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와신상담’ 김경준의 반격 내막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04 08:49:16
  • 호수 11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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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MB도 위험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BBK' 김경준씨가 세상 밖에 나왔다. 복역 8년 만에 출소했다. 향후 그의 입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폭로전이 시작될 조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이어 이 전 대통령에게까지 폭탄이 떨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김경준씨가 최근 만기 출소했다. 법무부는 미국 국적인 김씨를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지난달 29일 강제 추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 연루 의혹을 밝힐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김씨는 출소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적폐청산은 이뤄져야 하고, 여기에는 MB 정부도 포함된다. 일주일 이내에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적폐청산…
진실 밝힐 것” 

이어 “내가 이미 한국서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서 이긴 것도 많다. 누구나 BBK와 관련해서는 마치 내가 잘못한 것같이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한나라당이 잘못한 것이다. 이권자는 박근혜정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 직전 자신의 한국 송환을 둘러싼 기획 입국 의혹과 이후 검찰 수사결과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그것으로 이명박정부가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의뢰인 정보를 공개한 변호인을 상대로 낸 소송서 일부 승소했고 이른바 ‘BBK 가짜편지사건과 관련한 민사 소송서도 일부 승소한 바 있다.

공항 출국장을 나서면서 ‘BBK 사건에 MB가 관련된 결정적 증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지금 상태서 얘기하긴 그렇지만 진실을 밝히겠다고만 답했다.


김씨는 지난 달 28일, 천안교도소서 출소했다. 김씨는 코스닥 상장기업인 옵셔널벤처스 주가를 조작해 319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 등으로 20095월 대법원에서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이 확정됐다. 

BBK 주가조작 복역 8년 만에 출소
벌금 100억원없어서 500일 노역

201511월 징역형 복역을 마쳤지만 벌금 100억원을 내지 못해 일당 2000만원씩 500일 동안 노역장에 유치돼있었다. 법무부는 출소한 김씨를 청주외국인보호소로 옮겨 강제퇴거 심사를 했다. 출입국관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석방된 외국인은 국외로 강제퇴거될 수 있어 미국 국적인 김씨는 강제퇴거 대상이다.

김씨는 심사에서 “29일에 자진 출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밝힐 핵심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이날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 김씨를 특별면회한 뒤 취재진에 김씨가 이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 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여러 근거가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의 첫마디가 정권이 교체돼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였다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이 전 대통령도 주가조작 유죄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정권교체 후 진상규명을 위해 한국에 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출소함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향후 김씨의 폭로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만기 출소 미국행
이명박 떨고 있나

BBK 주가조작 사건은 2006년 대선 때 터졌다. 당시 주가조작 사건 자체보다 이 전 대통령이 개입되었는지 여부가 더 큰 논란이었다.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실제 소유주이며 자신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도 김씨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입장이 갈렸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특검은 김씨를 기소하고 이 전 대통령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주가조작에 이용된 자금의 실소유주 논란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김씨는 1999BBK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해 투자자문회사의 등록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김씨가 3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오면서 기업 투자자문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30억원의 출처가 아직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BBK는 국내 중견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다스의 190억원을 비롯, 삼성생명서 100억원, 심텍서 50억원 등 총 6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았다.

한편 김씨는 20002월, 이 전 대통령과 함께 LKe뱅크라는 사이버 종합금융회사를 설립했다. 이 전 대통령과 김씨가 각각 30억원씩 투자하고, 둘이서 공동대표를 맡았다.

당시 김씨는 BBK를 운영하는 중이었는데, LKe뱅크를 소개하는 책자에는 ‘LKe뱅크는 이뱅크 증권 중개주식회사, BBK와 자매회사라고 소개했다. LKe뱅크는 BBK가 운용하던 MAF펀드에 1250만달러 (150억원)을 투자하는 등 BBK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20013월 금융감독원 조사에서 김씨가 LKe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이 BBK의 회사자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투자자에게 각종 위·변조 펀드운용보고서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 때문에 BBK의 등록이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일로 김씨를 신뢰할 수 없게 됐고, 그해 418일에 이미 LKe뱅크 대표직을 사임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BBK 등록 취소 하루 전, 뉴비전벤처캐피탈을 인수해 옵셔널벤처코리아로 개명하고, 자신이 대표로 취임해 투자자문업을 계속했다. 이때 김씨는 옵셔널벤처스가 해외투자를 유치할 것이라는 소문을 냄으로써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다. 이를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으며, 옵셔널벤처스의 자금 384억원을 횡령해 위조여권을 이용, 미국으로 도주했다.

그런데 당시 언급된 해외투자자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적을 둔 MAF펀드였다. MAF펀드의 주주는 LKe뱅크였고, 이 전 대통령은 LKe뱅크의 공동대표였다. 이 전 대통령이 MAF펀드를 통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04년 자신이 LKe뱅크에 투자한 30억원을 손해봤다며 김씨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BBK 주가조작과 관여했다는 주장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주장했다. 그 내용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며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는 것이었다.

사업 관여 증거
나왔지만 덮어


더불어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도 그해 6월 국회 대정부질문서 이 전 대통령의 주가조작 연루설을 추가로 제기했다.

윤증현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은 자체 조사 결과 이 후보의 주가조작 혐의가 없다고 밝혔지만 박 전 대통령 측과 야당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주요 투자자는 물론이고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5200여명의 소액투자자들이 도합 수백억원 정도의 피해를 봤으며, 자살한 사람들도 많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직까지 BBK사건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으며, 핵심 쟁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다스와 BBK의 실소유주의 문제다. 이 전 대통령은 BBK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반면,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라고 주장했다.

2000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스스로 인터뷰서 자신이 BBK(옵셔널 벤처스)를 창업했다고 말한 것이 주요 언론 등에 보도됐다.

20001017일 광운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서 이 전 대통령은 제가 인터넷금융회사를 설립중이고, 이를 위해 금년(2000) 1월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 사이버금융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며칠 전 정부서 인터넷증권회사 예비허가가 났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2007년 대선 직전 공개되기도 했다.

조만간 추가 폭로 예고
BBK 사건 전말 드러날까


김씨는 이 전 대통령이 실제 소유주였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증거로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20076월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BBK 정관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서류들이 위조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최재경)는 수사를 통해 이면계약서 작성 시점이 원본 종이의 재질과 글꼴 분석, 도장 사용 경위를 종합한 결과 계약서에 적힌 날짜보다 12년 뒤라는 문서감정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이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도 입장이 서로 갈린다. 2007년에는 이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동명의로 돼있는 MAF펀드의 홍보 브로슈어가 공개되면서 개입 여부에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명박이 김백준을 설득해 LKe뱅크 자본금을 MAF펀드에 가입시킨 것 뿐이고 “MAF펀드는 김경준이 단독으로 운용했으며, 이명박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횡령금을 빼돌릴 때 송금을 담당했던 담당자는 원래 이 전 대통령의 비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 담당자는 이 전 대통령의 비서로 다시 복귀한다.

BBK 사건 당시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과 이 전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구설이 오르기도 했다. 에리카 김은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UCLA 법학대학원을 나와 27세에 변호사 자격증을 땄으며 동생인 김씨를 이 전 대통령에게 소개한 장본인이다. LKe뱅크는의 L은 이 전 대통령을 뜻하고, K는 김씨, e는 에리카 김을 각각 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카 김과 MB
관계도 드러나나

이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에리카 김 사이에 부적절한 관계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염문설은 사실이 아니다며 에리카 김과의 소문을 일축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즘 뭐하나MB 근황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여러 대권주자들을 만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달 30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은 대치동 사무실에 방문한 유 의원에게 정치행보에 대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월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측근을 통해 차기 정권, 내 손으로 창출한다며 차기 대권주자의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달 23일에는 서해수호의 날을 하루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46용사와 제2연평해전 전사자, 연평도 폭격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서 만난 고 장진선 중사의 유족을 위로하기도 했다. 참배에 앞서 현충탑 방명록에 말로 하는 애국이 아니라 목숨 바쳐 애국하신 여러분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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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