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검증> ⑤캠프 실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8 09:24:55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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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 보면 왕실장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선정국의 막이 올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 실시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오는 5월9일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된다. 대선일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은 상황서 <일요시사>는 후보 검증 시간을 준비했다. 그 다섯 번째 항목은 유력 대선후보의 캠프를 이끌고 있는 실세들이다.

대선 때마다 정치권에선 다양한 승리 공식이 나온다. “중원(충청)서 이겨야 대선에 승리한다” “서울 표심을 잡아야 대권이 가능하다” 등 지역 공략을 우선으로 하는 공식부터 “20·30대 젊은 층을 사로잡는 공약이 필요하다” “노년층 표심이야말로 대선 승리로 직행하는 티켓”이라는 연령별 공식도 있다.

이러한 나름의 필승 전략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곳이 바로 대선 캠프다. 캠프의 힘이야말로 대선 승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에 <일요시사>는 캠프별로 가장 영향력 있는 실세들을 골라봤다.

문재인-임종석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실세는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다. 그는 캠프서 후보 비서실장이란 중책을 맡고 있다. 임 비서실장은 지난해 10월14일 문 후보 측에 전격 합류했다. 정책 캠프라 할 수 있는 싱크탱크가 출범한 지 일주일 만이다.

당시 캠프 측은 “임 전 부시장(현 비서실장)이 문 전 대표(현 후보)를 가까이에서 돕기로 했다”며 “어떤 역할을 할지는 논의 중이지만, 임 전 부시장 특유의 정무 역량이 문 전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임 비서실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비서실장은 후보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후보부터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며 밤늦게 소주를 사 들고 문 후보의 집에 찾아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고 나서 비서실장직을 맡았다”고 말했다.

당시 임 비서실장의 영입은 큰 주목을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임 비서실장이 박 시장을 제쳐두고 문 후보를 택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지난 1월26일. 임 비서실장이 문 후보 쪽으로 간 지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만큼 문 후보가 임 비서실장 영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 비서실장은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한 대표적 인사다. 16·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지난 2014년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이 임 비서실장을 정무부시장에 임명하면서 ‘박원순계’로 분류됐다.

문 후보와 임 비서실장의 정치적 인연은 그리 깊지 않다. 오히려 둘 사이에 접점을 찾기 힘들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19대 총선서 임 비서실장이 당 내홍으로 불출마를 선언하자, 문 후보가 굉장히 미안해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임 비서실장의 영입은 친문 패권주의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읽힌다. 문 후보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썼다.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 문 후보는 “앞으로 캠프나 선대위가 구성된다면 친노·친문은 아주 소수고 대부분 새로운 면면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내놨다. 다분히 ‘친문 패권주의’ ‘친노 비선’이란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임 비서실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는 임 비서실장에게 영입 초부터 사실상 전권을 줬다고 한다. 사안에 대해 캠프 내 이견이 있으면, “임 비서실장이 결정했으니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전권을 잡은 임 비서실장은 자신의 주특기인 정무 분야뿐 아니라 문 후보의 일정, 정책 결정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 임종석 VS ‘안’ 조광희 맞대결
‘홍’ 친준표계 윤한홍 비서실장 임명


그러나 최근 임 비서실장의 거취가 흔들리고 있다. 선대위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서 당과 캠프 측에 잡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선대위 구성안을 발표하자 “통합선대위가 되도록 원만한 합의를 해 달라는 (문) 후보의 요청에도 일방적으로 발표한 과정에 대해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지난 10일 추 대표 측이 임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내용으로 인선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안철수-조광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캠프의 실세는 조광희 변호사다. 조 변호사는 당 후보 경선서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최근 발표된 중앙선대위 인선에선 비서실 부실장으로 임명됐다.

안 후보와 조 부실장의 인연은 지난 2012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부실장은 당시 ‘진심캠프’서도 비서실장을 역임했었다(현재 안철수 캠프의 이름은 국민캠프다).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과정서 금태섭 상황실장, 이태규 미래기획실장과 함께 협상자로 테이블에 앉은 바 있다. 부드러운 성격으로 알려진 조 부실장은 안 후보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안 후보는 지난해 홍대 인근 카페서 열린 한 강연서 “조 변호사(현 부실장)가 하라고 하면 나는 그냥 합니다”며 그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감추지 않았다.

조 부실장이 정치권에 뛰어든 이유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명숙 전 총리를 변호하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가까워진 조 부실장은 직접 정치를 경험하게 됐다.

조 부실장은 지난 2013년 <법률신문>과 인터뷰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민주당이 적대적 관계에 있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기득권 정치 세력으로서 공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훼손된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민주당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었고, 마침 안 후보와 생각이 맞았다. 안 후보가 생각한 바를 계속 실천해 나간다면 계속해서 도와드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결국 조 부실장은 국민캠프에 몸담으면서 약속을 지켰다.

진심캠프 인사 중에선 당시 공동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성식·박선숙 의원이 안 후보를 후방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개혁 소장파’ 출신인 김 의원은 물밑에서 여권 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당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또 안철수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특유의 정무적 감각을 잘 살려 안 전 대표의 ‘복심’으로 통한다.
 

박 의원은 ‘홍보비 파동’에 연루돼 2심이 진행 중인 만큼 공개적인 행보는 삼가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안 후보에게 ‘큰 그림’을 조언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당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다.


비록 몸집에선 매머드급인 민주당에 밀리지만, 진심캠프 때부터 동고동락했던 이들과 당 의원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평가다.

지난 12일 공식 출범한 국민선대위를 보면 박지원 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을 상임 선대위원장을 투톱으로 구성하고 박주선 국회부의장, 천정배·정동영 의원, 주승용 원내대표, 천근아 연세대 교수, 김민전 경희대 교수, 김진화 비트코인 한국거래소 코빗 이사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홍준표-윤한홍

그간 별다른 조직 없이 대선을 준비했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선 통과 후 당에서 준비한 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홍준표 사람’보다 당 핵심 인사들이 캠프에 많이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그중 한국당 윤한홍 의원은 대표적인 측근으로 분류된다. 홍 후보는 지난 1일 윤 의원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을 통해 “홍 후보는 주요 당직자와 협의를 거쳐 당 사무총장에 이철우 의원을 임명했고, 후보 비서실장에는 윤한홍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 출생인 윤 의원은 20대 총선을 통해 처음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다. 앞서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는 등 당내 거의 유일한 친홍준표계로 분류된다.

‘유’ 친이계 진수희로 범보수 노려
‘심’ 당 인사로 꽉꽉 중심에 노회찬


부지사를 지낼 당시 윤 의원은 2013년부터 3년 동안 홍 후보를 곁에서 보좌했다. 홍 후보의 대표적 공약인 ‘채무 제로’ 감축계획, 진주의료원 폐쇄 등을 실무서 주도했다. 2015년 부지사 자리에서 퇴임한 뒤 총선에 나서 창원 마산을 지역구로 당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과정서 윤 의원은 당내 비박계와 한목소리를 내왔다. 한때 탈당설까지 돌았지만, 윤 의원은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홍 후보와 정치 행보를 같이하기 위해 탈당을 유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당 중앙선대위의 키워드는 ‘내부 통합’이다. 홍 후보는 선대위 구성에 대해 “외부서 영입하는 것보다는 당내 인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파에 관계없는 인선으로 탄핵정국 때 쌓인 당내 앙금을 해소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유승민-진수희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캠프에선 ‘비선’과 ‘실세’가 금기어처럼 여겨진다. 캠프 사람들도 ‘비선 실세가 없다’는 점을 캠프의 특징으로 내세운다. 유 후보가 비선이나 실세라는 표현을 싫어하는 데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캠프 내 모든 결정이 철저한 공적 라인을 거쳐 진행된다.

캠프 인사 중 가장 힘 있는 인사를 꼽으라면 좌장 격인 진수희 총괄선대본부장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진 본부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다.

유 후보가 진 본부장을 영입했을 때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명박정부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진 본부장은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였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한국당) 대선 경선 때는 두 사람이 양 진영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 들어 친이계를 포용하는 모습에 정치권은 범보수 통합을 노린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심상정-노회찬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당내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캠프를 꾸렸다. 당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캠프 조직을 채웠다. 심 후보와 함께 당내 얼굴로 통하는 노회찬 원내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나경채 공동대표, 천호선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국방 정보통’으로 잘 알려진 김종대 의원이 비서실장, 신언진 후보 정무수석보좌관이 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심 후보는 지난달 23일 선대위 출범식서 “비선 측근이 좌지우지하고, 외부 인사를 마구잡이로 불러 모으는 캠프정치는 우리 정의당의 방식이 될 수 없다”며 “정의당에 후보 중심 캠프는 없다. 당이 캠프”라고 강조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니 대선’ 4·12 재보궐 막전막후
너도나도 승리 자평

지난 12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 결과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이 저마다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논평을 통해 “수도권인 하남시장을 비롯해 경남, 호남 등 많은 지역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며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선거 결과였고 촛불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한국당의 화려한 부활을 선택해주신 유권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전통 지지 지역인 대구·경북(TK) 6개 지역에서 전승해 TK의 민심이 한국당에 있음을 확인했다. 수도권인 경기 지역에서도 4곳 중 3곳에서 당선된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해석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치른 이번 재보선에서 국민의당은 값진 승리를 이루어냈다”며 “국민의당은 안철수 후보와 함께 보다 나은 미래,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선전을 기대했던 바른정당은 전체 30곳 중 기초의원 2명만 당선자가 돼 희비가 엇갈렸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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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