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느는 수입 법인차 ‘왜?’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11.29 15:43:59
  • 호수 1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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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눈치 보다 한술 더 뜨네∼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 업무용 법인 수입차가 또 다시 늘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도 소용없는 분위기. 잠시 주춤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고공행진이다. 그것도 고가차 위주. 국민 세금과 연관돼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고가 업무용 수입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업무용차 과세 강화로 지난해 사업자에게 판매된 5000만원 이상 고가 수입차는 2015년 대비 연간 9.7%까지 줄었으나 올 들어 9월까지 전년동기 대비 11.7%가 늘었다.

7000만∼1억원 차
전년비 28.1%↑

특히 올 9월까지 금액대별로 업무용 수입차 판매를 분석한 결과 5000만원 이상 고가 차량이 증가한 것과는 반대로 5000만원 미만 차량 판매는 30.7%의 감소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규제 시행 2년 만에 다시 고가의 업무용 수입차가 증가한 이유는 뭘까. 

업무용차 과세규정의 핵심인 ‘운행기록’을 허위 기재하는 방식으로 과세를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수입 법인차 판매가 고가차 위주로 다시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세감면 혜택 규모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9월 사업자에게 판매된 수입차의 총 판매대수는 6만 956대다. 금액으로는 4조9977억원에 달한다. 

사업자는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로 나뉘는데 이들 차량이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에게 각각 절반씩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사업주들이 차량구입비를 경비 처리해서 받을 수 있는 세감면액은 최대 1조7042억원에 이른다.

이는 사업주가 허위기재 등을 통해 운행기록에 법인차를 100% 업무에만 사용했다고 기재하면 받을 수 있는 차량 구입비에 대한 최대 세감면액이다. 

운행기록에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하면 차량 구입비 전액 사업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년에 걸쳐 차량 구입비만큼 총소득금액서 공제돼 구입비에 소득세율(개인사업자)/법인세율(법인사업자)을 곱한 만큼 세감면을 받을 수 있다.

법인 수입차 1년 만에 증가세 반전
최고급 스포츠카 여전히 업무용으로

업무용 수입차의 평균 판매가격이 80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100%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적 과시 욕구에 따라 고가의 차를 구입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100% 업무용으로만 사용하려고 했다면 3000만원 이하의 차량을 구입했을 것”이라고 했다.


기본가격이 억대부터 시작하는 럭셔리카와 최고급 스포츠카의 경우 업무용차와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 법인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2억9500만원인 벤틀리의 최고급 SUV ‘벤테이가’는 올해 9월까지 64대가 판매됐다. 

이중 57대를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 ‘우라칸’의 경우 올해 9월까지 22대가 판매,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 20대를 뛰어넘었다. 이중 법인구매비율이 무려 86.4%에 달했다.
 

이들 수억대의 고가차량은 차량가격이 비싼 만큼 세감면 혜택도 크다. 때문에 과세당국이 운행기록 허위기재 여부를 더욱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세당국이 법인차를 주말에 사적으로 사용하는지 여부만 적발해도 수천억원대 세금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세법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1∼9월 세감면
1조5000억 달해

일반적으로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자들은 주말에 쉬기 때문에 주말에 업무용차를 사용한 것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 

식당업과 일부 도소매업은 평일에 쉬기 때문에 결국 다른 사업자와 동일하다. 따라서 일주일 중 주말(토·일, 2일/7일 = 약 30%)에는 사적으로 사용했다고 운행기록에 기재하면 업무사용비율은 약 70%가 되고 주말 사용분 30%는 경비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운행기록상 업무사용비율이 100%서 70%로 낮아지면, 올 1∼9월까지 판매된 수입 법인차량의 구입비에 대한 세감면액은 1조1929억원으로 감소한다. 이는 업무사용비율을 100%로 기재했을 때 보다 5113억원이나 줄어든 금액이다.

한 세법 전문가는 “고가차량과 더불어 주말 사용분에 대한 사적 사용여부도 잘 따져봐도 수천억원대의 부당한 세감면 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과세당국은 운행기록은 물론 추가 증빙자료를 사업주들에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감면액은 수입차에 한정해 1∼9월까지 차량구입비만 대상으로 추산한 것이다. 세감면 대상에 국산차와 유지비를 포함시켜 한해 동안 세감면액을 계산하면 4조원을 훨씬 초과한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최근 과표 20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25%으로 인상하는 증세안을 발표했다. 보편적 과세에 해당되는 업무용 과세 감독만 잘 해도 정부의 법인세 증세안 세수효과 이상의 세수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에 따른 세수효과가 연간 2조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허술한 운행 양식
핵심 기재사항 빠져


고가의 업무용차가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에 대해 이미 예견된 일이란 시각이 많다. 업무용차 규제의 가장 핵심은 사적사용과 업무상 사용을 기재하는 운행기록부. 정부가 법 시행 초기부터 사업주들의 항의에 굴복해 출발지와 목적지, 사용목적 등의 기본적인 기재사항도 요구하지 않아 사업주들의 허위기재가 매우 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3월 국세청이 고시한 표준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의 거리와 ▲주행 후 계기판의 거리 ▲출퇴근 사용거리 ▲업무용 사용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된다. 사실상 운행기록에 ‘사용자’ 기재란 외에 기재사항이 모두 숫자이기 때문에 회사 대표와 가족들이 업무용차를 사적으로 유용해도 운행기록엔 업무상 사용한 것으로 허위 기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현 운행기록만으론 정부가 사적사용 여부를 판단하고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과세당국도 운행기록이 허위인 것을 알면서도 눈감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지난해 1년간 허술한 운행기록 양식과 허위기재로 업무용차 규제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에 올해 들어 억대의 고가 업무용차 판매가 다시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벤틀리 ‘벤테이가’ 64대 중 57대
람보르기니 ‘우라칸’22대 중 19대

이어 “정부가 제시한 표준 운행기록 양식은 사업주가 업무상 사용거리와 주행거리 등 숫자만 기재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상 사용을 증명하는 서류라고 할 수 없다”며 “이는 마치 직장인이 연말정산을 할 때 의료비나 교육비 공제 증빙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단지 지출한 금액만 기재했는데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과 같아서 과세자와 납세자의 기본 의무마저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 어떨까. 오래 전부터 운행기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은 운행기록부(운행일지)에 출발·도착지는 물론 운행목적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먼저 미국연방국세청(IRS) 세금간행물에 고시된 업무용차 운행기록에 따르면 ▲운행일 ▲도착지 ▲사용목적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도착시 누적주행거리 ▲운행거리 ▲유지비 지출액(유류비, 통행료 등) 등 9개의 기재사항이 있다.

호주의 운행일지 역시 ▲사용시작날짜 ▲사용종료날짜 ▲자택주차일수 ▲출발시 누적주행거리 ▲종료시 누적주행거리 ▲총운행거리 ▲운행내역 서술 ▲사적 운행거리 ▲업무상 운행거리 등 9개 항목이 필수다.
 

동일한 운행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양식으로 비교해 보면 허술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식당을 경영하는 한 사업주가 회사차로 7월9일 토요일에 부산 해운대(운행거리 400km)로 휴가를 떠났을 경우, 우리나라 운행기록은 숫자만 입력하기 때문에 휴가차 운행했는지, 부산 출장차 운행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운행기록상 ‘일반 업무용(km)’기재란에 숫자 ‘400(km)’만 기재하면 업무에 사용했다고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반면 미국 연방국세청 양식으로 기록하면 ‘부산 해운대’라는 목적지와 하계 휴가라는 운행목적, 운행기간 중 유지비용(유류비, 통행료 등)까지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당국이 해당차량의 사적사용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볼 수 있다.

우리나라 운행기록 양식은 차량 소유자도 과세당국도 운행사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깜깜히 운행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허위 기재 태반
과세 감독 절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표준 운행기록부 양식은 탈세방지는 고사하고 사업주들의 허위 기재를 오히려 조장하기 때문에 정부의 고가 업무용차의 탈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정부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업무용차 규제를 신설한 만큼 실효성 있는 운행기록 양식을 다시 마련하고 엄격한 관리와 확인을 통해 사업주들의 탈세행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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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