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거물들 총출동’ 차세대 보안리더 BoB 6기 발대식

“IT 강국, 화이트해커에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the Best, 이하 BoB) 제6기 발대식이 지난 4일 성황리에 열렸다. 현장에는 140명의 교육생을 포함해 정관계 인사, 멘토 등 총 3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일요시사>는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서 진행된 BoB 발대식 현장을 직접 찾아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담아봤다.

BoB 발대식 행사가 예정된 호텔 1층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취재를 준비하는 기자들과 다소 긴장한 모습의 교육생, 그리고 담소를 나누는 각계 인사들이 어우러져 큰 물결을 이뤘다. 

그 인파들 주위로 위치한 수많은 축하화환들이 오늘 있을 발대식의 위용을 짐작케 했다. 준비팀으로부터 명찰을 건네받고 본행사장으로 들어가자 밖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300여명 참석
웅장했던 행사

약속된 2시가 되자 내빈 소개로 행사가 시작됐다. 호명된 이름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 박주선 국회부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이주영·김규환 의원,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의 이름이 불렸다. 

그 외에도 K-BoB 시큐리티포럼, 한국인터넷진흥원, 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국군사이버사령부,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 한국정보보호학회, RSA 한국지사 등 정보보안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해외 정보보안 교육 기관도 참석해 이목을 끌었다. 일본 최고의 컨퍼런스 CODEBLUE, 대만국립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방문해 BoB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내빈 소개가 끝나자 곧 BoB 소개 순서로 이어졌다. BoB는 정보사회를 선도할 최고 수준의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정보보호 교육과정이다. 지난 2012년 1기 교육생 60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5년간 총 580여명의 화이트해커를 배출했다. 1기 60명, 2기 117명, 3기 122명, 4기 136명, 5기 140명으로 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번 BoB 6기 교육에는 고교·대학(원)생 등 1186명이 지원했으며 서류전형, 인성적성검사, 필기시험과 심층면접을 거쳐 140명이 최종 선발됐다. 선발된 교육생들은 내년 3월까지 최고의 정보보안전문가(멘토)들과 1:1 도제식 교육, 실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며 최종 경연 단계를 거치는 등 집중적인 교육을 받게 될 예정이다.

수료생들은 국내외 기관 및 기업, 단체 등에서 보안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화이트해커팀을 구성해 미국, 일본, 대만 등지서 개최된 세계해킹방어대회서 매년 상위권에 입상하는 성과를 냈다. 

이달 말 미국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해킹방어대회인 데프콘(DEFCON) 본선에 진출한 15개팀 중 4개팀이 BoB 수료생으로 구성된 팀이다. 지난 2015년 대회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우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김진석 BoB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1기 시작할 때가 2012년이었다. 2010년부터 2년간 준비했다. 1기를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 다들 ‘(BoB를) 왜 하냐’ ‘어디에 써 먹을래’라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3기쯤 지나 성과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큰 성과는 수료생들이 해외대회에 나가 수상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BoB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후 4∼5기까지 실적을 많이 쌓았다. 2015년에 전 세계 화이트해커들의 올림픽인 데프콘에서 BoB 교육생·수료생·멘토들로 구성된 연합팀이 나가 아시아 최초로 우승했다. 23년 동안 우승한 적이 없었는데 우리가 해낸 것이다.”
 


“그러니 해외서 ‘대한민국에 이런 팀이 있구나’라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BoB는 저변확대에 집중했다. 이에 보안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보안 엘리트가 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번 해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DEFCON
우승 신화

김 센터장의 말처럼 그간 BoB는 험난한 길을 개척해왔다. 보안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유독 우리나라서만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랜섬웨어 공포로 보안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국민들의 관심은 다시금 멀어졌다.

이에 김 센터장은 “처음 BoB를 한다고 했을 때 국가서 예산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당시 전반적인 분위기는 ‘왜 보안이 필요한지’ ‘소프트웨어와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70∼80년대 급격한 IT기반 성장을 이루면서 결과 중심의 프로덕트를 생산하는 데 급급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에 이제부터라도 방향을 설정해 체계를 잡자는 의미서 BoB가 탄생했다. 최근 랜섬웨어 사태처럼 PC 보급률이 높은 점이 역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칼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보안 생태계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보안 전문 인력을 백년대계를 갖고 양성해야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BoB이고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발대식 현장에 300명 북적
정관계 유력 인사들 자리해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듯 발대식 현장에는 유력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연단에 오른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최근 들어 해킹 사건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으며 해킹이 미치는 영향력이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적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해킹 대상도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보안 대책이 성과를 내려면 세계 수준의 보안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BoB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BoB 수료생들은 그간 국방·안보·산업 등 각 분야에 최고 수준의 인력을 제공해왔다. 6기 교육생 여러분은 앞으로 8개월간 진행될 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사이버 보안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축사를 이어간 박주선 국회부의장, 정우택 원내대표, 이주영·김규환 의원 등은 유준상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 원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유 원장은 11∼14대까지 4선을 지낸 국회의원 출신으로 2010년 KITRI 원장으로 취임해 BoB를 만들었다.

유준상 위해
거물 총출동 

박 부의장은 “유 원장은 누구나 존경하는 훌륭한 정치인의 길을 걷다 이제는 국가 존망의 근간이 되는 정보 보안 리더들을 양성·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계신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내가 경제기획원에 있을 때 유 원장께서 국회 경제과학위원장에 계셨다. 당시 유 원장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며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가 유 원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오직 맨주먹과 열정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감히 말씀드리는데 유 원장이 아니면 이런 불굴의 의지를 갖고 보안 요원을 생산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K-BoB 시큐리티 포럼’의 공동대표이자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인 이주영 의원은 “유 원장은 정계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했지만, 은퇴한 이후 우리나라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아는 분”이라며 “2010년 BoB가 시작될 당시 정부의 예산을 받지 못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데 정부가 예산을 안 주다니.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내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하고 있었는데 직권으로 예산을 투입시켰다”고 회상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은 “유 원장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정보·지식을 해커들로부터 막아주는, 그야말로 현대판 독립군을 키워내는 진정한 애국지사다”며 “그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선언했다.

축사가 끝난 후 유 원장의 화답이 이어졌다.

유 원장은 “오늘은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미래와 희망을 안고 도전하는 뜻깊은 날이다. 이곳에 있는 교육생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 중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뚫은 대한민국의 인재들”이라며 “BoB서 경험과 관찰을 하길 바란다. 창의성은 여러분들의 경험에 의해 발현되지 결코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경험과 관찰을 통해 성숙한 인재가 되길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의 소개로 연단에 오른 정세균 국회의장은 “BoB 6기 교육생으로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유 원장은 대단한 열정과 추진력으로 화이트해커를 양성했다. 내가 ‘화이트해커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지어드리고 싶다. 6기 교육생들은 유 원장을 아버지라 생각하고 그의 열정과 일에 대한 애착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DEFCON’ 아시아 최초 우승
정세균 “국회가 적극 협조”

다음으로 정 의장이 직접 ‘4차 산업혁명과 국회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이 강연서 그는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최대의 화두지만, 사이버 보안이 없는 산업혁명은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국회서도 관련 법과 제도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러 내빈이 참석했지만, 누가 뭐래도 그날의 주인공은 6기 교육생과 그들을 교육할 멘토일 것이다. 이에 <일요시사>는 그들을 직접 만나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문원 교육생은 지원 동기를 묻는 질문에 “예전부터 정보보호(보안) 분야를 하고 싶었다. BoB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동안 선뜻 지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씩 정보보호에 대한 기초과정을 거쳤고 이제는 도전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지원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어떤 각오로 교육에 임할지 묻는 질문에 이 교육생은 “모든 멘토들의 교육에 집중해 대한민국 정보보호 분야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서 포렌식 연구원으로 일하고 싶다는 이 교육생은 꿈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멘토·멘티
각오 다지다

이경문 멘토는 앞으로 함께할 교육생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프로그램이 8개월 과정이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8개월 동안 마스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니 교육생들은 이 8개월 과정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정진해 나갔으면 한다. BoB를 통해 나의 모자란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만 해도 교육생들에게 이 시간은 굉장히 소중할 것이란 말을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B 교육생의 각오
“안전한 IT 강국으로”

한림대는 정보법과학전공 2학년 박성미 학생이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est of Best, 이하 BoB)’ 6기 교육생으로 선발됐다고 전했다. 

박 교육생을 비롯한 140명의 교육생은 멘토들로부터 도제식 교육과 서바이벌 방식의 교육을 받게 되며 침해대응, 취약점 분석, 디지털포렌식, 보안컨설팅, 모바일보안, 클라우드보안, 금융융복합보안, CC인증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보안 전공학습 프로젝트 및 실무·실습에도 참여한다. 특히, 취약점 분석, 디지털포렌식, 보안컨설팅, 정보보호특기병 등 4개 분야에 대해서는 심화전공 트랙으로 운영된다.

박 교육생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법을 전공하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사이버범죄에 대비한 기술지식을 배우고 싶어 한림대 국제학부에 다시 입학했다”며 “이번 BoB를 통해 우리나라가 안전한 IT 강대국으로 커나가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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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