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접수한 브룩스 켑카

이변의 주인공 깜짝 메이저 우승

올해로 117회를 맞는 US오픈 골프대회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 1~3위인 더스틴 존슨(미국)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제이슨 데이(호주)가 나란히 컷 탈락했고 스웨덴의 헨리크 스텐손, 알렉스 노렌을 비롯한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도 줄줄이 짐을 쌌다. 이런 와중에 세계랭킹 22위 브룩스 켑카(27·미국)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브룩스 켑카는 지난달 19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 주 에린에 위치한 에린 힐스(파72·774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총상금 1200만달러·우승상금 216만달러) 최종 라운드서 버디 6개와 보기 한 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좌절을 이겨내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2011년 매킬로이가 세운 대회 최다언더파 타이기록을 세우며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라운드를 공동 4위로 마감했던 켑카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했다. 마지막 라운드 14~16번홀 연속 버디를 잡으며 뒷심을 발휘해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2012년 프로로 데뷔한 미국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 출신의 켑카는 미국 선수이면서도 유럽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프로 데뷔 전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었으나 컷 탈락한 후 유럽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서 활약했다. 카자흐스탄, 케냐, 인도 등에서 열린 마이너 대회들도 전전했다.


이듬해 챌린지투어서 세 차례 우승을 한 켑카는 유럽투어 카드를 얻었고 2013년 스코티시오픈에서 유럽투어 무대에 데뷔했다. 2014년 11월 터키서 열린 유럽투어 터키항공 오픈서 유럽의 강호 이언 폴터(잉글랜드)를 1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PGA투어 대회서 여러 번 상위권에 입상한 덕에 수월하게 PGA투어 카드를 손에 넣은 그는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거뒀고 이번에 메이저대회마저 제패하며 ‘금의환향’했다.

유럽서 프로생활 시작…PGA 2승째
위력적인 장타 앞세워 정상 등극

더스틴 존슨과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한 켑카는 지난 대회 US오픈서 공동 13위에 그치며 친구의 우승을 지켜봐야했다. 이번 승리로 골프대회 사상 최고 상금인 216만달러(24억4000만원)를 챙긴 브룩스 켑카는 183㎝, 84㎏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위력적인 장타자로 잘 알려졌다.

올 시즌 PGA투어 드라이브샷 거리 상위 5위에 올라 있다. 장타력에 비해 그린 적중률은 63.8%,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54.6%로, 각각 올 시즌 141위, 173위에 그쳤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이 부분서도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다. 그린 적중률은 86%로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았고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88%로 4위 수준이었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켑카는 유년시절 리틀 야구단서 유격수로 활약하며 선수의 꿈을 키워나갔지만 뜻밖의 사고로 골프에 입문했다. 열 살 때 코뼈가 부러지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회복기간 동안 방망이를 손에서 놓아야 했던 켑카는 얼굴 부상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골프를 접한 뒤 유소년 골프계를 평정했다.

뜻밖의 사고로 골프 입문 
세계 1~3위 나란히 탈락


촉망 받던 유소년 선수였지만 켑카의 골프인생이 늘 순탄한 건 아니었다. 강한 승부욕은 지금의 그를 만든 강점이지만 때로는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분노조절장애까지 겪었다. 동시에 어머니의 유방암 진단 소식까지 집안을 덮쳤고 켑카는 이 때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고 한다.

브라이언 하먼(30·미국)과 마쓰야마 히데키(25·일본)는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마쓰야마는 이날 갱신된 세계 랭킹서 2위로 뛰어올라 아시아 선수의 남자골프 세계랭킹 최고 순위를 새로 썼다. 관심을 모은 한국의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4라운드서 버디 없이 보기만 3개를 기록하며 3오버파 75타를 쳐 합계 6언더파 282타 공동 13위로 자신의 첫 US오픈을 마무리했다.

현재를 즐기다

한편 이번 대회는 끝없는 이변 속에서 치러졌다. 세계 랭킹 1~3위인 더스틴 존슨(33·미국)과 매킬로이, 제이슨 데이(30·호주)가 나란히 컷 탈락을 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언더파는 꿈도 꾸지 못 할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지만, 1라운드서 리키 파울러(29·미국)가 7언더파를 몰아치며 대회 1라운드 최저타 기록을 세운데 이어 3라운드에서는 저스틴 토머스(24·미국)가 9언더파로 US오픈 최저타 기록까지 경신했다. 켑카의 우승으로 최근 7차례 메이저 대회는 모두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 우승자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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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