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청소년 잔혹 범죄 백태

부모 죽이고 친구들 성매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0대들의 범죄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그 잔혹한 범죄 행태에 전 국민은 경악에 빠졌다.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기준 소년법 폐지 청원에 20만명 넘게 참여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한 국민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이고 있다.
 

피해 여중생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피해 여중생은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인근 골목길서 가해자들에게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00여 차례나 두들겨 맞았다.

부산, 강릉…
잇단 폭력 사태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청소년 보호법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야 합니다’는 청원에 23만3200명이 참여했다(7일 오전 9시30분 기준). 강원 강릉과 충남 아산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강릉과 아산서 일어난 사건은 각각 7월과 5월에 있었던 일로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 피해 여중생은 강릉 경포 해변과 가해 여고생 중 한 명의 자취방을 옮겨 다니며 얻어맞았다. 가해 여고생들은 폭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에는 피해 여중생을 구타하면서 금품을 빼앗거나 머리나 몸에 침을 뱉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산서 일어난 집단 폭행 사건은 피해 학생 가족에 의해 드러났다. 

지난 5월14일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 2명이 피해 여중생을 모텔에 감금하고 1시간 넘게 폭행했다. 가해 여학생들은 발길질을 하고 쇠파이프로 마구 때린 것도 모자라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먹게 하거나 담뱃불로 허벅지를 지지기도 했다.

잔혹성이 극에 달한 10대들의 범죄 현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최근 5년간 살인과 강도, 강간·추행, 방화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붙잡힌 10대가 1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4대 강력 범죄로 검거된 10∼18세는 모두 1만5849명으로 집계됐다.

어른 뺨치는…“애들이 더 무섭다”
살인 강간 방화 등 10대 범죄 기승

범죄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10∼14세)의 강력 범죄 역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총 2095명이 강력 범죄를 저질렀다. 전체 10대 강력 범죄의 13%가량을 촉법소년이 일으킨 셈이다. 
 

박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현재의 계도와 보호 목적의 촉법소년 제도가 범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라며 “10대 범죄가 갈수록 수법이 잔인해지고 지능화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죽이고 유기하고’ 살인 = 지난 3월 인천서 일어난 초등생 살인사건은 치밀한 범행 수법과 잔혹한 행위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그보다 더 국민들을 경악케 한 것은 가해자가 미성년자였다는 점이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건의 주범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을 빌리려던 8세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유기했다. 또 공범에게 시신의 일부를 전달하는 엽기적인 행위로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2014년 김해서 발생한 여중생 살인사건은 ‘중학생이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수법이 극악무도했다. 15세 여중생 4명은 20대 남성 3명과 함께 또래 여학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했다. 이후 이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피해 학생을 구타하는 등 학대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강제로 소주를 먹이고 토사물을 핥게 하거나 끓는 물을 붓는 등 끔찍한 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피해 학생은 탈수와 쇼크로 사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해자 일당은 증거 인멸을 위해 시체에 불을 지르고 시멘트를 뿌려 범행을 은폐했다.

2010년 서울 홍은동서 일어난 살인·시체 유기 사건도 경악할 수준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이 자신들을 험담한다는 이유로 사흘간 감금하고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들은 피해 학생이 사망하자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렸다. 

당시 피해 학생이 숨지자 “무게를 줄이자”며 거꾸로 매달아 피가 빠지게 했다는 가해자 일당의 행위가 드러나면서 10대들의 엽기 행각에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09년에는 경기도 성남서 지적장애를 안고 있던 10대 소녀가 살해된 뒤 암매장 당한 사건이 있었다. 소녀의 시신은 이불에 쌓여 인근 야산서 발견됐다. 

경찰은 살해 혐의로 피해 소녀와 동거 중이던 10대 소년·소녀 4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20일 동안 피해 소녀를 감금하고 구타해 살해했다. 가해자 일당은 소녀의 팔다리를 노끈으로 묶어 놓은 뒤 매일 1∼3시간씩 폭행했다.

살해 수법 잔혹
범행 은폐까지

시간이 갈수록 폭력의 수위는 높아졌다. 심지어 가해자 중 한 명은 소녀의 몸에 이물질을 넣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그는 경찰에서 “재미로 해봤다”고 진술했다. 소녀가 죽자 가해자들은 시신을 암매장하고 태연하게 생활을 계속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 죽이고 때리고’ 패륜 = 평소 용돈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던 10대 아들이 장애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때려 죽인 패륜범죄가 발생했다. 지난해 8월 소년은 인천 남동구 원룸주택서 50대 아버지를 밥상 다리와 효자손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아버지는 뇌병변을 앓고 있어 아들의 폭행을 막지 못했다. PC방비 2000원서 비롯된 살인이었다.

지난해 12월 대전 유성구서 반찬 투정을 하다가 홧김에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10대 소년의 일도 있다. 이 소년은 “자신에게 계속 밥을 먹으라는 어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다가 홧김에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2014년 2월 강원도 원주서 잠자고 있는 아버지를 둔기로 내리친 혐의로 10대 소년이 붙잡혔다. 소년은 자신의 집 안방서 자고 있는 아버지의 머리를 망치로 두 차례 내리쳤다. 다행히 아버지는 망치에 빗맞아 목숨을 건졌다. 소년은 평소 아버지가 진로 문제 등으로 잔소리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보다 1년 전에는 오토바이를 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흉기로 찌른 사건도 있었다. 범행을 저지른 아들은 평소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부모에게 졸랐지만 사주지 않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강간에 성매매 강요’ 성범죄 = 지난해 12월 청주의 한 술집서 10대 여학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 일당 중 1명은 범행 장면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교실에서 동급생과 돌려본 혐의도 받았다. 

대학생 1명과 고등학생 2명의 가해자는 올해 6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고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충격도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범행 당시 모두 소년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여중생에게 술을 먹인 뒤 집단으로 성폭행한 10대들의 범행도 충격적이다. 지난해 4월 군산시 소룡동서 일어난 사건은 가해 학생들이 미리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가해자는 피해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자 인근 노래방으로 데려가 “왜 신고했느냐”며 1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술에 취해 잠든 또래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10대 4명이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모텔 인근 공터서 피해 학생의 일행과 술을 마신 뒤 모텔에 투숙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성폭행에 가담한 두 명에게 피해자와 합의한 점, 만 17세의 소년으로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는 점 등에 따라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5년 인천 남구서 미성년자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또 다른 미성년자를 집단 성폭행한 19살 동갑내기 6명이 잡혔다. 이들은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피해 여성을 협박, 인천 남구와 부평구 일대 모텔서 4차례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했다. 

잔소리에 버럭
부모도 죽인다

또 일부 가해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 여학생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까지 받았다.

군산서 발생한 초등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지역 사회뿐 아니라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2010년 6월에 일어난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중학생이었다. 이들은 1년에 걸쳐 모두 7차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다.

200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도 10대들의 잔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범죄 사례다. 밀양 지역 고교생 등으로 이뤄진 가해자 일당은 여중생 자매를 비롯, 그들의 고종사촌까지 집단 성폭행하고 구타하는 등 끔찍한 짓을 1년에 걸쳐 자행했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41명에 달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0명만 소년부로 송치됐고 그 중에서도 5명만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열 받으면 불?’ 방화 = 올해 3월 차량과 건물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경유를 끼얹어 방화를 시도한 10대 3명이 경찰에 잡혔다. 이들은 부산 덕천동에 있는 건물 외벽과 차량 6대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고 근처서 훔친 경유를 끼얹어 불을 지르려한 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가출한 10대 소년이 70대 할머니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았다. 소년은 할머니가 가출 사실에 대해 꾸짖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안산의 실용음악학원에 불을 지른 10대 고등학생 사례는 사망자까지 나와 그 여파가 상당했다. 이 불로 학원 강사와 수강생 등 2명이 숨졌다. 두 사람은 출입구에서 가장 먼 부스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어 미처 탈출을 하지 못했다.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 교실서 부탄가스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대안학교로 전학간 학생이 이전 학교를 찾아 저지른 범행으로, 인터넷 상에는 범행 장면이 촬영된 영상이 올라왔다. 

5년간 1만5000명 경찰행
소년법 개정 요구 쏟아져

소년은 미국 버지니아 공대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처럼 테러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진술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견디지 못하고’ 자살 =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학생들의 사례는 10대 범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지난달 30일 전북 전주 여중생 자살사건의 원인이 뒤늦게 학교 폭력으로 나타났다. 전주 완산경찰서와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던 여중생은 지난달 27일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사건 초기에는 이 학생이 우울증을 앓았고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이력이 있던 점에 비춰 정신질환에 따른 자살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이 학생이 학교 폭력을 당해 34번에 이를 정도로 많은 상담을 받은 이력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30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자살한 학생은 가해 학생들에게 밤 늦게 불려 나가 폭언과 폭행 등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는 울산의 한 문화센터 옥상서 울산 모 중학교 1학년생이 투신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 학생은 3월부터 동급생들에게 놀림을 받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이 상황을 비관해 4월에도 학교 3층서 뛰어내리려 했으나 당시 주변 학생들의 만류로 뛰어내리지 못했다.

대구서 일어난 중학생 자살 사건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다. 특히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 

2011년 일어난 이 사건서 피해 학생은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 특히 가해자 일당이 물고문까지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들끓었다. 소년이 자살 전 남긴 유서에는 가족들을 생각하는 애틋함이 가득해 안타까움이 더했다.

도를 넘는 10대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들을 처벌하는 소년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국민 여론은 소년법 폐지나 개정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소년법 폐지 요구↑
신중론도 만만찮아

소년법을 믿고 범죄를 저지르는 10대가 늘어나는 만큼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벌이 범죄 감소의 정답은 아니지만 10대 범죄가 점차 저연령화, 흉포화 되는 현실에 맞춰 소년법을 손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소년법 개정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잔혹 범죄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추궁할 필요는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처벌 이후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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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