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사활 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실패하면 ‘쉰밥’ 성공해도 ‘찬밥’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전망이 밝다. 그런데 반대로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유치작업을 이끌어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낯빛은 어둡다. 조 회장이 손수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이들이 많아서다. 유치에 성공해도 밥상엔 남은 찬이 없을 것으로 보여 조마조마하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이 역력하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18일 평창이 유치를 위한 마지막 수능을 치렀다.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는 이날 스위스 로잔의 올림픽박물관에서 전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대상으로 ‘테크니컬 브리핑’을 마쳤다.

개최지는 오는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 총회에서 결정 난다. 이번 브리핑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IOC 위원 모두를 대상으로 각자의 장점을 피력하는 마지막 자리였다. 브리핑은 뮌헨, 안시, 평창 순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45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뒤 45분 동안 IOC 위원의 질문에 답하며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테크니컬 브리핑
순조롭게 마쳐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평창 유치위가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복수의 IOC 위원들은 “평창이 앞선 두 번의 유치 신청 때보다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간의 숨은 노력이 결실을 이룬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2월14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현지실사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지실사 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홈페이지를 통해 평창과 뮌헨, 안시 등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다. 119쪽의 보고서는 각 도시별로 비전, 유산, 콘셉트, 경기장, 숙박, 재정 등 총 17개 분야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지적했다. 직접적인 순위를 매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평창이 우위에 선 것만은 확실했다. 외신들이 쏟아낸 호평 때문이다.

우선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 경쟁을 두고 후보 도시에 대해 시종일관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AP통신은 평창이 약점 없이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째 도전하는 평창이 빛나는 평가를 받아 선두주자로 입지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AP통신은 평창 지역 주민 92%의 지지를 받고 있고, 전 국민으로부터 87% 높은 지지를 받아 다른 경쟁 도시인 뮌헨(지역 53%·전국 56%)과 안시(지역 63%·전국 62%)보다 월등히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회장, 유치 위해 세계 누비는 등 적극적인 모습
현지실사 보고서 두고 외신들 일제히 호평 쏟아내

로이터통신은 “이번 보고서에서 세 후보도시가 모두 올림픽을 개최하는 데는 큰 문제점이 없다고 평가받았다”면서도 “평창이 앞선 2차례의 경험으로 유치 경쟁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스포츠행사 유치평가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게임비즈닷컴’은 세 후보도시의 평가 결과를 소개하면서 평창을 가장 먼저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올림픽 유치를 위한 장기 레이스의 ‘숨은 공신(?)’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지난 2009년 7월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직을 맡은 조 회장은 유치를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누비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대표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실사단이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타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탑승동이 본청사에서 멀리 떨어져 입국 수속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 인천공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대한항공이 들어오는 본청사로 변경해 의전실까지 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보유 항공기 및 비즈니스 제트기를 평창 유치활동에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대기업 오너가 아닌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올림픽 유치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IOC위원 방한 당시 맥주를 서빙하며 대화를 이어가 주변을 놀라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한 재계관계자는 “그 동안 계속 경영일선에 있던 조 회장이 평창 유치를 위해 ‘영업마인드’로 바뀐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그만큼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맥주 서빙 회의 진행
영업마인드로 전환

또 유치활동에 주력하기 위해 총괄사장 이하 각 부사장의 책임경영 체제를 가동했다. 부사장들이 경영공백을 메꾸는 동안 조 회장은 이번 올림픽 유치를 위해 투표권이 있는 IOC위원들과의 스킨십 강화에 힘쓰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 같은 숨은 노력은 결국 좋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조 회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미간에 주름에 잔뜩 잡혀 있는 모습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이들이 있어서다.

가장 먼저 ‘회장님의 밥상’을 탐한 건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손 대표는 지난 2월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뜻하지 않게 자리에서 물러난 이광재 지사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뤄냈어야 하는데 하는 강한 아쉬움이 있다”며 “당 대표인 제가 직접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을 위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서 당이 총력을 기울여 유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손 대표는 “이 지사가 야인의 몸으로 있지만 강원도민들이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뜻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소속 이 전 지사가 낙마하면서 차질이 우려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손 대표가 ‘대타’로 나서 직접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4?27재보걸 선거의 최대 격전지가 될 강원도지사 선거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지만, 당 대표가 당내에서 구성된 특위 위원장을 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먼저 ‘회장님의 밥상’ 탐한 건 손학규 민주당 대표
한나라당 특위 조성…위원장에 김진선 전 강원지사

문제는 이때가 ‘결전의 날’로부터 불과 1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2년 전부터 물밑 작업을 벌여온 조 회장으로선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이어 2월17일에는 한나라당이 단체로 숟가락을 올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당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를 설치한 것.

한나라당은 특위 위원장에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고문에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각각 선임했고, 특위 위원으로는 강원도 지역 국회의원과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중심으로 14명을 선임키로 했다.

특위 위원들 가운데 가장 눈에 거슬릴 법한 인사는 김 전 강원지사다. 그는 지난 2009년 6월말 조 회장과 함께 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도지사가 임기가 끝나면서 김 전 지사는 자리에서 물러났고 조 회장의 사실상 단독위원장 체제로 전환됐다. 모든 공이 조 회장에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5달 후인 11월 김 전 지사는 대통령 특임대사에 임명됐다. 2차례 유치도전에 나섰던 김 전 지사의 경험을 살리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이에 김 전 강원지사도 유치도시 결정까지 국제 유치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전 지사는 그동안 2010년과 2014년 평창유치위 집행위원장과 2018 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는 두 차례의 유치 활동을 통해 IOC를 비롯한 국제체육계 인사들과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고, 국제스포츠계 흐름에도 밝아 이번 유치전에 필요한 적임자로 평가 받아왔다. 조 회장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건희 IOC 위원도
조양호 눈엣가시

설상가상으로 김 전 지사는 지난 3월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까지 당내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으로 끌어들였다. 박 전 대표가 당내 공식직함을 갖는 건 이명박 대선후보 선대위 상임고문이었던 지난 2007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공주의 귀환’에 조 회장은 더더욱 찬밥 신세를 면키 어려워졌다.

IOC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눈엣가시다. 특유의 존재감 때문에 언제나 스포트라이트가 따라다녀서다. 물밑에서 아무리 뛰어다녀도 시선은 항상 이 회장을 향한다.

현재로선 개최지 선정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의 고생의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 시 공로를 나누는 것과 반대로 실패 시 질책의 화살은 조 회장에 집중될 게 뻔하다. 조 회장으로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점에서 동계올림픽을 어디서 유치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그 때까지 조 회장의 고민은 깊어갈 것으로 보여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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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