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바른정당 빅딜설, 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10.30 10:53:02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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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씩 주고받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바른정당 통합파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집단 탈당하는 그림이 다음달 초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는 바른정당 전당대회가 있는 11월13일 전.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면 탈당의 명분이 약해지기에 통합파는 전대가 실시되기 전, 탈당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정계개편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바른정당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11월)13일 전에 결판이 나야하지 않겠어요?” ‘한국당과 언제 통합하느냐’는 질문에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실 관계자는 이같이 답했다. 어떤 결판인지 콕 찍어 말하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통합파 내에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였다. 아니나 다를까 국정감사 기간임에도 한국당-바른정당 통합론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라질 당→
통합 파트너

당초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바른정당을 ‘곧 사라질’ 당으로 규정했다. 당 대표 취임 후 ‘지류(바른정당) 소멸론’을 내세웠다. “첩이 아무리 본처라 우겨도 첩은 첩일 뿐”이라는 자극적인 말로 바른정당과의 대등한 통합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던 홍 대표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취임 100일을 맞아 “바른정당 전당대회(이하 전대) 전에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급선회했다.

“연휴기간 동안 바른정당뿐 아니라 늘푸른한국당까지 전부 포함하는 보수대통합을 하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많았다”는 게 그 이유다. “바른정당이 전대를 하게 되면 고착화가 된다”며 “사무총장은 고착화되기 전, 즉 전대 전에 보수대통합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시작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과의 물밑 교감을 통해 도출된 결과로 보인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당대 당 통합을 언급한 것은 통합파에 탈당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성격이 강하다.

통합파는 그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바른정당 탈당을 주저해왔다. 통합파 수장인 김무성 고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당되면 어느 정도 명분이 생긴다”고 주장했지만 박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는 탈당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던 중 홍 대표가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꿔 동등한 입장에서의 통합인 당대 당 통합을 약속한 것이다.

양당 의원들은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했다. 통추위 대변인 역할을 맡으며 대표적 통합파로 분류되는 황영철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저희(바른정당 통합파)가 한국당에 혁신의 결과물들을 내놓기를 요구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일정한 시그널이 오면 통합 분위기는 더 무르익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가 떠도는
수상한 소문

홍 대표의 갑작스런 입장 전환을 두고 일각에선 ‘한국당 비박(비 박근혜)계’-‘바른정당 통합파’ 빅딜설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당 측이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 약속의 연장선으로 한국당이 정권을 탈환에 성공할 경우 바른정당서 넘어온 사람을 ‘총리’로 앉힐 것이란 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지난달 한국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 바른정당 A 의원에게 총리직을 주겠다는 식으로 ‘딜’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딜’은 바로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약속했다는 설이다.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올 연말로 예정돼있다. 바른정당 인사들이 대거 한국당으로 돌아오면 비박계 몸집이 커지기 때문에 원내대표직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계와 한판 승부가 가능하다. 

당 지도부 절반 이상이 친홍(친 홍준표)계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바른정당 출신 원내대표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같은 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내 1당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121명)과 한국당(107명)의 의석차는 단 14석. 만약 바른정당서 15명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면 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된다.

디데이 초읽기, 탈당은 시간문제
외골수 ‘홍’, 갑자기 입장 바꿔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현재 바른정당 통합파 중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데 적극적인 사람은 10명 이내인 것으로 전해진다. 즉 원내 1당 자리에 변화를 줄 15명에 못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바른정당 통합파 중 단 1명이라도 탈당하면 바른정당은 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게 된다. 도미노 탈당으로 이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5명이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그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24일 <뉴시스>가 바른정당 소속 20명 의원들을 상대로 ‘향후 바른정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 중심의 전수조사를 펼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이 청산된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한 의원이 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합보다는 전당대회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까지 자강론으로 가야 한다’는 답변과 ‘무응답 및 기타의견’은 각각 5명에 그쳤다. ‘국민의당과 중도 통합이 필요하다’는 답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당초 10명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던 자강파는 5명에 그친 것이다. ‘무응답 및 기타 의견’을 밝힌 5명의 의원들이 향후 자강론을 펼칠 수 있지만, 현재 한국당과의 통합이 바른정당의 주류 의견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당장”
발등에 불

한국당이 원내 1당 자리를 되찾게 되면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켜진다. 당장 한국당이 후반기 국회의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운영위원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인 상황서 국회의장마저 한국당 몫이 되면 사실상 의회권력이 교체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이 약화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체급을 키운 한국당이 문재인정부를 향한 총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민주당 입장에선 부담이다. 
 

단적인 예로 한국당과 바른정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 연구모임 ‘열린 토론, 미래’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으며 최근에는 경제·안보 분야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최근 ‘북핵 미사일 위협과 우리의 대응방안’을 주제로 한 정례 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정부의 갈팡질팡 안보 정책이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북핵과 미사일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시점에 포퓰리즘으로 나랏돈을 퍼주면서 국방 예산을 홀대하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겁박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태세가 미덥지 못하고, 갈팡질팡·우왕좌왕하며 일관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보수 야권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만큼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비록 다음 대선이 4년 넘게 남았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초부터 ‘절차탁마’의 시간을 가졌던 당시 민주당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음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 첫 발걸음이 한국당-바른정당 통합이다.

바른정당 통합파는 전대 전 탈당 가능성을 꾸준히 환기해왔다.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출당을 나서면서 통합파의 탈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앞서 통합파는 전제조건으로 친박 인사들의 청산을 거론해왔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이들 세 사람의 출당을 의결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통합파의 요구에 화답한 것이다.

남은 과제는 통합의 형태다. 가장 힘을 받았던 형태는 당대 당 통합, 즉 합당이었다. 양당 지도부 간 논의를 벌여 두 당이 전면 통합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향후 있을 지방선거와 총선서 기존 한국당 의원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길 원하는 통합파 입장서도 합당이 가장 이상적인 통합 형태였다. 

이에 통합파 중 일부는 자강파 설득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기류는 의도치 않은 곳에서 바뀌었다. 친박 청산이 서청원 의원의 ‘성완종 리스트’ 폭로로 제동이 걸렸다. 이에 바른정당 탈당파가 하루라도 빨리 한국당에 합류해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한국당 내에서 형성됐다.

빠르게 힘을 합칠 수 있는 탈당 후 통합, 즉 부분 통합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와 한국당 내 비박계는 서 의원의 폭로로 친박과의 세(勢) 대결서 밀리는 양상이다.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제명안을 의원총회서 통과시키기 위해 단 한 명의 표도 아쉬운 상황이다. 국정감사 기간 중이라도 바른정당 통합파 일부가 탈당해 한국당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홍계 인사들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에게 하루 속히 복당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탈당파들이) 좀 빨리 오기를 바라는 뜻에서 데드라인을 두고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전체가 오기는 어려우니 부분 통합이라도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 오시는 분들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합 반대 세력인 한국당 친박계와 바른정당 자강파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친박계는 바른정당 인사들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복귀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한 사람들의 정당(바른정당)”이라며 “정권을 뺏기게 한 사람이 영웅이 돼 돌아오는 정치문화는 없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당 출신 원내대표 가능성↑
민주당 속앓이 “1당 만은…”

바른정당 의원들은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을 나왔으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친박이 세를 모아 집단 반발할 경우 부분 통합 역시 제 속도를 못 낼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 자강파는 한국당의 내분으로 탈당 명분이 약해졌다고 자평한다. 자강파의 대표격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국민이 보기에 홍 대표나 서 의원은 둘 다 썩은 보수”라며 “탈당 명분이 확 약해지면서 탈당 규모는 최대 5명으로,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통추위 활동이 통합의 어려운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3선 의원들이 추석 직전 회동을 갖고 구성한 통추위는 지난 25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가지려 했었다. 이 회동에서는 조기 탈당 등의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동은 국정감사 이후로 연기됐다.
 

대외적으로는 국감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유였다. 통추위 대변인 황 의원은 국회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파인 저(황영철)와 김영우 최고위원, 김용태, 이종구, 주호영 의원과 만나 논의했다”며 “국감 기간 중에는 국감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고, 큰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국감 기간 동안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친박계의 거센 저항으로 통합 논의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통합에 적극적인 양 당의 수장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번 주 통합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4박5일간의 미국 일정 후 홍 대표는 지난 27일, 해외 국감을 마친 김 고문은 하루 늦은 28일, 각각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국감은 뒷전
이슈는 통합

통추위 황 의원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의에선 보수대통합의 큰 물줄기를 되돌릴 수 없다. 끝까지 보수대통합을 통한 보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홍 대표가 27일쯤 미국에 갔다가 귀국하고, 김 고문도 해외출장서 27일께 돌아오는데 두 분이 돌아오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예고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매년 반복되는 국감 무용론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각 상임위서 여야 의원들이 막말, 고성, 파행이 되풀이 됐다. 이에 국감 무용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국감은 9년 만에 여야가 공수를 바꿔 각각 ‘적폐청산’과 ‘무능심판’ 등의 프레임 전쟁을 펼쳤다. 

최근 국회 산자위 강원랜드 국감에선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이 함승희 사장 답변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에 함 사장은 “지금 반발하는 것이냐?”고 발끈했고 정 의원은 “내가 왜 반말을 못하냐?”고 소리쳐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헌법재판소 국감에선 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방침을 밝히자 여야 의원들이 충돌, 국감이 파행됐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인준을 못 받은 김 대행에게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하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보복”이라며 맞섰다.

교문위 역시 보수정권 국정교과서 여론조작 의혹 문제를 둘러싸고 낯 뜨거운 고성이 오갔다. 농해수위 국감서도 ‘세월호 질의’를 놓고 여야가 기 싸움을 벌이다가 파행됐다.

매년 반복되는 모습에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감은 피감기관에 대한 견제와 감시 대안제시가 목적인데 매년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감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짧은 시간 수많은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일 년에 한 번 여는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국감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큰 힘을 받고 있다. 

상시국감은 국회가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별로 자율적으로 연중 시기와 기간을 정해 감사를 상시적으로 진행토록 하는 것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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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