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바로미터> 문-안 ‘PK목장의 혈투’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19:07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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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은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리턴매치’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양강 구도를 굳혀가는 중이다. 그러나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에 충청권과 함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부산·경남(PK)·울산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PK가 배출한 대선후보다. 점차 가열되고 있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사나이들의 PK 공략 빅 매치를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문재인-안철수는 지척의 거리서 태어났다(문재인 경남 거제, 안철수 경남 밀양). 두 지역은 천태산과 매봉산을 경계로 행정구역을 접하고 있다. PK는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출신 지역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이 때문에 PK는 두 후보 모두에게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지역이다. PK서의 총력전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경남 창녕, 전 경남도지사)까지 더하면 벼랑 끝 3파전이 예상된다.

떠도는 PK 표심
누가 낚아채나

현재까지는 3명 중 문 후보가 가장 앞서 있다. CBS가 리얼미터에 의뢰, TV토론 당일과 다음날(지난 13~14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문 후보는 수도권과 PK서 해당 권역별 오차범위 밖의 1위를 유지했다. 전체 지지율은 44.8%. 31.3%의 안 후보보다 13.5% 포인트 앞섰다.

안 후보 입장에선 PK 지지율 급락이 뼈아팠다. 4월1주차 주간집계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PK서 5.1% 포인트 상승한 50.3%를 기록했다. 홍 후보는 6.6% 포인트 상승한 19.6%로 나타났다. 반면 안 후보는 13.0% 포인트 하락해 17.7%로 떨어졌다. 안 후보 지지층이 문 후보와 홍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정당 지지율도 유사한 변화를 보였다. PK서 민주당은 3.3% 포인트 오른 43.8%, 한국당은 1.1% 포인트 오른 16.4%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2.7% 포인트 하락한 14.7%로 집계됐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오랫동안 지켜오던 PK 2위 자리를 한국당에 내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K는 대선 풍향계를 넘어 당락을 좌우할 핵심지역이다. 유권자 수에서도 수도권 다음으로 많다. 민주당·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 같은 호남이라는 점에서 제2의 기반이 절실한 문-안 모두에게 PK는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지지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후보들의 정치적 고향이다.
 

안 후보와 당 입장에선 최근 PK에서의 부진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변화엔 몇 가지 요인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첫째로 정권교체 후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정당이 어딘가를 살피는 PK 유권자들이 ‘원내 1당’인 민주당 후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거물 인사 영입이다. 문 후보는 지난 3월경 오거돈 당 상임선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했다. 앞서 오 위원장은 지난해 11월경 김종인 전 대표와 골프 회동을 가지는 등 비문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었다. 그사이 문 후보가 오 위원장 영입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문-안 대회전
“끝까지 간다”

문 후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오 위원장은 “부산의 문 후보를 향한 압도적 지지가 지지율 견인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해양발전, 부산발전을 ‘부산대통령 문재인’과 함께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비록 ‘부산대통령’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지만, 부산 유권자에게만큼은 확실히 어필했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성명을 통해 “특정 후보를 넘어 당의 입장에서 환영한다”며 “부산서 오 위원장이 가진 위상은 중도와 보수층에 대한 외연 확장에 있어 대선후보뿐 아니라 우리 당의 입장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부산시당의 성명대로 오 위원장의 파급력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지난 2014년 6월에 실시된 부산시장 선거 당시 오 위원장은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의 맞대결서 석패했다. 50.6% 대 49.3%, 단 1.3% 포인트 차이였다.

오 위원장은 비록 선거서 패했지만, 무소속 신분으로 선전했다. 가공할 PK쪽 득표력을 가진 오 위원장의 합류는 그대로 문 후보의 지지율로 연결됐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 측도 영입인사들을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50명의 인사를 선보였다. 이날 영입한 인사는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임혜경 전 부산시교육감 등 부산지역 교육계와 정치권인사 등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서 “패권정치와 분열정치를 넘어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국민주권시대를 열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문 후보 측은 추가 영입인사를 발표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공개한 영입인사는 국내 육상계의 전설로 불리는 홍상표 전 부산육상경기연맹 부회장과 추리문학계 대부 김성종씨 등 2명이었다. 민주당 부산 선대위는 “존경받고 있는 원로급 인사들이 속속 선대위에 합류하는 것은 문 후보 만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위기에 빠진 부산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거세지는 문풍, 꺼져가는 안풍
갈대마음 PK “될 사람 뽑는다”

질에서는 문 후보, 양에서는 안 후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영입전에서 문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많다. 영입전의 판세는 누가 얼마나 무게감과 상징성을 가진 인사를 영입하느냐에 달렸는데 이 부분에서 문 후보가 이겼다는 것이다.
 

부산 정가 측 사람은 <일요시사>와 통화에서 “오 위원장을 영입한 문 후보가 앞서나가는 게 당연하다”며 “그 사람(오 위원장)은 부산서 상당한 인맥을 자랑한다. 실질적으로 오 위원장 영입 효과를 따져보면 한 명을 데려온 게 아닌 만 명 이상을 데려온 것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거물급 인사의 영입은 대선을 좌지우지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이종찬과 김중권, 김종필, 박태준 등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거나 연대로 이끈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들을 통해 외연확대와 호남 고립 등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 당선의 주 요인이었다. 문 후보도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전 대표를 영입해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고 새누리당(현 한국당)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안 후보 측도 명망 높은 인사들을 행사장으로 모셔오고 있다. 지난 15일 수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연 ‘안철수와 국민희망’ 부산모임에는 장혁표 전 부산대 총장, 전진 전 부산시부시장,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장 총장이 참석한 것을 두고 지역 정가는 안 후보가 오 위원장의 맞상대로 그를 영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장 총장은 오 위원장에 버금가는 인맥을 가졌다고 지역 정가는 말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2015년 12월 별세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이다. 그는 학교법인 동서학원과 동서대 설립자기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동서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 총장은 부산 내에서 지분이나 영향력이 큰 거물급 인사로 분류된다.

영입전 가열
거물 모시기

앞서 안 후보는 장 총장 영입 시도를 한 적 있다. 지난 2014년 1월경 안 후보는 장 총장을 부산시장후보로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그러나 당시 장 총장은 “시장선거에 나서 달라는 요구에는 확답을 하지도, 그럴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현실정치 참여에 대해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고사했다.

두 사람의 친분은 꽤나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 9월 가온포럼 창립 1주년 행사에 장 총장이 참석, 축사를 했다. 가온포럼은 부산내일포럼과 함께 안 후보의 부산조직 양대 축이다.
 

2016년 4월에 있었던 20대 총선을 앞두고 안 후보는 다시 한 번 장 총장 영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장 총장은 그때도 출마를 거부했다. 그는 언론에 “출마를 고려한 적도 없고, 정치에 발을 디딜 생각조차 없다”며 “동생이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데 형이 딴생각을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장 총장의 동생은 바른정당 장제원 의원이다.

당시 안 후보 영입 리스트에는 오 위원장도 있었다. 제3당의 기치를 올리며 공식 창당했던 국민의당은 PK 공략의 교두보로 장 총장과 오 위원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 총장이 출마를 거부한 데다 오 위원장도 “배지 한 번 다는 것보다 후학 양성이 더 중요하다”며 출마를 고사한 채 동명대 총장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안 후보를 저지하는 편에 섰다.


‘거물’ 오거돈 영입효과 톡톡
안의 반격은? 아직 오리무중

국민의당 입장에선 PK 지역 총선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두 인물을 놓친 셈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서 PK 지역에 단 한 곳도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했고, 이는 이번 대선서 국민의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빠른 움직임이다. 문 후보와 당은 지난 11일 PK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부산서 선대위 발족식을 열었다. 이번 대선 들어 민주당 최초의 지역 선대위 출범이었다. 문 후보와 당이 부산을 얼마만큼 신경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행사장서 오 위원장은 “부산서 승리하고 부산시민들이 선택해야 전국서 선택받아 (문 후보가) 국민 대통합 대통령이 된다”며 “부산서 60% 이상 받아야 힘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국민의당은 지난 19일 부산 선대위를 공식 출범했다. 공식 명칭은 ‘일만 선대위, 갈매기 유세단’. BIFF(부산국제영화제) 광장서 치러진 이날 행사에는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이 참석해 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에 비해 선대위 발족이 일주일 이상 늦은 시점이었다.

부인들의 지원 유세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 18일 문 후보의 부인 김정숙씨는 부산을 찾아 표심을 공략했다. 부산 강서체육관서 열린 한국민간어린이집 보육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김씨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 원장, 교사가 행복한 보육환경을 만드는 중심에 문 후보가 있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반면 안 후보와 그의 부인 김미경씨는 함께 호남을 찾았다. 안 후보와 김씨는 광주 광산구의 자동차부품산업단지, 양동시장, 금남로, 충장로 일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후 김씨는 전남 영암·완도·여수를 차례로 찾는 등 호남 공략에 집중했다.

오거돈-장제국
안, 제의 거부

PK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대체로 문 후보를 향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부산 정가의 반응이다.

부산의 한 인사는 <일요시사>에 “PK 민심이 문-안 중 아직 선택을 못 한 상태라고 해석하면 된다”며 “만약 민심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면 오 위원장, 장 총장 등 PK의 핵심 인사들이 민심을 읽고 한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흩어져 있다. 지금까지는 문 후보가 지지율에서 앞서 있지만, 대세가 기울었다고 말하긴 이르다. 대선 전날까지 PK 유권자들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W 의혹 난타전

“주주들 속이고 주머니 채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안랩’을 경영할 당시 발행했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연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안랩의 BW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편법증여를 목적으로 발행한 삼성SDS BW보다 더욱 싼 가격으로 발행해 안랩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추가 의혹을 내놨다. 박 의원은 문 후보 선대위 종합상황본부 2실장이다.

이 자리서 박 의원은 ‘공정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안 후보가 정작 정당한 문제제기를 외면하고 적반하장식으로 법적대응을 언급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박 의원은 “안 후보 측이 외부 평가기관의 평가액보다 높은 5만원에 BW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삼성SDS의 반값 발행보다 못한 40% 수준의 헐값 발행이었다”며 “자기 스스로에게 헐값 BW를 몰아주며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한 행위냐. 벤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한 방’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를 축적하라고 권유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 후보 측은 BW 의혹에 대해 “지난 2012년 검찰에서 조사한 후 위법성이 없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안랩이 BW를 발행해 안 후보에게 전량을 배정했던 1999년 당시 상법으로는 불법이 아니었더라도 BW 제도의 본취지가 자금조달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공정경제’를 주장하는 안 후보가 관련 의혹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압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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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