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대 이은 막장부녀 권력사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10 17:53:55
  • 호수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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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최태민 혼령에 발목 잡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인연’이 ‘악연’이 되기까지 4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월만큼이나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는 끈끈했다. 최순실과 박 전 대통령은 경제공동체로 묶였다. 대한민국은 경악했고, 탄핵의 목소리를 높였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사마의)을 이기다’라는 말처럼 최태민은 지하세계서도 박 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수차례 경종에도 대한민국은 눈과 귀를 닫고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이 컸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증 과정서 최태민 의혹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은 “실체가 없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실체가 없다?
드러난 거짓말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춰보면 이는 박 전 대통령의 거짓말로 판명났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에도 최태민의 딸 최순실과 사위 정윤회로 이어지는 무한 루프에 갇혀 있었다.

경선 때 제기된 의혹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전이라 실체화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2007년 6월18일 발간된 <월간조선>은 “1970년대 후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와 함께 ‘대한구국선교단’ ‘새마음 봉사단’을 이끌었던 최태민 목사의 딸과 사위 등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요지에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17일에는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김해호씨가 “최태민과 그의 딸이 육영재단에 개입해 임의로 어린이회관 관장을 바꾸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잇단 의혹에 박 후보는 입을 열었다.

“그분(최태민)이 횡령을 했느니 사기를 쳤느니 하는 얘기가 있던데 실체가 없다. 천벌을 받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느냐는 말도 있다”고 두둔했다. 첫 번째 경종이었다.

함께 경선에 임하고 있던 이명박 후보 측은 최태민이 박 후보의 이름을 업고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최태민은 정보기관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 전력이 있었다. 중앙정보부가 그의 비리 혐의를 파악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서를 올렸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였다. 이는 범여권 대선주자였던 이해찬 전 총리의 홈페이지에 게시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4 용지 16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최태민의 출생과 성장 배경, 경력,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과정, 구국여성봉사단 창설 이후의 각종 비리 혐의, 상습적인 성추문 혐의 등이 상세히 기술돼 있었다. 7개의 이름과 6명의 부인을 둔 사실도 알려져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영적인 부부”
괴담 쏟아져

1912년 황해도 출생인 최태민은 일제강점기 시절 순사를 지낸 뒤 해병대의 비공식 문관으로 활동했다. 공화당 중앙위원, 영세교 교주 등의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75년 구국선교단 총재를 지내면서 명예총재로 박 전 대통령을 임명했다. 최태민은 지난 1994년 지병인 만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82세였다.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최태민은 구국선교단 등 자신이 만든 단체의 업무를 총괄하면서 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거둬 수백만 명의 단원을 확보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수법이었다.

이 과정서 사기와 횡령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 최태민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은 10·26 뒤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를 통해 “이 문제(최태민)가 10·26혁명의 동기 가운데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경종은 지난 1990년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근령씨의 마찰 때 울렸다. 당시 박근령씨를 지지하던 숭모회 회원들은 최태민의 전횡을 비난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당시 최태민은 재단 고문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최태민이 육영재단의 각종 사업을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근령씨는 “사기꾼 최태민을 엄벌해 최태민에게 포위당한 언니 박근혜를 전직 국가원수 유족 보호 차원서 구출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노태우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육영재단 사태로 공식 석상서 물러날 때까지 최태민은 ‘구국여성봉사단’ ‘박정희·육영수 기념사업회’ ‘근화봉사단’ 등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등장했다.

정보기관 단골손님 최태민의 실체
“물 한 모금도” 박통 의존도 심각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건 육영수 여사가 세상을 떠난 지난 1974년이었다. 상심에 빠진 박 전 대통령에게 최태민은 여러 차례 서신을 보냈다.

<김형욱 회고록>에 따르면 최태민은 “어머니(육영수 여사)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나를 통하면 항상 들을 수 있다.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내 딸이 우매해 아무 것도 모르고 슬퍼만 한다면서 이런 뜻을 전해 달라고 했다”는 취지의 서신을 보낸 것으로 나온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의 일화는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전기영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태민이 생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한 말을 증언했다. 전 목사는 당시 ‘최태민·박근혜 연인설’에 대해 최태민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그때 최태민이 “박근혜와 나는 영의 세계 부부이지, 육신의 부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앞서 전여옥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박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과 상의하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선 박 전 대통령이 10·26 사태 이후 칩거에 들어갔던 일화가 전해졌다. 최태민의 의붓 손자인 조용래씨의 부인은 해당 방송서 “(10·26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넋이 나가서 벌벌 떨고 있었다. 주로 기도하러 최태민 집에 와 ‘나무천국사불’이라는 주문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나무천국사불’은 사이비종교 교주였던 최태민이 만든 주문이다.

“1위 최순실
박근혜는 3위”


박 전 대통령이 최태민의 부인 임선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했다는 일화도 소개됐다.

조용래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임선이는 박근혜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박근혜-최태민 집안 관계의 몸통은 임선이였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위협하는 세력이 있다고 믿었으며 자신을 지켜주는 최태민에게 삶의 모든 부분을 의지했다. 마시는 물 한 모금, 약 한 봉지까지도 최태민이 직접 챙겨줬다”고 말했다.

세 번째 경종은 정윤회 문건 파동 때 울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윤회씨가 공식 직함 없이 정호성·안봉근·이재만 등 문고리 3인방을 정기적으로 만나 인사에 관여한다는 문건이 공개된 것이다.

정씨와 최태민의 다섯 번째 딸 최순실은 부부 사이였다. 문건 파동이 있던 당시는 최순실의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던 상황. 박관천 전 행정관이 검찰에 출두해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전)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소리쳤을 때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정윤회-최순실은 문건 파동 직후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4차 청문회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2014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동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정윤회·최순실 부부의 이혼을 권유했고 3월에 이들이 이혼한 것으로 취재했다”고 밝혔다.

박정희→최태민, 국고환수 가능?
세 번 울린 경종, 더 늦었더라면…


이혼 후 두 사람은 재산 분할소송을 벌였다. 정윤회가 전 부인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달라며 법원에 ‘재산명시신청’을 한 것이다. 재산명시신청은 재산분할을 위해 법원이 재산 공개를 요청하는 제도로 수표나 증권, 보석류 등 상세한 재산 목록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숨겨진 재산을 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순실이 드러난 수백억의 재산 외 거액의 재산을 은닉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윤회는 재산 분할 청구를 돌연 취하했다.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용래씨는 자신이 쓴 <또 하나의 가족>이란 책을 통해 부정축재의 단서를 제공했다. 최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돈을 자신의 일가 쪽으로 넘겼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최순실이 독일 등 해외에 수조원대 차명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자금이 대통령 정치자금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불법 재산형성 의혹은 특검법상 14개 수사대상 중 하나다.

못 다한 특검의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이어갈 예정이다. 과연 부정축재한 최태민 일가 재산을 얼마나 국고로 환수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인연은 지난 1986년 독일 유학을 다녀온 최순실이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을 맡은 뒤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보궐선거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에도 인연은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이 2006년 서울시장 선거 유세 현장서 피습을 당하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최순실이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전해질 정도다.

청와대 입성 후에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 권력으로 군림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내몰린 것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인연→악연
40년 걸렸다

박정희-최태민 때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인연은 파국을 항해 달려간 셈이다. 박영수 특검은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강산이 4번이나 바뀐 지금,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서로를 법의 심판대로 내 몬 악연이 되고 말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태민 의붓손자의 폭로

최태민의 의붓손자 조용래씨가 쓴 <또 하나의 가족>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에 출간됐다. 이 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관계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의 역사적 배경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씨는 아버지 조순제(최태민의 의붓 아들)와, 장기간 박 전 대통령의 개인 생활과 건강관리를 도왔던 어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박근혜·최태민·임선이의 어두운 역사를 재구성했다.

<또 하나의 가족>은 최순실 이전 조순제가 박근혜·최태민이 벌인 각종 사업에 관여하게 된 이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재산이 최태민 일가로 넘어간 일, 박근혜·최태민의 미스터리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숨김없이 공개돼있다. 또 ‘조순제 녹취록’과 조순제가 죽기 전 쓴 진정서 초안 전문도 부록으로 수록돼있다.

조씨는 출판에 앞서 지난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공동체를 넘어 사실상 한 가족이다. 정계입문 선거 자금도 임선이가 댄 것”이라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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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