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6·13 지방선거 격전지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14 10:33:52
  • 호수 1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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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MB’ 노리는 잠룡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각 정당들이 내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이번 6·13 지방선거는 정당의 명운이 달려있는 중요한 선거다. 어떤 성적을 내느냐에 따라 다음 총선, 그 다음 대선서의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가 치열한 내년 지방선거의 주요 격전지를 미리 예상해봤다.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들의 생존을 건 건곤일척의 대전(大戰)이 될 것입니다.” 지난 6월 취임 3주년 인터뷰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 같은 관측을 내놨다. 광역·기초단체장을 뽑는 6·13지방선거는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남 지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선전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1년도 안 남은
건곤일척 대전

여야는 조직정비부터 시작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7일 최고위원회서 당 혁신을 위한 ‘정당발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표면적으로는 당 혁신을 내걸었지만, 권리당원 모집과 선출직 관련 당헌·당규 정비가 내용에 포함돼있다. 

사실상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또 민주당은 조만간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열어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자리에 새로운 위원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9일 시도당위원장 선출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역에서 선거를 총괄하는 시도당위원장은 조직 정비도 함께 수행하는 자리다. 이에 한국당은 현역의원을 중심으로 시도당위원장 체제를 출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역의원이 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만 지방선거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깔린 것이다.


한국당은 당 중앙연수원과 정치학교도 신설, 운영할 계획이다. 대상자는 현역 국회의원부터 일반 당원, 정치 신인까지 누구나 수강할 수 있다. 한국당은 이 정치학교의 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해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국민의당도 새 지도부가 출범하는 대로 내년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다. 이번 지방선거는 국민의당 위기설을 불식시키느냐, 반대로 증폭시키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전 대표도 일성으로 지방선거를 강조한 바 있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도 곧 지방선거 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다. 바른정당 지도부는 지난달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바른정당 알리기에 나선 상태다. 또 지난달 말부터 인재영입을 위한 ‘헤드헌터단’을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정당 지역정비 착수…심기일전
“서울 잡으면 대권” 잠룡들 기대

이처럼 각 정당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지방선거서 최대 격전지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시장 자리다. 대권 직행길인 서울시장은 정치권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된다. 현 박원순 서울시장도 그중 한 명. 정치권은 대권 도전을 잠시 미뤄뒀던 박 시장의 서울시장 3선 도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하지 않고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 전망한다. 거론되는 지역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 중앙 정치로 진출에 대권의 발판을 닦을 것이란 예상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3선 도전 여부를 올 추석께 결정한다고 밝혔다. KBS 예능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또 도전할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추석 전후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만약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포기한다면 민주당 유력 인사들의 출마 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당 추미애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 예상자 중 한 명이다. 정치권은 최근 추 대표가 청와대와 엇갈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즉,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를 대비해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추 대표는 최근 <냄비받침>에 출연해 “(서울시장 출마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당 대표가 사심이 있으면 안 된다”고 출마설을 부인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성남시장 3선과 경기지사, 서울시장 중 하나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선 “박 시장이 3선에 도전한다면 같은 성향의 식구들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며 전제를 뒀다. 그 외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국당 측에서는 현역 의원 2명, 총리 출신 2명의 이름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역 의원으로는 김성태·나경원 의원의 출마가 유력하며 총리 출신은 김황식·황교안 전 총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중 황 전 총리는 퇴임 후에도 꾸준히 SNS 정치를 펼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은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 서병수 현 부산시장이 재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취임 3주년을 맞아 마련한 기자회견서 그는 “임기 4년은 짧다고 생각한다. 한번은 더 하는 게 낫다. 서부산 글로벌시티나 2030 등록엑스포 개최와 같은 장기 계획을 추진하려면 재선을 해야 한다”며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최대 격전지
서울을 잡아라

그러나 최근 서 시장의 재선 행보에 암초가 나타났다. 서 시장과 관계가 원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한국당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한국당 안팎에선 이종혁·박민식 전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직 한국당 최고위원으로 홍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를 최고위원 자리에 지명한 사람도 바로 홍 대표다. 

홍 대표가 당을 장악한 이후 친홍계의 세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서 시장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그 외 전 해양수산부장관이었던 유기준 의원 등이 부산시장 출마자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에선 김영춘 해수부장관의 출마를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최인호 부산시당위원장도 예상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 부산선대위 상임대책위원장을 지낸 오거돈 전 해수부장관도 출마가 유력시된다. 일각에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당과 보수 적통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는 바른정당, 이 당에서는 김세연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승민 의원의 최측근이며 중진이지만, 올해 44세에 불과한 김 의원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그를 향후 바른정당을 이끌 인재로 꼽는다. 즉, 부산시장에 출마할 경우 당의 전폭적 지원이 예상된다.

지난달 부산 수영구서 개최된 ‘당원과 함께하는 한여름 밤의 토크쇼’서 김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 여부를 묻는 한 당원의 질문에 김무성 고문은 “바른정당에선 김 의원이 제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답했다. 


부산 정치계의 거물인 김 고문의 발언이기에 부산 정치권은 김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할아버지인 김도근 전 동일고무벨트 회장 때부터 닦아온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도 김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만만찮은
부산 거물들

대구시장은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국당 진영에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비롯, 이재만 최고위원, 김상훈·윤재옥·곽대훈·정태옥 의원, 이진훈 수성구청장,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권 시장은 이미 재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3주년 기자간담회서 “막 틔운 희망의 싹이 꺾이지 않고 열매를 맺도록 이끄는 게 앞으로 과제”라며 “시민들이 이 소명을 다시 한 번 맡겨주면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에선 한국당 진영에 밀리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어 이름이 주는 무게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장관은 최근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선 김 장관 외 임대윤 대구시당위원장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바른정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 윤순영 중구청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반대로 광주시장직은 민주당 측 후보가 많다. 현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강기정 전 의원, 민형배 광산구청장, 이형석 최고위원 겸 광주시당위원장이 출마 예상자들이다.

당초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윤 시장의 재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윤 시장의 인척이 “관급공사 수주를 도와주겠다”며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 악재를 맞았다.

당시 지난달 재판부는 비리 혐의로 기소된 윤 시장의 인척에게 “배경(윤 시장의 인척)을 이용하려던 업자들의 사리사욕에 편승해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커 엄하게 처벌함이 마땅하다”며 징역 3년에 추징금 6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호남이 주축인 국민의당도 광주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출마 진용을 갖추고 있다. 국민의당 안팎에선 박주선 국회부의장, 김동철 원내대표, 장병완 의원이 광주시장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중 장 의원이 유력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19대 국회서 예산결산위원회 위원장, 이번 20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 힘 있는 상임위를 연달아 맡은 점이 이유로 꼽힌다. 박 부의장과 김 원내대표가 출마에 선을 긋고 있다는 점도 장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도지사 경쟁도 치열하다. 최대 관심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지사의 경우 자천타천 20명의 출마 예상자가 있다.

조국·김부겸 등 의외 인물도 거론
헤비급 안희정, 드디어 중앙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미 재선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지난 6월 취임 3주년 인터뷰서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들의 차기 대선주자 양성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남 지사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재선 도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유 의원과 바른정당 대선 경선을 펼친 남 지사는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재선 도전을 선언하면 곧바로 당의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런 상황서 남 지사가 ‘대권 시험대’를 언급한 것은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여 전국구 대권주자로 올라서려는 복안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같은 대선 후보로 뛰었던 최성 고양시장도 출마가 점쳐진다. 

이 외에도 김진표·안민석·이종걸·전해철 의원 등 현역과 최재성 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리는 중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하마평에 이름이 거론된다.

한국당 측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출마 러시가 예상된다. 김학용·심재철·원유철·홍문종 의원 등이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청과 호남도 격전지로 꼽힌다. 먼저 충북의 경우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거기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노영민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에서는 이종배·박덕흠 의원, 윤진식 전 의원, 이기용 전 충북교육감, 박경국 전 안정행정부 차관 등이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충남은 안희정 지사가 버티고 있지만, 그가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안갯속에 휩싸였다.

지난 대선 기간 문 대통령과 자웅을 겨루며 주가를 올린 안 지사는 도지사 3선 도전과 국회 입성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은 국회 입성 쪽으로 무게를 싣고 있지만, 안 지사의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어 3선 도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만약 안 지사가 국회 진입을 선언한다면, 무주공산인 충남도지사직을 두고 각축전이 예상된다. 민주당에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나소열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 복기왕 아산시장, 황명선 논산시장 등이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한국당에선 이명수·정진석·홍문표 의원과 이완섭 서산시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도지사도 경합
제2의 안희정은?

호남도 치열하다. 전북도지사는 송하진 지사가 재선을 노릴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춘진 전북도당위원장이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국민의당에선 유성엽·정동영·조배숙 등 현역 의원의 출마 준비 소식이 전해진다. 한국당에선 김항술 전북도당위원장, 바른정당에서는 정운천 의원이 예상된다.

현재 권한대행 체제인 전남도지사에는 민주당 이개호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등을 예상하는 이가 많으며, 국민의당은 박지원·주승용·황주홍 의원 등 당 주축 인사들의 출격이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패륜 논란’ 해명
“국정원 공작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간 ‘형수 욕설’로 패륜 논란을 낳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최근 그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시장은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서 “2012년 통진당 수사가 시작될 시점, 국정원 직원이 저희 형님에게 접근해 ‘이재명이 간첩이다, 곧 구속된다’고 이야기해 종북, 패륜논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실제 (당시) 국정원이 관여했다. 2011년 즈음 청와대가 성남시를 3달간 내사하고 4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서 당시 임태희 비서실장이 이명박 대통령한테 직접 직보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런 것으로 보면 그때부터 기획돼 체계적으로 계속됐던 것 같다. 이것은 사찰, 정치공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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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①군 정보사는 왜 개입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오혁진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을 포함해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총 17번의 계엄령이 선포됐다. 야당의 무분별한 탄핵 남발과 정부 예산 삭감 등이 이유였다. ‘충격요법’ 차원의 계엄령이라는 주장과 달리, 백병전에 특화된 북파공작대(HID) 요원을 투입한 것도 이례적이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경우 발령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그보다 낮은 수위로 경찰 등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을 때 선포할 수 있다. 사실상 실패한 계엄 이후 2차 계엄 의혹마저 제기되면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국민 향한 특수부대 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등의 국가 위기 상황에 군사력을 동원해 공공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비상조치로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에 규정돼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모두 갖게 된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제한되며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라고 판단하면 국민 재산을 파괴하거나 소각하는 권리도 갖게 된다. 불법 계엄 사태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와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핵심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였다. 정보사 예하 HID 요원 일부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사조직인 ‘정보사령부 수사2단’에 동원된 것이다. 대북 공작에 특화된 ‘살인 병기’로 불리는 HID 요원들은 노 전 사령관 등 수뇌부의 정치적 일탈행위로 인해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꾸린 내란 사조직의 수장 노릇을 했다. 이렇게 조성된 ‘육사 카르텔’은 12·3 비상계엄 선포 석 달 전부터 진급을 미끼로 조직원 포섭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김 전 장관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등 수뇌부에 ‘노 전 사령관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들은 문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지시가 곧 김 전 장관의 지시인 것으로 받아들여 계엄을 준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문 전 사령관과 정성욱·김봉규 정보사령부 대령에게 수사2단에 편성할 정보사 소속 요원을 선발하라고 상세히 지시했다. 김 대령은 2016년 노 전 사령관의 현역 시절 과장 신분으로 함께 근무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경 김 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특수요원 중에 사격 잘하고, 폭파 잘하는 그런 인원 중에 한 7~8명을 나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 대령은 “특수 요원들이 전역하게 되면 대통령경호처, 국정원 특임 조직 등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말인가 하고 생각했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문 전 사령관보다 먼저 김 대령에게 특수부대, 공작요원 등으로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문 전 사령관은 김 대령에게 재차 ‘노 전 사령관이 말한 것을 잘 이행하라, 잘 도와라’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부대를 모집한 이유에 관해 김 대령은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하기에 필요하다고 노 전 사령관이 말했다’고 한다. ‘충격 요법’ 차원 출동? HID 요원 투입 ‘백병전 고수들’ 모아 선관위 장악 플랜 계엄 두 달여 전인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북한이 오물풍선을 보내는 상황이었고, 이밖에 특수한 상황은 없었다. 문 전 사령관이 본격적으로 HID 인원 선발에 착수하라고 지시하자, 김 대령은 지난해 10월30일 모 주임원사에게 연락을 취해 ‘5명 정도 특수무술 잘하는 인원을 추천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 대령은 특수부대 5명과 우회요원 10명을 포함한 총 15명의 선발 명단을 만들어 노 전 사령관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이어 지난해 11월9일 오후 4시경 노 전 사령관과 김 대령, 문 전 사령관은 안산 상록수역서 만났다. 노 전 사령관이 특수요원 선발, 준비가 다 됐는지 확인하자, 문 전 사령관은 “오물풍선이 날아오는 대북 상황에 우리 정보사가 들어갈 필요가 있겠냐” 물었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이 ‘언론에 평상시에 나지 않는 특별한 보도가 날 거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특별한 보도는 부정선거 의혹이었다. 그러면서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중앙선관위로 가서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이들에게 건넨 A4용지 10장 분량의 부정선거 관련 자료에는 선관위 부서와 직원 30여명을 체포하라는 지시와 함께 ‘계엄 선포 시 할 일’이라고 기재돼있었다고 한다. 자료에 계엄 선포 날짜는 없었으나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조만간 상황(계엄 선포)이 생길 것”이라며 “출장이나 장거리 출타를 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대령이 이해한 노 전 사령관의 지시는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에 가서 부정선거 관련 잘못한 사람들을 잡아들여야 한다는 정도였다. 그는 ‘사실 처음 듣고는 황당했다. (노 전 사령관이) 대북상황이라고 주장하지만, 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국내 정세로도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아니니까. 그리고 부정선거를 이유로 계엄을 선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에게 계엄 시 ▲소집된 인원과 차량이 수방사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수방사 시설 확인 인원을 제외한 전 인원은 계엄 후 6시30분까지 선관위로 가서 선관위 직원 명부를 파악하고, 부정선거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공간 확보 ▲선관위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곳에서 ‘부정선거 관련, 아는 사항이 있거나 선거 조작에 대해 아는 사항이 있으면 양심고백을 하라’는 내용의 문구를 올리고, 사령부 내에 일반전화 및 콜센터 설치 ▲선관위 방송실에 가서 선관위 내부 방송을 통해 계엄 상황을 고지하고, 계엄 상황이니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체포 등의 조치가 있음을 경고하라는 총 4개의 임무를 부여했다. 또 30여명의 선관위 직원은 정 대령 팀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속초 정보사 교관 A씨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판교에 있는 본부에 소집됐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씨는 문 전 사령관 등의 지시를 받고 판교에 HID 요원 5명을 투입했다. 진급에 목매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속초서 온 인원 중 3명이 김 대령 팀에 속해 있는데, 그 중 2명에 대해 김 대령은 ‘너희들은 내가 취조할 때 내 뒤에서 취조 대상자들이 나를 해하려고 하면, 나를 보호해라. 그리고 내가 취조할 때 상대방이 겁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책상을 치거나 욕을 하거나 노려보는 등으로 취조 분위기를 조성해라’고도 했다”고 진술했다. 국방부 아래 가장 비밀스럽고 강력한 정보사가 한낱 민간인 지휘 아래 계엄에 투입된 웃지 못할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체포된 윤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처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였다면 HID가 왜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일요시사>가 만난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상명하복이 원칙이니 HID 요원들도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번 사태는 문 전 정보사령관의 투입 명령에 충분히 불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국방부에 책잡힌 몇몇 사건의 영향도 있고, 문 사령관이 진급이라는 미끼를 물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는 가장 진급이 어려운 곳이다. 현재까지도 소장 직급인 정보사의 경우 사령관 직무 배제 및 전직 정보사 여단장 전출 등 각종 이슈로 인해 ‘원스타’ 계급장을 단 장군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사의 사령관은 소장이지만 지휘부는 군단 편제와 같다. 이유는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정보사령관의 계급을 소장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단, 기무사는 1년 뒤 중장으로 다시 사령관 계급을 올렸다. 실제로 HID 팀원들도 자신의 계급을 보안상 알 수 없으며, 사실상 최종 계급은 원스타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계획에 동참한 군 장성들의 진급을 도운 정황은 정 대령의 진술서도 나왔다. 지난해 12월1일 안산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 문 전 사령관, 김 대령의 회의 당시, 수차례 ‘내가 도와줄게’라며 정 대령에게 일을 시켰다. 실제로 정 대령은 “노상원의 군내 인맥이 아직도 대단한 것 같아서, 솔직히 진급 욕심이 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진술했다. 또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계엄이 선포되면 정 대령과 김 대령이 팀을 나눠 중앙선관위 직원 30명을 체포해 중앙선관위 회의실 등에 가둔 뒤 이들을 수방사 B1벙커 내 수감시켜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처리하는 일은 노 전 사령관이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12·3 계엄령 작전에 배치된 HID 요원들은 근접 전투 능력이 뛰어난 이들로 선발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날 HID 요원 5명은 서울 외곽인 판교에 배치됐고, 나머지 35명은 서울 시내 곳곳에 배치됐다. 사령관과 육군 카르텔 12·3 내란의 우두머리는 체포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전 장관은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부터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에게 전화를 걸어 전체적으로 지시를 점검했다고 한다. 정보사가 국방부에 장악된 배경도 의아하다. 정보사는 애초 국방부가 아닌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의 지휘·통제를 받는 조직이다. 그러나 문 사령관은 “장관 지시의 보안 유지 차원서 본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 지휘를 건너뛰고 국방부 장관과 직접 소통했다는 의미다. 계엄 수개월 전 정보사를 곤란하게 만든 두 사건 때문에 국방부가 틀어쥘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정보사 군무원이 블랙요원 수십명의 신상을 중국으로 유출한 사건과 정보사 수뇌부끼리 감정싸움이 벌어져 고소전으로 번진 사건이다. 김 전 장관은 두 사건을 핑계 삼아 정보사를 장악하려 했다. 같은 해 8월, 국방부 장관 부임 직후 정보사를 ‘해체’ 수준으로 개편한다고 예고하더니, 정보사를 국방부 직속 부서인 ‘국방정보실’로 옮기는 안을 검토했다. 다만 그해 10월 언론보도로 계획이 유출되자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이후 김 전 장관은 OB(퇴직자) 활용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경호차장 근무 경험이 있는 노 전 사령관을 연결고리로 활용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1일 노 전 사령관은 정모 대령 등에게 ‘진급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로 인맥을 과시하며 협조를 요구했다고 한다. 실제로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현역 군인들의 진급,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노 전 사령관은 입버릇처럼 김 대령에 ‘오늘도 용산에 다녀왔다’는 식으로 김 전 장관과의 인맥을 자랑했다. 특히, 진급 발표 시기에 노 전 사령관은 하루에 3~4번씩 김 대령 등에게 연락해 현역 장성들의 근황을 묻곤 했다고 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을 포함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서 계엄령은 총 17번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은 12번에 달한다. 헌정사상 첫 계엄령은 이승만정부 시절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앞서 국군 제14연대가 이승만정부가 내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여수·순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 번째 계엄은 같은 해 11월 ‘4·3 사건’ 당시 제주지역에 선포됐다. 당시는 아직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일제강점기의 계엄법에 해당하는 ‘합위지경’을 적용했다. 정작 계엄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 11월24일이다. 김봉현과 한 배 탄 민간인 노상원 “까라면 까야지” 어이없는 수하들 이후 6·25 전쟁으로 인한 첫 전국 단위 계엄령이 선포된다. ‘4·19 혁명’ 당시에는 학생 시위를 막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이는 다음 정부로 이어져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듬해 12월6일 이를 해제했다. 비상계엄 12일에 경비계엄 558일로 한국 역사상 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계엄으로 기록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한일 협정에 반대하는 ‘6·3 항쟁’에 대응한다며 계엄령과 휴교령을 발령했다. 대통령 간선제를 골자로 하는 10월 유신, 부마항쟁 때도 계엄령을 발동했다. 마지막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다음 날 발령됐다. 이 계엄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17일을 기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979년 10월18일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됐다. 이에 저항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전두환정권이 계엄군을 투입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5·18 민주화운동 뒤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나 계엄령을 검토한 증거도 남아있다.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10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정권은 계엄령을 통한 무력 진압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적 저항과 더불어 미국의 계엄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압박하자, 전두환정권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적은 없었다. 다만,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계엄령 검토설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취급을 받았으나 실제 국군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의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던 것을 두고 해당 문건을 참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 대비 태세 유지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통상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다. 합참이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빨 빠진 살인 병기 군 내부엔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으로 지상 병력인 계엄군 지휘에 한계가 있고, 김 전 장관이 같은 육군 출신인 박 총장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여러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지난 12월3일 오후 9시를 넘으며 급변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애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