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단’ 박지원의 7대 예언 대해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49:11
  • 호수 1118호
  • 댓글 0개

5년 뒤에나 나올 ‘미로 속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 9단’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문재인정권이 맞닥뜨릴 7가지 악재를 예언했다. 지난 6일 광주시의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그는 “청와대에 6월이 오면 7가지 악재가 온다고 경고했다”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일자리 추경 ▲사드 배치 ▲비정규직 ▲최저임금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 등이 암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는 이들 난제가 어떤 식으로 문재인정권의 발목을 잡게 될지 살펴봤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난항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의 예상이 적중한 모양새다. 2일 차 청문회가 열린 지난 8일 여야 의원들이 자료 미제출과 증인·참고인 불출석으로 고성을 주고받았고 한차례 파행을 겪었다. 정권 초반 불거진 인사 암초에 문재인정권의 발걸음도 더뎌졌다.

청문회에 걸려
더뎌진 발걸음

김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펼치고 있다.

2일 차 청문회서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김 후보자는 19건의 민주당 편향 판결을 했고,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사건과 관련해 소수 의견을 낸 근거를 물었는데 모른다고 한다”며 “소수의견을 낸 것이 민주당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간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19건의 재판기록 일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김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추진비를 하루에 두세 번 쓴 것이 많은데 누구랑 어떠한 명목으로 식사를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도 소수의견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묻자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관련 참고인들을 출석시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청문회는 여야 갈등으로 얼룩졌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미 꽤 오랜 기간 검증 기회가 있었고, 특히 판결문과 결정문에 대한 분석 기회가 있었다. 실제 판결문에도 소수의견을 담아서 공개돼있는데 지금 다 제출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김 후보자를 엄호했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후보자가 반대 의견을 낸 통진당 재판기록은 17만 페이지나 된다”며 “일단 참고인들이 출석했으니 청문회를 진행하자”고 지원했다.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던 청문회는 의사진행발언 할애 문제로 소동을 겪었고, 간사 간 협의를 이유로 파행됐다.

인사 암초는 결국 현실화됐다. 김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청문회가 끝나자 한국당 측은 이들 3명을 ‘부적격 3종 세트’로 규정,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반헌법적 사고를 갖고 있다”며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치권은 김 후보자가 과거 통진당 해산 판결 당시 소수의견을 낸 부분을 한국당·바른정당이 끝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8일 전체회의서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통진당이 민주주의 심화에 기여한다’는 엽기적인 논리를 주장한 재판관”이라며 “김이수, 이분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문회 통과에 실패할 확률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임명동의안 표결서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동의가 있어야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는데, 의석 분포를 볼 때 통과 자체는 비관적이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 1호’로 내건 것이 바로 일자리 문제 해결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는 11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을 편성, 국회로 넘긴 상황이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느냐 여부가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부상했다.

국회로 넘어온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이 지난 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가동을 시작으로 심의·의결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추경안은 기획재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추경 관련 상임위원회의 심사와 예결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처리되는 절차를 밟는다.

민주당은 심각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경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 등 야당은 추경안이 법적 편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순항 막은
인사 암초

추경안을 둘러싼 여야의 온도차는 꽤나 커 보인다. 민주당은 6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7일까지 추경안을 통과시켜 연내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우리나라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해야 할 만큼 급박한 경제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한국당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서 “정부는 청년실업을 예로 들어 추경편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하지만, 수출증가 회복이 성장세로 가고 있고 청년실업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경제성장률을 2.5%서 2.6%로 상향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뿐 아니라 국민의당·바른정당도 추경안 통과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이번 추경은) 긴급재난 등 국가재정법상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경안을 보면 경찰 옷값 등이 있는데 추경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바른정당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6월 국회 처리에 ‘협조 불가’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11조원 넘는 추경을 편성한 목적이 단지 문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야당 측에서 제기되고 있어 추경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12일 국회서 시정연설을 갖고 야당 설득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추경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인사와 별개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 추경”이라며 “일자리 추경안이 제출된 이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추경안이 국회서 발목 잡힐 경우 자칫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직접 등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이수 청문회 “통과는 되지만…”
“급한 일 아냐” 야3당 추경 반대

사드 배치 문제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청와대는 “사드 배치는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지만, 미국과 한국당의 공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주요당직자회의서 “문 대통령은 안보문제인 사드문제로 위험한 줄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나만 옳고 내가 하는 것이 정의라는 식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참사”라고 비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쯤 되면 사드 연내 배치는 물론 사드 철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청와대의 사드 배치 발목잡기가 참으로 걱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공화당 소속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사드는 점증하는 김정은의 무기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들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며 “사드의 완전한 배치와 관련한 어떤 환경적 우려도 신속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해소되길 바란다”고 문재인정부를 압박했다.

사드보고 누락 논란으로 문재인정부와 한국당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청와대는 사드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시사한 바 있다. 감사원 감사가 실시되면 첫 타깃은 단연 사드보고 누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한민구 장관,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정부 안보라인 책임자들이 조사 대상이다. 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탈출구 없는
정국 소용돌이

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사드보고 누락 논란에 대해 “애초 사드체계 전개, 반입, 배치에 대한 몰이해서 비롯됐다”며 “청와대가 국방부 군기잡기에만 급급하다. 되레 안보상식 무지를 드러냈다”고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최저임금 인상은 재계와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이는 앞서 대선 전부터 예견되던 일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선 인상,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복합쇼핑몰 규제 등의 주요 경제 정책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임금 비용이 늘어나면 사업 영역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은 금융조달이 불가할 정도로 대부분이 아사 직전 상태다”며 “그럼에도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이를 외면하고 인기영합주의에만 매달리고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부회장이 지난달 25일 경총포럼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며 문재인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볼멘소리’에 문 대통령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경총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정부와 노동계는 물론, 경영계까지 지혜와 힘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문 대통령 아들 문제를 악재 중 하나로 꼽았다. 이는 대선 기간 중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서 펼쳐졌던 네거티브전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드 조사 한국당 들고일어난다
“홍트럼프, 사정없이 몰아칠 것”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는 대선이 끝난 지난달 12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당선 다음 날인 11일 자신이 한 게임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론에 밝힌 데 이어, 이틀째인 지난달 12일 해당 의혹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가짜뉴스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당은 ‘문준용은 뒤늦게 국민 앞에 나왔지만, 거짓말뿐이었다’는 지난달 13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정작 해명이 필요한 대선 기간 중에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대선이 끝나자마자 일부 언론을 통해 ‘언론플레이’하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문씨의 태도를 보면서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준용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채널A>와의 인터뷰서 “고소를 취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절대 취하할 생각 없다. 끝까지 해서 진실을 알리고 싶다. 만일 민주당서 취하한다면 나라도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 입장을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준용씨와 미국서 파슨스스쿨 대학원을 함께 다녔다는 사람의 증언을 바탕으로 낸 국민의당의 논평을 가짜뉴스로 규정, 국민의당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 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홍트럼프’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의 당권 장악은 잠재적 악재에 해당한다. 귀국을 마친 홍 전 지사는 7·3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지지 세력 다지기에 들어간다.

홍 전 지사는 12일 경남도당을 시작으로 부산시당과 울산시당을 연이어 방문한다. 부산·경남(PK)을 돌고 난 후에는 텃밭인 대구·경북(TK), 충청권의 순서로 ‘경부선’ 순회에 나선 뒤 오는 15일 서울서 열리는 전국 당협위원장 회동에 참석할 계획이다. PK를 기점으로 홍풍(홍준표 바람)을 북상시킨다는 구상이다.

달콤 허니문
이제 끝났다 

홍 전 지사의 당권 장악은 문 대통령 입장에선 향후 국정 운영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는 강한 제1야당을 외치며 보수 재건을 구상하고 있다. 강성 발언을 즐겨하는 홍 전 지사가 한국당의 당권을 잡게 될 경우 한국당의 비판 수위는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홍 전 지사가 당권을 잡을 경우 “사정없이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추미애 불통 신호
“전화 한 통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간 갈등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취임 한 달여가 지났지만, 문 대통령이 추 대표에게 전화 한 통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지난 5일 “문 대통령이 추 대표와 통화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취임 첫날(5월10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서훈 국정원장의 인사를 발표 10분 전에 통보해온 것이 전부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갈등의 조짐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추 대표는 최근 고위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에서 ‘당청 간의 사전협의와 공감대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대표는 “협치 국회의 근간은 당청의 긴밀한 협력 체계로, 시작부터 협치를 위한 협치에 빠지지 않았나 생각해봐야 한다”며 “협치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당청 간의 사전협의와 공감대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여야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했지만, 추 대표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돌연 면담을 연기해 당청 불화설이 불거진 바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