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등친 세무브로커 막전막후

4324명에 5년치 세금폭탄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사상 최대의 세무 사기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만 수천명. 사기혐의를 받고 있는 세무브로커 류모씨는 구속됐지만 피해자는 세금폭탄을 맞아 당혹스런 상황이다. 문제는 사건의 후폭풍이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다. 사건을 수습할 과세당국의 역할론이 부각된다.
 

지난해 어머니를 병환으로 떠나보낸 대학생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한 통의 우편물을 받았다. 내용은 어머니가 체납한 종합소득세를 종용하는 고지서였다. 2012, 2013년 귀속년도 기준 4000만원이 부과됐다.

수천만∼수억씩

전국프리랜서세무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등록금 문제로 휴학을 고민하던 A씨에게 4000만원은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문제는 세무사였다. 보험설계사였던 A씨의 어머니는 류모 세무사에게 세무 기장 일을 맡겼고 류 세무사가 소득신고를 엉터리로 하면서 사달이 났다.

과세당국은 보험설계사와 같은 프리랜서를 인적용역사업자라 한다.

이들은 회사에 소속돼 일을 하지만 개인사업자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인적용역사업자 가운데 연 수입 7500만원을 넘는 프리랜서는 복식부기 장부를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세무지식이 없는 대상자는 통상 세무사에게 기장 업무를 맡긴다. 


A씨의 어머니도 소득이 7500만원이 넘어 복식기부 장부를 제출해야 했다. A씨의 어머니는 류 세무사를 통해 세무 기장을 맡겼다. 그런데 류 세무사가 A씨 어머니 소득의 약 80%를 임의로 비용 처리하면서 A씨 앞으로 세금폭탄이 떨어졌다.

과세당국은 한해 수입 가운데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수익을 과세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비용을 크게 부풀리면 수익이 줄게 되니 과세 대상이 축소된다. 류 세무사는 이 방법으로 고객 몰래 소득세를 줄이다 적발됐다. 
 

국세청은 탈루액을 확인하고 납세자에게 세금 과세 및 고지를 했다. 류 세무사의 고객이었던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과세 이후였다. 새로 추징된 과세분 가운데 비용처리돼야 할 부분을 소명해야 하는데 생전에 A씨 어머니가 실제 사용한 비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1년 전에 내가 쓴 돈도 어디에 사용됐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가 사용한 경비의 사유와 목적, 경로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현재 국세청은 피해자에게 지난 5년간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누락된 경비 사용내역을 소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는 것이 대책위 설명이다. 이에 따라 허위증빙으로 인한 신고불성실 가산세 40%, 무기장가산세 20%, 납부불성실 가산금(일 0.03%, 연 10.95%) 부과 가능성에 노출됐다.

국세청 측은 “피해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있다”며 “소명이 명백히 안 될 경우 원칙에 맞게 추계하는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고 했다.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은 류 세무사가 프리랜서의 맹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접근하면서 확대됐다. 류 세무사는 적극적으로 프리랜서 직업군을 찾아 고객으로 유치했다. 


그는 보험회사, 자동차영업소 등을 돌며 수수료를 싸게 해주고, 비용처리에 따른 절세를 강조했다. 신뢰감을 높이기 위해 때론 자신을 국세청 출신이라고 속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의실서 세법 관련 전문용어를 통해 설명하는 말에 많은 프리랜서가 그에게 기장을 맡겼다. 하지만 임의로 신고된 종합소득신고에 고객들은 탈세범 의혹을 받아야 했다. 

역대급 피해 규모
후폭풍 우려 고조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가운데 사안의 시급성 및 규모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류 세무사가 맡아 문제가 발생한 사례는 수천건에 달한다. 대책위가 파악한 피해자 수는 보험설계사 3031명(6228건), 학원강사 320명(648건), 외판원 199명(393명), 직업운동가 147명(248건), 기타직군 337명 (606건) 등 총 4324명이다. 

국세청은 이들에게 최근 5년간 누락(2011∼2015년)된 본세와 가산세를 고지했다. 우려스러운 점은 A씨의 경우처럼 과세 대상자의 수입이 많지 않을 경우다. 5년치가 한꺼번에 부과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5년치의 세금을 일괄적으로 내는 납부료만 수천, 수억원에 달해 현실적으로 납부가 곤란한 피해자가 많다”며 “원하는 피해자에 한해 제척기간(세금 시효기간)을 고려해 세금 납부 고지를 유예해 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세금 탈루를 발견하면 과세 대상에 대한 납부 고지를 우선 해야 한다”며 “세금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징수유예라는 제도를 통해 최대 9개월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고 제언했다.

대책위 측은 국세청의 행정절차상 일괄적으로 납부 고지를 해야하는 것은 맞지만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 피해자의 피해 규모가 커 피해자들이 대량 실직 상황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보험설계사의 경우 부과된 소득세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금융 계좌 압류가 들어간다. 해당 보험설계사는 고객과 계약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영업을 할 수가 없다. 

보험사는 일정기간 동안 실적이 없거나 세금 체납 등으로 인해 신용에 문제가 발생한 설계사는 퇴사토록 하고 있어 대량 실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대책위는 우선 신고불성실 가산세를 면제하고 단순누락 가산세 10.95%를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 9개월에 불과한 징수유예 기간을 유동적으로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기분할 납부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제도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인적용역사업자의 복식기장 의무금액을 현행 7500만원에서 상향해 달라는 것. 현재의 의무금액은 20년 전 기준으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김정환 전국 프리랜서 세무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대표는 “우리는 세무사기 사건의 공범이 아닌 피해자”라며 “자칫 대량 실직 사태로 번질 수 있는 상황서 과세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데 행정편의주의로 흐르는 국세청이 피해자를 위한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국세청의 행위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방침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한 세무 관련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납부자의 지급 여건 및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행정 절차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런데 세무사기 사건 피해자에 대한 과세 당국의 조치가 너무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생계가 막막

종합소득신고가 정정되면 해당 기간의 지역건강보험료도 추가로 추징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피해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되는 대목이다. 세무브로커 사기 사건은 이제 그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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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