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나비효과’ 정운호는 지금…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15:23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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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려고 용쓰더니 잘 먹고 잘 지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운호 게이트는 지난해 모든 사건·사고의 도화선이 됐다. 정운호 게이트→롯데 수사→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넥슨 게이트→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정운호 게이트는 어느덧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운호 게이트는 1심 재판이 이제 막 끝났을 뿐이다.

정운호 게이트의 시작은 단순한 해외 원정도박 사건서부터 시작됐다. 2014년 7월과 2015년 2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뿌리는 여기서
현 정국 원흉?

정 전 대표가 무혐의 처분이 났지만 검찰은 해외 원정도박을 알선한 범서방파 잔당 등의 조직을 수사했다. 검찰은 동남아서 정 전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을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도박 자금이 회삿돈이라는 의혹이 있지만 횡령 혐의는 조사를 하지 않고 도박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정 전 대표는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015년 10월 구속됐으며,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정 전 대표는 항소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정운호 게이트는 시작됐다. 법조브로커 이동찬씨의 소개로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때 이씨는 유부녀인 최 변호사를 자신의 아내라고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는 보석을 조건으로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 30억원 등을 지급했다.
 

최 변호사는 전관예우를 노리고 보석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최 변호사는 받은 50억원 중 30억원을 정 전 대표에게 돌려준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50억원 전부가 성공보수라며 석방이 안 됐으니 나머지 20억도 돌려 달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최 변호사는 20억원을 착수금으로 받은 거라며 거부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실상 도화선 
대형 사건·사고·스캔들의 연결고리

이 일로 구치소에서 싸움이 발생,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의 남편을 자처하며 정 전 대표를 폭행혐의로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최 변호사의 손목을 비틀고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보석을 못 시켜줬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최 변호사를 고발하는 등 역공을 펼쳤다. 정 전 대표의 고발을 접수한 대한변협은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조사 결과 최 변호사가 법조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홍만표 변호사는 2014년과 2015년에는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6억원가량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여론은 부장판사 출신인 변호사도 구속된 마당에 검사 출신 홍 변호사도 봐줄 수 없다는 분위기였고, 결국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들어갔다. 수사 과정서 홍 변호사는 이른바 ‘법조비리’의 정수를 보여줬다. 당시 야당에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순 폭행사건
법조 게이트로

정 전 대표는 당시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2심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상고했으나 사태가 법조 게이트로 번지면서 상고를 포기했다. 형기를 모두 마치고 출소하려 했지만, 출소 3일 전인 지난해 6월2일 정 전 대표는 2012년 위증, 2015년 회사 공금횡령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이후 불똥은 롯데가로 튄다. 정 전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신영자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도 구속됐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 받은 사람들은 총 17명이다. 이중 14명은 구속 기소됐고,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불구속 기소자 3명 중 2명은 법정 구속됐으며, 2명 중 1명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구속 기소된 사람 중 1명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석방됐다. 정리하면 17명 중 13명은 여전히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정운호 게이트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 전 대표의 각종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금융 다단계 업체 이숨투자자문·리치파트너의 실질적 소유자 송창수 전 대표와 관련된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정 전 대표와 송 전 대표는 구치소에서 알게 됐다. 송 전 대표가 106억원대의 피해를 남긴 인베스트컴퍼니 사건에서 최 변호사로 인해 집행유예를 얻어낸 것을 본 정 전 대표는 송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연쇄적으로 연루된 사람이 17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 17명은 1심 판결이 지난달 20일 모두 끝났다. 연루자 대부분은 항소를 제기했다. 주요 관련자들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정 전 대표는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지난달 13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현직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억대의 뇌물을 주고,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해외 원정도박 사건으로 실형이 선고된 후 2014∼2015년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에게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6000여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 과정서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수딩젤’ 가짜 화장품 제조·유통 사범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상당의 SUV 차량인 레인지로버와 현금 등을 건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정 전 대표는 2015년 1∼2월 회계 장부를 조작해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8억원과 관계사인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법조인 줄줄이
17명이나 기소


이 와중에 최근 정 전 대표는 모친상까지 당했다. 모친은 투병 끝에 지난 15일, 새벽에 숨을 거뒀으며, 담낭암 4기로 계속 투병생활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는 어머니 모친상을 치르기 위해 귀휴했다.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15일 암투병으로 위독한 어머니를 잠깐이라도 만나게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에 구속집행 정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최 변호사에게는 징역 6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 변호사에게 징역 6년과 추징금 45억원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전직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재판 절차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 중요성을 알 수 있었음에도 교재·청탁 명목으로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릇된 행동과 욕심으로 무너진 사법제도 신뢰를 회복하고 최 변호사가 정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기간 실형에 처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 변호사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서 항소심이 예정돼있다.

건국 이래 최대 법조비리 사건 
탄핵 정국으로 점점 잊혀져가


홍 변호사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9일 변호사법과 특가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홍 변호사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의 실형과 추징금 5억원을 선고했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7∼10월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던 정 전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3억원을 받고, 2011년 9월 서울지하철 1∼4호선 내 매장을 설치해 임대하는 ‘명품브랜드 사업’ 관련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실제 받은 변호사 수임료 금액을 축소해 허위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수임료 34억여원을 빠뜨려 15억여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조세 등)도 받고 있다.

법조브로커 이씨에게는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5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8년과 추징금 26억3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최 변호사와 함께 투자사기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대표에게 “검찰과 법원에 로비해주겠다”고 하면서 2015년 6월부터 10월 사이 총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별개로 이씨는 송 전 대표에게서 로비 명목의 돈 3억5000여만원을 단독으로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1심 징역 5년
16개월 복역중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지난달 19일 징역 3년형에 추징금 14억1400만원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와 모 초밥업체 사장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현금·수익금 일부를 받았고, 가족기업 BNF통상서 딸 3명이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명목상 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총액 35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업무상 횡령·배임수재 등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주인 없는 네이처리퍼블릭은?

네이처리퍼블릭이 정운호 게이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적자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청정자연’을 추구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오너 리스크로 훼손된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1359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인 네이처리퍼블릭. 전년 보다 매출은 8.2% 줄고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를 향했다. 상반기에만 1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를 보고 있다. 10.7%에 달하던 영업이익률도 -1.32%로 추락하며 발목을 잡았다.

실적 동반 하락의 기운은 1분기부터 감지됐다. 매출이 1분기 -5.7%에 이어 2분기 -10.9% 감소했고, 실질적인 장사 실속인 영업이익도 이 기간 1/4로 내려앉은데 이어 적자로 돌아서며 그의 체질도 다소 허약해졌다. 정운호 대표는 지난해 6월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면서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네이처리퍼블릭 매각 작업도 진전 없이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시장이 바라보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기업 가치와 매각 측의 눈높이가 달라 거래 성사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매각은 지난해 9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 업체 2곳 정도가 원매자로 나서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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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