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조기 등판론 전모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52:08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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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와도…공중분해 뇌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은 바른정당의 ‘구원자’가 될 것인가. 이혜훈 전 대표가 금품수수 의혹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표직을 자진사퇴 하면서 당을 대표하는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출마하기 앞서 당을 위기에서 먼저 구해달라는 목소리다. <일요시사>는 당내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 의원을 둘러싼 조기 등판론과 이후 펼쳐질 상황을 짚어봤다.
 

강 대 강의 대결이다. 자강론과 보수통합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태는 이혜훈 전 대표의 자진사퇴로 촉발됐다. 갖은 의혹에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스스로 자리서 물러났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의 부덕함을 꾸짖어주시되 저희 바른정당은 개혁보수의 길을 굳건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이 전 대표가 물러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야권 통합론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이혜훈 사퇴로
힘 받는 통합

이 전 대표는 대표적인 자강론자다. 정치권서 한국당과의 통합론이 불거질 때마다 그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손사래 쳤다. 

지난달 24일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기 전 이 전 대표는 부산 중구 한 식당서 열린 부산지역 여성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해 “어떤 분들은 통합(이) 어쩌고 얘기하는데, 귓등으로도 듣지 마라”며 “우리보다 5배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국당)이 우리(바른정당)와 지지율이 같은데 우리가 주인이 되지, 그쪽이 뭔가 되겠나”고 말했다.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대결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두주 새 급변했다. 이 전 대표가 여성 사업가 A씨로부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현금과 명품가방 등 6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다. 통합론에 대해 철통수비를 펼치던 이 전 대표의 목소리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73일 만에 당 대표직서 내려왔다. 자강론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 때문에 ‘트로이 목마설’이 불거졌다. 금품수수 의혹의 출처가 당 내부 아니냐는 것이다. 자강파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대략적인 윤곽이 잡히겠지만 지금 의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이 전 대표의 사퇴가) 누구에게 가장 득이 됐는지를 따져보면 어느 쪽에서 정보를 흘렸을지 짐작이 갈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밝혔다.

힘 빠진 자강
그림대로 착착?

한국당 의원들은 통합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100%는 아니지만 80%는 함께 갈 것으로 본다”며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이 (전) 대표가 물러났으니 통합 논의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학용 의원도 “난리통에는 부모형제도 헤어진다고 하는데 이제 대선이 끝난 지 꽤 됐으니 만큼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힘을 합쳐 미래 수권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장을 잃은 자강파는 유승민 의원의 조기 등판을 촉구했다. 지난 6일 바른정당 중앙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 “유 의원 전면 진출을 강력히 건의한다” “당원들에게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아주기 바란다” 등의 성토가 터져 나왔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앞서서 홍준표·안철수 전 대선후보를 대표로 선출하며 ‘물꼬’를 터줬기에 대선 패배 책임론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강파는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유 의원은 정확한 입장을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지만 (비대위원장) 생각은 있는 것 같다”며 “김용태, 김세연, 하태경 의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이 확 바뀌었고 제대로 된 보수를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이 몸부림치고 있구나 하는 국민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지도부 18명은 지난 10일 최고위원 만찬을 열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지 3일 만이다. 이 자리서 위원들은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과 김무성 고문 등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자리했다.

김 고문은 직접 챙겨온 술을 참석자들에게 따라줬을 뿐 아니라 “바른정당, 영원히 함께!”라는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특히 김 고문과 유 의원은 만찬 도중 의원들이 보는 앞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강파’ ‘통합파’의 수장이 연출한 장면이라 정치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었다.

기획된 음모? ‘트로이 목마설’ 확산
위기의 자강파 ‘유승민 카드’ 꺼내

‘유승민 비대위’ 체제는 곧 성사될 것으로 해석됐다. 만찬회동 직전 유 의원은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여기서 퇴보하면 우리는 죽는다”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 등 자강론을 강조한 글을 올렸었다.

지난 8일 인천 남동구 한 호프집서 있었던 강연 자리서도 “지금 어렵다고 처음 추구했던 길을 포기하고 한국당에 기어들어 갈 수 없다”라며 “흡수통합은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만찬 현장 의견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통합파 수장인 김 고문이 “꼭 비대위로 갈 필요가 있느냐.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겸하는 권한대행 체제로 가도 되지 않느냐”고 말한 것이다. 

만찬이 끝난 뒤 유 의원은 기자들에게 “(내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데 대해) 찬성한 분도 있고 반대한 분도 있다”며 “결론이 나지 않았고 당내서 많이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서도 공회전이 이어졌다. 양상은 지난번 연석회의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외위원장들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가 최선이라며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5∼6명 정도로 추산되는 통합파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주장에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내년 6·13 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에 승리하기 위해선 통합만이 길이라는 주장이다.

통합파의 버티기에 당초 성사 직전처럼 보였던 비대위 전환에서 전당대회 개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자강파’와 ‘통합파’ 간 세 대결로 우열을 가릴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비대위→전대
“자웅 겨루자”

비대위 전환은 당내 합의로 이뤄진다. 합의가 성사되지 않으면 당헌·당규에 따라 전대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바른정당의 당헌을 보면 ‘당대표 궐위 시 30일 안에 전대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최고위 의결을 거쳐 선출 시기를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자강파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자강론이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대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입지는 물론 대선주자인 유 의원이 여론조사서 유리해 유 의원이 당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 자신도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이 경우 전대를 치르게 돼있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를 통합파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일각에선 통합파가 비대위원장 전환, 조기 전대 등 두 가지 방식 모두 반대하며 ‘유승민 불가론’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수다.

통합파가 내세우는 ‘권한대행 유지론’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전대를 치르기 위해서는 돈이 든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인 ‘조용한 전대’로 비용절감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수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신생 정당이자 군소 정당인 바른정당 입장에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게다가 6·13 지방선거를 대비해 재정을 아낄 필요가 있다. 지난 대선 때도 바른정당은 선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자전거·스쿠터 유세를 펼친 바 있다.

둘째는 사당화다. 최근 당 일각에선 ‘유승민 사당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다. 앞서 김 고문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만찬서 “우리가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등판론이 대세인 원외위원장 중에서도 김 고문과 마찬가지로 사당화를 우려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유 의원은 지난 11일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며 응수했다.

비대위·전대 반대 통합파 속내는?
으르렁대는 ‘K-Y’ 그동안 연기였나

셋째는 유 의원의 리더십이다. 자강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저명한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통합파는 유 의원의 리더십으로는 현재 위기인 바른정당을 구해낼 수 없다고 맞받아친다.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사람을 끌어안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생각이 확고해 주변 말을 귀담아 듣는 스타일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바른정당에 속했으나 한국당으로 돌아간 장제원 의원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 자리서 유 의원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단일화를 거부하면서 이후 많은 지방의원이 탈당했다. 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당의 존립 문제가 되기에 유 의원은 바른정당의 미래에 대해 책임 있는 말을 해줘야 하는데 소통이 안 되고 일방적으로 (당을) 흔들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유 의원이 우리와 함께 할 사람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들었다.”

두 세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서 극단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한국당으로 복당했던 것처럼 통합파가 집단 탈당해 제2의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당시 복당했던 13명의 의원도 친김무성계였고 현재 통합파도 대다수가 친김무성계로 분류된다.

“유승민은 안돼”
제2의 분당 위기

당시 13명의 복당이 김 고문의 지시로 성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복당파는 “김 고문이 복당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거나 김 고문에게 허락을 맡은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의혹의 눈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김 고문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만든 ‘열린 토론, 미래’ 모임이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첫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이 “토론모임이 정책연대로 시작해 양당 통합의 기초로 가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김 고문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세미나가 열리는 등 통합의 시그널은 현재진행중이다. 

두 정당의 중진은 세미나가 끝날 때마다 한 목소리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김무성·유승민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섰다. 어떤 이가 당을 이끄느냐에 따라 자강론을 고수할지, 아니면 통합이 속도를 낼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김 고문은 “직접 나설 생각이 없다” “뒤에서 돕는 것이 더 낫다” 등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지만 통합파가 당권을 잡으면 덩달아 그의 역할도 커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유 의원은 “총의에 따르겠다”며 자신을 둘러싼 역할론을 사실상 수용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 

한때 ‘K-Y 라인’으로 불리며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두 거물이 이젠 당권을 두고 일대 혈전을 앞두고 있다.


<기사 속 기사> 행보 재개한 김무성
“문부터 때린다”

바른정당 김무성 고문은 19대 대선 패배 후 정치 일선서 물러나 있었다.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 뿐 정치적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1일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정치분야 질의자로 나서는 등 기지개를 켰다. 

김 고문은 한미동맹의 균열을 우려하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핵무장이 완료되면 미국과 북한은 대한민국을 제쳐두고 협상장에 마주앉을 것”이라며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폐기를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북핵 위협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냐 제재냐의 모호성을 버리고 유일한 동맹은 미국이고 북핵 위기의 모든 대응을 미국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무지와 전략 부재로 국제정치·외교 무대서 한국의 존재감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19대 대선 패배 후 잠행
언론 모습 비추며 기지개

김 고문이 대정부질문에 나선 것은 노무현대통령 시절 이후 14년 만이다. 그는 직접 “그간 사무총장, 원내대표, 대표 등 당직을 맡아와 기회가 없었다”며 14년 만에 연단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통상 각 정당 주요 당직자는 대정부질문 라인업서 배제되는 게 관례다.

김 고문은 다양한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문을 연 ‘열린토론, 미래’는 김 고문의 싱크탱크이자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모임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저임금 근로자 표만 의식해 (정부가) 불도저 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우리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굉장히 많이 미친다”며 “자세하게 우리가 스터디(공부)해 국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얘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모임에 대해 정치권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을 논의할 접점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으며 김무성·정진석 의원 등 당사자들도 이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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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