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대선판’ 문재인 최악의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09:56:15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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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문? 이대로 ‘안풍’에 묻힐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세론’에 균열이 갔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맹추격을 당하며 1위 수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때 둘 사이에 20% 가까운 격차가 있었지만, 이젠 10% 내외로 좁아졌다. 몇몇 조사에선 오히려 양자대결서 안 후보가 앞선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대선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서 문 후보 측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일요시사>는 문 후보를 덮친 ‘안풍(안철수 바람)’과 예상해볼 수 있는 악재들을 짚어봤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일 전국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39.1%로 1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31.8%로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8.6%로 3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3.8%로 4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3.7%로 5위를 기록했다.

꿈틀대는 대선
안 30%대 진입

문재인-안철수의 격차는 한 자릿수(7.3%포인트)로 좁아졌다. 안 후보의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 동 기관에서 발표한 2주전 여론조사 때보다 지지율이 11% 이상 올랐다.

지지율 수직 상승의 원인 중 하나는 보수층의 안 후보 지지다. 이념성향별 지지율서 안 후보는 보수 계층서 35%의 지지율을 기록, 19.9%의 문 후보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다. 갈 길 잃은 보수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또 동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지층은 안 후보에게 40.3%, 이재명 성남시장 지지층은 문 후보에게 56.6% 흘러간 것으로 집계됐다(유선 18.2%·무선 81.8% 전화면접 방식, 응답률 18.5%, 신뢰수준 95%,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문 후보 입장에선 경선 상대였던 안 지사 지지층 이탈이 뼈아프다. 안 지사 지지층 이탈을 두고 ‘아넥시트(Ahnexit, 안 지사 지지층의 이탈)’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하나의 현상처럼 나타나고 있다. 안 지사 지지층에는 중도·보수 성향도 적지 않아 민주당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다. 당초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네 후보 지지율을 합쳐 60% 안팎을 기록하면서 ‘민주당 후보=대선 승리’라는 공식이 완성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정작 문 후보가 최종 후보로 낙점되자 지지자들이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문 후보는 탕평인사를 내걸며 통합에 나섰다. 새로 구성될 대선캠프 인선에 안 지사와 이 시장 측 사람을 다수 포함시키겠단 방침이다. 공보단 인사에서 안희정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강훈식 의원과 박수현 전 의원이 대변인으로 문재인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재명 캠프서 활동했던 분들도 대변인단에 모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또 한 번 악재가 덮쳤다. 이번에도 민주당 내부서 일어난 일이다.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것이다. 그는 지난 5일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 앞에서 “(경선)결과를 보며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대선정국서만 이찬열 의원, 김종인 전 대표, 최명길 의원에 이어 벌써 네 번째다.

아넥시트 현상
또 다른 안으로

문 후보 입장서 이 의원 탈당이 더욱 뼈아픈 결정적 이유는, 이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했다는 점이다. 지지율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문 후보 곁을 떠나 2위인 안 후보 쪽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당한 이 의원은 안 후보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의원은 안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을 탈당하기 전까지 ‘안철수계’로 분류됐으며 현재 ‘김종인계’로 통한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가교역할을 할 적임자란 평가를 받는다.
 


이 의원의 탈당으로 비문(비 문재인)진영의 추가탈당 여부가 관심을 받고 있다. ‘문재인-안희정’의 전두환 표창 설전, ‘문재인-이재명’의 법인세 논쟁 등으로 진영 간 앙금이 쌓인 상태다. 이에 비문진영서 추가 탈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권은 이 의원의 탈당이 연쇄탈당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구체적인 인물들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종걸·박영선 의원 등 비문 인사들과 진영·최운열 의원 등 김종인계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만약 이들이 국민의당으로 이동한다면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비문 연대’가 탄력을 받음은 물론, 당초 안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받아온 국민의당 의석수도 늘어날 수 있다. 안 후보 입장에선 일거양득, 문 후보 입장에선 설상가상이다.

심상치 않은 여론 결과 ‘돌풍’
아넥시트, 문 대세론에 직격타

문 후보의 ‘양념 발언’도 비문 진영을 자극하는 도화선이 됐다. 지난 3일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 인터뷰서 문 후보는 일부 네티즌의 비문 인사들에 대한 ‘문자 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말했다.

비문 인사들은 즉각 항의했다. 안 지사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양념이라는 단어는 상처받은 사람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반발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문자 폭탄이) 자신에게는 밥맛을 내는 양념이었겠지만, 안희정, 박영선, 박지원에겐 독약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양념)얘기한 것은 우리 후보 간에 가치나 정책을 놓고 TV 토론에서 다소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부분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양념 발언에 이 의원의 탈당까지 더해져 민주당 내부의 균열이 확산되고 있다.
 

비문연대는 빠르게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옛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비주류 의원들의 모임이었던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이하 민집모)’ 소속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들은 지난 6일 오찬회동을 통해 구체적인 ‘비문연대’ 논의를 시작했다. 이들은 반 패권 개혁연대에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패권주의를 겨냥한 연대의 성격이 짙다.

양념 발언
리더십 상처

그럼에도 문 후보는 여전히 다른 후보들을 앞서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으로는 13주째 1위다. 그러나 결과를 예단하기엔 앞으로 남은 변수가 많다. 그중 아들 특혜 취업 논란과 대선 구도 변화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예정이다.

아들의 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은 세상에 알려진 지 10년이 흘렀지만,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비문 진영에선 ‘문 후보의 직접 해명’ ‘필적 감정’ 등을 내세우며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아들 논란과 관련해 고용정보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 관계자는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고용정보원 관련 부서에 사실조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문 후보를 두 차례 선관위에 고발했다. 지난달 28일 “(문 후보 측이)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고용노동부 감사를 통해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처럼 거짓 해명하고 있다“며 고발했다.


이틀 뒤인 30일에는 “선관위는 문 후보 아들 특혜 채용 의혹 자체에 대해 허위라고 판단한 적이 없는데 선관위의 판단을 고의로 왜곡,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또다시 고발했다. 이번 선관위의 조사 여부는 문 후보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구도 변화, 특히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문재인-안철수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념’‘ 이언주 탈당’ 리더십 흔들
범보수 단일화 시 안철수 반사이익

현재 대선판은 6자 구도다. 이 중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변화할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후보들의 단일화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3자 구도 이하로 갔을 때는 안 후보, 3자 구도를 초과할 시 문 후보가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일보>가 지난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문재인-안철수 양자 구도시 안 후보가 50.7%를 얻은 반면 문 후보는 42.7%에 그쳤다.
 

3자 구도로 가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홍준표-유승민 두 사람 중 홍 후보로 단일화가 돼 문-안-홍의 3자 대결이 성사될 경우, 문 후보는 41.9%, 안 후보는 40.8%, 홍 후보는 12.2%를 기록했다. 두 후보가 오차범위(±2.5%포인트) 내 접전이다.


반면 유 후보가 나서는 3자 대결에선 안 후보는 45.0%, 문 후보는 41.4%, 유 후보는 7.4%로 오히려 안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오차범위 이내긴 하지만 의미하는 바는 크다.

이는 보수 표심의 결집력 차이다. 홍 후보가 나올 경우 다수의 보수 지지층이 홍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데 반해, 유 후보가 나올 경우 표심이 안 후보 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때 대구·경북 17.9%, 부산·경남 21.5%가 홍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유 후보는 각각 8.1%와 10.2%에 그쳤다. 그 격차만큼 안 후보 지지로 이동한다는 뜻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서 확인).

짜인 대선구도
이제부터 변수

문재인-안철수 ‘리턴매치’는 과연 어떻게 결정이 날 것인가.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규모에선 문재인, 기세에선 안철수가 앞서 있다. 안 후보는 ‘간(보는) 철수’ ‘또 철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강(한) 철수’ ‘독(한) 철수’로 변신했다. 문 후보는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말이 현실로 이어지길 원한다. 두 사람의 봄은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때아닌’ 안철수 조폭 동원 의혹

전주 건달들과 한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조폭 간의 연관설을 제기했다. 문 후보 선대위 박광온 공보단장은 논평에서 “안 후보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전주를 방문해 한 단체의 초청강연을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에서 함께 서 있는 인사들이 전주지역 조폭과 관련이 있다”며 “정권을 잡기 위해 조폭과도 손잡는 게 안 후보가 얘기하는 ‘미래’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경선의 ‘차떼기’ 의혹에 조폭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안 후보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민의당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안 후보는 “내가 조폭이랑 관련이 있을 리가 없지 않으냐”며 “(대선 후보) 검증은 좋지만 정말 제대로 된 검증, 중요한 부분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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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