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바로미터> 문-안 ‘PK목장의 혈투’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19:07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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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리턴매치’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양강 구도를 굳혀가는 중이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충청권과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부산·경남(PK)·울산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PK가 배출한 대선후보다. 점차 가열되고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사나이들의 PK 공략 빅 매치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문재인-안철수는 지척의 거리서 태어났다(문재인 경남 거제, 안철수 경남 밀양). 두 지역은 천태산과 매봉산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접하고 있다. PK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출신 지역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이 때문에 PK는 두 후보 모두에게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지역이다. PK서의 총력전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경남 창녕, 전 경남도지사)까지 더하면 벼랑 끝 3파전이 예상된다.

떠도는 PK 표심
누가 낚아채나

현재까지는 3명 중 문 후보가 가장 앞서 있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 TV토론 당일과 다음날(지난 13~14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수도권과 PK서 해당 권역별 오차범위 밖의 1위를 유지했다. 전체 지지율은 44.8%. 31.3%의 안 후보보다 13.5% 포인트 앞섰다.

안 후보 입장에선 PK 지지율 급락이 뼈아팠다. 4월1주차 주간집계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PK서 5.1% 포인트 상승한 50.3%를 기록했다. 홍 후보는 6.6% 포인트 상승한 19.6%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는 13.0% 포인트 하락해 17.7%로 떨어졌다.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와 홍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정당 지지율도 유사한 변화를 보였다. PK서 민주당은 3.3% 포인트 오른 43.8%, 한국당은 1.1% 포인트 오른 16.4%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7% 포인트 하락한 14.7%로 집계됐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PK 2위 자리를 한국당에 내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는 대선 풍향계를 넘어 당락을 좌우할 핵심지역이다. 유권자 수에서도 수도권 다음으로 많다. 민주당·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 같은 호남이라는 점에서 제2의 기반이 절실한 문-안 모두에게 PK는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지지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후보들의 정치적 고향이다.
 

안 후보와 당 입장에선 최근 PK에서의 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첫째로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정당이 어딘가를 살피는 PK 유권자들이 ‘원내 1당’인 민주당 후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거물 인사 영입이다. 문 후보는 지난 3월경 오거돈 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앞서 오 위원장은 지난해 11월경 김종인 전 대표와 골프 회동을 가지는 등 비문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사이 문 후보가 오 위원장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문-안 대회전
“끝까지 간다”

문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오 위원장은 “부산의 문 후보를 향한 압도적 지지가 지지율 견인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해양발전, 부산발전을 ‘부산대통령 문재인’과 함께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부산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부산 유권자에게만큼은 확실히 어필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특정 후보를 넘어 당의 입장에서 환영한다”며 “부산서 오 위원장이 가진 위상은 중도와 보수층에 대한 외연 확장에 있어 대선후보뿐 아니라 우리 당의 입장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산시당의 성명대로 오 위원장의 파급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지난 2014년 6월에 실시된 부산시장 선거 당시 오 위원장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의 맞대결서 석패했다. 50.6% 대 49.3%, 단 1.3% 포인트 차이였다.

오 위원장은 비록 선거서 패했지만, 무소속 신분으로 선전했다. 가공할 PK쪽 득표력을 가진 오 위원장의 합류는 그대로 문 후보의 지지율로 연결됐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 측도 영입인사들을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50명의 인사를 선보였다. 이날 영입한 인사는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임혜경 전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인사 등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서 “패권정치와 분열정치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 측은 추가 영입인사를 발표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공개한 영입인사는 국내 육상계의 전설로 불리는 홍상표 전 부산육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추리문학계 대부 김성종씨 등 2명이었다. 민주당 부산 선대위는 “존경받고 있는 원로급 인사들이 속속 선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문 후보 만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거세지는 문풍, 꺼져가는 안풍
갈대마음 PK “될 사람 뽑는다”

질에서는 문 후보, 양에서는 안 후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영입전에서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많다. 영입전의 판세는 누가 얼마나 무게감과 상징성을 가진 인사를 영입하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에서 문 후보가 이겼다는 것이다.
 

부산 정가 측 사람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오 위원장을 영입한 문 후보가 앞서나가는 게 당연하다”며 “그 사람(오 위원장)은 부산서 상당한 인맥을 자랑한다. 실질적으로 오 위원장 영입 효과를 따져보면 한 명을 데려온 게 아닌 만 명 이상을 데려온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물급 인사의 영입은 대선을 좌지우지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이종찬과 김중권, 김종필, 박태준 등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연대로 이끈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들을 통해 외연확대와 호남 고립 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당선의 주 요인이었다. 문 후보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고 새누리당(현 한국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안 후보 측도 명망 높은 인사들을 행사장으로 모셔오고 있다. 지난 15일 수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연 ‘안철수와 국민희망’ 부산모임에는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 전진 전 부산시부시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장 총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지역 정가는 안 후보가 오 위원장의 맞상대로 그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장 총장은 오 위원장에 버금가는 인맥을 가졌다고 지역 정가는 말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15년 12월 별세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학교법인 동서학원과 동서대 설립자기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서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 총장은 부산 내에서 지분이나 영향력이 큰 거물급 인사로 분류된다.

영입전 가열
거물 모시기

앞서 안 후보는 장 총장 영입 시도를 한 적 있다. 지난 2014년 1월경 안 후보는 장 총장을 부산시장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그러나 당시 장 총장은 “시장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구에는 확답을 하지도, 그럴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고사했다.

두 사람의 친분은 꽤나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 9월 가온포럼 창립 1주년 행사에 장 총장이 참석, 축사를 했다. 가온포럼은 부산내일포럼과 함께 안 후보의 부산조직 양대 축이다.
 

2016년 4월에 있었던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후보는 다시 한 번 장 총장 영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장 총장은 그때도 출마를 거부했다. 그는 언론에 “출마를 고려한 적도 없고, 정치에 발을 디딜 생각조차 없다”며 “동생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데 형이 딴생각을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장 총장의 동생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이다.

당시 안 후보 영입 리스트에는 오 위원장도 있었다. 제3당의 기치를 올리며 공식 창당했던 국민의당은 PK 공략의 교두보로 장 총장과 오 위원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 총장이 출마를 거부한 데다 오 위원장도 “배지 한 번 다는 것보다 후학 양성이 더 중요하다”며 출마를 고사한 채 동명대 총장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안 후보를 저지하는 편에 섰다.


‘거물’ 오거돈 영입효과 톡톡
안의 반격은? 아직 오리무중

국민의당 입장에선 PK 지역 총선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두 인물을 놓친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PK 지역에 단 한 곳도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고, 이는 이번 대선서 국민의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빠른 움직임이다. 문 후보와 당은 지난 11일 PK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서 선대위 발족식을 열었다. 이번 대선 들어 민주당 최초의 지역 선대위 출범이었다. 문 후보와 당이 부산을 얼마만큼 신경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사장서 오 위원장은 “부산서 승리하고 부산시민들이 선택해야 전국서 선택받아 (문 후보가) 국민 대통합 대통령이 된다”며 “부산서 60% 이상 받아야 힘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지난 19일 부산 선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일만 선대위, 갈매기 유세단’.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이 참석해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비해 선대위 발족이 일주일 이상 늦은 시점이었다.

부인들의 지원 유세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 18일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는 부산을 찾아 표심을 공략했다. 부산 강서체육관서 열린 한국민간어린이집 보육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 원장, 교사가 행복한 보육환경을 만드는 중심에 문 후보가 있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반면 안 후보와 그의 부인 김미경씨는 함께 호남을 찾았다. 안 후보와 김씨는 광주 광산구의 자동차부품산업단지, 양동시장, 금남로, 충장로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김씨는 전남 영암·완도·여수를 차례로 찾는 등 호남 공략에 집중했다.

오거돈-장제국
안, 제의 거부

PK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대체로 문 후보를 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부산 정가의 반응이다.

부산의 한 인사는 <일요시사>에 “PK 민심이 문-안 중 아직 선택을 못 한 상태라고 해석하면 된다”며 “만약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오 위원장, 장 총장 등 PK의 핵심 인사들이 민심을 읽고 한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흩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문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서 있지만, 대세가 기울었다고 말하긴 이르다. 대선 전날까지 PK 유권자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W 의혹 난타전

“주주들 속이고 주머니 채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안랩’을 경영할 당시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랩의 BW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편법증여를 목적으로 발행한 삼성SDS BW보다 더욱 싼 가격으로 발행해 안랩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추가 의혹을 내놨다. 박 의원은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이다.

이 자리서 박 의원은 ‘공정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 후보가 정작 정당한 문제제기를 외면하고 적반하장식으로 법적대응을 언급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안 후보 측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액보다 높은 5만원에 BW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삼성SDS의 반값 발행보다 못한 40% 수준의 헐값 발행이었다”며 “자기 스스로에게 헐값 BW를 몰아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위냐.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를 축적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 후보 측은 BW 의혹에 대해 “지난 2012년 검찰에서 조사한 후 위법성이 없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안랩이 BW를 발행해 안 후보에게 전량을 배정했던 1999년 당시 상법으로는 불법이 아니었더라도 BW 제도의 본취지가 자금조달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정경제’를 주장하는 안 후보가 관련 의혹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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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