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조준 적폐 타깃들

  • 최현목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9 08:36:03
  • 호수 1129호
  • 댓글 0개

이명박근혜 잔존세력 소탕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 ‘적폐 청산’이 닻을 올렸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범계 위원장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위원회를 구성, 의제 선정에 나섰다. 주로 권력기관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룰 예정이지만, 국민들의 삶과 직접 연관이 있는 부분의 적폐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겨냥한 적폐 타깃들을 살펴봤다.
 

적폐청산위원회(이하 적폐청산위)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지난 14일 국회 정론관서 브리핑을 열고 “적폐청산위는 촛불혁명을 근간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의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고자 만들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범계 선봉
의원 14명 배치 

적폐청산위는 당내 법률 전문가인 박범계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간사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진선미 의원과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선임됐다. 당 대변인 백혜련 의원은 적폐청산위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적폐청산위 소속 위원 수는 총 14명. 면면을 살펴보면 당 지도부가 적폐청산위 구성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적폐청산 관련 의제가 있는 국회 상임위별로 ‘인지도’와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법제사법위의 경우 위원장 박범계를 비롯해 백혜련·금태섭·박주민, 행정안전위는 진선미·이재정·표창원, 정보위 김병기·신경민, 기획재정위 김정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신경민,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조승래, 국토교통위 안호영, 국방위 김병기, 환경노동위 강병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송기헌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구성을 마친 적폐청산위는 지난 22일 열린 2차 회의서 외부 전문가들을 투입해 적폐 청산 과제들을 함께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수사에 나선 검찰에게 여론·논리 등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정권 시절 발생했던 ‘국정원 댓글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민주당과 적폐청산위는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의 의뢰로 수사에 나선 검찰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지난 17일 적폐청산위 1차 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당 대표는 “국가정보원이 대북심리전을 빙자해 어떻게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는지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밝혀졌으니 적폐청산위가 앞장서 올해는 각 상임위서 법과 제도적 토대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MB 댓글 사건
첫 번째 정조준

백 대변인은 논평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힐 것”이라며 “정권의 통치를 위해, 정권의 연장을 위해 국정원을 이용하는 행위는 국가 전복, 내란, 외환 수준의 범죄”라고 강조했다.
 

첫 과제로 국정원 개혁을 꼽은 적폐청산위는 먼저 출범한 국정원 적폐청산 TF와 손발을 맞추는 모습이다. 앞서 TF는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3500명에 달하는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30개 운용해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위원장 정해구)는 국정원 직원의 요청에 의해 ‘댓글 사건’ 활동에 참여한 인터넷 외곽팀장을 비롯한 민간인 3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권고했다.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개혁발전위 소속이다.


의뢰를 받은 검찰은 댓글 사건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공안2부와 공공형사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사령관’으로, 박찬호 2차장, 진재선 공안2부장, 김성훈 공공형사수사부장 라인이 완성됐다. 유야무야 넘어갔던 댓글 사건 재수사가 탄력을 받게 된 셈이다.

특히 윤 지검장은 댓글 사건 수사와 ‘악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 2013년 이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 지검장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기소 의견을 검찰 수뇌부에 전달했다. 

적폐청산위 출범…최종 겨냥은?
여론→의뢰→수사 방정식 구축

그러나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이 박근혜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윤 지검장은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무·검찰 수뇌부는 윤 지검장에게 정직 1개월과 좌천성 인사를 단행했다. 문 대통령의 당선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그는 약 4년 만에 댓글 사건 수사를 다시 맡게 됐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댓글 사건 관련자 주거지와 사무실 등 3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여론조작 의혹을 받는 민간인 사이버 외곽팀장 김모씨의 주거지를 비롯,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사단법인 양지회, 늘푸른희망연대(‘이명박과 아줌마부대’라는 이 전 대통령 지지단체의 후신) 등이 포함됐다.
 

김모씨를 비롯한 관련자 3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검찰은 국정원이 이들에게 지원한 자금 등을 조사하기 위해 계좌추적에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이 댓글부대 운영에 약 3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사용한 일이 횡령으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또 원 전 원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 적용도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앞서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한 라디오와 인터뷰서 “이 전 대통령도 예외일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다른 적폐청산 과제는 공영방송 정상화다. 문 대통령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업무보고 자리서 “언론자유지수가 민주정부 때보다 크게 떨어졌다. 특히 공영방송은 독립성과 공공성이 무너져 신뢰가 땅에 떨어진 지 오래”라며 정상화를 촉구했다.

두 번째 타깃
공영방송 정상화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적폐청산위는 검찰과 방통위가 철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서 “방송의 공정성, 방송의 공익성을 세워달라는 MBC와 KBS 구성원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며 “현황파악과 실태조사 권한이 있는 방통위가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대변인도 서면을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 동안 공영방송은 독재 시절 어용방송, 땡전뉴스처럼 변질됐다”며 “검찰은 MBC의 노조 탄압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방통위는 '방송미래발전위원회'를 설치하고 현재 국회서 계류 중인 ‘방송관계법 및 해직언론인 특별법’ 재개정 논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방통위 내 방송·법률·언론 등 각계전문가, 제작·편성 종사자 대표, 시민단체 등을 포함해 20인 내외로 구성된 미래발전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사장 선임 절차 등 정상화와 관련한 내용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올 연말로 예정된 지상파 3사와 MBN 재허가(승인) 심사서 보도·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방송사의 부당 해직·징계를 방지하기 위해 인력운영 상황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방통위는 방송이 본연의 사회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방송의 자유와 독립 회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여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의 취지를 살려 개방적이고 공정하게 관련 정책들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정상화 나선 방통위
창조센터 청산 대상으로 부상


박근혜정부 당시 설치, 운영된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청산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적폐청산 대상을 묻는 질문에 “중앙뿐 아니라 지방정부와 창조경제혁신센터도 포함된다”며 “박근혜·최순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최순실 게이트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권은 미래창조과학부를 출범시킨 후 산하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뒀는데, 당초 벤처기업 중심의 센터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가 2014년 6월 안종범 경제수석이 들어오자 대기업 중심으로 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9월2일 국무회의서 “전국 17개 시도별로 주요 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를 1대1로 매칭시켜, 전담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알려진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대기업 회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독대를 한 사실이 있다.

보수 야당은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이 되기까지 아직도 촛불의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적폐 청산은 이제 정치보복과 이념편향, 급진과 졸속의 대명사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적폐에 대한 자의적 규정으로 국정운영은 국민주권시대가 아닌 일부만의 패권시대를 만들 뿐이라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른거리는
최순실 그림자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라는 보수 야당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박 위원장은 “특정 인물, 세력을 겨냥한 게 아닌 나라다운 나라, 새로운 나라, 원칙과 정의가 세워지는 그런 나라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불법을 가려내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게 목표다. 현안 대응 관련 각 집행부서서 국정원과 검찰, 경찰에게 어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TF 꾸린 국세청 타깃은?
정재계 겨냥했다

국세청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 대기업·대재산가의 변칙적 탈세를 검증하고 과거 정치적 논란이 있었던 세무조사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해 세무조사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TF는 세무조사 개선, 조세정의 실현 등 두개 분과로 구성됐다. 단장은 한국재정경제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맡고 각 분과별로 학계·시민단체·경제단체 출신의 외부 위원 5명, 국세청 내부 위원 4씩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개선 분과에선 과거 정치적 논란이 된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과 평가를 진행한다. 과거 국세청이 중립성을 잃고 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이를 반성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해당 분과서 어느 범위까지 평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세정의 실현 분과에서는 과세인프라 확충, 조사공무원 전문성 향상 등에 대한 방안을 모색한다. 대기업이나 대재산가의 변칙 상속·증여, 역외 탈세 등 지능적이고 악의적인 탈세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 국세청은 대기업이나 대자산가의 고의적 탈세에 엄정히 대응하기로 했다.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대기업·대재산가 변칙 상속·증여 검증TF’를 운영, 우회거래나 위장계열사 등 과세회피 유형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자녀 출자법인 부당지원 등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