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지원금’ 어디에 썼나?

59조 무서워 13조 쏟아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정부가 침몰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또 지원하기로 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아냥 섞인 지적에도 “한 번 더”를 외친 셈이다. 정부가 쏟아 부은 돈만 7조원을 웃도는 규모. 그 많은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부가 부실기업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나섰다. 대우조선해양이 감사 의견으로 ‘한정’을 받았지만 정부는 추가지원안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줄줄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회계법인의 감사결과와 상관없이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을 세웠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한정’ 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분식회계 의혹으로 이미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4조 이상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에 유동성이 한 번 더 공급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우려감이 고조됐다. 금융위도 이 점을 막판까지 의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했을 때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역설하는 모습이었다. 금융위서 제시한 부정적 효과는 59조원 규모. 그는 “(59조원 부정적 효과는) 공포마케팅이 아니라, 전제가 분명한 숫자”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위험의 최대치를 현실적으로 가정한 결과 나온 추정치”라며 “신규 지원과 관련해 많은 비난 있을 줄로 알지만,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산업을 유지하고 채권 회수를 위해서는 (지원을) 감내하고 가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21일 돌아오는 4400억원의 회사채 만기일을 막기 위해 자금이 긴급히 투입한 모양새가 됐다. 이로써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7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국민의 혈세로 메꾸게 됐다.

앞서 201510월 정부는 420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지원규모였다. 대우조선해양도 자구책을 마련하는 행보를 펼쳤지만 기울어져가는 기업을 되살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안일한 전망이었다. 당시 정부는 대규모 분식회계가 드러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면서 업계 불황을 넘기면 회생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다.

사상 최대 국민혈세 투입
뚜렷한 회생안 없어 논란

그러나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액은 154000만달러에 그쳤다. 정부의 예상치인 115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1년 반 만에 유동성 공급을 두고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산 시 발생할 경제적인 비용을 감안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이 파산할 경우 경제적으로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는 59조원 규모로 판단했다. 문제는 현재까지 투입된 유동성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지원한 자금은 71000억원 규모지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지원한 금액이 포함되면 115000억원으로 지원 금액이 껑충 뛴다. 또한 정부가 시중은행과 국민연금 등 연기금에게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어 총 지원 규모는 12800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

문제는 뚜렷한 계획없이 지원할 경우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부진한 업황이 개선된다 해도 부실해진 재무구조 탓에 신규 수주에 애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선주사들이 배를 발주하기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너무 악화된 탓이다. 특히 한정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장밋빛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잘못을 덮으려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건전성 악화에도 낙하산 인사로 점철되는 방만 경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동안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재선임 포함) 29명 가운데 13(44.8%)이 관료(8) 및 정계(5) 출신이다.

2012년 한경택 전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회계가 본격 드러난 2013년에는 2012년 선임된 한경택씨를 제외한 4명이 물갈이됐다. 정계 출신인 조전혁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고상곤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홍보·감사실장,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및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상 학계) 등이다.

정부 115억달러 예상했는데
작년 수주액 15억달러 그쳐

이들 사외이사 5명은 2014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를 맡았다. 지난 2013~2014년은 분식회계가 드러난 해로 각각 8631억원, 6834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사외이사 중 금융분야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이중 조전혁, 이상근 사외이사는 2015년 각각 재선임돼 지난달 30일 임기가 만료됐다.

고상곤 전 한국전기안전공사 홍보·감사실장은 작년 11월까지 케이티앤지 사외이사, 이전에 코넥스 상장 기업인 엔지켐생명과학서도 사외이사를 수행했다. 신광식 연세대 교수 역시 엔지켐생명과학서 사외이사를 맡았다 작년에 중도 퇴임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내세운 3명의 사외이사 후보는 김경종 전 서울북부지방법원장과 김성배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 정영기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낙하산 인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주주총회서 대우조선해양이 후보로 내세운 김경종 변호사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구속 수감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변호 이력이 알려져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전히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의심이 눈초리가 계속되자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회장은 자신의 임금 100%를 반납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대주주와 채권단은 우리에게 무재의·무분규 지속, 전 직원 임금 10% 반납을 포함한 총액 인건비 25% 감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외부에선 우리를 혈세 먹는 하마라고 표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 반납 등은 개개인에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임직원들에게 추가 고통분담을 간청하기에 앞서 저부터 급여 전액을 반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 먹는 하마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주인없는 기업의 무책임 경영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자기 주머니서 나가지 않는다고 국민의 혈세를 마구 투입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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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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