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포획’ 자신하는 민주당 속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2.04 14:41:28
  • 호수 1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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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코너에 몰렸다. 본인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이전과 다른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이 사실상 우 전 수석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일요시사>는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우 전 수석에 대한 혐의와 여권의 반응을 취재했다.
 

검찰의 이번 기습 압수수색은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었다.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의 수사관 두명은 차량에 탑승하려던 우 전 수석을 막고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다투는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가 귀가 중이던 우 전 수석은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무슨 영장이요?”라고 반문했다. 압수수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증거이자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약해졌다는 방증이었다.

기습 압색
놀란 우병우

당시 검찰 관계자는 “부득이한 사유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주거지와 사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관 두명은 현장서 우 전 수석 측 관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우 전 수석과 함께 모처로 이동해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대상은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차량이었다. 앞서 국정 농단 수사 국면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여러 차례 압수수색했음에도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만은 확보하지 않았다. 이에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검찰의 태도 변화는 검찰 내부의 달라진 분위기를 고스란히 대변했다.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0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로부터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의 직권남용 및 비선보고 의혹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추 전 국장을 수사해 줄 것을 검찰 측에 권고했다.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의 지시로 정부 비판적인 인사를 사찰하고 그 결과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는 의혹이다. 

수사 중인 검찰은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는가 하면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는 우 전 수석이 한때 추 전 국장을 국내정보 관할인 2차장에 추천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밀착관계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도 겨냥했다. 서울고검은 우 전 수석의 ‘처가 강남 부동산 넥슨 특혜매각’ 의혹에 대해 재수사 결정을 알렸다. 비선보고 의혹에 개인비리 의혹까지 다시 살펴보며 총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처가 부동산 특혜매각 의혹은 검찰이 이미 우 전 수석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건이다. 이에 봐주기 수사 의혹이 당시 제기된 바 있다. 공개된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넥슨 측이 해당 부동산을 거래할 때 우 전 수석 처가 소유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파악했지만 불기소 처분했다.

전방위 압박
최종 목표는?

검찰의 자신감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바로 비선보고를 묵인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 때문이다. 최 전 차장은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혐의로 구속된 추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었다. 검찰은 최근 추 전 국장을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인 최 전 차장은 경북 김천서 태어나 부산 내성고를 졸업한 뒤 우 전 수석과 지난 1984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동기다. 최 전 차장은 사법연수원 21기로 우 전 수석(19기) 보다는 두 기수 아래지만 사석서 서로 말을 놓을 만큼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우병우 사단’의 핵심인물로 분류된다. 지난해 2월 국정원 2차장으로 선임될 당시 우 전 수석이 추천했다는 말도 법조계 안팎서 들려온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내 핵심 요직이다.

두 사람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건이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전관 로비’ 사건이다. 최 전 차장은 당시 홍만표 변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조사를 받던 중 “홍 변호사에게 사건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고, 홍 변호사가 당시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검사에게 청탁하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2015년 2월부터 12월까지 서울지검 3차장 검사로 있었고 국정원 2차장이 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다.

수사하던 검찰은 통화기록을 추적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이 두 차례 만났고 20여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차장을 소환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조사해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 우 휴대전화·차량 기습 압수
“개인비리도 다시” 좁혀진 수사망

우 전 수석이 홍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의 연결 고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기용되기 전 변호사로 활동하며 홍 변호사와 함께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두 사람은 같은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을 내 활동했다(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빌딩 1111호, 홍 변호사는 같은 건물 1010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서 우 전 수석에게 “최 전 차장을 모르시나?”라고 물었다. 우 전 수석은 “잘 알지만 그렇게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최 전 차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에게 비선보고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이에 검찰은 최 전 차장이 추 전 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을 지시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다. 

이 전 감찰관은 지난해 8월 우 전 수석을 검찰에 수사의뢰(직권남용·횡령)한 바 있다. 결국 최 전 차장이 지시했다는 이 전 감찰관 등에 대한 불법사찰이 우 전 수석을 위한 것 아니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추 전 국장은 지난해 7월경 우 전 수석에게 이 전 감찰관 관련 정보 수집을 지시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에 네 번째 소환되던 날 최 전 차장의 처지에 대해 “가슴 아프다. 잘 되기를 바란다”고 본인의 심경을 전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에 포토라인에 네 번째 섰다. 이게 제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고 또 헤쳐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교적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표정은 오랜 수사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첫 번째 소환 때 ‘가족 회사를 통한 횡령을 인정하느냐’고 묻는 기자를 노려봤던 ‘레이저 눈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우 전 수석은 16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힘 빠진 레이저
담담한 대응

우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국장 등의 진술이 있었지만 우 전 수석은 “업무상 (추 전 국장과) 통상적인 전화만을 주고받았고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통상 업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할 지가 우 전 수석 수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전 사례를 본다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별감찰관실 감찰 방해(특별감찰관법 위반)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등에 대한 부당한 감찰(직권남용)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한 혐의(직무유기)를 적용했지만 용케 법망을 피해갔다. 


4월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앞선 혐의 외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직권남용)를 추가했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 전 수석의 추가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검찰이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실의 통상적인 업무였다고 방어에 나선 상태다. 

민정수석으로서 우 전 수석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는 재판이나 지난 구속전피의자심문 과정서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며 “사적인 욕심 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우 전 수석의 지시를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사업 예정 대상자 명단을 국정원에 보내면 국정원이 허가 여부를 결정해 통보하는 방식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 관계가 구축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권은 이 과정서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에 이번에야 말로 우 전 수석이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추 전 국장이 구속된 상태인 만큼 우 전 수석이 이전만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추명호 “우 지시 있었다”
우 사단 10명 사직·좌천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최근 현안 브리핑을 통해 “우병우-추명호 커넥션 정황이 드러났다”며 “추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에게 ‘비선 보고’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과 최 전 차장은 검찰간부를 통해 수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증거인멸을 하려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해당 간부를 활용한 정황”이라며 “살아 있는 권력, 정치검찰의 뿌리 깊은 폐단이 확인된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 인터뷰서 ‘1년 이상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게 이례적’이라는 사회자의 말에 “우 전 수석 같은 경우는 구속영장이 두 번 청구됐는데 두 번 다 기각됐고 압수수색영장까지도 기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우 전 수석 수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뜻”이라며 “(우 전 수석)본인이 법률전문가다 보니 수사에 대비해 행동 하나하나를 범죄로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만 애매하게 처신했던 점 때문에 수사가 어렵지 않나 싶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지금 검찰 내부는 사람이 다 바뀌었다. ‘우병우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러났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던 박근혜정부 실세들 중 유일하게 법망을 피해왔다”며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를) 피해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후 우병우 사단은 거의 와해됐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의 죄는 국민 모두가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우병우 사단이 지켜줘 요리조리 피해갔던 것 아닌가”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법조계 안팎서도 이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고 분석한다. 지난해 11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사단’이라고 지목됐던 인물 대부분은 스스로 검찰을 떠나거나 수사 지휘 부서에서 배제됐다.
 

당시 지목된 사람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김주현 전 대검 차장을 비롯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3차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 12명이다. 

이중 10명이 현재 검찰 조직을 떠나거나 좌천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병우 별동대’로 불리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전원도 물갈이됐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1년을 끌어왔다. 지난해 8월 출범한 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전 수석 개인비리 의혹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으나 국정 농단 의혹이 터지면서 기소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해 12월 수사기록을 박영수 특검에 넘겼다.

와해된 사단
피할 곳 없다

특검은 국정농단 비리를 묵인·방조한 의혹을 수사했으나 수사 기간 만료로 사건을 검찰 특별수사본부로 넘겼다. 세 번째 수사를 맡은 검찰이 지난 4월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우 전 수석은 현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특정 인물을 상대로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가는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정치권 및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근혜 국선변호인 누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지난달 27일 재개되면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단의 면면이 공개됐다. 재판 재개는 유영하 변호사 등 사선변호인단이 총사퇴한 지 42일 만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새로운 변호인단은 조현권(사법연수원 15기) 변호사를 비롯해 남현우(34기), 강철구(37기), 김혜영(37기), 박승길(39기) 변호사 등 모두 5명이다. 이들은 모두 법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국선 사건만 맡는 전담 변호사다.

서울중앙지법은 관할 내의 국선전담 변호사 30명 중 법조 경력과 국선변호인 경력, 희망 여부 등을 고려해 이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집중 심리가 필요한 만큼 이 사건에만 ‘올인’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 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변호인은 2명이다.

5명 가운데 경력이 가장 긴 조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이끄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남 구례 출신인 조 변호사는 경희대 법대를 나와 지난 1986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06년부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2005년 변호사가 됐다. 일본의 위안부 보상 문제에 앙심을 품고 주한일본대사관에 불을 지르려 한 피고인의 사건 등을 변호했다. 강 변호사는 수원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부터 시작했으며 최근 ‘18대 대선 개표가 조작됐다’는 동영상을 제작해 블로그에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등을 변호했다.

김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나와 2008년 개업했으며, 박 변호사는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이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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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