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영풍그룹’ 사외이사 막전막후

빵빵한 사람들로 꽉꽉…방패막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영풍그룹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평균이 4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 ‘관피아’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높은 수치라 비난이 불가피하다. 논란의 사외이사를 <일요시사>서 정리했다.
 

관료출신 사외이사에게 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 범죄조직 마피아와 관료의 합성어 ‘관피아’다. 관피아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민관 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점이 수차례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관 유착
전관예우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15년 3월31일부터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시행되고 있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동안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 관료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관피아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정부가 앞장서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금지법 등의 규제정책을 내놓다보니 소위 힘센 기관 출신들이 기업서 방패막이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187개 상장사의 사외이사 609명과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상위 100대 기업 사외이사 815명의 출신 이력을 전수 조사한 결과 한국은 ‘관료’, 미국은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1분기 기준 국내 30대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은 235명으로 38.6%에 달했다. 다음은 186명을 배출한 학계로 30.5%를 차지했다. 
 

미국기업들이 사외이사로 가장 선호하는 재계 인사는 97명으로 15.9%에 불과했다. 그외 언론(25명, 4.1%), 공공기관(24명, 3.9%), 법조(17명, 2.8%), 세무회계(14명, 2.3%), 정계(4명, 0.7%) 출신 순이었다.

반면 포춘 100대 기업의 경우는 815명의 사외이사 중 재계 출신이 603명(74.0%)으로 4분의 3에 달했다. 반대로 관료 출신은 10%도 못되는 81명(9.9%)에 그쳤다. 그 다음은 학계 57명(7.0%), 세무회계 31명(3.8%), 언론 15명(1.8%), 법조 12명(1.5%), 정계 8명(1.0%) 순이었다.

미국의 경우는 경쟁사 CEO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재계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국내 대기업은 권력기관 출신을 더 선호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방패용 사외이사가 더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관계 유력 인사들 포진
관료 출신 비중 70% 달해 

이 같은 상황서 영풍그룹의 사외이사에 눈길이 쏠렸다. 재계서열 30위인 영풍그룹은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일요시사>가 영풍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장회사 사외이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영풍, 고려아연, 시그네틱스, 코리아써키드, 영풍정밀, 인터플렉스 등 6개사의 사외이사 가운데 관료출신의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영풍의 경우 최문선, 장성기, 신정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최문선 이사의 경우 영풍통산 대표이사와 영풍 상근감사를 겸하고 있다. 최 이사의 경우 올해 나이 77세로 대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최고령(2015년 기준)으로 재계 출신이다.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 자격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 이사는 1964년 영풍에 입사해 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또, 1996년부터 2002년까지 계열사 영풍통상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이하 CGCG)는 “계열회사 전현직 임원으로 근무했던 최 이사의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장성기, 신정수 이사 등은 모두 관료출신으로서 관피아 논란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장 이사는 전 환경부 경인지방청장 출신이다. 그의 선임이 논란이 된 것은 관료출신이라는 점 뿐아니라 장기 재임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문제도 부각됐다.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한 장 이사는 2009년 처음으로 사외이사직에 올랐다. 2005년부터 2015년 3월가지는 계열사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직을 맡았으며 코리아써키트가 최대주주인 인터플렉스 사외이사를 2005~2009년까지 지낸 바 있다.

다른 그룹보다 
2배나 많네∼

CGCG는 “회사 및 계열회사에 9년 이상 장기간 사외이사로 활동할 경우 지배주주 및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이미 10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한 장성기 사외이사의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신 이사 역시 관료 출신으로서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전 국무총리실 정책분석평가실 한국에너지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2015년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영풍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문제는 그의 선임이 상법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CGCG는 “상법에서는 ‘해당 상장회사의 정기주주총회일 현재 그 회사가 자본금의 100분의 5 이상을 출자한 법인의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는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영풍이 36.13%을 보유하고 있는 코리아써키트의 사외이사는 영풍의 이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 이사의 사외이사 활동이 상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이들 사외이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영풍의 사외이사가 처리한 안건은 ▲외부회계감사인 선임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보고 ▲제66기 감사보고서 확정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장 선임의 건 등 총 4건으로 이들은 모두 찬성에 표를 던졌다.

관료출신 사외이사는 영풍 외 계열사에도 다수 포진해 있다. 지난해 이들 이사는 1인당 평균 2010만원을 보수로 가져갔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로 김종순, 이진강, 한철수, 주봉현, 이채필 이사 등 전부 관료출신으로 채웠다. 김 이사의 경우 국세청에서 잔뼈가 굵다. 

중부지방국체청 조사3국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국세청 조사1국 과장을 거쳤으며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의 경험까지 있으며 역삼세무서장을 끝으로 3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세무법인 세율의 회장으로 법인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강 사외이사는 검찰 출신이다. 1943년 생인 그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65년 제5회 사법시험을 합격했다. 1988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1993년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지청장 등을 거쳤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철수 이사는 ‘재계의 검찰’이라 불리우는 공정거래위원회서 공직 생활을 했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한 이사는 경제기획원 핵심부서 종합기획관과 총괄사무관을 역임했다. 공정위서는 제도개선기획단장과 카르텔조사단 등 요직을 거쳤다. 

사무처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친 한 이사는 올 3월 고려아연의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육사 출신인 주봉현 사외이사도 관료 출신이다. 미국 위스콘신대 행정대학원을 거친 그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 조정위원장(1급)을 역임했다.

이채필 사외이사는 1992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2002년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을 거쳤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제3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하이마트서도 사외이사 직을 맡고 있어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상법상 상장법인의 사외이사는 해당 상장법인을 제외한 2개 이상의 다른 회사(비상장기업 포함)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직할 수 없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들은 모든 안건에 찬성 표를 던졌다. 올해 이사회의 주요 의결사항은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 잔여지분 인수의 건 ▲대표이사 선임 및 직위 선정의 건 ▲이사 경업 승인 건 등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사외이사에게 1인당 평균 6600원의 보수를 챙겨줬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서 책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100% 찬성
두둑한 보수

시그네틱스는 심일선, Neil Yoohoon Kim 등 2명이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다. 심 이사는 정치인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요 기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한국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전국민주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제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노동교육원 객원교수,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자문위원, 산재의료관리원 감사 등을 역임했다. 

제6대 산재의료관리원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내 이사장으로 활동한 심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사퇴압력을 받고 물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eil Yoohoon Kim은  버클리공대를 졸업하고 (전)브로드컴 캘리포니아 기술 생산 부사장, 엔지니어링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그네틱스 사외이사 역시 올해 처리된 중요 의결사항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심 이사는 100% 참석률을 보였으나 Neil Yoohoon Kim 이사는 올해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의안 내용은 ▲한국산업은행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 KEB하나은행 운전자금 약정내용 변경의 건 ▲ 한국산업은행 외화 및 산업시설자금대출 기한 연장의 건 등이다. 주로 은행 관련 의안내용이 처리된 점이 눈길을 끈다.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이들 사외이사에 41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코리아써키트에는 앞서 소개한 영풍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신정수 이사가 상반기 기준 유일하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Neil Yoohoon Kim은 올해 3월까지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퇴임했다. 코리아써키트는 지난해 사외이사 한명당 평균 3800만원을 보수로 지급했다. 

Neil Yoohoon Kim 이사는 안건 회의에 전부 불참했으나 신 사외이사는 100%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 안건 내용은 ▲이사 선임의 건(사외이사 포함)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사회 의장 선임의 건 ▲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다.

영풍정밀은 정관계와 재계 인사를 고루 선임했다. 한봉훈 사외이사의 경우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출신으로 현재 액센추어 코리아 대표도 겸직하고 있다.

관피아 논란에도 비중 확대
정치인 공공기관장도 선호

김선우 사외이사는 언론인 출신이다. 한국방송공사 이사,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총 5회 사외이사로 활동했는데 영풍그룹 비관료 출신 가운데 연임횟수가 가장 많았다.

신재국 이사는 국세관료 출신이다. 그는 9급 공채로 국세청에 투신해 역삼·서초 ·반포·용산·광화문·구로·남대문·중부산 세무서를 거쳐 국세청 국제조사과,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등에서 근무했다. 
 

또한 서초·홍천 세무서장을 역임했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과장, 국세청조사2과장, 광주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직 등 요직을 거쳤다.

이들 역시 주요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안건 내용은 ▲이익배당(안) 결의의 건▲감사위원회위원 후보자 추천의 건▲이사 보수한도 승인요청액 결정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이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1인 평균 5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인터플렉스는 코리아써키트 사외이사인 심일선 사외이사에 직을 또 맡겼다. 올해 심 이사는 인터플랙스에서도 주요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주요내용은 ▲KEB하나은행(전 외환) 여신변경의 건▲금전채권신탁계약의 건▲유상증자 결의의 건 ▲미국지사 설립의 건 등이다. 

인터플렉스는 심 이사에게 지난해 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결과적으로 영풍그룹의 총 15명(중복허용)의 사외이사 가운데 10명이 관료출신이었다. 총 사외이사대비 66% 비중. 이는 전년 56% 대비 10% 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또한 공공기관장과 정치인까지 포함하면 13명이 정관계 출신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들 사외이사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 독립성에 의문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이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풍그룹의 사외이사는 평균 3.6번 연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함없는 고집
도대체 이유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상위권인 영풍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많은 논란 요소가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방안엔 미온적인 모습”이라며 “관료출신 사외이사 역시 매년 논란이 되는 가운데 올해 그 비중을 대폭 늘리며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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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