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정읍시 행정보복 논란

서둘러 허겁지겁 어설픈 복구작업

[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정읍시와 잔디로골프텔의 행정폭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읍시가 잔디로 사업을 방해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는 대행복구 마무리 공사를 두고서다. 양측 간 입장은 첨예하다. 주요 쟁점과 과정을 살펴봤다.
 

잔디로골프텔은 지난 2007년 4월 정읍시와 민자유치사업기본협약(MOU)을 체결하고 유스호스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해당 부지는 정읍시 부전도 1065-14 외 6필지로 정읍시가 잔디로의 사업을 적극 도와준다는 것이 골자였다.

감리기술사 
실사는 했나

그러나 사업 내용과 진척 속도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서 둘 사이는 극도로 나빠졌다. 급기야 정읍시는 2013년 9월 공사 지연을 이유로 투자협정 파기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잔디로는 그 과정서 정읍시가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등의 행정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잔디로는 유스호스텔 사업의 수익성이 맞지 않아 2011년 온천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정읍시에 허가를 요청했다. 정읍시는 2011년 온천공 신고에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2013년 9월 돌연 온천개발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잔디로 측은 적절치 않은 행정절차라고 주장했다. 정읍시는 온천공 개발계획 승인신청이 지연됐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잔디로측은 반발했다. 


온천법에 따르면 시장·군수는 온천발견신고를 수리했을 때 수리한 날로부터 일정기간 이내에 온천공보호구역 지정 등을 해야하는데 정읍시는 온천공보호구역 지정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잔디로 측은 행정절차상의 문제를 내세우며 온천발견신고 수리 취소 처분 및 대집행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양측 간 갈등은 정읍시가 사업 취소 후 명령한 적지복구 명령을 내리면서 극으로 치달았다. 특히 정읍시가 적지복구 기한 내 복구를 완료하지 않았다며 적지복구비용을 잔디로로부터 강제 유치시키면서 양측 간 견해 차이는 더욱 팽팽해졌다.

이후 정읍시는 대행사를 선정해 적지복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잔디로 측은 복구작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는데 보험공사로부터 11억3000만원을 유치시키고 복구를 허술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관련 소송은 이미 진행 중이다. 잔디로가 제기한 대행복구 무효확인 소송(본안소송)과 복구집행정지 신청이다. 지난해 7월에 나온 1심 판결은 정읍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서는 복구집행 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지난 1월 광주고등법원은 대행복구 무효 확인 소송 판결일로부터 14일이 지난날 까지 효력, 집행 및 절차의 속행을 정지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1심과 달리 본안 소송은 잔디로 측이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본안 소송에 대한 선고가 있기까지 복구작업은 멈춰졌다. 그러나 정읍시 측은 현재 준공계를 받아 서둘러 복구 작업을 마치려고 하는 모양새다.

소송 잔디로에 유리하게 흘러가자
선고 앞두고 준공계 당겨 마무리


정읍시가 행정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서 그 변론이 종결되기 전에 행정처분 실행이 완료된 경우, 그 행위가 위법한 것이라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별론으로 들어간다. 이럴 경우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사라지기 때문에 정읍시가 서둘러 복구진행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잔디로 측은 봤다.

따라서 복구작업 완료 여부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정읍시는 지난 1월2일 대행복구를 맡은 정읍산림조합으로부터 준공계를 받고 복구를 마무리한 것으로 봤다.

잔디로 측은 복구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잔디로가 이처럼 주장하는 것은 2심 결정문을 근거로 한다. 법원은 정읍시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복구대행공사가 완료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잔디로 측이 전문 업체 측에 복구 실행이 제대로 됐는지 여부를 확인해 본 결과 상당부분 기준에 미달한 부분이 발견돼 복구 완료로 보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잔디로 측 자료에 따르면 복구 부지에 식재된 소나무, 이팝나무, 단풍나무, 능소화 등은 규격 미달이었다. 회화나무는 수량이 부족했다. 줄떼식재(잔디)는 괴사를 하거나 시공이 돼있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전석은 부실시공이 의심됐다.

잔디로 측은 대행업체가 복구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실제 감리기술사가 실사를 하지 않고 복구가 완료됐다는 준공계를 낸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행정 시스템상 
불가능한 이론

정읍시 측은 “준공계를 낸 과정에는 문제가 없다. 법원의 결정문과는 별개로 정읍시 측은 복구가 완료된 것으로 봤다”며 “다만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잔디로 측은 복구공사를 대행업체에 넘기는 과정 역시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잔디로에 따르면 정읍시는 잔디로의 적지복구 기한(2014년 4월30일∼2015년 5월31일)이 끝난 후 이틀 만인 지난 6월3일 사전 공지 없이 11억3000만원의 예치금을 유치시켰다. 

잔디로 측은 적지복구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였음에도 이를 감안하지 않고 전액을 청구해 유치시켰다는 점에서 다분히 감정적이고 보복적인 조치로 판단했다. 실제로 2015년 5월 정읍시에 제출된 제7차 감리보고서에 따르면 적지복구공사는 ▲토공 85% ▲부대공 100% ▲식재 20%가 진행됐다.

반면 정읍시는 충분히 기회를 줬다는 입장이다. 예치금 유치를 위한 공문을 수차례 보냈고 1년1개월의 공사기간을 줬는데도 공사가 지연됐다는 것. 수차례에 걸쳐 복구를 촉구하면서 ‘기일까지 완료하지 못할 경우 대행복구를 할 계획’임을 고지했다고 반박했다. 

정읍시 측은 “잔디로가 고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별다른 차도가 없는 데다 기간 내에 공사를 끝내지 못해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잔디로는 정읍시의 일방적 산지 대행복구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잔디로의 손을 들어줬다. 정읍시에 시정 권고한 이유에 대해 산지관리법, 행정절차법 등을 들었다. 

산지관리법 제41조 제1조에 따르면 기간 내에 복구를 완료하지 않으면 대행하게 하고 비용을 예치된 복구비로 충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 규정이 일반적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정하고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행정목적을 위해 국민의 신체·재산 등에 실력을 가해 행정상 필요한 상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침해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따라서 행정절차법에 따른 처분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잔디로가 복구공사를 50% 정도 진행했고, 복구공사를 수행할 의사를 내비친 점도 권고 이유로 꼽혔다. 권익위는 “허가지의 대행복구 중지를 구하는 잔디로의 주장은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허가지의 대행복구를 실시한 정읍시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역경제 개발 
발목잡는 행정

또한 복구에 들어간 비용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미 50% 이상 진행된 복구작업에 예치금 11억원을 전부 유치시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공사비용이 많이들어갔다는 주장도 있다. 50%가량의 복구공사가 진행되는 데 드는 공사 비용은 대략 3억원 정도였는데 정읍시가 나머지 복구 공사에 들어간 비용은 6억7300만원이다. 


잔디로 측은 이 같이 복구 비용이 많이 들어간 것 역시 잔디로를 괴롭히는 ‘하나의 방법’으로 판단했다. 

정읍시는 예치금을 유치한 것은 당연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정읍시청 관계자는 “내장산 유스호스텔 건에 들어간 복구 비용 11억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관련 비용이 늘어난 것은 복구 대행 업체가 진행한 공사 과정서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잔디로와 정읍시의 관계가 나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잔디로는 김생기 시장이 원인이 됐다고 봤다. 잔디로에 따르면 정읍시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현 김생기 시장 당선후 시장이 이 토지를 헐값에 넘기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정읍시가 공문을 통해 해당 토지 매각과 기부채납을 종용했다는 것이다. 

잔디로에 따르면 이후 정읍시가 행정적으로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잔디로 측은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사업을 하는데 정읍시가 행정적으로 보복을 가하는 것 같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관련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곳이 있었는데 정읍시 측은 행정적 조치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치열한 소송전 계속될 전망
상생의 길 도모의 목소리도

잔디로 측은 자신들이 유스호스텔 사업서 손을 뗄 경우 전북지역에 거점을 둔 다른 건설업체가 이 사업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즉, 정읍시가 잔디로를 의도적으로 몰아내고 사업권을 친 정읍시 성향의 제3자에게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것.

잔디로는 “정읍시가 제대로 된 행정지원만 해줬어도 사업이 지금처럼 좌초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잔디로가 손을 떼면 다른 건설사가 이 사업을 넘겨받기로 돼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돈다”고 지적했다.

정읍시는 공문을 보낸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잔디로 측에 토지매각과 기부채납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것은 잔디로 측이 땅 사용과 관련해 향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문의해와 일종의 제안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폭력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잔디로 측이 사업 진행 의지가 안 보여 절차를 밟아갔던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읍시는 대행복구 지연의 실질적 이유로 잔디로 측이 해당부지를 청소년수련시설(야영장) 건립을 위한 의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막 속에 현재 2심 본안소송이 한창 진행 중이다. 잔디로는 복구공사의 재판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등의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측간 법정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양측 간 소모적인 법정보단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로에게 필요한 중재안은 없는 것일까. 

“적법 절차”
말만 되풀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정읍시는 적극적으로 법인 유치를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데 법인과 각을 세우는 모습은 정읍시에 사업을 벌이려는 다른 사업자에게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원만한 해결책 모색이 이제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간당간당’ 김생기 시장, 왜?

김생기(70) 전북 정읍시장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잃을 수도 있다. 

앞서 총선 과정서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시장에게 직위상실형이 선고됐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2형사부(재판장 박노수 부장판사)이 지난달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시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 형이 확정되면 김 시장은 시장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할 때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훨씬 크다”며 “피고인이 공직선거법의 입법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 시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시장은 1심 선고 사흘만에 변호인을 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법리오해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김 시장은 고법으로의 항소를 통해 시장직을 유지하게 됐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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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