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무장’ 경찰용품 거래 백태

“수갑 팔아요” 아무나 구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치안과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 제복과 경찰 용품이 인터넷을 통해 아무런 제재 없이 일반인들에게 손쉽게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권력의 신뢰 하락과 범죄에 악용될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5년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이러한 불법적인 거래 등을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사각지대’는 그대로 남아 있다.

5만원이면…

경찰복과 경찰 용품은 전문 쇼핑몰서 일반 옷을 인터넷서 구입하듯 사이즈 선택부터 결제까지 간편하게 구매 혹은 대여할 수 있다. 의상대여 전문업체 A사에선 부가세 포함 7만7000원에 경찰 남방, 모자, 배지, 넥타이, 호루라기까지 경찰 제복 ‘풀세트’를 2박3일간 대여하고 있다. 

중고품으로는 20만원 상당에 구매할 수도 있다. 거래는 무통장 입금이나 신용카드 결제로 이뤄지며 옷은 택배로 배송된다. 이 업체 판매자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매장에 직접 방문해 보고 사 가도 된다”며 “경찰 납품하는 회사서 가져와 대여·판매하는 것”이라며 품질을 자랑했다.

실제 경찰들이 입는 제복과 동일하진 않더라도 유사 제복 또한 인터넷을 통해 2만∼3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이처럼 경찰 제복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서 경찰 사칭 범죄가 이뤄지고 있어 제복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서도 ‘수갑 판매’ ‘수갑 구매’ 등을 검색하면 수백개의 판매글을 찾을 수 있다. 이중에는 “경찰 수갑과 똑같다” “강력한 재질로 돼있다” 등의 소개글도 쉽게 포착할 수 있다.

현행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유사 경찰 제복·장비의 제조·판매, 사용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구매자는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판매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이 규정한 경찰 제복에는 옷뿐 아니라 계급장과 어깨 휘장 등도 포함되며, 경찰 장비의 경우 수갑과 방패, 권총 허리띠, 경찰차량 등이 일반인 사용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선 암암리에 유사 경찰용품이 버젓이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입시엔 별다른 신원확인 절차도 필요없다. 한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진짜수갑’ ‘경찰수갑’ 등의 제목으로 소개 글과 수갑 실물 사진, 장착 사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 주문은 누구나 가능하다.

호신용품이라는 이름으로 경찰장비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판매물품은 수갑부터 방탄복, 교통지시봉, 무전기, 시위진압용 방패 등까지 다양하다. 경찰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패는 한 사이트서 ‘경찰’ ‘POLICE’ 등 글자가 찍힌 그대로 크기와 성능에 따라 8만∼2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찍힌 방검복은 11만원, 2∼4단봉은 3만2000∼9만원, 수갑은 4만5000∼8만원 등의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판매자는 “이중 잠금기능과 2중날 기어가 있다”고 제품을 광고하면서 “사용자의 불법사용에 대해 판매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갑은 그동안 꾸준히 판매돼온 것으로 파악된다. 구매자들의 사용 후기글에는 ‘완벽한 경찰수갑입니다. 감사합니다’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기 편하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유사 경찰용품은 수갑뿐 아니라 경찰 권총 허리띠, 경찰 계급장, 경찰마크 등도 1만원미만의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모두 법적으로 판매가 금지된 물품들이다.

법망 피해 암암리에…판매 사이트 수십개
수갑 4만8000원, 계급장·경찰패치 1만원

문제는 이렇게 구매한 유사 경찰용품 등이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월에는 중국 여성과 교제하다가 이별을 통보받자 납치, 성폭행한 강모(4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중국 여성은 강씨가 인터넷서 구입한 유사 수갑, 무전기 등을 보여 주며 경찰관이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다.

지난 4월에는 새벽시간에 편의점에 경찰관 비옷을 입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최모(24)씨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최씨는 편의점 종업원에게 “주변에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니 화장실에 숨어라”라고 한 뒤 범죄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2월 인천에선 미리 준비해둔 가스총을 들이대며 경찰관을 사칭한 A씨가 업주 B씨를 위협, 보호비 명목으로 현금 33만원을 빼앗았다. 그보다 전인 11월에는 형사를 사칭해 여고생에게 접근한 뒤 성추행한 30대 남성이 부산 사하경찰서에 입건됐다.

2015년 11월에는 수갑에 가짜 경찰 신분증까지 갖춘 교회 전도사가 경찰을 사칭해 인터넷 채팅 사이트서 만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 제복 및 경찰 장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는 이러한 경찰용품 등을 통한 경찰 사칭 범죄를 막기 위해 2015년 12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유사 경찰 제복·장비는 누구나 제조·판매·대여, 착용·사용 ·휴대 등이 금지된다.

유사가 아닌 실제 경찰 제복·장비 등은 업체가 경찰청 등 관할 기관에 사전 등록을 할 경우 제조·판매·대여가 가능하다. 경찰 공무원은 업체서 장비 등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처벌을 받는다.

단 예외적으로 영화 촬영, 연극 등의 용도나 교육활동, 광고 등 홍보활동의 용도로는 경찰 제복을 착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등록 업체에선 판매 과정에 신분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있다.

한 경찰용품 판매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품을 고르면 직접 가게를 방문하게 한 뒤 신분증 등을 보고 신분확인을 하고 있다”며 “영화촬영의 경우 사업자 등록증 등 증빙서류를 확인한 후 대여를 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신분 확인 절차서도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영화 촬영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완벽하게 확인할 순 없다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또 다른 경찰용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마음 먹고 서류를 조작해서 오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며 “법 시행 이후 최대한 주의를 하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밖에 의경 출신 등이 제복을 직접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의경의 경우 전역시 제복을 반납하거나 폐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외부로 갖고 나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의경 출신 관계자는 “제복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갖고 나올 수 있다”며 “경찰 직원과 제복이 계급장 등만 다르고 거의 유사해 일반인들은 구별을 못한다. 판매될 경우 범죄에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등록업체에 대한 정기점검과 경찰 제복, 용품 등이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없게끔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 시행 이후 경찰 용품 등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혹시 불법판매를 하고 있는지 제보를 받거나 점검 등을 하고 있다”며 “경찰로 보일 수 있는 유사용품을 팔거나 사고, 사용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경찰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품에는 일련번호와 로고가 명시돼있어 일반 물품과 구별이 된다. 만약 이런 물건들이 빠져나가 사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범죄에 악용


하지만 경찰장비를 공공연히 사이버상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 저런 장비를 구입하는 것은 뭔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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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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