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미래산업의 핵심 ‘복합소재’ 생산 거점으로 우뚝

플라스틱에 유리 장섬유인 촙 스트랜드가 적용되면 강철에 버금갈 만큼 강도가 높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고온에서 가공되므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적용되는 촙 스트랜드가 고온서도 변색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KCC는 300~350℃ 이상 고온에서도 변색이 되지 않는 촙 스트랜드를 개발해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촙 스트랜드란 유리 장섬유를 용도에 따라 3~12mm의 다양한 길이로 잘라 만든 제품을 말하며, 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강도 보강용으로 사용되는 원재료이다.

플라스틱의 물성을 보완하는 유리 장섬유

유리 장섬유란 납석, 석회석, 망초 등의 무기 원료들을 1,500℃ 이상의 고온에서 녹인 후 매우 가는 구멍을 통해 마이크로미터(백만 분의 1미터) 단위의 매우 얇은 실 형태로 뽑아낸 제품을 말한다.

1930년대 미국서 처음 개발될 당시에는 주로 전기 절연 특성을 이용한 소재로 사용되었으나 이후에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보완하기 위한 보강재로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이는 유리 장섬유가 플라스틱에 적용될 경우 전기 절연성뿐만 아니라 강도, 치수 안정성 등의 물성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보통 플라스틱은 열을 가할수록 단단하게 굳어지는 열경화성 플라스틱과 열을 가하여도 가공할 수 있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비교적 가공하기 쉽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환경적 이점이 있어 최근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세종공장서 생산하는 유리 장섬유 또한 열가소성 플라스틱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인 촙 스트랜드(Chopped Strand, 절단 유리 섬유)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강철보다 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 전자 분야 등 각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는 갈수록 더 가볍고 더 얇게 진화해 가고 있다. 동시에 플라스틱 자체에 요구되는 강도 물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어 수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가공성 등의 이유로 그 성장세가 완만한 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고온에서 성형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특성상 색상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이 제기되곤 하는데, 유리 장섬유에 처리된 유기물에 기인한 변색 문제가 이에 포함된다.

고내열용 촙 스트랜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객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개발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사전에 특수한 유기물 처리가 된 유리 장섬유가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고온의 내열성이 필요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는 그동안 광물 섬유인 미네랄 화이버가 보강재로 많이 사용됐지만 강도 물성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보강재를 유리 장섬유로 대체하여 강도 물성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고온의 혼합 과정에서 변색이 일어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KCC가 개발한 고내열용 촙 스트랜드는 300~350℃ 이상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혼합되는 고온서도 유리 장섬유가 변색되지 않도록 하는 특수 기능의 유기물 처리가 적용된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유리 장섬유에 적용되는 유기물로는 커플링제, 필름 형성제, 대전 방지제 등이 있다. 이 중 필름 형성제는 유리에 균일하게 코팅돼 유리 장섬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존의 제품으로는300~350℃ 이상의 고온서 변색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에 중앙연구소 고온수지팀과 실리콘연구팀에 자문을 구한 결과, 유리에 균일하게 코팅이 되어 유리 장섬유를 적절히 보호하면서도 플라스틱과 잘 혼합될 수 있는 필름 형성제를 찾을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유기물 배합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에 기여

유리 장섬유 업계 상황을 살펴보자면, 기업들의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인해 제품의 물성이 평준화되어 가며 가격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고부가 가치를 지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서 볼 때 고내열용 촙 스트랜드는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분야다.
 

KCC는 고내열용 촙 스트랜드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요구에 부합하는 고부가 가치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 특히 기존 제품에 고내열용 촙 스트랜드의 개념을 부가한 하이브리드 제품에 대한 후속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고부가 가치 제품 개발로 신규 매출 확대와 수익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 ‘복합소재’ 생산 거점으로 우뚝 선 ‘KCC 세종공장’

과거 거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사업 초기부터 자체 기술로 유리 장섬유를 생산해 오고 있는 세종공장,. 오늘날 유리 장섬유가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인 ‘복합소재’로 주목 받으며 더욱더 많은 수요가 예측됨에 따라 세종공장은 생산 설비 증설을 통해 복합 소재 생산 거점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년째 유리 장섬유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세종공장은 사업 초기,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자체 기술을 개발, 불모지와 같았던 복합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기 공정 안정화 과정에서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은 결과, 세종공장은 마침내 다이렉트 로빙(Direct Roving), 촙 스트랜드 매트(Chopped strand mat), 글라슈(Glassue) 등을 개발하며 유리 장섬유 생산 기업으로서 면모를 갖췄다.

이후 건축용 시장에 널리 쓰이는 SMC 로빙(Sheet Moulding Compounding Roving)을 비롯해 자동차 범퍼 빔에 사용되는GMT 로빙(Glassfiber Mat Thermoplastic Roving), 강화 플라스틱의 필수 소재인 촙 스트랜드(Chopped strand)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제품들은 해외 유수 기업과 국내 최대 가전, 자동차 제조사의 부품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 최대 완성차 기업인 T사가 플라스틱 종류의 하나인 베이크라이트(Bakelite)에 촙 스트랜드를 결합해 사용하는 등 KCC 유리 장섬유는 이미 세계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가 일군 ‘혁신’

오늘날 세계로 진출한 유리 장섬유가 존재하기까지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유리 장섬유 제조의 핵심 기술을 구현하는 부싱(Bushing) 설비를 국산화한 것이다. 고온의 유리 섬유를 인출하는 부싱(Bushing)은 백금과 로듐 합금으로 구성돼있으며, 일정 기간 사용하고 나면 가공을 거쳐 재사용했다.

당시 부싱을 재가공하려면 미국의 백금 가공업체에서 수개월간의 가공 시간이 소요됐고, 금액도 상당했다. 게다가 많은 양의 백금을 보유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면에서 부담이 컸다.

이에 KCC는 부싱의 국산화를 추진, 성공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세종공장은 설비 가동 중 연소 방식을 공기 연소에서 순산소 연소 방식으로 교체하는 환경친화적인 혁신도 이뤘다.

보통 연소 시스템을 교체하는 데에는 위험 부담이 커 가동 중에 교체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세종공장은 친환경 연소 시스템을 추구하며 과감하게 연소 방식 교체에 나섰다. 그 결과 배출 가스 감소는 물론, 그에 따른 연료 절감까지 해냈다.


미래 핵심 소재로 유리 장섬유 수요 증가

유리 장섬유는 유리 중에서 전기절연 특성이 가장 우수하여 인쇄회로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 재료로도 사용된다. 또한 유리 장섬유가 적용된 플라스틱은 30~60% 강도가 향상돼 TV의 프레임과 지지대로도 사용된다.

전자 제품이 얇고 대형화 될수록 철재 대용으로 높은 강도의 플라스틱의 수요가 늘며 유리 장섬유의 수요 또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친환경, 경량화 등의 니즈가 커지면서 유리 장섬유는 미래 산업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세종공장이 아스팔트 도로용 보강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화이버팔트’ 제품을 개발했다. 기존 골재로만 이루어진 아스팔트에 유리 장섬유를 일정량 혼합하면 도로의 내구성이 2배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또 다른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생산 설비 증설로 제2의 도약 준비

세종공장은 향후 수요 증가에 발맞춰 증설을 검토 중이다. 증설 설비 구축 시 포허스(Forehearth)도 연소시스템을 변경해 LNG 사용량을 감축하고, 용융 효율을 높여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기여할 계획이다. 또한 제품의 이송/포장 라인의 자동화 설비 구축을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한다.

국내 플라스틱 시장은 자동차 산업과 전기/전자 산업을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어 강화 플라스틱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비중이 큰 편이다. 따라서 세종공장은 다양한 촙 스트랜드 제품군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외국산 제품과의 경쟁에 대비해 유리 장섬유의 품질을 더욱 높일 것이다. 그 일환으로 세종공장은 중앙연구소와 함께 유기와 무기 기술의 복융합을 통해 유리 장섬유의 핵심인 ‘사이징(Sizing) 기술’과 ‘공정(Proces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연구 개발과 혁신을 통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세종공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본 기사는 광고성 홍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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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