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없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08 10:34:20
  • 호수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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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갔다 저리 갔다’ 철새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 후폭풍이 몰아친다. 정계개편이라는 일대 지각변동이다. 원내 6개 정당이 대선 후에도 유지될 것이라 보는 시각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합집산의 신호가 대선 전부터 감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이합집산이 권력만 좇는 형태로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일요시사>는 5월 들어 대한민국을 찾은 정치 철새들의 도래지를 살펴봤다.

“정치권 빅뱅이 일어날 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같이 단언했다. 비록 자신이 정권을 잡게 될 경우를 전제로 들었지만, 이 전제와 상관없이 정치권에는 정계개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안 후보뿐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도 정계개편을 예견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세종문화회관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서 자신이 당선될 경우 “대대적인 정계개편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 빅뱅
이미 시작됐다

기폭은 바른정당서 일어났다. 비유승민계 10여명의 의원이 지난 2일 바른정당을 집단 탈당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복당키로 결정했다. 이들은 복당 선언과 함께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탈당 과정이 석연찮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후보는 누차 대선 완주를 선언해왔다. 기자들이 유 후보에게 타 후보와의 단일화를 물을 때마다 “수백 번도 넘게 들은 얘긴데, 끝까지 간다”고 밝혔다. 내우외환에도 흔들림 없는 강변이었다. 유 후보는 안으론 집단탈당, 밖으론 지지율 부진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소속 의원들이 당 후보를 제쳐두고 경쟁 후보에게 넘어간 것이다. 이는 헌정 사상 유례 없는 탈당이었다. 이에 일각에선 ‘명분 없는 탈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을 나왔음에도 인적 청산이 되지 않은 한국당으로의 복당은 대선 후 정치공학만을 고려한 이합집산이라는 평가다.


탈당의 모양새 역시 좋지 않았다. 탈당파는 당을 나오기 전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심야회동을 가졌다. 홍 후보는 이 자리서 “좌파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기간 중 경쟁하고 있던 타 후보와의 회동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당내서 격한 반응이 나온 건 당연지사다. 바른정당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배신자들은 그들에게 과분한 칭호다. (이들에게) 적절한 칭호는 저렴한 표현이지만 ‘쫄보’라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은 “지금 탈당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가 않다. 이런 웃지 못할 코미디가 어디 있단 말인가”라며 날을 세웠다.

쪼그라든 몸집
교섭단체 위협

직격탄을 맞은 유 후보는 “(탈당파와) 같이 어렵고 힘든 길을 가고 싶었는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처음부터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안았다. 어렵지만 그 길을 계속 가겠다”고 흔들림 없는 완주를 재확인했다.

탈당이 뼈아픈 이유는 비단 대선에 타격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른정당은 몸집이 줄어들어 당의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

탈당의 물꼬를 튼 것은 한국당으로 이동한 이은재 의원이다. 바른정당 소속이던 그는 지난달 28일 탈당을 선언하고 한국당으로 넘어갔다. 더군다나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혀 파장을 낳았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33명서 32명으로 줄어들었고 이 의원 탈당 이후 10여명의 추가 탈당자가 발생했다. 이에 원내교섭단체 정족수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반 토막 났다.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모양새다. 탈당파 10여명에 속한 김성태 의원은 “추가로 (탈당에) 합류할 의원이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진앙지 역할을 한 의원들이 바른정당 내에 남아 있어 탈당은 현재진행형이라 봐도 무방하다.
 

탈당의 근본적 이유는 유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지만, 유 후보와 김무성 의원의 갈등이 땔감 역할을 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앞서 김 의원은 유(승민)·안(철수)·홍(준표) 3자 단일화를 추진한 바 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막아야겠다는 애국적인 생각으로 (3자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이 당 후보의 의사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바른정당 10여명 탈당…개편 초읽기
“박통 구속시킬 땐 언제” 뒷말 무성

유 후보는 김 의원과 갈등설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탈당파 의원 대부분이 친김무성계라는 점에서 유 후보의 말은 설득력을 잃었다. 김 의원은 탈당 소식이 전해진 당일 당사를 방문해 충격에 빠진 당직자들을 위로하는 등 잔류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쳤지만, 탈당은 시간문제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유세 현장서 유 후보를 만난 뒤 가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서 “어제 (유세 현장에) 모인 분들은 한국당으로 가려는 분들이고, 경기도 지역구 의원들 중 일부는 국민의당으로 가려고 한다. 잔류파와 함께 세 갈래로 나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바른정당이 대선 후 나노 단위 분열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남은 요소들을 고려하면 결국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이 점쳐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홍 후보의 지지율은 대선 막판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보수 유권자들이 미우나 고우나 한국당 후보를 선택한다는 방증이다.

반면 유 후보는 TV토론서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지지율 답보상태에 머물었다. 이러한 현주소를 봤을 때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최종 행선지는 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지위(현역 의원 20명 이상)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대선 후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을 예상케 하는 요소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교섭단체 간 협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그 지위를 상실하기 일보 직전이다.
 

비록 정운천·황영철 의원 등 탈당파 중 일부가 결정을 번복하면서 정족수에 미달하는 사태는 피했지만, 대선 후 다시 한 번 탈당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선 후 또?
2차 여부 주목

만약 2차 탈당 러시가 현실화되면 바른정당은 민주당·한국당 도움 없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해진다. 앙금은 남아 있지만, 정치적 결이 같은 한국당과의 연대·합당이 바른정당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범보수권이 한국당을 중심으로 모인다면, 범진보연대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서 “정권교체를 하면 안정적인 의석 확보가 필요한데 1차 협치 대상은 국민의당·정의당 등 기존의 야권 정당들”이라며 “국민의당은 뿌리가 같은 만큼 통합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협치를 꼽았다.

이른바 ‘통합정부론’이다. 이는 집권 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전략이다. 120석이 안 되는 의석수로는 민주당 단독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된 것이다. 이에 문 후보는 박영선·변재일 등 비문 진영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주로 구 야권 정당들과의 협치에 초점을 맞춰 실무 작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 통합정부론 “국민당·정의당 함께”
벌어진 문·안…제2의 바른당 예상도

다시 말해 국민의당·정의당과 협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가겠다는 포부다. 합당이 아니기 때문에 형식적 측면에서 다당제를 유지하지만, 한국당과 함께 실질적인 양당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다. 정치권은 대선 후 민주당의 규모뿐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력도 지금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한 신호가 정치권 밑바닥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 관심은 1년 뒤에 치를 지방선거다. 지방선거 출마를 고려하는 인사들은 권력의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움직임은 대선 후 대세 정당을 판가름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한다.

지방의원들은 속속 민주당행을 선택하고 있다. 유진우(김제)·류영렬(완주)·배성기(진안)·김상철(전 도의원) 의원 등 전북지역 전·현직 지방의원들은 최근 전북도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 충북지역 무소속 박계용(영동)·최연호(옥천)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입당을 발표했다.

키는 국민의당에
연대 예상 많아

협치의 관건은 국민의당의 결정이다. 앞서 국민의당-바른정당의 합당·연대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국민의당-민주당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 정당 모두 수권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선 후 두 정당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1번(민주당), 3번(국민의당)은 어차피 합당할 것”이라는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예상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대선 후 국민의당서 민주당 복당을 희망하는 금배지들이 속출할 것이라 내다보는 목소리도 있다. 안 후보는 “민주당과의 합당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고소·고발전 막후

대선 국면서 각 후보와 정당·캠프 간 고소·고발전이 치열히 전개됐다. 검증 공방이 과열 양상을 띠며 관련 서류가 검찰로 날아들었다. 그중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고발한 건이 가장 주목받았다. 고발장이 접수된 서울중앙지검은 공안2부(부장검사 이성규)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문 후보 아들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특혜 채용’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민주당은 관련 의혹을 제기해온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이 밖에 국민의당은 안 후보를 공격할 목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있다며 안민석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명을 고발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자신이 안 후보 지지 발언을 했다는 문 후보의 TV토론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그러나 이는 ‘보여주기식’ 고발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선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가시적인 수사 성과가 나오기 어려움에도 정치권 인사들이 고발장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선거가 끝나면 화합을 명분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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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