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07 10:23:43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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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저래도 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극우 논란 속에 출범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그들이 내놓은 혁신안이 정치권 및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름만 혁신안이지 실제 담고 있는 내용은 혁신과 거리가 먼 이념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를 평가 절하하는 내용도 포함돼있어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을 면밀히 파헤쳐봤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지난달 31일 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발표한 혁신안은 크게 3가지. ▲당 사무처 혁신(인사) ▲당원협의회 조직혁신(조직) ▲정책위 혁신(정책) 등의 혁신 계획을 담고 있다. 

당 사무처의 크기는 줄이고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이 체감하고 함께하는 대안을 수립하는 등 현장서 살아있는 정책을 발굴해 정책적 혁신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인사 조직 정책
3대 혁신 발표

먼저 당 사무처 혁신에 대해 혁신위는 현 7개국으로 구성된 당 사무처 실·국을 통폐합해 10%가량의 사무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생각이다. 홍 총장은 “아직 여당의 사무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야당다운 사무처로 바꾸어 ‘작지만 강한’ 사무처를 구축하겠다”며 “희망퇴직을 먼저 받고 정년퇴직을 통해 30명 정도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내 사무처 직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상의 구조조정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사무처 반발을 의식한 듯 혁신안 발표 당시 “구조조정이 아닌 개혁과 혁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주인공들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사무처에만 희생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새나왔다.

혁신위의 발표가 있기 전, 사무처 직원들과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한 차례 발생한 적 있다. 

지난달 28일 중앙당 실·국장 및 시도당 사무처장들이 참석한 회의서 사무처에 대한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선 계약이 만료된 계약직, 정년 초과자,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후 사무처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바른정당 창당’ ‘19대 대선’을 거치며 몸집이 줄어든 만큼 살림살이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던 지난 2월 당이 사무처 직능국과 여성국, 청년국, 국민소통국, 여의도연구원 뉴미디어실 등 5개국을 폐지하고 외부 건물에 있던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을 당사 2층으로 들어오게 한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식구 자르기에
내부 불만 폭발

이처럼 대선 전에도 사무처 통폐합을 실시했던 한국당이 최근 다시 한 번 칼을 빼들려 하자 사무처 직원들의 불만이 배가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무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나경범 전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등 측근 4명을 당 대표실 계약직으로 채용하자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공채 출신이 대부분인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당 대표 측근 4명과는 신규 계약하는 모순된 행보도 불만의 이유 중 하나다.
 

당 지도부의 모순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 인근에 혁신위 사무실을 마련해 주는 등 비용 절감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현재 당사 맞은편 건물 6층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료는 추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조조정의 주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칼을 쥔 홍 총장은 앞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가 대선 직전 재입당한 이력이 있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 사무처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점심시간 한국당 당사 근처에는 술 한잔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당직자의 수가 늘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혁신위는 지난 2일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한국당 신보수주의’ 가치 아래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 4가지 혁신 방향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에는 당 핵심 관계자 및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도 빠져있었다.

사무처·원외당협 구조조정 방침
“왜 우리가 책임져?” 당내 반발

이에 대해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부분은 향후 인적 쇄신 문제를 다룰 때 자연스레 나올 이야기로 생각했다”며 “철학과 가치를 담는 혁신 선언문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는 등 여전히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는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류 위원장의 ‘일베(일간베스트)’ 발언까지 곁들어져 선언문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류 위원장은 청년 대상 행사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활동을 독려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서 혁신위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가 마련한 대학생·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류 위원장은 ‘한국당이 진보진영에 비해 SNS 등 온라인서 이미지 정치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자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를 많이 하시라”고 조언했다.


유동열 사퇴
혁신위 흔들

소위 일베 발언에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혁신의 지향점은 결국 일베인 것이냐”며 “한국당 혁신위 구성이 극우 편향됐다는 것에 한국당 내부서조차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이) 일베의 홍보대사를 스스로 자임했다”며 “바른정당이 부럽다면 뼈를 깎는 혁신을 선행해야지, 극우 성향의 단체를 치켜세우고 바른정당을 파괴시키는 공작을 진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혁신위 내부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자유민주연구원장인 유동열 전 혁신위원이 혁신위의 ‘서민중심경제’ 발표에 반발해 자진사퇴한 것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유 전 위원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사퇴했다.

혁신위는 유 전 위원의 사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유 전 위원은 혁신선언문 용어인 ‘서민중심경제’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대해 본인이 ‘평생 지켜온 가치(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가 존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했다”며 “유 위원의 일방적 사퇴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유 전 위원의 지적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당의 혁신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또 다른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전국 253개 당협에 당무감사를 실시,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협을 솎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반·책임 당원을 늘리는 한편, 대선 패배 후 흐트러진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서 조직 강화는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박근혜·최순실·친박계 ‘3무’
‘신보수주의’ 홍대표 화법 일치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계 배제를 위한 홍 대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당의 당협은 253개. 그중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107개다. 그 외 나머지 146개 지역은 원외당협위원장이 맡고 있다(25개 지역 공석).

이들 중 상당수 원외당협위원장이 지난 박근혜정권 당시 임명된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분당 사태 때 새로 임명된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원외는 아직 친박계 색채가 가시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친홍계(친 홍준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홍 대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역 친박계 의원들을 내치는 대신 친박계 원외당협위원장부터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 

친홍계가 원외를 장악하면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당내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외당협위원장 구조조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친홍계로 전면 물갈이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해범 혁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보수가 이렇게 몰락하게 된 첫 단추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물들, 즉 친박으로 전부 채워 공천하려고 했던 게 시발점”이라며 친박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친박계 현역 의원들까지 반발에 동참한다면 큰 계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원외 구조조정
파벌의 도화선

향후 공개될 세부적인 혁신안을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까지 당 지도부 및 혁신위가 발표한 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혁신보단 ‘이념 무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를 혁신 방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 조기대선 국면서 홍 대표가 강조해온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홍 대표는 그동안 “한국당은 신보수주의를 통해 가치·이념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혁신위는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며 칼끝을 귀족노조에게 겨눴다. 

‘강성귀족노조’라는 단어 사용과 그에 대한 태도가 홍 대표의 그것과 일치한다.

혁신위 독립성 보장은 성공적인 개혁·혁신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한국당 혁신위의 선언문 낭독이 있던 날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서 “혁신위는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실질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발표 내용이 그간 홍 대표의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 종속된 혁신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밍’김학철 처리 논란
반성은 없나?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한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지난 2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물의를 일으킨 김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소명할 기회를 달라는 게 김 의원의 요구다. 그는 발언이 왜곡됐음은 물론, 유럽 연수를 떠나게 된 과정을 해명할 기회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책임은 행정문화위원장인 내가 떠안겠다”며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고려해 달라”고 말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심 신청 마감일인 지난 2일 관련 서류를 제출해 예상을 뒤엎었다. 한국당 당헌·당규 내 윤리위원회 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징계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제명이 확정됐으며, 이로부터 10일째인 2일이 재심 청구 마지막 날이었다. 재심을 청구 받은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심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에 이번 달 내 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발언 왜곡…소명 기회를”
한국당에 제명 재심 신청

당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뿐더러, 만약 받아들여지더라도 징계 결과가 달라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재심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16일 청주 지역이 폭우로 물난리가 났음에도 김 의원을 포함한 충북도의원 4명은 이틀 뒤인 18일, 8박10일의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 귀국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귀국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라고 말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김 의원은 소속 정당이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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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