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 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8.07 10:23:43
  • 호수 1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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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저래도 동네북 신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극우 논란 속에 출범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 그들이 내놓은 혁신안이 정치권 및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름만 혁신안이지 실제 담고 있는 내용은 혁신과 거리가 먼 이념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지난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를 평가 절하하는 내용도 포함돼있어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말 많고 탈 많은’ 자유한국당 혁신안을 면밀히 파헤쳐봤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지난달 31일 혁신안을 발표했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이 발표한 혁신안은 크게 3가지. ▲당 사무처 혁신(인사) ▲당원협의회 조직혁신(조직) ▲정책위 혁신(정책) 등의 혁신 계획을 담고 있다. 

당 사무처의 크기는 줄이고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국민이 체감하고 함께하는 대안을 수립하는 등 현장서 살아있는 정책을 발굴해 정책적 혁신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인사 조직 정책
3대 혁신 발표

먼저 당 사무처 혁신에 대해 혁신위는 현 7개국으로 구성된 당 사무처 실·국을 통폐합해 10%가량의 사무처 직원을 감축하겠다는 생각이다. 홍 총장은 “아직 여당의 사무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야당다운 사무처로 바꾸어 ‘작지만 강한’ 사무처를 구축하겠다”며 “희망퇴직을 먼저 받고 정년퇴직을 통해 30명 정도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이내 사무처 직원들 사이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실상의 구조조정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사무처 반발을 의식한 듯 혁신안 발표 당시 “구조조정이 아닌 개혁과 혁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의 주인공들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데 사무처에만 희생을 요구한다”는 목소리가 새나왔다.

혁신위의 발표가 있기 전, 사무처 직원들과 당 지도부 간의 갈등이 한 차례 발생한 적 있다. 

지난달 28일 중앙당 실·국장 및 시도당 사무처장들이 참석한 회의서 사무처에 대한 2단계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우선 계약이 만료된 계약직, 정년 초과자,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은 후 사무처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비용 절감이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바른정당 창당’ ‘19대 대선’을 거치며 몸집이 줄어든 만큼 살림살이도 줄여야 하는 형편이다.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던 지난 2월 당이 사무처 직능국과 여성국, 청년국, 국민소통국, 여의도연구원 뉴미디어실 등 5개국을 폐지하고 외부 건물에 있던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을 당사 2층으로 들어오게 한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였다.

식구 자르기에
내부 불만 폭발

이처럼 대선 전에도 사무처 통폐합을 실시했던 한국당이 최근 다시 한 번 칼을 빼들려 하자 사무처 직원들의 불만이 배가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홍준표 대표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사무처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나경범 전 경남도청 서울본부장 등 측근 4명을 당 대표실 계약직으로 채용하자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공채 출신이 대부분인 당 사무처 직원들에게는 구조조정을 외치면서 당 대표 측근 4명과는 신규 계약하는 모순된 행보도 불만의 이유 중 하나다.
 

당 지도부의 모순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당사 인근에 혁신위 사무실을 마련해 주는 등 비용 절감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현재 당사 맞은편 건물 6층에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료는 추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조조정의 주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칼을 쥔 홍 총장은 앞서 한국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가 대선 직전 재입당한 이력이 있다. 홍 대표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사실에 사무처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점심시간 한국당 당사 근처에는 술 한잔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당직자의 수가 늘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혁신위는 지난 2일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연단에 올라 ‘한국당 신보수주의’ 가치 아래 ‘긍정적 역사관’ ‘대의제 민주주의’ ‘서민중심경제’ ‘글로벌 대한민국’ 등 4가지 혁신 방향을 담은 선언문을 낭독했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는 정의와 형평을 바탕으로 양극화와 불공정한 기득권을 타파하고 활기차며 따뜻한 공동체의 지속적 발전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선언문에는 당 핵심 관계자 및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인적 쇄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도 빠져있었다.

사무처·원외당협 구조조정 방침
“왜 우리가 책임져?” 당내 반발

이에 대해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부분은 향후 인적 쇄신 문제를 다룰 때 자연스레 나올 이야기로 생각했다”며 “철학과 가치를 담는 혁신 선언문에 그런 내용이 들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정국을 이끌었던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리는 등 여전히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 류 위원장은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 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는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류 위원장의 ‘일베(일간베스트)’ 발언까지 곁들어져 선언문이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류 위원장은 청년 대상 행사서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 활동을 독려하는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서 혁신위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센터가 마련한 대학생·청년 간담회에 참석한 류 위원장은 ‘한국당이 진보진영에 비해 SNS 등 온라인서 이미지 정치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자 “내가 아는 뉴라이트만 해도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를 많이 하시라”고 조언했다.


유동열 사퇴
혁신위 흔들

소위 일베 발언에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혁신의 지향점은 결국 일베인 것이냐”며 “한국당 혁신위 구성이 극우 편향됐다는 것에 한국당 내부서조차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이) 일베의 홍보대사를 스스로 자임했다”며 “바른정당이 부럽다면 뼈를 깎는 혁신을 선행해야지, 극우 성향의 단체를 치켜세우고 바른정당을 파괴시키는 공작을 진행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혁신위 내부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자유민주연구원장인 유동열 전 혁신위원이 혁신위의 ‘서민중심경제’ 발표에 반발해 자진사퇴한 것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 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이 사회적 약자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유 전 위원은 “헌법적 가치 중 하나인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사퇴했다.

혁신위는 유 전 위원의 사퇴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유 전 위원은 혁신선언문 용어인 ‘서민중심경제’서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데 대해 본인이 ‘평생 지켜온 가치(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가 존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사퇴했다”며 “유 위원의 일방적 사퇴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선언문에 ‘중심’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이 유 전 위원의 지적대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국당의 혁신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유령 당협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또 다른 혁신안으로 제시했다. 전국 253개 당협에 당무감사를 실시, 지역구 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한 당협을 솎아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반·책임 당원을 늘리는 한편, 대선 패배 후 흐트러진 조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서 조직 강화는 필수적 요소 중 하나다.

박근혜·최순실·친박계 ‘3무’
‘신보수주의’ 홍대표 화법 일치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같은 계획을 두고 친박(친 박근혜)계 배제를 위한 홍 대표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당의 당협은 253개. 그중 현역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은 107개다. 그 외 나머지 146개 지역은 원외당협위원장이 맡고 있다(25개 지역 공석).

이들 중 상당수 원외당협위원장이 지난 박근혜정권 당시 임명된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분당 사태 때 새로 임명된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원외는 아직 친박계 색채가 가시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친홍계(친 홍준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홍 대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역 친박계 의원들을 내치는 대신 친박계 원외당협위원장부터 구조조정한다는 것이다. 

친홍계가 원외를 장악하면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당내 영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외당협위원장 구조조정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친홍계로 전면 물갈이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해범 혁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보수가 이렇게 몰락하게 된 첫 단추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물들, 즉 친박으로 전부 채워 공천하려고 했던 게 시발점”이라며 친박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원외당협위원장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친박계 현역 의원들까지 반발에 동참한다면 큰 계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원외 구조조정
파벌의 도화선

향후 공개될 세부적인 혁신안을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까지 당 지도부 및 혁신위가 발표한 내용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혁신보단 ‘이념 무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혁신위는 선언문서 ‘한국당 신보수주의’를 혁신 방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지난 조기대선 국면서 홍 대표가 강조해온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홍 대표는 그동안 “한국당은 신보수주의를 통해 가치·이념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혁신위는 “산업화 세대의 기득권은 물론 ‘강성귀족노조’ 등 민주화 세대의 기득권도 비판하고 배격하는 혁신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서민복지를 증진시키는 데 주력한다”며 칼끝을 귀족노조에게 겨눴다. 

‘강성귀족노조’라는 단어 사용과 그에 대한 태도가 홍 대표의 그것과 일치한다.

혁신위 독립성 보장은 성공적인 개혁·혁신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한국당 혁신위의 선언문 낭독이 있던 날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서 “혁신위는 선언문에도 나와 있듯이 실질적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기구”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그러나 혁신위의 발표 내용이 그간 홍 대표의 주장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어 “당 지도부에 종속된 혁신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레밍’김학철 처리 논란
반성은 없나?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에 빗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한 김학철 충북도의원이 지난 2일 자유한국당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앞서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물의를 일으킨 김 의원을 제명한 바 있다.

소명할 기회를 달라는 게 김 의원의 요구다. 그는 발언이 왜곡됐음은 물론, 유럽 연수를 떠나게 된 과정을 해명할 기회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달 22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책임은 행정문화위원장인 내가 떠안겠다”며 “다른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고려해 달라”고 말해 재심을 신청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재심 신청 마감일인 지난 2일 관련 서류를 제출해 예상을 뒤엎었다. 한국당 당헌·당규 내 윤리위원회 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징계에 불복할 경우 징계 의결을 통보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 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제명이 확정됐으며, 이로부터 10일째인 2일이 재심 청구 마지막 날이었다. 재심을 청구 받은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심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이에 이번 달 내 회의를 열어 해당 사안을 들여다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발언 왜곡…소명 기회를”
한국당에 제명 재심 신청

당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흐르고 있다.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뿐더러, 만약 받아들여지더라도 징계 결과가 달라질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론이 워낙 좋지 않아 재심 청구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16일 청주 지역이 폭우로 물난리가 났음에도 김 의원을 포함한 충북도의원 4명은 이틀 뒤인 18일, 8박10일의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 귀국한 바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귀국 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이 이상한, 제가 봤을 때는 뭐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라고 말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김 의원은 소속 정당이던 한국당으로부터 제명당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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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