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미국발 북폭설’ 소문과 진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7 11:20:59
  • 호수 1110호
  • 댓글 0개

김정은 미 망명하고 트럼프 북 공습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선을 앞두고 지난주 북폭설이 돌면서 한반도가 긴장했다. SNS를 통해 미국의 북폭설 시나리오가 유포되면서 국민의 불안한 민심을 자극했다. 이 와중 정부 당국은 북폭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입 모았다. 북폭설의 소문과 실체는 무엇일까.

최근 며칠 사이 한반도 위기설을 증폭시킨 가짜뉴스는 미군의 북한 폭격설, 미·중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망명 유도설 등이다. 북폭설은 “미국이 4월27일 그믐을 맞아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은 망명설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김정은의 망명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가짜뉴스는 북폭이든 김정은 망명이든 미국과 중국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서 합의했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최근 정세를 담은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진짜 전쟁나나?

지난 10일 급속도록 유포된 북폭설 관련 지라시에는 미군 항공모함이 속속 한국 주위로 배치되는 등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 동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선물로 주고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김정은의 망명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유포된 지라시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망명을 유도한다고 했다. 망명처로 시진핑 주석과 관계가 깊은 화교 재벌이 많은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며, 망명 기간을 오는 4월 말로 점쳤다.


지라시에는 그때까지, 김정은이 망명하지 않고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을 폭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망명을 설득할 중국 측 인사(장더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망명 자금(약 40억달러)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미군의 북폭설은 지난달 15일 <재팬 비즈>라는 일본의 온라인 매체서 ‘미군의 북한 공격은 4월27일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운영하는지 알 수 없고 사이트 첫 화면엔 ‘경제부터 관광 정보까지 분석’이라고 선전해놓았다.

게시물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내용을 짜깁기한 게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정세 관련 내용은 대부분 출처나 근거가 빈약하고 필자가 자의적으로 서술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들 위기설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이달 말까지 지속되는 상황서 북한에 김일성 주석 생일(15일), 인민군 창건일(25일) 등 굵직한 정치 행사가 잇따르는 점, 최근 미-중 정상회담서 한반도 관련 합의가 뾰족한 게 없었던 정황,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시리아 폭격을 지시한 일, 오스트레일리아를 향하던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바꾼 일 등이 맞물리며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SNS로 폭격 유포…한반도 긴장 국면
가짜뉴스까지 속출하면서 안보 비상

최근 재미교포들을 중심으로 또 다른 한반도 위기설이 돌고 있다. 이 지라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요 항구서 한반도로 가는 전쟁 물자가 엄청나게 실리고 있다. 실제 전쟁을 하려면 대규모 군수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한미 양국군이 지난 10일부터 경북 포항 일대서 시작한 군수지원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과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날부터 오는 4월21일까지 포항 도구 해안서 ‘퍼시픽 리치 작전’이라는 연합훈련을 한다. 한·미 양국은 전에도 이 같은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고, 이번 훈련도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미국 NBC의 간판 앵커가 오산 미군기지서 생방송으로 8분간 북폭 가능성 방송을 하고 떠났다는 이야기도 거짓이었다.

미국 NBC 앵커 레스터 홀트가 지난 3일과 4일(현지시각) 메인 뉴스를 한국 오산기지서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은 맞지만 북폭 관련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는 오산기지 일부를 독점 공개하는 등 북한의 폭격에 대비한 방어적 성격의 훈련 장면을 다수 공개했다.

정부는 이런 북폭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언론 브리핑에서 “4월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한반도 안보 상황의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관계자는 “확인해봤지만 트럼프 행정부서 사전에 북폭을 계획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북폭설 등을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보고 있다. 복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폭을 감행하기는 어렵다”고 입 모았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도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랠프 코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태평양포럼 소장은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치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의 조치들은) 북한 주민들을, 아마도 중국인들에게 조금 더 긴장을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양서 영국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유안 그레이엄도 “대북 선제공격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라며 “칼빈슨 항모전단 배치는 전통적인 강압외교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대니얼 이노우에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소 소속 밴 잭슨도 “항모전단 이동이 북한 타격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99%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근거 없는 북폭설에 국내·외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 한반도 위기설은 최근 며칠 사이 SNS를 뜨겁게 달궜고, 급기야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가 등에는 최근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투자금을 빼기 시작했다거나 아예 서울서 철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즐비하다. ‘코리아 리스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의 1분기 국내 직접투자 신고액은 33.5% 줄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성 떨어져

위기설은 일단 꺾인 듯 보이지만, 실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미 항모 칼빈슨호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미국이 이번에 또다시 칼빈슨호 핵 항공모함 타격단을 조선반도 수역에 들이밀고 있는 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무모한 침략책동이 엄중한 실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력 반발한 바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외교위 부활, 왜?


북한이 지난 1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추대 5주년을 맞아 열린 중앙보고대회에서 ‘핵강국 위력’ 강화를 다짐했다. 같은 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선 1998년에 폐지된 김일성 시대의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대미·북핵 외교 주역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으로 기용함으로써 북한이 핵 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핵 협상에 있어서도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북한 <노동신문>은 전날 개최된 김정은 추대 5돌 중앙보고대회 및 최고인민회의 제13기 5차 회의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중앙보고대회 보고를 맡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핵·경제) 병진 노선을 철저히 관철해 핵강국·군사강국의 위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차기 정부 등을 겨냥한 특별한 대외 메시지가 나오지는 않았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