 문제 발생 조치를 위한 교육을 받았고 이후에는 교육 담당자가 퇴직하면서 혼자서 일을 해야 했다. 이군은 사고 당일에도 혼자 일을 하고 있었고 약 5분이 지나 다른 현장 실습생에 의해 발견됐다. 

연합회는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생산 현장서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현장 실습생이 단독으로 기계를 전담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업체가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따르면 현장 실습생의 노동을 1일 7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무도 1일 1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군은 9일 11시간이 넘게 근무를 했다고 연합회는 주장했다. 

현장 실습생에게는 1주 2회 이상의 휴일을 주어야 하지만 이군은 토요일에도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합회는 해당 업체가 사고 직후 이군의 부모와 ‘산업재해 보상보험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사고 당시 설비서 경고음이 발생하지 않는 등 기계 노후화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사고 책임을 이군에게만 물었다고 꼬집었다. 
 

연합회는 “이미 신청 처리된 이군의 산재보험 신청서를 정확한 조사를 통해 재작성해 다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는 산재보험 신청서에서 ‘재해자가 적재기를 운용하여 완제품 적재업무 수행 중 갑자기 운전조작반의 정지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고 설비 내부로 이동해 설비 조치 과정서 상하작동설비에 목이 끼이는 협착사고가 발생함’이라고 적었다. 

한편, 연합회는 “현장실습 지도·점검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현장실습 기간 동안 해당 학교가 전체 실습 업체를 2회 이상 방문하게 돼있지만 이군이 두 차례 사고를 겪고 갈비뼈가 뿌러지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며 학교의 취업 후 지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연합회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서 매일 오후 7시 이군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실습생들 잇단 사망 사고 ‘충격’
국가 무관심·업체 무책임 도마 

서울시는 70여개 전체 특성화고에 지난 6월부터 전담 취업지원관을 배치했다. 특성화고에 취업지원관을 1명씩 배치하고, 주중 매일 8시간 학교에 상주하며 취업 상담을 하고 현장실습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현장 배치 전 학생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당하지 않도록 노동 상식과 인권 등을 교육한다. 특히 실습이 시작되는 9월부터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 작성 여부를 파악하고 위험업무 배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사실상 현장실습 학생들을 위한 감시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취업지원관이 제주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0∼2015년도 까지 도내 특성화고등학교에 취업지원관이 1명씩 배치·운영됐지만 예산 문제로 사라졌다. 그 자리는 모두 진로진학 상담교사로 교체됐다.

제주서 30년 넘게 특성화고서 일해왔다는 한 교사는 “지난 2015년도에 특성화고등학교에 배치된 취업지원관을 도교육청이 없앴다. 2년 동안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하는데 고민 끝에 해고라는 카드를 썼다. 학교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모두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지원관은 학생 취업과 관련한 모든 일을 했다. 취업 상담과 면접, 현장 실습 교육을 비롯해 가장 중요한 산업체 현장 모니터링을 했다. 오전에는 학교에 나오지 않고 현장 실습을 나간 학생들을 면담했던 게 취업지원관들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반 교사들이 할 수 없는 업무를, 한계가 있는 일들을 취업지원관들 맡아서 해줬지만 이들이 사라지면서 현장 실습생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됐고 결국 이런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파견형 현장실습 문제의 개선방안이 마련됐음에도 교육청·학교·회사 등이 이행하지 않는 상황서 절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업장 내 취약한 지위에서 위험 업무에 내몰리는 파견형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도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엄정한 실태 조사를 통해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현대판 노예제도가 될 수밖에 없는 현장실습 제도는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생애 첫 노동현장서 숨진 것은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월에는 전주에 있는 통신사 콜센터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모양이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특성화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중단 목소리

한 전문가는 “정부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장의 법 준수 여부와 노동인권 침해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군 추모 촛불집회에 나온 특성화고 학생들의 외침 대로 현장 실습생이 ‘일하는 기계, 노예, 부속품’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