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1.20 10:57:49
  • 호수 1141호
  • 댓글 0개

“금배지 떼고 노동일 합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정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전 의원. 그는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버사령부 댓글부대’ ‘국정원 댓글’ 의혹을 제기해 적폐 청산 기초를 다졌다. 현재는 노동자의 현실을 알기 위해선 생활현장에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실천하기 위해 건설 현장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이 전 의원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19일 해산됐다. 헌법재판소 결정 나흘 뒤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은 ‘헌법과 법률 규정 위배한 의원직 박탈은 무효다!’란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수하진 못했다. 결국 의원직을 상실한 이 전 의원은 이듬해 관악구을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고배를 마셨다. 

의원직 박탈…그 후 

국회를 떠난 이 전 의원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 전 의원은 현재 구룡산 부근 건설현장서 배관공 일을 하고 있다. 햇수로만 벌써 7년째다. 이 전 의원은 “2010년 서울시장 출마, 총선 출마 등으로 빚이 너무 많이 쌓였다”며 “의원직을 잃고 난 뒤 생활비와 빚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매달 200만원씩 빚을 갚아나갔던 그는 쌓여가는 빚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건설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5시에 일어나 7시까지 현장에 도착해 오후 5시 반까지 이어지는 노동은 일요일을 제외하면 일주일 내내 지속된다. 

고된 일상에도 불과하고 이 전 의원은 퇴근 후 관악 주민들을 만나 민원을 듣고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지역주민들에게서 민원이 들어온다”며 “내가 해결 가능하면 해주고 변호사를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19대 의원 당시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을 파헤친 의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처음 민주당 의원실을 거쳐 이 전 의원실로 들어온 제보 내용에 따르면 사이버사령부 직원 두 사람이 윗선 지시에 따라 댓글을 달았다는 것.

이에 이 전 의원은 “당시 통합진보당은 자료가 풍부했다. 우리 자료로 이름을 돌렸다”며 “혹시 싶어 구글링을 해보니 사이버사령부 직원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서 아쉬움도 전했다. “당시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올린 인증샷이 있었다”며 “사진의 위치정보를 추적해 찾아 갔더니 해당 건물이 안행부 소속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건물이 국정원소속이었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의원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더 깊게 파고들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모든 정부물자는 안행부가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행부 소속 건물서 사이버사령부가 댓글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서울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주목했다. 당시 특검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현재 자유한국당) 의원 소속 일개 비서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결론 났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서버가 공격을 받으면 홈페이지 자체가 마비되는 것이 상식적”이라며 “당시 홈페이지 상 ‘투표소 찾기’ 기능만 다운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관위는 KT망과 LG망 두 군데를 사용했는데 선관위는 문제가 생기자 KT망을 끊어버렸고 결국 LG망이 과부하가 걸렸다”며 “문제가 생긴 부분만 처리하면 되는데 선 자체를 끊어버린 것에 대해선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2014년 의원직 상실…노동현장서 구슬땀 
“국내 보수는 친미파” 국회의원 실력 강조  

박근혜정부의 몰락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에 대한 이 전 의원의 생각을 물었다. 

이 전 의원은 “잘하고 있다”면서도 “눈높이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진보정당을 했던 분들의 시각서 보면 대미·대중·대북 외교서 어떤 균형을 잡고 있느냐 차이”라며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미국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이번 기회에 적폐 청산만 제대로 해준다면 한국사회가 공정한 정치게임이 이뤄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의원은 민주노동당, 통진당, 민중연합당을 거쳐 현재는 민중당의 평당원으로 있다.

민중당은 원내 2석을 차지한 정당으로 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사실상 통진당 후신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한, 보수진영의 색깔론 공세에 있어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제대로 된 보수 세력은 자기 가정과 나라를 지키고, 민족주의나 애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는 성조기를 흔들면서 나온다. 사실상 친미파”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친일 잔재가 한국 사회 주류를 이끌고 그대로 친미파가 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전 의원은 미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드러냈다. 

가쓰라-테프트 밀약(미국-필리핀 지배권, 일본-대한제국 지배권 상호 승인)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를 해방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동일한 제국주의 침략 국가일 뿐”이라며 “대한민국 최초의 군사정권은 미군정이다. 그래서 군사독재도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의원들 실력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청문회를 하면서 느꼈는데 처음에는 의원과 행정기관의 힘겨루기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국 의원들 간 성적이 쭉 나온다”고 분석했다.
 

이어 “평균만 하면 인정은 해주지만 보좌관이 써주는 것조차 읽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며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았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 의원에게 향후 정치 활동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 전 의원은 “21대 때 꼭 출마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예를 들면 민중당서 출마하는데 다른 분이 좋다고 하면 양보 의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회의원을 목표로 해서 활동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국회의원이 꿈이나 목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배관공으로 살아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아울러 남과 북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이상규 전 의원은?] 

▲푸른공동체 교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 국장
▲한명숙 서울시장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서울 관악구을/통합진보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