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색을 춤추게 하는’ 김미영

물감 위에 또 다른 물감을 덮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색이 춤추는 듯한 붓터치는 김미영 작가의 작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특징이다. 그녀는 2013년 유학 당시 철조망을 뒤덮은 장미정원 너머의 환상적인 풍경에 강하게 매료됐다. 기차 창밖으로 빠르게 흐르던 풍성한 색깔은 작업의 모티브가 됐다. 작가의 기억은 자연스레 캔버스에 담겼다. 그 결과물이 서울 이화익갤러리에 상륙했다.
 

서울 종로구 이화익갤러리는 오는 25일까지 작가 김미영의 개인전 ‘Wet on Wet’을 개최한다. Wet on Wet은 먼저 칠한 유화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시 물감을 덧칠하는 방식을 말한다. 작가는 이 방식을 이용해 빠르게 지나가는 색의 기억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이 기법은 젖어있는 기존 물감과 새로 칠한 물감이 섞이는 과정에서 관객들로 하여금 속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창밖의 풍경

조아라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가 Wet on Wet 기법을 시도했던 초기작들은 붓터치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 살아있도록 한 작업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서는 보다 과감하게 이전 형상을 밀어내거나 드러내고 덮거나 긁어낸 제스처들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어 “예기치 못한 효과들을 포용해 이전의 물감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긋고, 펴고, 덮고, 흘러내리게 하는 방식으로 캔버스 전체를 채워 특유의 추상성을 더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창문 너머의 풍경은 작가에게는 건너가려해도 넘어설 수 없는 세계의 경계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그에게 사각의 캔버스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어주는 통로나 다름없다. 벽에 걸려있는 새하얀 캔버스는 작가에게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마주한 두꺼운 벽이자 자신만의 환상적인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다.


덧칠하는 방식 표현
작품의 속도감 더해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두 가지 다른 방식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원색의 물감을 기억 속의 실제 풍경처럼 보이도록 구상적이면서 빠른 속도로 붓질한 작품이다. 다른 하나는 추상성을 더하고자 파스텔 톤의 물감을 느린 속도의 붓질로 만들었다.

작가의 두 가지 작업 방식은 시각 정보 위주의 자극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미각과 후각 등 감각 정보까지 회화의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민트와 라즈베리 크림이 들어있는 아이스크림의 시원하고 달콤한 맛까지 평면의 회화로 옮기려는 것이다. 작가의 이러한 시도는 시각 정보를 시각 매체로 옮기는 단구조를 넘어 오감의 정보를 색을 통한 평면 회화로 전이시키려는 작품의 방향성이다.

작가의 작품이 다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특징 외에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가 전통적인 회화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실험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레이어로 이뤄진 작가의 작품을 유심히 보다보면 짙은 색을 먼저 칠하고 옅은 색을 쌓아 올려 먼저 존재하고 있던 색에 다른 색이 개입하는 과정을 과감히 드러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감각 정보까지 평면 속으로
전통 회화 질서 전복 시도

숲을 연상하게 하는 ‘The Painter’s Grove’의 경우 물리적으로는 가장 뒤에 있어야 할 어둡고 짙은 색들이 사실상 가장 볼륨감 있게 튀어나와 있다. 이처럼 직전의 행위를 방해하거나 관습적인 사고 패턴을 파괴하며 얻어낸 전복 효과는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으로만 치부할 수 없도록 만든다.

작가는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볼 때 “그림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색이 일렁이는 듯 미묘한 진동으로 드러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색의 화면을 통해 달콤함, 미끄러움, 소란스러움 등이 시끄럽게 들리기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바람은 단순히 빠른 속도로 붓질을 하거나 색을 민첩하게 배열한다고 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짜 회화

김동현 이화익갤러리 큐레이터는 “작가는 재료가 물리적으로 갖고 있는 물성적인 특질만을 이용해 비록 한순간의 기억일지라도 영원히 움직이는 듯한 화면으로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이상을 꿈꾼다”며 “어쩌면 우리는 이것을 진짜 회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김미영은?]

1984년 서울 출생

▲학력

왕립예술대학교 회화전공 대학원(2014)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전공 대학원 조형예술학부(2011)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과 미술학부(2008)

▲개인전

‘Wet on Wet’ 이화익갤러리, 서울(2017)
‘Sunlight House’ 레스빠스71, 서울(2016)
‘Both Sides Now’ 스페이스 챕터투, 서울(2015)
‘Green Paintings’ Sophie’s Tree, 뉴욕, 미국(2015)
‘Disconnected Connection’ 갤러리 도스, 서울(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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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