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청와대 캐비닛 파일 공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7.31 10:21:03
  • 호수 1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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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 해도 알지? 무언의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청와대 캐비닛서 이전 정권서 작성된 문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당초 청와대는 박근혜정권 당시 제작된 문건을 공개하며 추가 공개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최근 이명박정권 당시 문건이 발견되면서 문건 발견 사실을 언론에 알리는 등 추가 공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아직도 청와대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문건의 존재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새로운 캐비닛 문건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정권이 남기고 간 문서 목록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서 이명박(MB)정권 당시 청와대가 생산한 문건을 찾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연합뉴스>를 통해 “MB정부 당시 작성된 문건이 발견됐다”며 “그중에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와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계속 발견되는
문건들 내용은?

제2롯데월드 인허가 건은 당시 각종 의혹을 낳으며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국방부는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인허가를 반대했지만 MB정부는 공항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조건으로 롯데에 신축 허가를 내줬다. 일각에선 MB가 직접 신축 허가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STX 관련 문건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STX와 MB정부 사이에 오갔던 의혹으로는 해군 차기고속정 사업 수주가 있다. 당시 STX는 군수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MB정부로부터 해군 차기고속정 방위산업체로 추가 지정돼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해군의 수장이던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은 옛 STX그룹 계열사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형을 확정 받은 상태다. 최근 발견된 STX 문건에 당시 군 고위 관계자 내지는 정권 인사가 연루된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청와대는 문건의 추가 발견 소식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설사 문건이 존재한다고 해도 공개를 할 것인지, 공개를 해도 무방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에 발견된 문건의 공개 여부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알권리’를 고려한다면 공개하는 것이 맞지만, ‘야당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STX
무슨 내용?

또 외교·안보 같은 중대한 내용도 함께 공개될 수 있어 고심 중이다. 추가 문건이 발견된 곳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서 안보실서 박근혜정권 때 제작된 문건이 발견되자 청와대는 관련 소식을 알리면서도 외교·안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당 내용은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시점은 지난 14일이다.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정부 때 사용한 민정수석실 캐비닛서 300쪽의 문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문체부 압력’ ‘세월호 유족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 등 담고 있는 내용이 파격적이었다. 

청와대는 발견된 문건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알려 파장을 낳았다.


해당 민정수석실 자료들은 2013년 1월 작성된 MB정부 시절 자료 1건을 제외하면 모두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만들어졌다. 내용은 장관 후보자 등 인사 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와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다. 

해당 자료들 중 일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 이관됐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에 배당됐다.

이후에도 문건 발견 소식이 이어졌다. 3일 뒤인 지난 17일 청와대는 정무기획비서관실서 박근혜정부 시절 정책조정수석실서 생산한 다량의 문건을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총 1361쪽의 문건 중 254쪽에 대한 분류 및 분석 작업을 마쳤는데) 254쪽의 문건은 비서실장이 해당 수석비서관에게 업무를 지시한 내용을 회의 결과로 정리한 것”이라며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활용 방안,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한장 한장 캐비닛 여는 청와대 속셈은?
대놓고 못하고…정치적 메시지 담겼나

그런 가운데 청와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반의 과정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김관진 문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드 도입결정부터 조기배치 과정까지 수많은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민감한 외교·안보 관련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있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권 9년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의혹들 중 문건 내용에 포함된 것이 있는 반면, 아직 거론되지 않은 사안도 존재한다. 청와대의 전수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서 정권과 연결된 의혹들을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먼저 MB정권과 관련된 대표적인 의혹은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3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박근혜정권서 관련 정보가 문건으로 작성돼 캐비닛에 보관됐을 가능성이 크다.

MB정권서 있었던 ‘노무현 논두렁 시계’ 공작도 핵심 사건 중 하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당시 대검 중수부장이었던 이인규 변호사는 6년 뒤인 2015년 2월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자리서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국정원이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4대강·성완종
핵심 의혹들

자원외교 사업도 MB정권서 시작돼 박근혜정권 시절 큰 주목을 받은 사안이다. 지난 2015년 3월 검찰은 자원개발과 관련해 그동안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사정기관을 통한 정보 수집이 일상 업무인 민정수석실서 이와 관련된 서면 보고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이어졌다. 비리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있던 성 전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 앞서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나는 MB맨이 아니다”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신으로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선 메모지가 발견됐는데 ‘유정복 3억,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등 실명과 로비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기록돼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성완종 리스트’라 불렀다. 2015년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청와대 측이 그냥 지나쳤을 리 만무하다.
 

지난 2007년 대선 경선서 MB와 맞붙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MB의 BBK 사기 연루를 주장했다. 이후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전이 이어졌고 결국 MB는 당선자 신분으로 BBK 특검 수사를 받아야만 했다. 이 때의 앙금은 18대 총선서 친이(친 이명박)계의 친박(친 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학살로 이어졌다.

‘논두렁 공작’ 배후는?
‘정윤회 수사’ 보고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만기 출소한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는 자신에게 ‘기획입국’을 제안한 사람이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한나라당 경선 때 박근혜 후보 측에 있었다. MB 측과 갈등을 벌였던 박 전 대통령이 BBK와 관련된 정보들을 수집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집권 2년 차에 터진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은 최순실 사태의 전초전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유출된 문건에 대해 ‘찌라시’라고 비난하면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기자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형사1부에 문건 내용의 진위를 특수2부에 문건유출 부분을 배당해 뒷말을 낳았다. 실제 검찰은 문건 유출 경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는 등 석연찮은 점을 보였다. 

곧 청와대가 개입해 짜맞추기식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대한 동향보고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이루어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박근혜정권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을 기획해 찍어내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은 취임 후 곧바로 ‘국정원 대선 댓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국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는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당시 청와대가 지시를 내려 채 전 총장에 대한 뒷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윤회·채동욱
의혹의 키맨들

이 같은 의혹을 담은 문건이 추가로 발견될지는 미지수다. 발견된다고 해도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만약 추가 문건이 발견된다면 ‘적폐청산’의 연장선에서 재조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내부에선 문건 내용 공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외교·안보 등과 같이 민감한 사안이 아니라면 불법적인 지시가 담긴 것으로 판단되는 문건을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찔리는 자유한국당

청와대 캐비닛 문건 공개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무력시위를 펼쳤다. 한국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과 성명 불상의 청와대 직원들을 공무상 비밀누설 및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우리가 발견한 문건 중 ‘비밀’ 분류도장이 찍혀 있는 문건은 없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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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