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알바하는 노인들 ‘실상’

몸 팔고 생체실험까지…힘든 말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균 기대수명은 늘어난 반면 은퇴 연령은 빨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균 기대수명에 비해 행복수명은 8년 이상 짧다는 결과도 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8년 정도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복지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늘그막에 불안정한 생활에 던져진 노인들은 살기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서울 서초구의 한씨 할머니는 2015년부터 아파트 청소 일을 시작했다.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손 벌릴 수는 없고, 연금만으론 버거워 (일을) 하게 됐다”며 “마땅히 할 줄 아는 게 없어 청소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노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20∼30대 구직자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같은 연령대 노년층 간 일자리 다툼에 내던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 경쟁 끝에 어렵사리 따낸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70세까지 일해야

지난달 2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 3월 월간 노동리뷰’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2015년 기준 82.1세로 과거 45년 동안 20세가량 높아졌다. 반면 주된 직장으로부터 은퇴하는 연령은 2005년 50세에서 2016년 49.1세로 오히려 낮아졌다.

선진국에 비해 근속이 짧고 직장서 은퇴 나이가 빨라지면서 연금 등 노후 소득 부족으로, 65세 이상 노인 2명당 1명꼴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로, OECD 평균(12.6%)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다.


노인 인구↑ 일자리 경쟁↑
고령 2명당 1명 빈곤 시달려

‘소일거리’가 아닌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했고, 이는 노동시장 은퇴 연령 증가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2000년 남성 67.1세, 여성 65.9세에서 2014년 각각 72.9세, 70.6세로 5년 이상 늘어났다. 70세가 넘어서야 노동시장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노인실태조사: 전국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취업노인의 종사 직업은 단순노무직이 36.6%로 가장 많았다. 과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취업 노인의 50% 이상이 농·어·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2014년 단순노무직에 취업한 노인은 2011년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 경비원, 지하철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을 이전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알바 인생’으로 전락한 노인층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 60대 초반의 노인들이 60대 후반의 노인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빈곤 문제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 취업시장서도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단기 임시직에 뛰어든다. 전체적으로 임시직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 데 반해 60세 이상에서는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시직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단기 일자리를 의미한다.
 

전체 임시직은 지난해 11월 같은 기간 대비 17만4000명 증가, 12월에는 11만3000명이 늘었다. 올해 1월에는 1만9000명으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고, 2월에는 오히려 9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임시직은 지난해 12월 13만8000명, 올해 1월 11만3000명, 2월 9만1000명, 3월 11만7000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경비나 청소직에 국한됐던 노인 일자리는 주차요원, 베이비시터, 패스트푸드 직원 등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노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일자리는 임상시험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임상시험 알바가 노년층의 ‘희망알바’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어린이들의 비율이 줄고 만 65세 이상의 비율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고령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자치부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699만56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만 15세 미만 인구는 691만6147명으로 전체 인구의 13.4%였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만 15세 미만 인구를 앞지른 건 행자부가 2008년 주민등록 통계관련 시스템으로 인구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 초읽기 상태다.

임상 시험…시위에 동원도
‘살기 위해’ 일터서 허우적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한 치료약 개발이 활발해졌다. 치료약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여기에 노인들이 대거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으로 주로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벽면 광고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대형회사가 고혈압·고지혈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전체 지원자 중 절반가량이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행한 골다공증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도 노인들이 몰렸다. 노인들이 임상시험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일에 비해 수당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험 의약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약을 1회 투여하는 데 평균 4만∼5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저시급 언저리서 왔다 갔다 하는 경비, 청소직에 비해 고수익이라 돈이 궁한 노인들에겐 ‘꿀알바’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측에서도 고령층 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노인 임상시험 대상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높은 보수가 곧 위험수당이라는 점이다. 임상시험 알바가 20∼30대 젊은 층에 한창 인기를 끌 때 ‘마루타 알바’라는 말이 함께 유행했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임상시험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돈을 버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도중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신고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총 476건에 달했다.

일각에선 노인들이 돈을 받고 집회·시위에 참석하는 일도 빈곤 문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이트리스트’를 언급했다. 정부와 반대되는 성향의 문화체육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와 달리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하는 특정 단체의 명단을 일컫는다.

슬픈 자화상


특검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014년 대기업서 받은 자금과 전경련 자금을 합해 청와대 지정 22개 단체에 지원했다. 특검은 이 돈이 세월호 참사 반대집회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이 사실은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이 보도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알바가 대규모로 동원됐다는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빈곤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선택하는 일들이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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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특검 정국과 검사들 동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 정부를 겨냥한 3대 특검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정부에서 계속 거부되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 첫 법안이 됐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3개가 동시에 출범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검이 검찰에게 독이 될지, 정부에 독이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승인한 1호 법안이 3대 특검이 됐다.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특검 수사팀이 구성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오히려 특검을 반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수사력을 보여줄 기회이자 최근 검찰 출신을 반기지 않는 로펌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직이냐 영전이냐 이재명정부 출범 이틀 만에 전임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사정 수사에 발동이 걸렸다. 국회는 지난 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정조준한 3개 특별검사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내란·외환행위 진상규명 특검(내란 특검)’ ‘김건희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개입 특검(김건희 특검)’ ‘순직 해병 수사방해 특검(순직 해병 특검)’ 등 3개 법안을 각각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을 정하고 집단 퇴장했지만 안철수·배현진 의원 등 5~6명이 각각 이탈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후 지난 10일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3개 특검법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이 출범한다. 윤정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특검 3개가 동시에 수사에 나서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윤 전 대통령의 12·3 계엄 사태 관련 전반을 수사하게 될 ‘내란 특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불법 선거 개입 의혹 등을 다룰 ‘김건희 특검’, 그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규명할 ‘순직해병 특검’이 출범하게 된다”며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으로,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어 “내각 구성원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조율해 심의와 의결을 마쳤다”며 “이재명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에 막혀 제대로 행사되지 못했던 국회의 입법 권한을 이제 다시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고자 한다”며 “이번 특검을 계기로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시는 진실이 민주주의 원칙 아래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날 회의에선 3개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공포 4건, 대통령령 3건, 일반 안건 1건이 심의 및 의결됐다”고 말했다. 특검 규모에 대해서는 “내란 특검법 최대 267명, 김건희 특검법 최대 205명, 순직해병특검법 최대 105명의 수사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 후 1호 법안으로 의결 검사만 120명·총 수사팀 577명 이어 “순직해병특검법은 최장 140일, 나머지 두 특검법은 최장 170일까지 수사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정부가 1호 법안으로 특검법 3개를 심의·의결한 것은 대선으로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원하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번 3대 특검에서는 전례없는 규모의 특검이 가동될 예정이다. 파견 검사의 수만 해도 120명으로 전체 검사 인력의 6%에 달한다. 내란 특검의 경우 60명, 김건희 특검 40명, 해병대원 특검은 20명에 달하는 검사가 파견될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파견 검사(20명)의 6배 수준이다. 전체 수사 인력은 577명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내란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6명, 파견 검사 60명 등 총 267명으로 구성된다. 김건희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 채상병 특검은 특검보 4명, 검사 20명 등 총 105명 규모다. 특검별 수사 기간은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이 최대 170일, 채상병 특검은 최대 140일로 규정돼있다. 늦어도 오는 7월 중순에는 각 특검 사무실이 출범해 연말까지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특검법 공포 전부터 특검 후보를 물색하고 후보자들에 연락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검 수사팀장은 통상 부장검사, 특검보는 차장검사, 특검은 검사장급 인사가 맡는다. 하지만 ‘최순실 특검’ 당시 수사팀장을 차장급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맡은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특검 역시 사건 성격과 수사 난이도에 따라 유동적인 인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란 특검은 파견 검사 수가 많아 복수의 차장급 간부가 함께 투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너무 많은 인력들이 특검에 몰려 주요 수사가 불가능해 민생 수사에 위험이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최대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수(107명)보다 많은 검사들이 3개 특검에 투입되면, 검찰의 주요 수사가 마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관련 특검에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문제는 해당 부서가 맡고 있는 사건이 특검에 속한 사건 외에도 많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인원으로 부서를 다시 꾸린다고 해도 수사기록을 훑어보는 데 시간이 더 걸려 수사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검찰 수사관은 “특검팀으로 파견되지 않으면 남은 사람들이 산적해 있는 모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도 인력이 부족해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황이라 ‘차라리 특검으로 파견을 가서 원활하게 수사하고 싶다’는 의견이 수사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난이도 유동적 인선 한 부장검사는 “특검으로 지정된 사건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에 수사 베테랑이 파견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수사 지휘부는 물론 베테랑도 일선청에 남아있지 않아 수사를 하더라도 미흡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을 경험한 적 있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특검에는 한창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의 파견된다”며 “하나의 특검만 시작하더라도 일선청에서는 업무과중이 일어나는데 3개의 특검, 특히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특검을 한번에 하는 것은 검찰을 완전히 마비시키겠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으로는 특검을 통해 수사력을 인정받아 새롭게 개편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에서 영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들은 수사력을 인정받았다. 성공적인 특검으로 평가받는 ‘ 드루킹 특검’의 허익범 전 특검도 “수사 검사가 특검 성공의 기본”이라며 “가장 정치적인 사건을 비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에 무엇보다 수사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검찰 특수부 소속 평검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파견 요청이 온다는 것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라며 “평검사들 사이에선 ‘파견 이후 특검 지휘부에 수사력을 인정받으면 이후 중수청에서 더 기회를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윤 전 대통령이 문재인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을 잘 이끈 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으며 그와 같이 수사팀에서 근무했던 검사들도 한 자리씩 꿰찼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차장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도 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같은 경우 지검장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특검에서 수사력을 인정받고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특검은 지난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보다 파견 검사가 많아 수사력뿐만 아니라 지휘력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휘부 눈도장 부장 및 차장급 검사들은 특검과 더불어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윤정부 들어서 로펌으로 이직이 잦던 검사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이후 검찰을 퇴직하더라도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기업의 법무팀으로 이직하는 것 외에는 법조계에 남을 방도가 없던 검찰 간부들이 특검으로 성과를 인정받고 이직해 검찰개혁을 피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법무법인 관계자들은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겸직과 영리행위가 금지돼있는 만큼 특검 이후에는 돌아갈 검찰이 없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로펌들은 이 때를 위해 실력있는 검찰 출신 법조인을 로펌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 10대 로펌 소속 변호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며 “3대 특검에 검찰만 다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로펌 업계에서도 다수 파견을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자리가 없다며 이직을 받아주지 않던 로펌들이 문을 열고 다른 사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검찰 출신 인재 스카우트 제의도 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건희 특검의 경우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기업이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최근 동기들에게 기업 법무팀 이직에 관해 물어보는 사람이 늘었다”라며 “이재명정부가 나온 후 공정거래위원회 인력 충원,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과 관련된 법안을 손보려는 움직임이 계속해서 보이고 있는 상황에 기업은 발등에 불똥 떨어진 듯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김건희 특검에서 기업 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권에 조금이라도 연루된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 검사는 지난 13일에 지명됐다. 3대 특검을 지휘할 특별검사는 ▲내란 특검은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은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채상병 특검에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지명됐다. “민생 수사에 차질 있어” 검 개혁과는 모순적 태도 조 특검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고, 문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지냈다. 윤정부 때 감사원 감사위원 시절에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가 ‘표적 감사’라며 제동을 걸었고, 감사원의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가 부실하다며 재심의를 주장하는 등 전 정권과 대립했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문정부 때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건 조사를 주도했고, 이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역임했다. 이 특검은 군법무관 출신으로, 2022년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장남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한 이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 인력으로 신속한 수사 착수와 효율성을 위해 기존 수사팀 인원과 특수통 출신 검사 차출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3대 특검은 수사팀을 구성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초에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이 각 당 추천 후보자 중 1명씩을 임명하는 시한은 3일 이내인데, 추천 당일 즉시 지명을 완료함에 따라 3대 특검팀 출범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면서 전 정권 수사엔 검사를 쓰겠다는 모순적 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없애겠다고 외치면서, 정치적 성과가 필요한 수사에 검사를 끌어다 쓰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 10년 차 검사는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문을 닫겠다고 하는데 직장을 잃게 생긴 검사들이 특검에 들어가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사실상 결과를 정해놓고 하는 수사이다 보니, 선뜻 특검에 가겠다는 검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부장검사도 “굳이 특검에 발을 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육아휴직이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 당시 검찰에 재직했던 한 변호사는 “과거 특검팀은 검찰총장에게 편지까지 써가며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나서는 젊은 검사들이 많았다”며 “지금은 개혁과 수사를 동시에 하겠다고 하니, 후배 검사들은 마음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에 참여” 젊은 검사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의 칼이 이정부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부 시절 전 정권 수사를 이끌었던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019년 ‘조국 사태’를 집중 수사하며 정권에 맞선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는 “전 정권 수사와 검찰개혁을 동시에 하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수사도, 개혁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오게 되면, 결국 특수부 검사들의 힘이 훨씬 더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