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부 직원’ 의문의 청와대 파견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0 09:50:41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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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가가 민정수석실에 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이명박)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실패했다.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은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내며, 자원외교 ‘몸통’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그는 빠져나갔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최 의원이 감사원의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내용을 민정수석 고위관계자 A씨를 통해 알아봤으며, 민정수석실로 파견 간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을 통해 이를 ‘크로스 체크’했다는 의혹이 안팎서 제기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 이 와중에 박근혜정권 2인자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특혜 채용 압력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박근혜정권서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를 지낸 실세 중 실세였다. 현 정권서 최 의원의 손길은 정·재계 전방위로 미쳤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두 정권서 실세
민정실에 입김?

특히 사정기관까지 그의 손길이 닿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 의원의 발목을 잡고 있는 중진공 특혜 채용 감사 무마다. 중진공 측은 최 의원의 전 인턴직원인 황모씨의 신입사원 채용 문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무마하기 위해 최 의원(당시 부총리) 측과 긴밀히 협의했다.

또 이영애 중진공 감사(전 새누리당 의원)가 김영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을 노래방서 만나 ‘봐주기 감사’를 약속한 정황도 드러난 바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최 의원의 채용비리를 적발하고도 감사 보고서에는 그의 이름을 적시하지 않고 ‘외부’라고만 표현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이 정권 실세인 최 의원을 감싸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황찬현 감사원 원장은 당시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서 단정적으로 (최 의원) 실명을 밝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외부라고 한 것”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최 의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도 유착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민정수석실은 사정권력(검찰·국정원·국세청·감사원·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의 정점에 있는 무소불위 권력이다.

복수의 사정기관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의원이 민정수석 고위 관계자 A씨에게 자신과 관련된 민원을 알아봤다. 이와 관련된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전언도 있다.

이 관계자는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 A씨는 청와대로 파견 나온 감사원 직원을 통해 해외자원개발사업 감사 내용을 보고받았으며, 진행 상황을 최 의원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감사원 수뇌부도 인지하고 있었으며 협조했다”고 귀띔했다.

또 이 시기 해외자원개발사업 업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던 산업통상자원부 인사를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파견 보내며 감사 내용을 ‘크로스 체크했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결과 최태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원비서관은 산업부 출신으로 MB정부 시절 ‘에너지 통’이었던 것으로 확인했으며, 현재 청와대 민원비서관으로 파견 중이다. 최 비서관은 지경부 시절 최 의원이 장관으로 같이 근무한 바 있다.

자원부 소속 2명 ‘우병우 민정실’ 합류
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데 파견 이유는?


그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이 한창이던 시절 에너지 부서의 핵심 요직을 거쳤다. 최 비서관은 ▲산업자원부 에너지자원정책본부 원자력산업팀 팀장(2007년2월~2008년2월)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 석유산업과장(2008년3월~2008년9월)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정책과 과장(2008년9월 ~ 2009년11월) ▲국무총리실 산업정책관(2010년2월 ~ 2011년6월)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 원전산업정책관(2011년6월~2013년4월) 등을 지냈다.

이 부서들은 하나 같이 에너지 공기업 부채감축, 해외자원개발사업, 신재생에너지정책 수립 및 확산 보급을 맡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업정책관 역시 에너지자원 및 공무부문 에너지 절약 정책의 기획·관리를 한다. 산업부 내·외부에선 최 비서관울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 기본 계획을 세운 에너지 전문가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 비서관이 거친 보직이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취재결과 최 비서관은 2008년 7월 ‘기업 에너지절감 생존 전략 세미나’서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관련된 강의를 했으며, 2012년 2월에는 국가 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협력 조율을 위해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출장도 갔다.

최 비서관의 민정수석실 파견도 상당히 이례적인 인사였다. 통상 민정수석실은 법조계나 정치권, 사정기관 출신들이 근무한다. 또 중앙부처 공무원을 기용한 사례가 극히 드문 일인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이 인사에 대해 “규제개혁 차원의 민원 해결을 위해 정부부처의 업무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면서 공무원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도 못믿어
크로스 체크?

하지만 사정기관과 정치권 관계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한 검찰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법조계나 사정기관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산업부 출신이 민정수석실에 파견 갔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으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법사위 출신 보좌관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산업부 내부서도 이 인사에 대한 잡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이런 내용은 국무조정실서도 회자됐을 정도라고 한다.

 

최 비서관이 민정수석실로 파견 간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그는 2015년 2월 민원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그런데 이 때는 감사원서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관련된 대대적인 감사를 앞둔 시기였다. 감사원의 감사는 2015년 3월25일 시작됐으며, 그 해 11월6일 감사결과가 최종 확정됐다.

이 기간 동안 최 의원이 A씨를 통해 알아본 내용을 해외자원개발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던 최 비서관에게 크로스 체크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전문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고 복잡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의원 입장서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잘 알 만한 ‘아군’이 바로 최 비서관인 셈이다.

청와대로 들어오는 해외자원개발사업 민원을 사전에 통제할 포석으로 최 비서관을 파견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당시 청와대에는 에너지와 원전 사업 관련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막후에 최경환 존재설 부상
MB정권 자원외교 주도 찔려
감사원 감사 등 수시 체크?

왜 최 의원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감사 내용을 민정수석실을 통해 알아봤을까’라는 의혹이 안팎에서 나올까. 당시는 박근혜정권의 국정 지지율이 정윤회 문건으로 집권 이례 최저치를 기록했던 시기. 반등의 계기를 삼기 위해 MB시절 문제 많던 사업들을 수사했다.


2015년 2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적폐청산’을 외치며 포스코 비리, 4대강 비리,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 수사 등에 사활을 걸었던 것도 이 맥락서 나왔다. 이 때문에 사실상 ‘MB수사’였으며, 이것을 주도한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코너에 몰린 사람은 정권 실세였던 최 의원이었다. 그는 MB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냈으며, 수십조원의 손실을 빚은 해외자원개발사업 몸통으로 지목됐다. 감사원조차 ‘이명박정부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실패했다’고 못 박았다.

정치권서도 해외자원개발사업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야당은 최 의원을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감사원의 감사 보고에서도 최 의원을 비롯한 4인방(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부장관)의 이름이 빠지면서 책임론에서 빠져 나갔다.

이런 정황들에 대해 감사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최 의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정권 실세였던 그는 모든 책임을 피해갔다. 결과적으로 본인의 민원들이 성공적으로 처리됐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는 다르다. 전산을 돌리다가 무엇이 ‘툭’ 걸려나올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한 번 대대적으로 시작된 감사는 중간에 조용히 덮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며 “그렇기 때문에 중진공 감사와 마찬가지로 해외자원개발 감사에서도 최 의원의 ‘이름’ 정도는 가려줄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의혹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외교 감사
보고 받았나?


반면 의혹의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측은 최 비서관 인사에 대해 최 의원과 “연관성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에게 이 같은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끝내 답변은 없었다. 다만 최 의원실 보좌관은 “의원님이 감사원 감사에 개입했으면 중진공 특혜 채용으로 고발당했겠느냐”며 “A씨가 누구한테 보고할 사람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의혹”이라고 일축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산업부장관 비서관도 민정수석실 파견, 왜?

최우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비서관도 민정수석실에 파견 근무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근무했다. 최 비서관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비서관실은 고위 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사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공교롭게도 최 비서관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통분모가 상당하다. 먼저 최 비서관 역시 자원외교와 인연이 있다. 그는 노무현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사업 실무자였다. 노무현정부 때부터 시작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기틀을 닦은 인사 중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MB정부 때는 자원외교와 무관한 부서에서 근무했다. 또 최 비서관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최 의원과 동문이다. 이 외에도 부산 동천고등학교 출신으로 최 의원과 같은 경상도 출신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산업부 내부에서는 최 비서관이 ‘최 라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창>
 

<기사 속 기사> 산업부 인사과 관계자 일문일답
“직원 3명 더 나갔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인사과 관계자는 최태현 청와대 민원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된 것에 대해 이례적인 인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산업부 인사과 관계자와 일문일답이다.

- 산업부 출신들이 민정수석실에 간 이유는?
▲그동안 산업부에서 계속 민정수석실에 파견을 나갔다. 이번 정권에서는 이들 말고도 산업부 출신 세 사람이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전례가 있다. 최 비서관 밑으로 산업부 직원이 행정관으로 파견 가기도 했다. 이례적인 게 아니다.

- 정치권이나 사정기관에선 이례적인 인사라고 보는데?
▲민정수석실 업무는 다양하다. 주로 사정과 인사를 검증한다. 최 비서관은 민원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사정과 검증 업무는 하지 않는다. 최 비서관은 청와대로 들어오는 각종 민원을 담당했다. 당시 청와대 민원을 담당할 비서관을 뽑는다고 해서 여러 부처에서 파견 대상을 추천받아 뽑은 것이다.

-최 비서관은 해외자원개발 업무와 연관된 일을 한 것 같은데?
▲최 비서관은 해외자원개발 업무를 한 게 아니라 에너지 전문가다. 특히 오랫동안 원자력 쪽에 근무했다. 해외자원개발과는 관련 없는 것으로 안다. 일반 법 감정으로 어려운 분야가 에너지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최 비서관이 민정수석실에 파견 간 것으로 알고 있다.

- 해외자원개발 때문에 갔나?
▲그렇게 볼 수는 없다. 해외자원개발 업무 한 사람이 민원 업무 부서에 갈 이유가 없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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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