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이때다’ 중견기업 꼼수승계 막전막후

어수선 분위기 틈타 ‘어물쩍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촛불집회가 벌써 1년전 일이 됐다. 촛불집회는 많은 것을 바꿨다. 대통령이 바뀌고 행정조직이 재편됐다. 재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새로 바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의 감독 수준을 높였다. 우선적으로 주요 그룹을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집단에 눈길이 쏠린 사이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중견기업은 서둘러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견기업의 승계 백태를 <일요시사>서 점검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지 4개월째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재벌개혁에 기치를 세웠다. 자연스레 대기업집단 위주의 감시 수준이 높아졌다. 지난 9월 공정위 기업집단국의 부활은 김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감시 눈 피해 
부의 대이동

기업집단국은 과거 조사국으로 불리며 ‘대기업 저승사자’로 통했다. 주요 그룹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자 상위 주요 기업들은 승계 작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편법승계로 뒷말이 나왔던 기업은 최대한 공정위 눈에 띄지 않게 움츠린 모습이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상대적으로 승계작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그룹내 등기이사로 자녀 이름을 올려놓기도 하고 지분확보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위장계열사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조그룹은 편법 승계 논란으로 뒷말이 나왔지만 뚝심있게(?) 승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조그룹은 1971년 설립돼 현재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3조원 규모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현재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사조산업은 연 매출 7000억원 규모로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의 지배권을 사조시스템즈란 회사를 통해 넘겼다. 1982년에 설립된 사조시스템즈의 지분은 주 회장의 아들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가 지분율 39.7%로 가장 많은 주식을 쥐고 있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13.7% 수준.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으로 사업을 영위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은 그룹계열사에서 나왔다. 2010∼2016년 사이 내부거래 비중은 최대 91%(최소 56%)에 달할만큼 높았다. 이 기간 매출은 57억원서 31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조시스템즈는 사조산업의 주식을 주 회장으로부터 매입했다.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75만주) 규모였다. 2015년 12월에는 사조산업 지분 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하면서 주 상무에게로 지배력이 넘어갔다.

‘주진우 회장→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서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기타 계열사들’의 구조가 완성됐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룹의 지배권을 편법으로 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주 상무가 주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75만주(480억원 추정)를 증여받았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업계서 추정하는 과세 금액은 240억원 수준이다. 사조그룹 측은 현재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사조그룹은 김 공정위원장 체제서도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주 상무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습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사조해표, 사조씨푸드는 올 상반기 전년동기(24억3800만원)보다 37% 늘었다. 


노루페인트로 유명한 노루그룹도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승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재벌개혁 나서는 ‘재계 저승사자’
대기업에 초점 맞춰지자 슬금슬금

주인공은 창업주 고 한정대 회장 손자이자 한영재 노루홀딩스 회장의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상무보다. 촛불집회가 한창인 지난해 11월 노루홀딩스는 노루로지넷 지분 51%를 76억9000만원에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 상무보의 주식 49%와 한 회장의 주식 2%를 매입한 것으로 한 상무보는 해당 거래서 74억원을 가져갔다. 한 상무보는 이를 통해 홀딩스 주식 41만주를 61억원에 매입했다. 단숨에 3.04% 지분을 사들이면서 회사의 장악력을 높였다.

여기까지는 경영승계를 위한 평범한 절차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노루로지넷이 계열사의 내부거래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노루로지넷은 지난해 들어 3분기 말까지 그룹 주력 회사인 노루페인트서 일감을 받아 1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동차 도료회사 노루오토코팅서 34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노루로지넷의 매출액이 329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인회사에 50%가 넘는 일감이 내부거래로 들어온 것이다.

경영자로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빠르게 주요 회사의 임원에 오른 점도 눈길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한 상무보는 1988년 생으로 미국 센턴너리대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15년 사업전략부문장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그의 나이 28세였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30세 나이에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경창산업 역시 우회 승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2일 경창산업은 자사주 180만주를 매각했다. 대경A/S와 위드텍이 각각 90만주를 가져갔다. 이로써 대경A/S가 지분 7.23%를 보유하며 손일호 대표(18.37%)에 이어 2대주주가 됐으며, 위드텍(5.13%)이 뒤를 이었다.

대경A/S의 지분 상황을 보면 손 대표의 아들인 태훈씨가 지분율 47%로 최대주주다. 따라서 태훈씨가 대경A/S의 지분 매입으로 경창산업의 지배력을 높이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허걱’

대경A/S의 지분 매입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경창산업은 억울하다는 입장. 경창산업에 따르면 주식 매매 과정서 손 대표의 자녀들은 부과된 증여세를 납부했고 내부거래 역시 없기 때문이다. 


다만 대경A/S의 등기이사에 가족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태훈씨의 승계작업을 도운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현대중공업도 경영승계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지난 8월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은 전날 현대중공업 잔여주식 17만9267주를 시간 외 매매로 모두 처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사업분할과 지주사 전환 및 유상증자, 현물출자 등을 통해 진행한 지배구조 재편을 마무리하는 모습이다.

비슷한 시기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유상증자를 통해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는 공정거래법상 행위제한 조건서 벗어났다.

당시 주식스왑으로 현대로보틱스의 계열사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율은 각각 27.84%, 27.64%, 24.13%까지 높아졌다. 정 이사장의 지분율도 이를 통해 기존 10.2%서 25.8%로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정 이사장은 이를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였다. 이를 통해 승계작업에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로보틱스로 지주사를 전환함에 따라 자사주 비율만큼 배정받은 신주의 의결권이 주어진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배정받게 되면 의결권이 생기고 이는 경영권 강화로 이어진다. 가령 현대로보틱스가 분할 과정서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을 경우 의결권이 생기게 된다.

정 이사장도 이번 신주발행을 통해 지분을 넘겨 받아 아들인 정기선 전무에게 양도할 경우 경영승계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너도나도 
지배구조 개편

현대중공업 측은 지주사 전환에 대해 “경영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영정상화가 목적”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승계에 시나리오에 대해서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샘표그룹도 올해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일각에선 승계작업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샘표그룹의 지주사인 샘표는 사업회사인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올해 1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샘표가 샘표식품 주주들로부터 샘표식품 주식을 넘겨받고 샘표의 신주를 발행해 샘표주식을 넘겨주는 것이었다. 신주 발행 규모가 기존 발행주식의 25%에 달할만큼 커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신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기 때문이었다. 

당초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봤다. 이 시나리오대로 오너 일가는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했다. 이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됐다. 중요한 점은 이를 통해 승계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샘표 청약에 참여한 사람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진선 사장과 그의 아들 박용학씨 뿐이었다. 박 사장의 샘표 지분율은 16.46%서 33.67%로 올라갔고, 용학씨는 4%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박 사장의 1인 체제가 공고해졌고 용학씨의 승계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리온도 승계작업의 움직임이 엿보이고 있는 가운데 샘표그룹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6월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다. 지주사 오리온홀딩스가 사업회사 오리온을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해당 회사의 주식의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오리온홀딩스가 가지고 있는 오리온 주식은 12.08%다.
 

오리온홀딩스는 샘표그룹의 방식과 마찬가지로 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유상증자 현물출자를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오리온홀딩스 기명식 보통주 1주당 발행가액은 2만 2931원으로 결정됐다. 

‘더 늦기 전에’ 속도 내는 작업
금수저 자녀·친척 대거 등장

오리온 1주와의 오리온홀딩스 교환비율은 4.2093236다. 매수예정수량은 1000만주다. 신주발행 규모가 전체의 25.30%에 달하는 만큼 청약 내용에 따라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시장에선 오너 일가가 신주 청약에 대거 참여해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담철곤 회장의 자녀인 경선, 서원씨 가운데 승계 후계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배 구조 재편을 통한 승계 작업과 별개로 이른바 나이 어린 오너 일가의 일원이 경영에 참여면서 경영 자격에 의심 어린 시선이 어른거리기도 했다.

30대의 승계 후계자들이 대거 경영 전반에 참여한 것. 일부 기업에선 낙하산 뒷말이 나오기도 해 경영성과로 극복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BGF의 경우 지주사 전환에 따라 인사를 진행하며 임원인사를 지난달 단행했다. 이에 따라 홍정국 전무가 신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나이다. 1982년생인 홍 전무는 만 35세다. 홍 전무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서 일하다 미국 와튼스쿨 MBA과정을 마치고 2013년 BGF리테일에 입사했다. 
 

이후 2015년 1월 상무(경영혁신실장) 자리서 같은해 12월 전무(전략기획본부장)로 승진했다. 사측은 “지난 7월 편의점 CU를 이란에 진출시키며 업계 최초로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비교적 빠른 승진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텍그룹 역시 승계 후계자로 지목받는 강신욱 미래전략실 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강 이사는 1985년 생으로 33세다. 오텍그룹 강성의 회장의 자녀인 강 이사는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캠퍼스를 나왔다. 

이후 미국 공조시스템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UTC) 아시아본부서 근무한 뒤 오텍그룹에 입사했다.

요직에 낙하산
지분 야금야금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기준이 바뀌기 전에 서둘러 지주사 전환을 하는 중견 기업이 많았다”며 “꼼수 승계에 대한 말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재편에 서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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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