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서울시장 고지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1.13 10:33:40
  • 호수 1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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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만 한다면…포스트 문재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작은 대통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정치인들의 물밑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특징 중 하나는 ‘본선보다 치열한 예선’이라는 점이다. 야권서 강력한 후보 이름이 거론되지 않으면서 여권 후보가 무난히 서울시장 자리에 앉을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정치권서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치열한 여권발 서울시장 쟁탈전과 출마 예상자들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국정감사 기간이 끝나자 정치권은 지방선거 체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각 정당에선 조직 재정비를 통해 최적화 작업을 시작했으며 유력 출마 예상자들은 저마다의 정치적 행보로 여론의 반응을 가늠하는 중이다. 그중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의 행보가 정치권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누가 나오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3선 도전을 사실상 선언한 상태다. 공식 출마 선언이 늦어지고 있지만 다각적 행보를 보이며 의지를 피력하는 게 그 증거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서 열린 ‘새 정부의 재정분권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재정분권에 대한 자신의 업적을 피력했다. 또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준섭 전 강원도교육감 정무특보를 자신의 정책특보로 위촉하는 등 체제 변환을 착실히 진행해왔다. 

박 시장의 출마 선언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박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조직 장악이다. 6년 동안 서울시정을 맡아 박원순 체제를 공고히 했다. 서울 곳곳을 누비며 쌓은 지역위원장들과의 인연도 박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다.

시민들과의 접촉면이 넓다는 점도 강점이다. 올해 7월부터는 ‘현장시장실’을 가동, 25개 자치구를 순회하며 시민들과 대면했다. 취임 후 100명이 넘는 시민단체 출신을 채용한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박영선 의원은 박 시장의 강력한 대항마다. 박 의원 역시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진 않았지만 하마평서 가장 우선으로 꼽히는 출마 예상자다. 최근 자신의 SNS에 “이제 서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며 올린 2분 남짓의 동영상 하나로 정치권은 박 의원의 출마가 멀지 않았다고 관측한다.

1000만 시민이 내편 ‘소통령’
‘5인 5색’ 정치시험대 오른다

이 영상을 통해 박 의원은 남산타워에 올라 “제가 서울에 산 지 50년이 넘었지만, 남산타워에 와보기는 두 번째”라며 “서울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서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잘 몰랐던 역사 공부도 하고 서울 사람들을 만나서 서울살이 이야기도 들여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야 할 서울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한 번 들어보고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려고 한다”라며 “함께 성장하는 감성 서울, 살맛나는 서울을 함께 만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해당 영상은 ‘박영선과 서울을 걷다’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박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서 도시지리학을 전공했다”며 “제 전공을 살려서 서울은 어떤 곳인지 이야기하고 서울 사람들과 걸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그러고 나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 시장도 박 의원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탈리아 로마 출장 길에서 박 시장은 박 의원에게 출마 여부를 묻는 대신 “우리 페어플레이 합시다”라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상대적으로 박 시장보다 박 의원이 경쟁력을 가지는 부분은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민주당 경선 룰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당헌·당규(권리당원 투표 50% 이하, 일반국민 여론조사 50% 이상)에 준해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이 최대 50%에 달할 수 있다. 반영 비율이 높을수록 지역조직을 장악하고 권리당원을 다수 보유한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 이슈 선점 및 미디어 노출면에서 현역 의원이 강점을 가진다는 점도 박 의원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 외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 탄생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경쟁력을 갖게 하는 요소다.

‘나를 후보로’ 물밑작업 한창
본선보다 예선이 치열 전망

민병두 의원은 후보군 가운데 가장 빨리 경선 준비에 들어갔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최근 여의도에 선거사무소 성격의 ‘미래전략연구소’를 마련했다. 또 자신의 SNS를 통해 창업생태계 등 강점인 분야를 적극 어필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서 민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을 꼬집는가 하면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3년간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재산 1097억원 중 회수한 재산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이슈 선점에 앞장섰다.
 

그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말 누가 도움 되겠는가를 판단해야 한다”며 “문민시대라고 하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민’병두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과 진짜 ‘민’주당 서울시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오른 우상호 전 원내대표, 이인영 의원은 전대협 출신이라는 점이 경쟁력이다. 이에 당내에선 ‘86그룹’의 대표주자인 두 사람이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청와대의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또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경선에서 힘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도 점친다.

최종 승자는?


다른 후보군인 박영선, 민병두 의원이 비문계라는 점을 들어 두 사람이 당내 주류계파인 친문계의 지원을 받게 될 것이란 평가도 우세하다. 만약 친문계의 지원을 받게 되면 당내 조직력서 큰 강점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부산시장 인물난, 왜?

더불어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 찾기가 난항을 겪고 있다. 내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으나 마땅한 후보가 부상하지 않아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당초 유력 출마 예상자였던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거기에 최근 차기 부산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서 1위를 차지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이 민주당 입당을 주저해 당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부산의 민주당 지지 세력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띄우기에 나섰다. 조직 핵심인사들이 수시로 이 전 수석의 등판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수석에 이어 지지 세력은 정경진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시장 지지자 모임 등은 최근 부산 해운대의 한 술집에 정 전 부시장을 초청, ‘막걸리가 있는 토크’를 가졌다. 이 자리에 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해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주제로 강연을 하는 등 정 전 부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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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벼랑 끝’ 장동혁 옹립의 정치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구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으로 분류됐던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흔들리면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의 공개 갈등엔 ‘옹립의 정치학’이 숨어 있다. 특정 세력이 정변을 일으키거나 지도자 교체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 옹립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 정당성·생존 본능이 적절하게 조화해야 한다. 그래서 복잡한 조건이 가미된다. 지도자 옹립을 위한 조건으로는 대체로 ▲적절한 상징성 ▲새 기득권이 될 주도 세력과의 조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아무나 못 갖는 지도자 조건 이 중 가장 어려운 숙제는 ‘지도자의 약한 권력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새 지도자가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새 기득권 세력과의 충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 지도자는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생존 본능은 강한 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자신만의 새로운 비전을 실천하려는 정치적 의지가 강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옹립한 주도 세력과 마찰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빈번하다. 왕은 왕권을 강화하려고 했고, 귀족은 이를 막으려고 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왕과 귀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이 때문에 많은 왕이 교체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옹립된 지도자는 대체로 권위가 약하다. 옹립된 지도자는 지배 질서가 규정한 정통성이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옹립되는 과정 자체가 지도자로선 주도 세력에게 빚을 진 격이 되는 사례도 많다. 조선 태종은 정변을 일으켜 아버지를 몰아낸 후 즉위했다. 태종은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이었다. 적장자 승계를 중시하는 유교 질서에선 도저히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태조는 막내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악수를 뒀고, 사병을 혁파하려고 했다. 새 질서를 왕이 직접 부정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기득권 세력의 기반을 침범하려고 한 것이다. 태종은 적장자 대접을 받던 형 정종을 세자·왕으로 옹립한 후 형의 양자로서 왕위를 승계해 질서를 지키는 모양새를 갖췄다. 제1차 왕자의 난에서 주축은 주도 세력이 동원한 사병이었는데, 태종은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하지만 그는 주도 세력 중 상당수를 정계에서 일시 퇴출시킨 후 사병을 혁파했다. 자신과 왕조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실하게 확보한 것이다. 경제적 이권까지 거둬들이려고 해선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태종은 공신들이 저지르는 각종 비행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줬다. 태종의 킹메이커 하륜은 도성 안에 조성된 신덕왕후의 능이 이장되자, 주변의 좋은 땅을 선점하기 위해 사위들을 동원했다. 하륜에겐 지금도 유능한 신하·부정부패의 상징이란 평가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 중종도 형 연산군 폐위 이후 옹립된 임금이었다. 엉겁결에 왕위에 올라 큰 빚을 졌기 때문에 중종은 공신들을 통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핵심 공신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했다. 이후 중종은 조광조·김안로 등 대리인을 내세웠다가 토사구팽하는 정치술을 반복했다. 너무 유능해도, 너무 무능해도 안 된다 출마설 도는 주호영·윤한홍의 장 직격 조광조 일파는 중종이 한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숙청됐다. 김안로는 아들의 초례가 예정된 날 체포됐다. 주도 세력으로선 왕이 너무 유능하거나 정치에 밝으면 곤란하다. 그렇다고 너무 무능하거나 막 나가도 안 된다. 지나치게 막 나가서 폐위된 대표적인 왕은 고려 충혜왕이었다. 충혜왕은 아버지 충숙왕이 양위해서 즉위했다. 당시 고려 왕은 원나라 사신이 하루아침에 폐위해 귀양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권위가 없었다. 고려 친원파의 권력은 왕보다 더 강했다. 그리고 고려엔 원나라 제2황후 기황후의 오빠 기철이 있었다. 고려 왕은 정상적으로 즉위하더라도 원나라·친원파가 사실상 인준해야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즉위하는 임금마다 옹립된 지도자나 다름없었다. 충혜왕은 즉위 후 아무나 성폭행하는 기행을 저질렀다. 성폭행 대상 중엔 서모 경화공주도 있었다. 이 사실은 원나라 사신에게도 알려졌다. 결국 충혜왕은 폐위돼 귀양 가던 중 사망했다. 한편으로 충혜왕은 폭력배들을 자신의 측근 세력으로 양성한 후 권문세족이 독점하던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려고 했다. 아울러 권문세족의 사유지를 혁파하려 하는 등 이들의 경제기반을 뒤흔들려고 했다. 충혜왕이 폐위된 결정적인 계기는 기철의 건의였다. 원나라는 기철의 건의를 받아들여 충혜왕을 폐위했다. 충혜왕은 폐위되던 순간 사신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했던 12·3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장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당에 비상계엄 관련 사과와 당의 혁신을 요구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원조 친윤’ 중 1명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3선 윤한홍 의원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게 비상계엄 관련 사과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5일 진행된 국민의힘 ‘이재명정권 6개월 국정평가 회의’ 도중 장 대표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 굴레에서 벗어나자”고 요구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잘못됐단 인식을 아직도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계엄을 벗어던지고, 국민께 어이없는 판단의 부끄러움을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앞에서 사과 요구 이는 장 대표가 지난 3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려던 계엄이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윤 의원의 비판을 들은 후 고개만 살짝 숙인 채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국민의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은 지난 8일 대구 지역 언론인과의 정책토론회 중 장 대표를 일컬어 “자기 편을 단결시키는 과정을 밟다가 중도가 도망간다면 잘못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는 ‘12월3일까진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그 이후엔 민심에 따르는 조치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당내 반발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윤 전 대통령은 폭정을 거듭하다가 탄핵당했다”며 “비상계엄도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으려던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라는 등 윤 전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주 부의장과 윤 의원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많이 해왔고, 이른 시일 안에 의견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021년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가 입장을 선회했던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월 공개한 명태균씨의 전화 통화 녹취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윤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를 막았다”는 취지의 대화가 공개됐다. 지방선거를 약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주 부의장처럼 출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에게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두는 방법엔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 ▲중앙정치에 지역 이해관계 반영 등이 있다.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공천·조직 동원 등에 행사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도 기초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지난 3월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힘 못 쓰는 2가지 이유 국민의힘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겨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 외엔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크게 2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체적으로 선거 후보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선거가 임박해 외부 명망가를 데려와 주요 선거 후보로 옹립하는 특성이다. 다른 하나는 영남·강원 등 핵심 텃밭에 자리 잡아 중앙정치보다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집중하는 정치인 집단이다. 세간에선 이들을 일명 ‘언더 찐윤’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거 참패가 이어지면, 중앙정치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도 줄어든다. 영향력이 줄면, 지역의 이익을 중앙정치에 반영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이익을 거둘 방법·영향력을 모두 잃는다는 것은 언더 찐윤 의원들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리 중앙정치·전국 단위 선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당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아예 없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그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과 이해관계를 교환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이후 국민의힘에서 배출한 대선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구시장·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다. 이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전국적 인지도 ▲정치적 상징성 ▲낮은 당 장악력 등이다. 대선 출마 당시 “당 장악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지 않았던 대선후보는 이 전 총재·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당 장악력이 낮다”는 명제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 장악력이 높은 대통령·대권주자는 의원들과 굳이 이익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대표 등 수도권에 기반해 중도 공략 의지가 강한 정치인과의 불화가 잦다. 이들과 이해관계·성향·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이 많아서 당권을 다투거나 알력이 있을 가능성도 큰데, 결국 화합하기 어렵다. 살기 위해 충돌하는 장 VS 친윤 “우리끼리 총구 안 돼” 의견 고수 언더 찐윤 의원들이 언론 노출을 꺼리는 성향도 ‘당 장악력이 낮은 적절한 대권주자’를 선호하는 현상과 맞물린다. 언더 찐윤의 관점으로 보자면, 윤 전 대통령은 자멸해서 사라졌다. 한 전 대표·안 의원은 수도권 엘리트 성향이 강하다. 지난 8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드러진 사람이 바로 장 대표였다. 장 대표는 정치 경력이 짧으면서도 한 전 대표와 결별한 이력이 있다. 지난 2월엔 백봉신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신사적 이미지도 강했다. 국민의힘 내 강성 보수 성향 당원들은 장 대표를 선택했다. 이후 장 대표는 범보수 대권주자로 주목받았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범보수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21.3%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겐 정치적 기반이 없다. 대권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다.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기반이 없으면 정치 생명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 장 대표는 장외집회 개최 위주로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장외집회에선 이재명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강성 발언을 주로 내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 장외집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불법이었고, 국민의힘은 그 불법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가 강경 보수 성향 당원의 비난을 받았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강경 보수의 길로 이끄는 ‘투톱’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다. 지방선거는 이들의 정치적 삶과 죽음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충돌하는 결정적인 지점은 살고자 하는 의지다. 윤 의원이 장 대표를 비판했다는 사실은 “국민의힘 구 친윤계가 장 대표를 통제불능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으로 연결된다. 강경 보수 성향이 짙어지면, 선거의 캐스팅보트로 인식되는 중도층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친윤계 의원들에겐 당과 개인의 이익이 모두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 의원은 지난 8월 <일요시사>와 만나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지는 어차피 국민의힘밖에 없다”면서 중도 공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것이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친윤계 의원들이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이유와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 따라서 장 대표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 정도다. 장 대표는 이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옹립하는 세력과 옹립되는 수장은 각자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어 긴장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장 대표에 대해선 “국민의힘, 나아가 보수 진영의 진정한 1인자가 될 만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다수의 분석이 나온다. 장 대표와 친윤계의 이해관계는 여기서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남은 6개월 빠듯한 시간 새누리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신중한 사람이지만 현실감각이 굉장히 빠르다”며 “장 대표는 화장을 지운 여자의 얼굴처럼 다 보여줘서 장 대표 체제 종언은 이제 뚜껑만 열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불과 6개월이다. 부족한 것은 결국 시간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윤 의원·주 부의장의 비판에 “우리끼리 총구를 겨눠선 안 된다”며 “싸워야 할 대상은 이재명 독재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표는 흔들리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장 대표와 구 친윤계는 과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