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청와대 캐비닛 파일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0:21:03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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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해도 알지? 무언의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 캐비닛서 이전 정권서 작성된 문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박근혜정권 당시 제작된 문건을 공개하며 추가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최근 이명박정권 당시 문건이 발견되면서 문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등 추가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아직도 청와대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문건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새로운 캐비닛 문건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정권이 남기고 간 문서 목록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서 이명박(MB)정권 당시 청와대가 생산한 문건을 찾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연합뉴스>를 통해 “MB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이 발견됐다”며 “그중에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계속 발견되는
문건들 내용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건은 당시 각종 의혹을 낳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방부는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인허가를 반대했지만 MB정부는 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롯데에 신축 허가를 내줬다. 일각에선 MB가 직접 신축 허가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STX 관련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STX와 MB정부 사이에 오갔던 의혹으로는 해군 차기고속정 사업 수주가 있다. 당시 STX는 군수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MB정부로부터 해군 차기고속정 방위산업체로 추가 지정돼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해군의 수장이던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확정 받은 상태다. 최근 발견된 STX 문건에 당시 군 고위 관계자 내지는 정권 인사가 연루된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청와대는 문건의 추가 발견 소식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설사 문건이 존재한다고 해도 공개를 할 것인지, 공개를 해도 무방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에 발견된 문건의 공개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한다면 공개하는 것이 맞지만,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STX
무슨 내용?

또 외교·안보 같은 중대한 내용도 함께 공개될 수 있어 고심 중이다. 추가 문건이 발견된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서 안보실서 박근혜정권 때 제작된 문건이 발견되자 청와대는 관련 소식을 알리면서도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시점은 지난 14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때 사용한 민정수석실 캐비닛서 300쪽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문체부 압력’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 담고 있는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알려 파장을 낳았다.


해당 민정수석실 자료들은 2013년 1월 작성된 MB정부 시절 자료 1건을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만들어졌다. 내용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와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다. 

해당 자료들 중 일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이관됐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됐다.

이후에도 문건 발견 소식이 이어졌다. 3일 뒤인 지난 17일 청와대는 정무기획비서관실서 박근혜정부 시절 정책조정수석실서 생산한 다량의 문건을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총 1361쪽의 문건 중 254쪽에 대한 분류 및 분석 작업을 마쳤는데) 254쪽의 문건은 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활용 방안,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한장 한장 캐비닛 여는 청와대 속셈은?
대놓고 못하고…정치적 메시지 담겼나

그런 가운데 청와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반의 과정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김관진 문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드 도입결정부터 조기배치 과정까지 수많은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관련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의혹들 중 문건 내용에 포함된 것이 있는 반면, 아직 거론되지 않은 사안도 존재한다. 청와대의 전수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권과 연결된 의혹들을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먼저 MB정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의혹은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3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박근혜정권서 관련 정보가 문건으로 작성돼 캐비닛에 보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MB정권서 있었던 ‘노무현 논두렁 시계’ 공작도 핵심 사건 중 하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는 6년 뒤인 2015년 2월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자리서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국정원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4대강·성완종
핵심 의혹들

자원외교 사업도 MB정권서 시작돼 박근혜정권 시절 큰 주목을 받은 사안이다. 지난 2015년 3월 검찰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그동안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정기관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일상 업무인 민정수석실서 이와 관련된 서면 보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이어졌다.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던 성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 앞서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MB맨이 아니다”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선 메모지가 발견됐는데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등 실명과 로비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기록돼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성완종 리스트’라 불렀다. 2015년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청와대 측이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하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서 MB와 맞붙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MB의 BBK 사기 연루를 주장했다. 이후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전이 이어졌고 결국 MB는 당선자 신분으로 BBK 특검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의 앙금은 18대 총선서 친이(친 이명박)계의 친박(친 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학살로 이어졌다.

‘논두렁 공작’ 배후는?
‘정윤회 수사’ 보고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만기 출소한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는 자신에게 ‘기획입국’을 제안한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측에 있었다. MB 측과 갈등을 벌였던 박 전 대통령이 BBK와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은 최순실 사태의 전초전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유출된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고 비난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문건 내용의 진위를 특수2부에 문건유출 부분을 배당해 뒷말을 낳았다. 실제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등 석연찮은 점을 보였다. 

곧 청와대가 개입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한 동향보고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루어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박근혜정권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을 기획해 찍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취임 후 곧바로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는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당시 청와대가 지시를 내려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윤회·채동욱
의혹의 키맨들

이 같은 의혹을 담은 문건이 추가로 발견될지는 미지수다. 발견된다고 해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추가 문건이 발견된다면 ‘적폐청산’의 연장선에서 재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내부에선 문건 내용 공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외교·안보 등과 같이 민감한 사안이 아니라면 불법적인 지시가 담긴 것으로 판단되는 문건을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찔리는 자유한국당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우리가 발견한 문건 중 ‘비밀’ 분류도장이 찍혀 있는 문건은 없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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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