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는 수입 법인차 ‘왜?’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43:5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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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 보다 한술 더 뜨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업무용 법인 수입차가 또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는 분위기. 잠시 주춤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공행진이다. 그것도 고가차 위주. 국민 세금과 연관돼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고가 업무용 수입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용차 과세 강화로 지난해 사업자에게 판매된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2015년 대비 연간 9.7%까지 줄었으나 올 들어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11.7%가 늘었다.

7000만∼1억원 차
전년비 28.1%↑

특히 올 9월까지 금액대별로 업무용 수입차 판매를 분석한 결과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이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5000만원 미만 차량 판매는 30.7%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규제 시행 2년 만에 다시 고가의 업무용 수입차가 증가한 이유는 뭘까. 

업무용차 과세규정의 핵심인 ‘운행기록’을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입 법인차 판매가 고가차 위주로 다시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세감면 혜택 규모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사업자에게 판매된 수입차의 총 판매대수는 6만 956대다. 금액으로는 4조9977억원에 달한다. 

사업자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로 나뉘는데 이들 차량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에게 각각 절반씩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사업주들이 차량구입비를 경비 처리해서 받을 수 있는 세감면액은 최대 1조7042억원에 이른다.

이는 사업주가 허위기재 등을 통해 운행기록에 법인차를 100% 업무에만 사용했다고 기재하면 받을 수 있는 차량 구입비에 대한 최대 세감면액이다. 

운행기록에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하면 차량 구입비 전액 사업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차량 구입비만큼 총소득금액서 공제돼 구입비에 소득세율(개인사업자)/법인세율(법인사업자)을 곱한 만큼 세감면을 받을 수 있다.

법인 수입차 1년 만에 증가세 반전
최고급 스포츠카 여전히 업무용으로

업무용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격이 8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100%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적 과시 욕구에 따라 고가의 차를 구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100%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려고 했다면 3000만원 이하의 차량을 구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가격이 억대부터 시작하는 럭셔리카와 최고급 스포츠카의 경우 업무용차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 법인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2억9500만원인 벤틀리의 최고급 SUV ‘벤테이가’는 올해 9월까지 64대가 판매됐다. 

이중 57대를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경우 올해 9월까지 22대가 판매,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 20대를 뛰어넘었다. 이중 법인구매비율이 무려 86.4%에 달했다.
 

이들 수억대의 고가차량은 차량가격이 비싼 만큼 세감면 혜택도 크다. 때문에 과세당국이 운행기록 허위기재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세당국이 법인차를 주말에 사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만 적발해도 수천억원대 세금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세법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1∼9월 세감면
1조5000억 달해

일반적으로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들은 주말에 쉬기 때문에 주말에 업무용차를 사용한 것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은 평일에 쉬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업자와 동일하다. 따라서 일주일 중 주말(토·일, 2일/7일 = 약 30%)에는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운행기록에 기재하면 업무사용비율은 약 70%가 되고 주말 사용분 30%는 경비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운행기록상 업무사용비율이 100%서 70%로 낮아지면, 올 1∼9월까지 판매된 수입 법인차량의 구입비에 대한 세감면액은 1조1929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는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했을 때 보다 5113억원이나 줄어든 금액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고가차량과 더불어 주말 사용분에 대한 사적 사용여부도 잘 따져봐도 수천억원대의 부당한 세감면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과세당국은 운행기록은 물론 추가 증빙자료를 사업주들에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감면액은 수입차에 한정해 1∼9월까지 차량구입비만 대상으로 추산한 것이다. 세감면 대상에 국산차와 유지비를 포함시켜 한해 동안 세감면액을 계산하면 4조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최근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5%으로 인상하는 증세안을 발표했다. 보편적 과세에 해당되는 업무용 과세 감독만 잘 해도 정부의 법인세 증세안 세수효과 이상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따른 세수효과가 연간 2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허술한 운행 양식
핵심 기재사항 빠져

고가의 업무용차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일이란 시각이 많다. 업무용차 규제의 가장 핵심은 사적사용과 업무상 사용을 기재하는 운행기록부. 정부가 법 시행 초기부터 사업주들의 항의에 굴복해 출발지와 목적지, 사용목적 등의 기본적인 기재사항도 요구하지 않아 사업주들의 허위기재가 매우 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국세청이 고시한 표준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의 거리와 ▲주행 후 계기판의 거리 ▲출퇴근 사용거리 ▲업무용 사용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된다. 사실상 운행기록에 ‘사용자’ 기재란 외에 기재사항이 모두 숫자이기 때문에 회사 대표와 가족들이 업무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운행기록엔 업무상 사용한 것으로 허위 기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 운행기록만으론 정부가 사적사용 여부를 판단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과세당국도 운행기록이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지난해 1년간 허술한 운행기록 양식과 허위기재로 업무용차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억대의 고가 업무용차 판매가 다시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벤틀리 ‘벤테이가’ 64대 중 57대
람보르기니 ‘우라칸’22대 중 19대

이어 “정부가 제시한 표준 운행기록 양식은 사업주가 업무상 사용거리와 주행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상 사용을 증명하는 서류라고 할 수 없다”며 “이는 마치 직장인이 연말정산을 할 때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단지 지출한 금액만 기재했는데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과 같아서 과세자와 납세자의 기본 의무마저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어떨까. 오래 전부터 운행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운행기록부(운행일지)에 출발·도착지는 물론 운행목적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미국연방국세청(IRS) 세금간행물에 고시된 업무용차 운행기록에 따르면 ▲운행일 ▲도착지 ▲사용목적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도착시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유지비 지출액(유류비, 통행료 등) 등 9개의 기재사항이 있다.

호주의 운행일지 역시 ▲사용시작날짜 ▲사용종료날짜 ▲자택주차일수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종료시 누적주행거리 ▲총운행거리 ▲운행내역 서술 ▲사적 운행거리 ▲업무상 운행거리 등 9개 항목이 필수다.
 

동일한 운행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양식으로 비교해 보면 허술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식당을 경영하는 한 사업주가 회사차로 7월9일 토요일에 부산 해운대(운행거리 400km)로 휴가를 떠났을 경우, 우리나라 운행기록은 숫자만 입력하기 때문에 휴가차 운행했는지, 부산 출장차 운행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행기록상 ‘일반 업무용(km)’기재란에 숫자 ‘400(km)’만 기재하면 업무에 사용했다고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반면 미국 연방국세청 양식으로 기록하면 ‘부산 해운대’라는 목적지와 하계 휴가라는 운행목적, 운행기간 중 유지비용(유류비, 통행료 등)까지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해당차량의 사적사용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 운행기록 양식은 차량 소유자도 과세당국도 운행사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깜깜히 운행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허위 기재 태반
과세 감독 절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표준 운행기록부 양식은 탈세방지는 고사하고 사업주들의 허위 기재를 오히려 조장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가 업무용차의 탈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정부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업무용차 규제를 신설한 만큼 실효성 있는 운행기록 양식을 다시 마련하고 엄격한 관리와 확인을 통해 사업주들의 탈세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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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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