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포획’ 자신하는 민주당 속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4:41:28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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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코너에 몰렸다. 본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이전과 다른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우 전 수석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일요시사>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와 여권의 반응을 취재했다.
 

검찰의 이번 기습 압수수색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관 두명은 차량에 탑승하려던 우 전 수석을 막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다투는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가 귀가 중이던 우 전 수석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무슨 영장이요?”라고 반문했다. 압수수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거이자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약해졌다는 방증이었다.

기습 압색
놀란 우병우

당시 검찰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거지와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 두명은 현장서 우 전 수석 측 관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우 전 수석과 함께 모처로 이동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차량이었다. 앞서 국정 농단 수사 국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음에도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만은 확보하지 않았다. 이에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검찰의 태도 변화는 검찰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0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추 전 국장을 수사해 줄 것을 검찰 측에 권고했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정부 비판적인 인사를 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중인 검찰은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가 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한때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 관할인 2차장에 추천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밀착관계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도 겨냥했다. 서울고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강남 부동산 넥슨 특혜매각’ 의혹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알렸다. 비선보고 의혹에 개인비리 의혹까지 다시 살펴보며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처가 부동산 특혜매각 의혹은 검찰이 이미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건이다. 이에 봐주기 수사 의혹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공개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 측이 해당 부동산을 거래할 때 우 전 수석 처가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지만 불기소 처분했다.

전방위 압박
최종 목표는?

검찰의 자신감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비선보고를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때문이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구속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었다. 검찰은 최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경북 김천서 태어나 부산 내성고를 졸업한 뒤 우 전 수석과 지난 198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동기다. 최 전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우 전 수석(19기) 보다는 두 기수 아래지만 사석서 서로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분류된다. 지난해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선임될 당시 우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말도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내 핵심 요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전관 로비’ 사건이다. 최 전 차장은 당시 홍만표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조사를 받던 중 “홍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고,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검사에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검 3차장 검사로 있었고 국정원 2차장이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수사하던 검찰은 통화기록을 추적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이 두 차례 만났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조사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 우 휴대전화·차량 기습 압수
“개인비리도 다시” 좁혀진 수사망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의 연결 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며 홍 변호사와 함께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 활동했다(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빌딩 1111호, 홍 변호사는 같은 건물 1010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서 우 전 수석에게 “최 전 차장을 모르시나?”라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잘 알지만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차장이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직권남용·횡령)한 바 있다. 결국 최 전 차장이 지시했다는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이 우 전 수석을 위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경 우 전 수석에게 이 전 감찰관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네 번째 소환되던 날 최 전 차장의 처지에 대해 “가슴 아프다. 잘 되기를 바란다”고 본인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오랜 수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번째 소환 때 ‘가족 회사를 통한 횡령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를 노려봤던 ‘레이저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1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힘 빠진 레이저
담담한 대응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우 전 수석은 “업무상 (추 전 국장과) 통상적인 전화만을 주고받았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통상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할 지가 우 전 수석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사례를 본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관실 감찰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직권남용)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했지만 용케 법망을 피해갔다. 


4월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앞선 혐의 외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직권남용)를 추가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 전 수석의 추가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의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방어에 나선 상태다.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재판이나 지난 구속전피의자심문 과정서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며 “사적인 욕심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권은 이 과정서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우 전 수석이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우 전 수석이 이전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명호 “우 지시 있었다”
우 사단 10명 사직·좌천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다”며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과 최 전 차장은 검찰간부를 통해 수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당 간부를 활용한 정황”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 정치검찰의 뿌리 깊은 폐단이 확인된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1년 이상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게 이례적’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우 전 수석 같은 경우는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는데 두 번 다 기각됐고 압수수색영장까지도 기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우 전 수석 수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라며 “(우 전 수석)본인이 법률전문가다 보니 수사에 대비해 행동 하나하나를 범죄로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만 애매하게 처신했던 점 때문에 수사가 어렵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지금 검찰 내부는 사람이 다 바뀌었다. ‘우병우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러났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정부 실세들 중 유일하게 법망을 피해왔다”며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우병우 사단은 거의 와해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의 죄는 국민 모두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우병우 사단이 지켜줘 요리조리 피해갔던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팎서도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됐던 인물 대부분은 스스로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지휘 부서에서 배제됐다.
 

당시 지목된 사람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을 비롯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12명이다. 

이중 10명이 현재 검찰 조직을 떠나거나 좌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우 별동대’로 불리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도 물갈이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1년을 끌어왔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 의혹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나 국정 농단 의혹이 터지면서 기소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해 12월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검에 넘겼다.

와해된 사단
피할 곳 없다

특검은 국정농단 비리를 묵인·방조한 의혹을 수사했으나 수사 기간 만료로 사건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넘겼다. 세 번째 수사를 맡은 검찰이 지난 4월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현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정 인물을 상대로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국선변호인 누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지난달 27일 재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단의 면면이 공개됐다. 재판 재개는 유영하 변호사 등 사선변호인단이 총사퇴한 지 42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새로운 변호인단은 조현권(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남현우(34기), 강철구(37기), 김혜영(37기), 박승길(39기) 변호사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모두 법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국선 사건만 맡는 전담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은 관할 내의 국선전담 변호사 30명 중 법조 경력과 국선변호인 경력,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이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집중 심리가 필요한 만큼 이 사건에만 ‘올인’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변호인은 2명이다.

5명 가운데 경력이 가장 긴 조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이끄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구례 출신인 조 변호사는 경희대 법대를 나와 지난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6년부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5년 변호사가 됐다. 일본의 위안부 보상 문제에 앙심을 품고 주한일본대사관에 불을 지르려 한 피고인의 사건 등을 변호했다. 강 변호사는 수원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부터 시작했으며 최근 ‘18대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등을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 개업했으며, 박 변호사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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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