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질당한 외감법 보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7:38:14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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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만 거치면 ‘너덜너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지난 10월 말 공포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를 거치며 추가된 예외조항이 도리어 감사 범위를 축소시켰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는 칼질당해 너덜너덜해진 외감법을 집중 분석했다.
 

2015년에 터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이 외감법의 출발점이다. 그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 해상플랜트 분야서 수조원대 누적손실 사실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측은 “관계기관의 (실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위반사항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탄탄했던 원안

그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건은 국회 정무위원회(이하 정무위) 최대 이슈였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과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을 왜 파악하지 못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부실을 이미 알았느냐’고 질문하자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수차례 문의했지만 이미 1조2000억원의 손실이 선반영됐기 때문에 손실 여부는 없을 것이란 보고를 지속적으로 받았다”며 “부실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고 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수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7월15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20대 국회가 시작되자 정무위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외감법을 발의했다.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규율대상에 포함 ▲감사인의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회사의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 등 개선 ▲회계법인의 품질관리에 관한 제도적 장치 마련 ▲회계감사기준 위반 등에 대한 행정조치 정비 ▲회사의 회계 관련 내부통제 강화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 도입 등이 제안 내용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월21일 정무위를 통과했다.

정무위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에 대해 기업이 감사 보수를 주고 외부 감사인을 선택하는 현행 ‘자유선임제’가 주원인이라 분석했다. 이에 2019년부터 상장사는 6년간 자유수임 후 3년간 정부로부터 감사인을 직권으로 지정받는다는 ‘6년 자유선임+3년 지정’이 주요 골자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선택지정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정무위 논의 과정서 더욱 강화되는 쪽으로 수정됐다. 선택지정제는 상장사가 3개 회계법인을 골라 제출하면 증권선물위원회가 이 중 한 곳을 지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무위를 통과한 외감법은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후 법사위는 외감법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유한회사의 ‘예외조항’을 부활시켰다. 
 

외감법 개정으로 유한회사도 감사대상에 포함됐는데 당초 금융위는 유한회사에 대한 예외조항을 두고자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치면서 예외조항은 삭제됐었다.


추가 예외조항 도리어 감사범위 축소
정책적 내용까지 심사? 법안묶기 비판

정무위원들은 외감법 제4조1항3호 문구를 ‘그밖에 직전 사업연도 말의 자산, 부채, 종업원수 또는 매출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회사’로 수정, 의결했다. 법사위는 이를 ‘다만 해당회사가 유한회사인 경우에는 본문의 요건 외에 사원 수, 유한회사로 조직변경 후 기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유한회사에 한정한다’는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정무위원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삭제한 예외조항을 법사위서 부활시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은 <일요시사>를 통해 “기업에 불리한 내용은 빠져버린 것”이라며 “이렇게 범위를 축소시켜버리면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의미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정무위 내에서 한때 로비설이 돌기도 했다. 법사위가 정부·기업의 로비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다. 

앞서 지난 9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타 부처 소관 법안들을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를 로비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기재부가 상임위에선 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법안이 법사위로 올라가면 재정 문제 등 이유를 들어 법사위원 및 소속 전문위원들을 설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법사위 전문위원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예외조항이 수석전문위원의 수정으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법사위원들은 정무위원이 예외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단서조항을 삭제해 의결한 사안을 딸랑 소속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 하나로 변경한 셈이다.

현행 전문위원제도는 국회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48년 국회법 제정 당시부터 시작됐다.

법사위 전문위원의 역할은 ▲고유법안(형사법) 및 청원·진정(법무부소관 총괄) ▲예산안 결산 및 국정감사(법무부소관 총괄) ▲타 위원회 법률안 체계·자구심사(운영위, 정무위,기재위, 행안위, 국토위 소관 총괄) 등으로 한정돼있다. 

그럼에도 외감법의 경우 전문위원이 법률안의 정책적 내용까지 심사한 모습이다.

국회 상임위원들은 법사위가 도를 넘은 월권을 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 역할을 넘어 ‘상원’ 노릇까지 한다는 것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가 존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된다.

부실해진 수정안

법사위의 ‘법안 묶어두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모든 법안이 모이는 법사위서 법안을 묶어놓으면 속수무책이라는 옥상옥 폐단을 알지만, 여야 모두 악용한 원죄가 있어 계속 존치시킨 것”이라며 “반대만을 위한 반대와 발목잡기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9월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같은 주장을 내놨다. 정세균 국회의장마저 지난달 “법사위는 상원이 아니다. 상임위 법안을 막아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야 법사위원 정면충돌, 왜?

검찰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법무부 상납 의혹을 놓고 여야 검사 출신 의원들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서 정면충돌했다. “검찰 활동에 쓰인 특활비는 문제가 없다”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주장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맞섰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검사 때) 나도 받았다. ‘법의 날’ 행사 잘 치렀다고 장관이 500만원씩 줬다. 빳빳한 현찰로 금고에 빼 가지고, 특수부장할 때 수사 잘했다고 총장이 500만원 내놓는다”며 “국가정보원의 특활비 청와대 상납이 뇌물이 된다면 동일한 논리로 법무부장관이 예산 일부를 떼 수사 활동과 관계없는 부분에 쓰는 것도 범죄로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 특활비 상납과는 엄연히 다른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특활비를 유용했다거나 검찰 몫의 특활비를 다른 기관에서 썼다면 문제지만 애초에 검찰 활동, 검찰 업무에 쓴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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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