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뜨고 진’ 먹거리 아이템 백태

‘줄’ 보고 들어갔다 한방에 ‘훅’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만 대왕카스테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만서 건너온 달콤한 빵은 입소문을 타고 카스텔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각지에 매장이 들어서는 등 인기를 누리던 것도 잠시, 방송 한 번에 말 그대로 ‘훅’ 갔다. 기존 점주, 신입 점주, 예비 점주 모두 멘탈 붕괴 상태. ‘줄’ 보고 들어갔다 연기처럼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을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최근 창업시장은 취업시장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은퇴한 직장인이나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성공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10여년 전 커피전문점 창업이 큰 인기를 끌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붐’에 가까웠던 창업 열기는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 따라 창업
실패 확률 높아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체 4곳 중 1곳은 사업 기간이 2년 미만인 신생업체다. 음식점업의 경우 10곳 중 4곳이 창업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연 매출이 1200만원 이하로 월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됐다.

정부 당국서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업계 분위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의 현재경기지수는 65.04로 직전 분기보다 2.47포인트 떨어졌다. 현재경기지수는 1년 전 상황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3개월 동안 성장과 위축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격화된 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경기가 크게 악화된 점을 부진의 이유로 분석했다.

최근 채널A 시사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에 방송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타고 있는 대만 대왕카스테라는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먹거리X파일>은 지난 12일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제조 과정서 식용유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적인 내용의 방송을 보도했다. 방송 직후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포털 사이트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관심은 즉시 매출 하락으로 나타났다.

SNS,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으로 피해를 봤다는 대만 대왕카스테라 업주들의 글이 이어졌다. 대만 대왕카스테라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이 제조과정에 대해 말하며 <먹거리X파일>이 지나친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 업주는 “폐업하게 됐다. ‘대부분 업체가 이렇게 만든다’는 무책임한 한 줄 때문에 억대의 빚이 생겼다”며 “이틀 전부터 문 닫은 카스텔라 가게가 수두룩한데 왜 당신들 때문에 죄 없는 우리가 파산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누리꾼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몰락에 <먹거리X파일>이 치명타를 입힌 건 맞지만 이미 인기가 떨어지는 중이었다고 분석했다. 방송이 속도를 가속했을 뿐 유행이 끝나가던 시점이었다는 것.

대만서 건너와 입소문을 탄 대왕카스테라의 초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30분 넘게 매장 앞에 줄을 섰고, 일부 매장에선 판매 개수를 1인당 1개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대왕카스테라 방송 보도 이후 ‘휘청’
대유행 좇아 매장 차린 업자들 ‘울상’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사 내 매장 앞에 세워놓은 입간판에는 시간별로 ‘매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돌자 순식간에 매장이 늘어났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사이 입소문을 탔던 속도와 엇비슷하게 유행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매 시간 입간판에 붙어 있던 매진 딱지가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주재료인 달걀값 폭등으로 1차 충격, 방송보도로 카운터를 맞고 결국 주저앉았다. 매장 앞에 서 있는 줄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점주들은 허탈한 상황에 처했다.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빠른 국내서 유행에 따라 흥했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먹거리 아이템은 발에 차일 정도도 수두룩하다. 2015년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자영업자의 사업 준비기간은 ‘1∼3개월 미만’이 절반 이상이다.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10명 중 3명꼴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서 빚을 내 유행하는 업종을 좇다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자영업 창업이 과밀업종에 집중되다 보니 그로 인한 자영업의 수익 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준비부족-사업부진-부채증가-폐업-유행하는 자영업 재진입-공급과잉-폐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찜닭’이다. 우리나라 치킨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8억마리, 1인당 14마리, 성인 기준 20마리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453개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동네 치킨집까지 더하면 현재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수(3만6000여개)보다 국내 치킨 매장이 많다.

초반 반짝 인기
지속 가능성↓

닭을 주재료로 하는 사업이지만 치킨이 사람들의 삶에 완전히 녹아든 것과 반대로 찜닭 열풍은 채 1년이 못돼 수그러들었다. 골목마다 찜닭집이 생길 정도로 특수를 누렸던 때가 거짓말 같을 정도다. 2002년 전국적으로 찜닭 체인업체만 20여개에 달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먹거리촌에는 불과 1km 사이에 3∼4곳의 매장이 몰려 있었다.

찜닭과 함께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아이스크림 전문점 캔모아, 아이스베리, 레드망고도 추억의 이름이 됐다. 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캔모아에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99년 한국 최초 생과일 전문점으로 문을 연 캔모아는 그네의자, 토스트, 과일빙수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학창시절의 경험담 정도로 회자된다. 요거트에 다양한 토핑으로 인기를 모았던 레드망고도 자취를 감췄다.

번(BUN)을 주력 메뉴로 밀었던 카페 로티보이의 몰락도 비슷한 예다. 번은 버터 필링이 돼있는 생지를 발효시켜 그 위에 커피크림을 토핑하고 구워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2007년 3월 서울 이화여대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도입된 카페 로티보이는 ‘번 열풍’을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인기 끌면 몰려
매장 우후죽순

특히 2009년에는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칼로리가 낮고 식사대용으로 유용해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던 카페 로티보이는 2012년 창업 5년 만에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후 새로운 파트너와 부활의 날갯짓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망치로 부숴 먹는 과자’ 슈니발렌도 한때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번 열풍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독일과자 슈니발렌은 독일 로텐부르크 지방의 전통과자로, 동그란 공 모양처럼 생겨 기름에 튀겨낸 제품이다.

2012년 한창 슈니발렌 열풍이 불 당시에는 개당 3500원짜리 과자를 위해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과자를 나무망치로 깨 먹는 색다른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큰 인기를 누렸다. 그것도 잠시, ‘강남과자’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던 슈니발렌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국민간식’ 떡볶이 열풍도 사그라지는 추세다. 학교 앞 포장마차서 팔던 떡볶이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가맹점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가장 먼저 가맹점을 시작한 아딸(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매운맛의 죠스떡볶이, 국물 떡볶이를 주력으로 하는 국대떡볶이 등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했다.

2013년 30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시장은 점차 가맹점 수가 줄고 실적이 나빠지는 등 하향세를 타고 있다.


아딸의 경우 한때 가맹점이 1000개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800개 선을 유지 중이다.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죠스떡볶이도 초반에는 가맹점수가 400개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300개 초반대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떡볶이 시장의 위축은 대체 상품의 증가, 편의점 상품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3년에는 ‘밥버거’가 대세였다. 김치, 참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주먹밥 형태의 밥 버거는 당시 소자본 창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바쁜 현대인의 한 끼를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의 특성상 창업자들이 몰렸고, 매장은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시장이 커지자 비슷한 브랜드가 여럿 등장했고, 원조 여부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최근 스몰창업이 인기를 끌면서 불거진 ‘베끼기 논란’의 시발점이다. 업계 1위와 후발주자는 이를 두고 소송전까지 치렀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늘어나고 작은 파이를 두고 경쟁을 치르다보면 그 열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고 결국 가맹점이나 본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팍팍해진 삶 속에서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면서 밥버거 열풍은 한결 잠잠해졌다. 소자본창업의 대표주자인 ‘스몰비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과자 ‘허니버터칩’ 열풍도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한때 누리꾼 사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과자로 소문이 나면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일부 누리꾼은 온라인 중고시장서 과자를 소비자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거래하기도 했다. 이색 열풍은 아이스크림으로까지 번졌다.

찜닭, 아이스크림, 디저트, 밥버거…
‘반짝 인기’ 바람 불다 사라진 업종들

디저트 소비가 극에 달했던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은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있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의 판매량 폭발로 비슷한 콘셉트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 프랜차이즈까지 다수 등장했다. 대중화가 이뤄지나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처음 아이템이 대중에 공개됐을 때 줄을 서서 먹던 사람들의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줄을 보고 창업했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점이다. 특히 벌집 아이스크림은 대만 대왕카스테라와 마찬가지로 방송 보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을 집중 조명한 <먹거리X파일>이 제품 토핑 일부에 파라핀 성분이 첨가돼있다고 논란을 제기했다. 한바탕 불고 있던 유행 바람에 방송 보도가 끼얹어지면서 촛불 꺼지듯 인기가 식었다. 그 당시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파장은 업계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눈꽃빙수’도 디저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세로 떠올랐던 아이템이다. 우유를 얼려 눈꽃처럼 곱게 갈아 만든 빙수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때를 만난 빙수업계는 비슷한 유의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여름 특수를 누렸다.
 

설빙과 옥루몽은 한때 점포가 각각 500개, 70개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가 최근 구 수가 감소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 당시에도 빙수 자체가 여름에 특화된 계절 아이템이라 겨울 비수기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가 덩달아 세를 불렸고, 이는 또다시 베끼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는 매장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낄 때쯤 이미 유행은 막을 내리고, 매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츄러스, 딸기모찌, 도지마롤 등은 말 그대로 ‘반짝 인기’였다. 특히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크림 롤케이크 도지마롤은 판매 초기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일부 매장서 물량을 2배로 늘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보통 롤케이크보다 크림양이 많은 도지마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지만 인기는 길지 않았다.

열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가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은 대부분 디저트에 집중돼있다. 삼시세끼 챙겨 먹는 주식과 달리 디저트는 1회성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폐업하는 매장이 넘치고,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포화 상태지만 여전히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건 커피라는 아이템 자체가 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내렸기에 가능하다. 그에 반해 디저트는 지속적인 소비를 보장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의 기호나 호기심에 따라 ‘원 히트 원더’는 가능해도 ‘롱런’하는 아이템이 극소수인 이유다.

뜨고 지고 순식간
업계 재편 가시화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방송보도가 나간 직후 누리꾼은 몇 가지 아이템을 거론하며 곧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부산명물로 이름난 명랑핫도그가 첫손에 꼽혔다. 명랑핫도그는 일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쌀가루와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으로 숙성시킨 반죽으로 만든다.

명랑핫도그는 1호점이 생긴 지 5개월 만에 340호점 출점(1월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출점 속도를 봐서는 올해 상반기 내 700호점까지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생과일주스전문점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 초저가 생과일주스의 등장은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에 창업한 쥬시의 경우 가맹사업 시작 전인 2015년 4월까지 직영매장이 3개에 불과했다. 불과 1년 새 쥬씨 매장은 500여개로 늘어났고, 업계 선두주자로 과일주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생과일주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올해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품업계 ‘먹거리X파일‘ 주의보
‘먹거리 저승사자’ 뜨면 잡힌다?

종편 채널A의 <먹거리X파일>이 대만 대왕카스테라를 다룬 이후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X파일>은 사람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을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번 사례나 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 논란, 생과일주스 설탕 과다 첨가 논란 등 <먹거리X파일>로 촉발된 논란이 업계 전체를 뒤흔든 적도 있다.

업계 쥐락펴락 논란의 프로
아니면 말고 식? 업주 운도

일부 누리꾼들은 “<먹거리X파일>은 대기업은 절대 안 건드린다”며 “무책임한 과장보도로 영세사업자만 죽어난다”고 꼬집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대왕카스테라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먹거리X파일>에 대해 말들이 많다. 문제 있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가장 강력한 처벌은 안 보는 것이고, 그래서 나부터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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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