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vs 금감원’ 아귀다툼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0.23 10:50:03
  • 호수 1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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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오더 두고 알력 실세들 파워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서로에게 날이 섰다. 그동안 이들 두 기관은 사이가 유독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감정’이 실렸다는 뒷말이 많다. 이를 두고 ‘금감원 청첩장 사건’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물증 없는 피상적인 해석일 뿐.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은 전 정권서 암투를 벌이다 서로가 내상을 입은 게 악연의 시작이다.
 

감사원이 금감원을 제대로 털었다. 지난달 20일 금감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인사비리에 내부자 주식거래 등 각종 비위가 드러나면서 금감원은 그야말로 적폐가 됐다. 내부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 위기라는 반응이다. 감사원의 지적에 수긍하는 목소리도 많다. 

보복성 의심
진짜 이유는?

하지만 일부에선 감사원이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감사 때 비리 명단에 오른 직원 40여명에 대한 검찰 수사 의뢰, 면직, 정직 등을 요구한 것이 ‘너무 심하다’는 것.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 배경에 ‘청첩장 사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린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알림’이란 제목으로 금감원 팩스로 보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감사원은 ‘갑질 논란’으로 곤욕을 치뤘다. 

결국 해당 여성 감사관은 감사원을 그만뒀다. 이 사건으로 독이 오른 감사원이 고강도 감사를 벌였고 감정 섞인 감사결과를 내놨다는 게 금감원과 언론의 시각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피상적인 해석이라는 게 금융권과 정관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기관이 원수가 된 건 전 정권서부터다. 

사건의 발단은 ‘KB금융 사태’가 불거진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 행장 간 다툼이 있었다. 또 정보유출사태와 부실대출 등의 여러 문제로 KB금융은 금감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 조사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KB금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KB금융 회장 교체를 원했다”며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를 통해 임 전 회장을 찍어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두 기관은 사실상 한몸이었다”고 말했다. 

‘청첩장 사건’ 때문에 틀어졌다?
2014년 KB사태 당시 악연 시작    

이때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리기를 주도한 게 ‘최경환 라인’인 조원동 전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 전 회장과 조 전 수석은 재경부 시절부터 악연이 있다. 
 

임 전 회장은 경기고-서울대 상대(KS)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경부 차관보를 맡은 지 4개월 만에 KS 대표주자였던 조 전 수석에 자리를 내준 적이 있다.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한 조사 후 6월9일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 유권해석을 근거로 임 전 회장을 ‘중징계한다’고 통보했다. 그런데 같은 날 감사원이 금감원에 임 전 회장의 주요 중징계사유인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문제 삼으며 징계 유보를 요구한 것.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감사원은 두 달 전인 3월12일부터 4월11일까지 카드사 정보유출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후에도 2개월 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임 전 회장에 대한 징계통보 직전 징계 절차에 제동을 건 것. 

당시 정치권과 금융권에선 임 전 회장이 감사원에 구명 로비를 벌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실제로 임 전 회장과 김영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절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건의 전말을 내밀하게 알고 있는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임 전 회장은 오래전부터 호형호제했던 사이”라며 “김 전 사무총장 주변 사람들이 임 전 회장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감사원 사무총장 
금융위 부위원장

여기서 드는 의문도 있다. 과연 김 전 사무총장이 임 전 회장과 친분을 이유로 청와대 뜻을 거스르며 금감원과 금융위의 징계에 브레이크를 걸 만한 힘이 있었느냐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사무총장은 감사원 내부서 실세였으며 친박 핵심인사를 뒷배로 두고 있었다.

김 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친박 핵심인 ‘이정현 라인’으로 평가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뿐만 아니라 PK 의원들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다고 한다. 

앞서 국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과 이정현 의원의 인연은 18대 국회서부터 시작됐다”며 “이 전 의원이 김 전 사무총장 능력을 높게 샀다. 사무총장에 앉힌 것도 사실상 이 의원이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개입으로 임 전 회장은 한시름 놓았다. 중징계가 확정됐다면 그는 퇴진 압박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하명을 받은 금감원과 금융위도 가만있지 않았다. 금융위는 징계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징계를 주도한 사람이 정 전 부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부위원장은 전 정권에서 ‘금융계 황태자’로 통한 대표적인 최경환 라인이었다. 그 역시 친박계 핵심 인사와 청와대 실세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정 전 부위원장의 인사 개입 흔적도 나왔다.

감사 두고 “감정 실렸다” 뒷말
전정권서 암투 벌이다 서로 내상


2012년 말 이건호 국민은행장 인선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이광구 우리은행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의 인선에 정 전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금융권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때 김 전 사무총장과 정 전 부위원장이 임 전 회장 징계 여부를 놓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소식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까지 들어갔다. 그 해 7월 중순 감사원과 금융위, 금감원 관계자들 8∼10명이 이와 관련해 민정수석실서 경위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융위 제재심의위원회는 세 차례나 징계 수위를 번복한 끝에 9월16일 임 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임 전 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은 “자진사퇴는 없으며 진실 규명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정면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가 사퇴할 생각이 없자 금감원은 임 전 회장을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서 업체 선정에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검찰에 고발했다. 
 

감사원은 또 다시 응수했다. 같은 달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 직원 5∼6명이 금감원에 나와 KB검사 및 제재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때 금감원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뭔데 우리를 줄 세우느냐’라는 불만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감사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 전 회장은 이날 새벽 이사회서 해임됐다.  


이 싸움으로 감사원과 금감원은 내상을 입었다. 먼저 감사원은 김 전 사무총장이 이 사건 이후 사정기관의 첩보에 시달려 정치권 눈치를 많이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정 전 부위원장과 틀어진 이후 그쪽에서 김 전 사무총장과 관련 첩보를 사정기관에 많이 흘린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그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고 말했다. 

KB 회장 놓고
감정 더욱 악화

금감원은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먼저 감사원 감사로 임 전 회장 징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임 전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결국 금감원이 임 전 회장 찍어내려고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감사원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금감원은 자기들 선에서 임 전 회장을 끌어내릴 계획이었지만 감사원의 개입으로 실패했다”며 “청와대의 하명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검찰 고발까지 하면서 임 전 회장을 찍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과 정관계에서는 이런 감정의 골이 깊어져 드러난 게 이번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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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