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대 선 총수들 구형-실형 비교해보니…

10년 때려도 금방 나오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국내 재계 오너일가가 재판정에 선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들에 대한 검증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법정에 선 총수들은 검찰로부터 구형을 받는데 실형과는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검찰과 총수와의 법정 다툼을 확인했다.
 

지난해 롯데 비리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롯데 오너 일가에 각각 혐의에 따라 구형했다. 검찰과 롯데간 법정 공방이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재계에선 검찰의 구형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롯데 멘붕

시계를 지난 1일로 돌려보면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신격호 총괄회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을 최초로 결심하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실행을 주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과 함께 주범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높은 수준의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틀 전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000억원을 구형했다.


롯데 측은 검찰의 구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다. 실형을 면하기 어려운 검찰의 구형이기 때문이다. 재계 역시 검찰의 이번 구형을 두고 신격호 부자의 집행유예 작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과거 재벌과 검찰간 법정 다툼서 구형과 실형의 괴리는 어느 정도였을까. 가깝게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경우가 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측에 뇌물을 건네기 위해 298억원을 횡령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판단은 징역 5년이었다. 삼성과 특검측은 나란히 항소를 하면서 2심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됐다.

1034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에 900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2006년 구속 기소됐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검찰로부터 징역 6년형을 구형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검찰보다 약했다. 정몽구 회장은 1심에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풀려났다. 정 회장은 2008년 8월15일 광복절 사면대상에 포함돼 사면됐다.

SK그룹도 총수가 법정에 서면서 검찰과 법리적 공방을 벌여야 했다. 2003년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2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징역 6년을 구형받았다. 1심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뒤 항소심에선 집행유예 5년이 추가됐다.

재계 사범 갈수록 높아지는 구형량
검찰 판단보다 가벼운 선고 수두룩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동생 최재원 부회장과 공모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 4년을 구형받았다. 
 

법정은 최 회장에게 검찰의 판단과 같은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최 회장과 검찰은 나란히 항소했고 검찰은 구형량을 2년 높여 징역 6년을 구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이 중간에 진술을 번복한 것이 이유였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법원의 형량은 바뀌지 않고 원심이 유지되면서 법정 다툼이 마무리됐다.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형량도 주목받았다. 검찰은 그를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 1심서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13년 9월 항소심서 횡령과 배임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6월을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았다. 대법원서도 고법과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SK그룹 총수 형제가 모두 실형을 살게 됐다. 최 회장은 2년 7개월간 복역하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재판서 검찰과 법리 다툼을 벌였다. 이 회장은 2013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1월 검찰은 이재현 회장에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이 회장과 검찰은 쌍방항소를 했고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보다 약한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법원도 2심에서 약한 형을 선고했다. 

징역 3년과 벌금 252억원이 선고된 것. 이후 쌍방항소 결과 대법원으로 판단이 넘어갔고 대법원은 파기환송하면서 최종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에 포함돼 사면받았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2006년 형인 고 박용오 전 두산 회장, 박용성 전 두산 회장과 회삿돈 326억원을 횡령하고 비자금 366억원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이 선고됐다. 쌍방항소까지 갔지만 같은 형량이 확정됐다.

지난 201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3000억원대 손실을 입힌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추징금 1500억 원을 구형했다. 1심은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 벌금 51억 원을 선고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벌총수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을 받은 사람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창업주다. 김 창업주는 2006년 검찰에 20조원대 분식회계와 9조8000억원대 사기대출 혐의 등으로 1심서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원을 구형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보다 낮았지만 징역 10년과 추징금 21조원을 선고하면서 중형을 내렸다. 김 회장은 항소심서 징역 8년6개월,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9000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섰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7년과 벌금 70억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1심서 징역 4년6월과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까지 법정다툼이 이어져 징역 3년6월에 벌금 6억원으로 형이 확정됐다.

또 집행유예?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재벌 총수 재판서 구형보다는 선고 형량이 가벼운 경우가 많다”며 “항소 끝에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재벌에 대한 사회적 의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인식과의 괴리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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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