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법시험의 추억

사라진 개천…돈이 용을 키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생 역전의 사다리’라 불렸던 사법시험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21∼24일 지난해 1차 시험 합격자 중 2차 시험에 불합격한 인원을 대상으로 2차 사법시험이 치러졌다. 사법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도입 이후 존폐 논란에 시달렸다.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 1947년 조선변호사시험 시행 이후 사법시험 70년의 발자취를 더듬어봤다.
 

김씨 할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까지 평생 ‘판·검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매일 새벽 4시 밭일을 나서기 전 아들 박씨를 깨우면서 한 말도 “얼른 일어나서 공부해. 판·검사 돼야지”였다. 아들 박씨는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사법시험을 준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가난한 시절
유일한 희망

김씨 할머니의 바람은 손자에게로 이어졌다. 손자가 태어나자 김씨 할머니는 계룡산 중턱에 있는 절의 스님에게서 ‘법중(法中)’이라는 아명을 받아왔다. 법의 한가운데라는 뜻으로, 손자가 판·검사가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은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두고 ‘개천서 용 났다’고들 했다. 다 같이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이른바 전국이 ‘개천’이었던 시절에는 사시 합격이 상류층으로 가는 초고속 열차나 다름없었다.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대부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허리가 휘어도 부모는 그저 합격만 하라며 일에 매달렸다.


자녀가 사법시험서 1차라도 합격하면 동네 어귀에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OO의 아들, OO사법고시 1차 합격’의 플래카드가 나부끼는 날에는 동네 회관에 잔치가 벌어졌다. ‘소를 잡는다, 돼지를 잡는다’ 난리가 난 상황서 동네 사람들은 ‘합격턱’을 내는 부모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47년 조선변호사시험 후 70년 역사
보통 사람들의 출세 ‘희망 사다리’

사법시험은 아직까지도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가세가 심하게 기운 집을 일으키기 위해 주인공이 도전하는 시험은 대부분 사법시험이었다. 

올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더 킹>서도 주인공은 지긋지긋한 현실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사법시험을 선택한다. 사법시험은 합격에 이르기까지 힘들지만 일단 사다리에 올라타면 앞길이 탄탄대로일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덕에 사법시험은 지금껏 우리나라 최고 시험으로 인정받아 왔다.
 

사법시험의 시초는 1947∼1949년 3년간 시행된 조선변호사시험이다. 이후 1950년부터 1963년까지 고등고시 사법과가 시행되다가 ‘사법시험령’ 제정과 함께 현재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초기 사법시험은 합격자 모두 판·검사로 임용되는 사실상 임용시험이었다. 정원을 정해두지 않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균 60점 이상이면 모두 합격하는 시스템이었다. 1967년에는 합격자가 5명에 불과했다.


선발 인원 늘어
2만 법조인 양성

그러다 1970년 합격 정원제가 도입된 후 합격자가 매년 60~80명으로 늘어났다. 1980년에는 합격자가 300명에 이를 정도로 문이 넓어졌다. 1995년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선발 인원이 단계적으로 증원되면서 2000년대 초반 합격자 1000명 시대가 시작됐다. 1963년 이후 55년간 사법시험으로 배출된 법조인은 2만여명에 이른다.

사법시험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신림동 고시촌이다. 1980년대 초 신문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고시촌’이라는 말은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공부방과 거주 용도로 사용하던 고시원이 밀집한 지역을 말한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관악산 기슭 여러 하숙집에 거주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말 그대로 전국 각지서 고시생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법시험 선발 인원이 증가하자 시험을 준비하는 지원자 역시 급증했다. 과거 선발 인원이 소수일 때 절에 들어가 머리를 싸매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풍토는 문호가 넓어지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학원서 나오는 족집게 요점정리 등 시험 정보가 고시생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고 시험 출제 경향에 대해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는 일도 늘었다. 그 과정서 신림동 고시촌은 1990년대 고시생 숫자가 20만명에 이르는 등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고시생이 모여들자 고시 서적을 판매하는 서점 역시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유명했던 곳이 전 국무총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가족이 운영했던 광장서적이다. 

광장서적은 1978년부터 2013년까지 35년간 신림동 고시촌의 상징이었다.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도 1988년부터 서울대생들의 세미나실 역할을 톡톡히 하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대 상권이 형성된 신림동 고시촌에는 값싼 밥집과 술집이 들어섰고, 학원과 독서실 등이 얽혀 특유의 문화를 형성했다.
 

고시생들의 시간은 철저하게 사법시험 일정에 맞춰 돌아갔다. 신림동 고시촌의 시간 역시 고시생들의 시간에 따라 움직인다. 사법시험은 1차 시험에 합격하면 두 번의 2차 시험 기회가 주어진다. 1차 시험 합격 발표 후 바로 치러지는 2차 시험서 합격하긴 쉽지 않다. 보통 1년을 기다려 2차 시험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도 안 되는 합격률
대다수 고시낭인으로

두 번째 2차 시험서 떨어지면 다시 1차 시험에 도전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4∼5년도 훌쩍 지나가 있다. 대입 시험처럼 재수, 삼수를 하다보면 10년도 금방이다. 그 사이 고시생들은 장수생이 돼있다. 고시촌 바깥에서 보기엔 ‘고시 낭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간이 흘러 있는 것이다. 일반인에겐 긴 시간이지만 고시생에게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흐른 세월이다.

100명 중 3명만
합격의 영광을


이렇게 해도 사법시험의 합격률은 3%가 안 된다. 100명이 도전해도 97명은 떨어지는 시험이라는 뜻이다. 절대적인 공부량이 많고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극소수 고시생을 제외한 절대 다수는 기약 없는 전쟁터에 내던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다. 청춘을 다 바쳐 사법시험에 매달려도 결국 대다수는 ‘낭인’으로 남는다는 것.

노무현정부는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로스쿨법을 제정했고 2009년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국회는 변호사시험법을 제정해 사법시험 선발 정원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올해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9월 사법시험 폐지를 예정한 변호사시험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법시험의 폐지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어 큰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30년간 고시생들과 울고 웃은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 존폐 논란이 불거진 시점부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그 바람이 조금 더 거세졌다. 서점, 독서실 등 신림동 고시촌의 명소들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광장서적은 부도가 난 뒤 ‘북션’으로 바뀌었고 18년간 자리를 지켰던 한국서점의 주인 아주머니는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로 변신했다.

고시 서적의 인쇄·복사를 담당했던 가게들 역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던 독서실은 원룸으로 바뀌었다. 고시생이 빠져나간 자리엔 값싼 방을 찾는 직장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젊은 대학생을 위한 커피전문점과 주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고시촌의 색채가 옅어지면서 새로운 성격의 건물도 생겼다.

일각에선 사법시험 폐지로 신림동 고시촌이 사라지기보다는 최근 늘고 있는 공시생이 고시생의 빈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이 노량진에서 신림동으로 옮겨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발 빠른 상인들은 법전 대신 공무원 수험서로 책장을 채웠고 사법시험을 대비하던 학원은 노무사나 법무사 등 다른 자격증 대비 광고로 전단을 바꿨다.

신림 고시촌
새바람 불어

변화의 바람을 정통으로 맞고 있는 고시촌을 보존하려는 시도도 있다. 김태수 대학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고시촌 풍경이 사라지는 게 아쉬워 지난해 고시촌 기념관을 만들려는 시도를 했었다”며 “고시원을 개조해 30년의 고시촌 역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번에는 뜻대로 안됐지만 올해 다시 한 번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