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VS 야3 전면전 막전막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09:40:14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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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끝…‘강’재인 시그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협치’서 ‘강공’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정체된 인사 정국을 정면 돌파로 풀어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정치권은 협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강’재인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문 대통령의 현재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과연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야당의 반발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이하 청문보고서) 채택이 지연되자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3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어제(12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고 기한 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강행
깨진 협치

청와대 측은 “김 위원장이 인사청문회로 공정한 경제 질서를 통한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능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며 사유를 들었다. 또한 “중·소상공인과 지식인, 경제학자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도덕적이고 청렴한 삶을 증언, 위원장 선임을 독촉하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며 농성을 펼치던 야당은 분노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이번 임명 강행이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매우 유감스러움을 넘어 도저히 좌시할 수 없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이철우 의원은 “요새 문재인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민간단체 합동의 독주 체제”라며 “이걸 ‘문민독주’라 부르는 일반인들이 많이 있는데 문민독주가 계속 되면 ‘문민독재’가 된다. 곧 독재시대가 될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바른정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오만한 질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국회일정과 관련해서도 상응하는 논의를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수를 표방하는 두 정당이 모두 문 대통령의 행보를 ‘독재’로 규정한 것이다.
 

국민의당은 ‘독재’라는 과격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임명 강행에 대해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책임을 민주당과 한국당 측에 돌렸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는데 문재인정부가 임명을 강행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원내 1·2당의 오만과 아집이 충돌하여 강행 임명을 초래한 점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빗장 깨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달면서도 청문보고서 채택 과정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이 거세게 반발해 정무위 전체회의에 불참하면서 상황은 오히려 청와대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결국 한국당의 불참으로 청문보고서 채택 자체가 무산되자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해도 절차적·정치적 하자가 없다고 판단한 청와대는 김 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김 위원장 임명을 속절없이 지켜봐야만 했던 야 3당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당겼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강 후보자 임명까지 강행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논평서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묻지마’ 인선에 국민들이 바라던 협치는 시작조차 못해보고 물 건너간 셈이 돼 버렸다”고 경고했다.

국민의당도 ‘강 후보자 자진 사퇴 및 지명 철회만이 살길’이라는 논평을 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때는) 강한 야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야 3당의 이 같은 경고에도 청와대는 흔들리지 않는 강행 의지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지난 16일에 마쳤다. ‘위장 전입’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등 강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해명됐다는 것이다.

협치→강공, 김상조 강행 임명
강경화도…얼어붙은 인사 정국

무엇보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내달 초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코앞에 두고 있어 외교부 수장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강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기일을 17일로 못박아둔 상태였다. 

청와대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그(강 후보자)를 임명하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 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 야당도 국민의 판단을 존중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될 시 강행 입장을 천명했던 바 있다.
 

문제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처럼 야당의 빗장에 가로막힌 김 후보자의 운명은 앞선 두 사람과 달리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으로 야3당의 김 후보자에 대한 반발심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3일 “개인적으로 강 후보자의 임명에 찬성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 김 후보자의 본회의 인준 표결이 부결로 유도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조금 더 인내하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강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한다면 김 후보자의 인준 표결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당청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오는 22일 본회의서 처리되길 희망하고 있다. 앞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지난 7∼8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지난 12일까지 두 차례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입장차로 끝내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기한 내 청문보고서 채택이 물 건너간 상황서 남은 절차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김 후보자 인준안 직권상정이다. 이렇게 될 시 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장서 치러지는 여야 의원들의 표결을 통해 임명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표결은 민주당과 청와대 측에 유리하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재적 299석 중 민주당은 120석, 한국당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 정의당 6석, 새누리당 1석, 무소속 5석이다. 민주당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30표가 부족한 상황이다. 

강경화 지키고
김이수 내주나

한국당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 자명하다.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온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될 문제지만 (김 후보자 인준안 표결에) 참여해 이 분(김 후보자)이 부적격하다는 걸 표결로써 표시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서 “중립적이지 않은 분이 소장이 되는 것 자체가 헌재의 독립성을 해치는 가장 나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는 단호히 김 후보자 취임에 반대하고, 국회에서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쥔 셈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때와는 달리 김 후보자에 대해서 어떤 당론도 정하지 못했다. 결국 의원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찬반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가 표결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최소 30표가 필요하다. 정의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다고 해도 24표가 부족하다. 국민의당 소속 의원 40명 중 최소 24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당 내에서 ‘김이수 비토론’이 존재해 민주당은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강경 드라이브에 대한 야3당의 반발이 다른 현안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6월 임시국회에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안)과 정부조직법개편안 등 개혁 입법안이 산적해 있다. 특히 추경안에 대한 야3당의 반대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강한 드라이브 약될까? 독될까?
한국당·바당 ‘독재’ 꺼내며 강공

김상조 위원장이 임명된 날 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문재인정부가 제출한 올해 추경안에 대해 ‘반대 입장’으로 의견을 모으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한국당 이현재, 국민의당 이용호, 바른정당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국민 세금으로 미래 세대에게 영구적인 부담을 주는 공무원 증원 추경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같이했다.

또 그들은 추경안뿐 아니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야3당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여야 관계 전반이 상당 기간 얼어붙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야3당이 합심해 의사일정 등을 거부하면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인사 정국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가 국회 파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록 김상조 위원장이 임명됐을 당시 한국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며 맞서다 현재는 한 발 양보한 상황이지만, 언제 다시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지 모른다. 

이는 문재인정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 13일 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의 임명을 강행하자 14일 열린 도종환·김영춘·김부겸 등 여당 의원 3명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오전 한때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이하 의총)를 열고 피켓시위를 펼쳤다. 2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된 의총은 문 대통령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야당무시’ ‘협치파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김상조 위원장 임명을 강력 규탄했다. 뒤이어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협치파괴’ ‘5대 원칙 훼손’ ‘보은·코드 인사’라고 쓰인 피켓을 올려놓고 질의했다.

아슬아슬한
바당·국당

문재인정부는 높은 지지도를 보이며 순항하고 있다. 국민들 중 상당수는 산적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지한다. 문 대통령이 협치 우선주의에서 강경 드라이브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이러한 지원 사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야3당의 견제를 계속 받으면 그에 대한 피해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과연 ‘강’재인으로의 변신이 향후 정국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 정부, 미 의원 홀대론 진실은?
면담 거부에 뿔났다

문재인정부가 한국을 찾은 미국 의원을 홀대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지난 15일 일본 아사히 신문은 “문재인정부가 미 의원들과의 면담을 거부하거나 짧은 시간 만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계속하고 있어 미국 측도 태도를 경화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은 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지난 5월28일 예정했던 방한을 취소한 이면에는 이 같은 이유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매케인 위원장은 한국 방문 중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마지막까지 면담 확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5월에 방한한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과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 등도 문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한민구 국방장관 등과 회담하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딕 더빈 상원의원 일행이 지난 5월30일 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바쁘다는 이유로 직전에 면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미관계 악화를 우려한 외교부의 중재로 5월31일 단시간 면담이 이뤄졌으나 (문 대통령과 5월29일 면담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전직인데도 1시간이나 만났다는 불만이 미국 측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이 신문에 따르면 더빈 의원 일행을 만난 문 대통령은 당시 사드의 한국 배치에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불만 때문에 면담 후 사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 미국 측 불신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미국 측에서는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 강화를 재차 확인할 전망이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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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