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스캔들’ K사-대기업 수상한 거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18:55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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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집만…어떻게 알고 뚫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시공업체 K사가 세금 탈루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이 경찰 측에 넘어갔다. 사실상 고객 장부가 넘어간 셈이다. 여기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 오너 이름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떨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항공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7일,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하늘길 대한항공 본사와 칼호텔네트워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발주한 기업
발목 잡히나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를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의 집을 꾸미는 공사에 회사 공금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조 회장 자택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호텔 공사비 중 최소 10억 원이 조 회장 자택 공사비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은 지하 3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은 1403.7m²(약 420평)에 이른다. 올 1월 기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산정한 개별주택가격은 33억6000만원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3년 말에는 ‘공사비와 땅값을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경찰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주로 맡아 하던 K사 대표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이 같은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모 K사 회장은 5월 경찰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이 먼저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영종도 호텔 공사 대금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오너 자택 인테리어 공사
회삿돈 들어간 정황 포착 수사

K사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재계에선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시공사다.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국내 9위에 올랐으며, 건설업계 지망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순위서도 1위를 기록했다. 
 

K사는 호텔 및 상업·사무·주거공간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회사다. 1965년 반도조선 아케이드에 L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외국 항공사의 티켓 부스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국내 유수의 호텔과 외국계 기업의 디자인을 맡으며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1975년 부천공장을 준공, 1979년에는 K사로 법인 전환해 사세를 확장했다. 

1980∼90년대 상공부장관상인 수출의 날 100만불 수출의 탑을, 건설부장관상인 전문건설공사 유공자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그랜드하얏트서울, 신라호텔, 웨스틴조선서울, 반야트리, W서울워커힐을 비롯해 국내 유명 호텔의 인테리어와 분더숍, 10코르소코모, 랄프로렌 플래그쉽 스토어, 벤츠 등 상업 공간, 골프 클럽, 크루즈 등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회사가 어쩌다 고객 등에 칼을 꽂은 ‘키맨’이 된 걸까. 시작은 K사 오너 형제간의 갈등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공사 맡기고
덤으로 회장 집도

K사는 설립 초기부터 가족기업이었다. 형인 장모 회장과 동생인 장모 부회장이 회사를 경영했다. 장 회장은 1939년생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다 K사를 세웠다. 네 살 아래인 장 부회장은 경기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형의 회사 경영을 도왔다. 


두 사람 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초창기만 해도 형제간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장 회장이 61.00%, 장 부회장이 27.83%, 그리고 장 회장 아들인 장모 사장이 1.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장 회장은 다른 지분들을 대거 인수해 지분율을 71.0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아들 장 사장이 37.83%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장 회장 지분은 34.33%로 줄었다. 후계경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나머지 27.84%는 K사가 보유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 돌연 장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하면서 경영에 손을 뗐다. 업계에서는 형과 동생이 K사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다툼이 있었다고 입 모았다. 이에 장 부회장은 회사 경영서 손을 떼면서 장 부회장 쪽 인사들이 회사 내부 비리(대기업 오너 간의 커넥션)를 폭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가 참여연대를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참여연대가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초창기 경찰 수사의 표면적인 이유는 K사의 무자료 거래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였다. 하지만 경찰의 칼끝은 재계로 향했다는 것. K사 수사 과정서 “이건희·이재용씨 자택 공사비용을 삼성물산이 수표로 줬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사건은 특수수사과에 배정됐다. 

경찰은 이런 증언을 토대로 K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5월30일 경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대기업 회장 개인 주택 공사 비용으로 회삿돈이 사용되거나 불법 조성된 비자금이 활용됐다고 볼 정황과 증언이 확보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너 형제 불화
세금 탈루 조사

K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의 보수와 각종 인테리어 공사를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맡았으며, 삼성물산 한 직원이 비용 결제를 전담했다. 이들 부자의 집은 화장실 보수, 정원 조성 및 상주 직원들의 숙소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공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공사비용의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부분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으로 출처가 추정되는 수표가 사용됐다. 이같은 내용의 언론보도가 보도가 나가자, 삼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공사는 이 회장 개인이 삼성물산에 의뢰하고 삼성물산이 다시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사대금은 회장 개인 돈에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K사는 그동안 수많은 재벌 기업 공사를 해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신세계·대림·아모레퍼시픽·LG·현대자동차그룹·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만 해도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 외에 서울 서소문빌딩 임원실 공사 등을 이 업체에 맡겼다. 

특히 범삼성가 쪽 공사가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서울 서초타운 실내인테리어 공사부터 삼성전자 서천연수원·홍보관, 삼성SDS VIP존, 삼성서울병원, 안양베네스트 클럽하우스 등 계열사 공사 여러 개를 이 업체에 맡겼다. 


신세계그룹으로부터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 이마트 일부 매장, 트리니티CC 클럽하우스 공사를 따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일부 시설 공사를 이 회사에 발주했다. 

호화 주택·대형 빌딩 전문
의심스런 공사비…알고도?

이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 오너 소유로 추정되는 자택 공사도 많이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유엔빌리지 23호 주택, 한남동 65호 주택, 한남동 22호 주택, 판교 대장동 주택(경기도 판교신도시), 한남동 5호 주택, 평창동 주택, H주택 등이 공사 내역으로 적혀 있다. 하나같이 재계인사들이 모여 사는 부촌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들이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재계에서 K사에 일감을 맡기는 이유가 법인 공사비를 부풀려, 이중 일부를 오너 일가의 자택 공사하는 수법에 능통하기 때문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재계 관계자와 사정 기관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K사가 유력 일간지 오너 자택도 공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결과 K사는 2013년 해당 일간지 본관 임원실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일간지 오너와 장 회장은 친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2000년도 초반 해당 일간지 오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K사 회장이 조문객으로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경찰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사까지 진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선 경찰이 해당 일간지까지 수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K사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부 자료 확보
재벌가로 불똥 

다만 경찰이 확보한 K사 자료를 토대로 재계를 향한 수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노심초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도 K사에 일감을 맡겼는데 경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오너 리스크

한진그룹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떨고 있다. 그룹 총수가 공사비 횡령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룹 재무개선의 한 축인 진에어 기업공개(IPO)는 물론 한진 회사채 발행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당장 진에어과 한진은 최종 수사결과가 나온 상황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조달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반복적 행태의 한진그룹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신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와 맞물리면서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거듭된 오너 리스크로 청약 참여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IPO가 심사과정서 철퇴를 맞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7일 조양호 한진 회장이 자택공사 인테리어 공사비 중 상당액을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공사비(약 10억 원)에서 빼돌려 쓴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한진칼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자재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초점은 진에어 IPO와 한진 회사채로 쏠리고 있다. 당장 진에어와 한진 측은 노심초사하면서도 진행 중인 딜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대로 2017년 연말 상장, 이달 말 회사채 발행을 강행할 예정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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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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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