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고 임박> 탄핵 인용 후폭풍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40:24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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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망명·소요 사태·황교안 출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를 끝냄에 따라, 이제 ‘최종결론’만 남겨두게 됐다. 법조계는 3월10일 또는 13일을 최종 선고일로 예상하고 있다. 본지는 탄핵 인용 후 박 대통령의 신변과 대선 구도에 일어날 변화를 진단해봤다.

끝내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서의 최종 변론을 거부했다. 국회와 대통령 측은 6시간 반 동안 마라톤 공방을 펼쳤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과 3명의 변호사는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탄핵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주인공 없는
최종 변론장

권 위원장은 최후진술서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으로부터 지켜달라”며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 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 7시간 의혹’ 부분은 따로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승객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있었고, 그 시간에 박 대통령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며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렸다는 취지다.

이명웅 변호사는 국정 농단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개입 사태는 우리 헌법시스템의 내부에 숨어 있던 암적 존재”라며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 어렵다. 대통령 직무 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뛰어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측은 물량전을 펼쳤다. 변호사 15명이서 5시간 넘게 탄핵의 부당함을 피력했다. 변론 과정서 서로 합의되지 않은 듯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재판부가 몇 차례 중복된 변론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을 정도. 변론 순서도 서로 합의되지 않아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 측은 각하와 기각 모두를 주장했다. 각하는 과정상에 하자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고, 기각은 원고의 청구를 이유 없다고(타당성이 없다고) 해 물리치는 결정을 뜻한다. 둘 모두 박 대통령이 직위를 유지하게 된다.
 

대통령 법률대리인 중 한 명인 이중환 변호사는 “각하가 먼저 성립되면 각하하는 게 맞고, 각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안에 들어가서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이 지적하는 부분은 크게 2가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하자가 있다는 것 ▲8인 재판관 체제에서 내리는 결론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결에 대해선 7개의 탄핵 사유를 개별 표결하지 않고 한꺼번에 표결했기 때문에 하자가 있다는 논리다. 8인 체제의 위헌 소지에 대해 정기승 변호사는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대통령 추천 재판관인데, 대통령 추천 재판관이 결원인 상태서 심판하면 대통령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뚫으려는 자
막으려는 자

박 대통령은 의견서를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면서도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사익을 위해 또는 특정 개인의 이익을 도와주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거나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헌재는 최종 선고일 발표를 미뤘다. 다만, 헌재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13일 전 선고 방침을 수차례 밝힌 만큼, 법조계는 3월10일 내지 13일을 유력 선고일로 보고 있다. 그중 이 재판관 퇴임 전 마지막 평일인 10일에 특별 기일을 잡아 선고할 것이란 예상이 중론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그에 따른 파장은 불가피하다.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 둘 중 한쪽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치권은 급속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 인용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4∼25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7명 대상으로 실시, 지난 26일 발표한 2월 4주차 박 대통령 탄핵 관련 여론조사 결과 탄핵 인용 의견은 78.3%, 기각 의견은 15.9%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이 때문에 인용 후 탄핵 무효를 외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원성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야권 주요 대선주자, 특별검사, 헌재 재판관을 겨냥한 테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암시하는 사건·사고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 이정미 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경찰에 자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 대한문서 열린 맞불 집회에서 연단에 선 정광용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를 흘릴 것이다. 문재인(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이 혁명을 말했는데, 우린 혁명 넘어 참극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한복판서 소요(騷擾) 사태가 일어나는 사상 초유의 일도 예상 가능하다.

10일 선고 유력, 고조되는 긴장감
야권·특검·헌재 겨냥한 테러 비상

박 대통령의 신병처리라는 난제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3가지 선택지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첫 번째는 검찰의 구속수사다. 탄핵은 곧 대통령 직위 해제를 의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처럼 인용 후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이는 극심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에게 큰 부담을 주는 카드다. 재판부의 판단과 별개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순간 보수단체가 무력행사에 들어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불구속 수사다. 검찰의 부담감을 고려한다면 불구속 수사가 현실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서도 구속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실제 정치권 및 법조계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구속 수사에 비해 국론분열의 가능성은 낮으면서 국정 농단 사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야권 입장서도 보수결집에 따른 역풍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다.

박 대통령도 구속이라는 치욕을 피해 재판을 대비할 수 있다. 아울러 수사에 저항하며 보수결집 시도가 가능하다. 여러모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에 칩거하면 검찰이 강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난감하다는 점도 불구속 수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인용이 결정되는 즉시 청와대 관저서 퇴거해야 한다.

인용 가능성↑
갈등 최고조


세 번째는 대선 후로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다. 인용 후 정치권은 조기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고, 국민들의 관심은 대선에 맞춰질 게 자명하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대선기간 중 지난 정권에 대한 수사는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데 정치권의 의견이 모아진다면 충분히 현실화도 가능하다. 
 

지난 1997년 10월경 15대 대선을 앞두고 검찰이 이른바 ‘DJ 비자금 의혹사건’ 수사를 유보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수사 유보는 박 대통령의 해외 망명·도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여부도 인용 후 윤곽을 드러낼 사항이다. 황 대행은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거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공동운명체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황 대행은 지난달 27일 홍권희 국무총리 공보실장을 통해 “특검법의 주요 목적과 취지가 달성됐다”며 “헌재 결정에 따라 대선이 조기에 행해질 수도 있으며 그럴 경우 특검 수사가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우려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세간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결정이었다. 보수층을 의식한다면 특검 영장은 어불성설이다. 국정 2인자가 1인자의 신병을 다른 이에게 넘겨준다면 감당할 수 없는 역풍을 맞을 게 분명했다. 앞서 황 대행은 지난달 10일 국회에 출석해 특검 연장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구속·불구속·유보 3가지 검찰 카드
황교안 ‘복수’ 프레임 걸고 출마하나


황 대행은 국정을 운영하는 기간 동안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여권 1위는 물론이고 전체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박사모 등 보수단체에선 황 대행을 차기 대통령으로 이미 낙점했다. 황사모·황대모 등 지지 세력은 연일 황 대행의 출마 결정을 독려하고 있다.

정치권서도 황 대행 출마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다. 황 대행은 현재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 안정화의 책임이 있는 자가 대선을 운운하는 순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권한대행이 국정을 팽개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그 순간 야권에 공격 포인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종합해봤을 때 보수의 기대치가 최고치로 오르며, 국정 안정화의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탄핵 후 출마 선언이 예상된다.
 

만약 황 대행이 본격적인 대선주자로 나설 경우 반문연대를 구축할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진다. 명분은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매주 광화문 광장서 박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탄핵을 주도한 문 전 대표를 국정 2인자였던 자가 나서 복수하겠다는 프레임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도 탄핵 후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새로이 집권한 정부가 출범 초 극심한 좌우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특별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 당장은 여론에 밀려 불가능하더라도 광복절 때 특별사면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중심
반문연대는?

사면 카드는 취임 초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사법적 단죄를 내린 뒤 광복절(8월15일)을 전후로 특별사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한 뒤 임기 말 특별사면을 한 방식과 유사하다. 실제 범여권에선 ‘사면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활동 시작한 ‘황대만’ 실체

‘황교안 통일 대통령 만들기’(이하 황대만)이 지난 1일 첫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선거 출마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약 60명의 황대만 회원은 서울 종로의 한 식당서 국내외 지부 결성,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중 상당수는 서울 도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SNS를 통해 모인 황대만 구성원은 1만8000여명.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서 가결된 후 회원 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만에는 박사모(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도 상당수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백도한 황대만 대표는 “지난해 봄 모임이 결성됐다. 황 대행이 법무부장관이던 시절부터 나라의 지도자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우성제 황대만 간사는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며 “조만간 지역별 지부와 해외 지부까지 결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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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