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육사 잔혹사

70년 만에 간판 내리는 ‘육방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군 수뇌부 인사서 육사 출신이 철저히 배제됐다. 육사 출신의 국방부 장악을 없애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 결과에 육사 출신 장군의 ‘공관병 갑질 사건’도 크게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육사 안에서 일어난 갖가지 사건·사고들은 육사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손상시켰다. 이미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치는 상태. 높았던 육사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청와대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서 육사 출신들의 불만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전날 단행된 문재인정부 첫 군 수뇌부 물갈이 인사서 육사 출신들이 상당수 배제된 것을 두고 육사 출신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그에 대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학교 출신 배제
정해진 수순?

문 대통령은 “국방부장관부터 군 지휘부 인사까지 육·해·공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육사 출신들이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군의 중심이 육군이고, 육사가 육군의 근간이라는 것은 국민께서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기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우리 군의 다양한 구성과 전력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은 군 수뇌부 대장 8명 중 부임 1년이 안 된 엄현성 해군 참모총장을 제외한 7명의 대장을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그 규모는 물론 육군·육사 배제, 기수 건너뛰기 등에서 ‘역대 최강의 태풍급’으로 불릴 만하다.

이번 인사서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의장(합참의장)에 정경두(57·공사 30기) 공군 참모총장이 내정됐다. 정 총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합참의장에 공식 임명되면 이양호 전 합참의장 이후 23년 만의 첫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 총장이 합참의장에 임명되면 해군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함께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을 모두 비육군이 맡게 된다.

또 육군 참모총장에는 김용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56·육사 39기)이, 공군 참모총장에는 이왕근 합참 군사지원본부장(56·공사 31기·이상 중장)이 각각 임명됐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는 김병주 3군단장(55·육사 40기)이, 1군사령관에는 박종진 3군사령부 부사령관(60·3사 17기)이, 제2작전사령관에는 박한기 8군단장(57·학군 21기)이, 3군사령관에는 김운용 2군단장(56·육사 40기·이상 중장)이 각각 임명됐다.

해군 출신 국방부장관에 합참의장까지 공군 출신 정 후보자를 내세우면서 군 수뇌부의 핵심 요직서 육사 출신이 밀려났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팽배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 인사는 국방개혁을 명분으로 그동안 군의 주류였던 육군, 육사 출신들을 가급적 배제하려는 기조를 보여줬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참모총장만 간신히…물먹은 수뇌부 인사
학군·3사 등 비육사시대 “대통령 의지”

이는 문 대통령이 청문회 과정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군 출신인 송영무장관 임명을 고수한 데서 어느 정도 예측됐던 결과였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으로 근무했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에 육군·육사 출신을 중용한 것이 당시 국방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요인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서 합참의장과 함께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육군 참모총장에 1969년 이래 처음으로 비육사가 임명되느냐는 것이었다. 합참의장에 비육군이 임명되면 육군 총장까지 비육사를 임명하기 어렵겠지만 합참의장에 육사 출신 육군이 임명되면 육군 총장에는 비육사가 임명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간신히 한자리
속은 부글부글

결국 육군 참모총장은 육사 출신서 임명됐지만 학군·3사 등 비육사 출신 2명이 야전군사령관에 임명됐다. 과거 정부에선 비육사 출신이 1명가량 야전군사령관에 포함돼있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 들어선 ‘육사 독식’ 경향이 강해져 논란이 일었었다.
 

이번 인사는 육사 출신이 국방부를 장악한다는 ‘육방부(陸防部)’를 혁파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 소식통은 “육군, 특히 육사 출신들이 육사 배제 흐름에 대해 내놓고 불만을 토로하진 않았지만 속으로 부글부글하면서 이번 인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공군 출신 합참의장에 이어 육군 총장도 비육사가 임명됐다면 어떤 형태로든 불만이 표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당국 관계자는 “육군의 경우 서열 및 기수 등 기존 인사 관행서 탈피해 육사, 3사, 학군 출신 간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를 등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육사 출신의 축소에는 박찬주 전 2작전사령관의 갑질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육사 동기들인 37기는 박 전 사령관을 포함해 이번 인사서 모두 물러났다.

더구나 김용우 신임 육군참모총장이 전임 장준규 총장보다 3기수 아래인 육사 39기여서 육사 37기와 38기는 동시에 군복을 벗게 됐다. 육사 37기는 이전 정권서 군단장급(중장) 8명, 대장 3명을 배출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 기수로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결국 총장이나 의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무관의 기수’로 전락했다.

육사 37기의 그늘에 가려 대장을 1명밖에 배출하지 못했던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 정연봉 육군참모차장 등 육사 38기도 모두 군복을 벗었다. 전역하는 육사 38·39기 가운데엔 군내 사조직인 ‘알자회’ 출신들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전 정부 군 수뇌부 인맥으로 분류된 사람들도 포함돼있다.

청와대는 갑질 의혹이 있는 후보자는 철저히 배제한다는 원칙에 따라 인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육사 출신 중장이 합참의장 후보에 올랐지만 막판에 공관병 갑질 의혹이 제기돼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도도 말썽
이미지 추락


이번 인사의 육사 출신 배제는 육사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되는 육사 생도들의 사건·사고도 육사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지난 2월 졸업을 하루 앞둔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 3명이 ‘성매매 혐의’로 퇴교 조치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최고의 군인이 되고자 4년간 피땀 흘린 노력이 한순간의 잘못된 행동으로 물거품이 됐다.

당시 육군의 한 관계자는 “육사 4학년 생도 3명이 이달 초 정기 외박을 나갔다가 일탈 행위를 했다는 생도 제보가 있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이들 생도를 형사 입건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생도 3명이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고, 생도 품위 유지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위에서 퇴교 조치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과 임관을 앞둔 시점이어서 육사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법과 규정에 의해 강력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성범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 아웃(one out)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생도 사건사고
“못 믿겠다” 여론 확산


이번 사건은 익명의 생도가 육본 인트라넷의 ‘생도대장과 대화’에 제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사 법무실 관계자는 “퇴교 심의에 회부될 정도로 증거를 확보했다”며 “사관학교법 시행령에 군기 문란과 제반 규정을 위반하면 퇴교 처분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국방부가 익명의 제보 및 투서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데도 사관학교서 졸업을 하루 앞둔 생도에 대해 퇴교 조치한 것은 너무 성급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육사 관계자는 “아무리 무기명으로 제보를 했다고 해도 제보 내용이 구체적이고 생도 3명의 신원까지 구체적으로 적시돼있어 조사했다”고 말했다. 육사 징계위서 퇴교 처분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자들은 곧바로 학교를 떠났다.
 

지난해 9월에는 여생도가 동기를 장기간 성추행한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가해 여생도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보좌하는 ‘장군의 딸’로 알려졌다. 

A 생도(21)는 지난해 3월부터 약 4개월간 같은 생활관을 사용하는 2명의 여자 동기생을 뒤에서 껴안거나 신체의 특정 부위를 만졌다. 그들의 침대에 함께 누워 허벅지를 더듬기도 했다.

당시 육군 관계자는 “피해 여생도들이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했지만 A 생도의 유사한 행동이 몇 차례 반복되자 자제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A 생도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의심이 간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피해 여생도들은 상담관을 찾아 방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육사 측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육군 관계자는 “학교 측이 A 생도에게 진상을 확인했다”면서 “본인이 육사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자퇴한 뒤 의대를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육사는 즉시 훈육위원회를 열어 A 생도를 자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 생도의 성추행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 육사는 생도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한다. A 생도의 경우 이 과정이 생략됐다.

현역 장성인 A생도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A 생도의 아버지가 국방부장관을 지근 거리서 업무를 챙기는 실세”라며 “육사 생도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생도대장(준장)과 A 생도의 아버지가 육사 동기여서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육사 측이 소문 확산을 막기 위해 생도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A 생도가 왕따를 당해 자퇴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성추행 피해 생도들이 가해자로 오해받기도 했다.

국민들 비난
어떻게 극복?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과 군인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또한 현대 전쟁의 승패는 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지휘관들을 양성하는 곳이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장차 장교가 될 생도들이 이 지경이라면 앞으로 이들에게 군 지휘권을 맡겨도 될지, 이들을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과연 육사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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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