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후일담’

불심으로 단결? 비방으로 얼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2일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35대 총무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신임 총무원장은 임기 4년 동안 조계종의 살림을 책임진다. 간선제로 진행되는 총무원장 선거 특성상 투표와 개표는 3시간도 안 돼 마무리 됐지만 선거 운동은 난타전을 방불케 했다. 4년마다 드러나는 총무원장 선거의 민낯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에 설정 스님이 선출됐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진행된 선거서 설정 스님은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234명의 지지를 얻었다. 과반(160표)이 훨씬 넘는 표를 얻은 설정 스님은 82표에 그친 수불 스님을 수월하게 눌렀다. 투표 전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의 ‘양강 구도’라는 예측이 무색할 정도로 싱거운 대결이었다.

간선제 선거

조계종의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는 오는 18일 당선인의 총무원장 인준 여부를 논의한다. 여기서 이견이 나오지 않으면 설정 스님은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퇴임하는 오는 30일 지휘권을 넘겨받아 신임 총무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한다.

설정 스님은 당선 결과 확인 후 조계사 대웅전서 고불식을 치른 뒤 총무원 청사 로비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서 “지금은 교단 안팎으로 매우 위중한 시기다. 종단에도 불교개혁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며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의 뜻을 거울삼아 신심과 원력을 다해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조계종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원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국 3100여개 사찰 주지 임명권을 갖는 것은 물론 스님 1만3000여명의 인사권과 연간 530억원이 넘는 예산 집행권, 종단 소속 사찰 재산 감독 및 처분 승인권 등이 모두 총무원장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4년마다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는 네거티브로 얼룩지는 일이 잦았다. 이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설정스님, 수불스님에 압승
당선됐지만 각종 의혹 넘쳐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는 설정 스님과 수불 스님, 전 포교원장 혜총 스님, 전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 등 4명의 후보가 등록했지만 원학 스님이 7일, 혜총 스님은 11일 사퇴했다. 선거는 초반부터 집행부의 지지를 받는 설정 스님과 기존 정치지형을 뒤엎으려는 수불 스님 간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 과정서 상대를 향한 비방전이 극에 달했다. 선거 운동 기간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6일에 불과했지만 선거 후유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렬한 공방이었다. 먼저 당선인 설정 스님의 경우 학력위조·은닉 재산·은처자 문제가 불거졌다. 설정 스님의 학력위조 논란은 총무원장 선거 출마 전부터 따라다녔다.

설정 스님은 저서나 인터뷰 등에서 서울대 농과대학 원예학과를 졸업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설정 스님의 학력이 사실이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의혹을 인정한 상태다. 

서울대 원예학과가 아니라 서울대부설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했던 것. 설정 스님은 주변 사람들이 말을 옮기는 과정서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당시 설정 스님은 학력위조 의혹을 시인하면서도 총무원장 선거 출마를 강행해 종단 안팎서 큰 비판을 받았다.

설정 스님의 사유 재산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불교닷컴>과 시민단체인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설정 스님의 재산 문제를 제기했다. 핵심은 스님의 속가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설립한 한국고건축박물관이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100억원대 한국고건축박물관 부지와 건물을 설정 스님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한 이 박물관이 설정 스님의 사유 재산인지, 수덕사의 공적 재산인지를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설정 스님 측은 “가족들이 자금난을 해결하려고 한서대나 기독교 재단에 넘기려던 것을 막는 대신 수덕사로 이전하려고 우선 개인 명의로 가등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적폐청산 시민연대 측은 “바로 수덕사로 가등기하지 왜 개인 명의로 했느냐”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은처자 문제 역시 설정 스님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4년 선거마다 적폐 폭발
후유증이…직선제 요구↑

한 매체는 설정 스님이 전모씨가 친자확인 및 양육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 전씨를 속가 가족의 호적에 올린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설정 스님 측은 “선거 기간이 짧아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공작행위”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해당 매체가 공개한 사건번호를 확인한 결과 실제 설정 스님과 전모씨 간에 과거 친자확인 소송이 있던 것으로 드러나 진실 공방은 미궁에 빠져 들었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설정 스님을 둘러싼 3가지 의혹을 들어 ‘후보 사퇴’를 촉구해왔다. 설정 스님은 12일 당선 직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은처자와 재산 문제와 관련한)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며 “그것이 소명되지 않고서는 종단의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수불 스님도 논란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수불 스님 측 주요 인사가 호남과 경북지역서 선거인단에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설정 스님 측은 수불 스님 측의 금권선거 의혹에 대한 전모를 반드시 밝혀 일벌백계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 수불 스님 측은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해 ‘음해성’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은 수불 스님이 총무원장 선거 후보 등록에 앞서 교구 본사 국장 등에게 대중공양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돌려 선거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당시 중앙종회의원들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수불 스님 역시 선거 출마를 강행해 논란을 빚었다.


선거인단을 구성, 간선제로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는 매번 숱한 의혹 제기와 고발전으로 얼룩졌다. 총무원장 선거를 직선제로 하자는 요구는 끊임없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관철되지 못한 상황이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조계사 앞에 집결해 ‘시민과 함께하는 조계종 적폐청산과 종단개혁 범불자결집대회’를 열었다.

각종 의혹 제기

이날 대회서 참석자들은 총무원장 직선제 실시, 사찰 재정 투명화와 재가불자가 전담하는 재정관리체계 수립 등을 요구했다.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범불자결집대회를 기점으로 전국의 불교도가 일심으로 결집해 반드시 승가 본연의 청정한 가풍을 일으켜 종단의 온갖 적폐를 청산할 것”이라며 “절과 이 땅을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과 보살의 향기로 물결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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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