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결단 ‘박근혜 하야 꼼수’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0:17:24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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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과 얘기 끝? 머리 굴리는 '박통'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치권서 ‘탄핵 전 하야’ 시나리오가 재부상하고 있다. 수세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조만간 전격 하야 발표를 할 것이란 내용이다. 점차 탄핵 인용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는 현 상황서 박 대통령이 내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 범여권과 청와대가 기획관으로 지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대통령 하야설이 제기됐다. 1월1일을 전후로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것이란 예상이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 하야를 하면 본인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뿐더러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어떠한 발표도 나오지 않았고 하야설은 잠잠해졌다.

여태 버티더니
이제 와서 왜?

당시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지 않은 이유는 본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무죄에 대한 의지는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박 대통령의 발표를 보면 잘 녹아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10여명으로 구성된 법률대리인단을 꾸리는 등 탄핵 기각에 힘을 쏟았다.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적극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법률대리인단의 여론전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최후 변론을 지연시키는 작전도 헌재가 27일로 못 박으면서 무산됐다. 사활을 걸었던 지연작전이 무위로 그치면서 박 대통령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현재 3월 초 선고가 유력해진 상황이다.


박 대통령 측에는 헌재의 탄핵 결정을 지연시킬 수단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이에 최후 수단으로 하야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략적 판단을 열어주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역풍을 맞긴 했지만, 맞불 집회는 보수 결집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하야설을 통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수 있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물론이고 특검을 피해갈 수 있는 상수라는 점에서 하야는 매력적인 카드다. 특검이 종료되면 검찰이 사건을 이어받아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정치권이 뽑은 박영수 특검팀보다 자신이 임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하는 게 편할 수밖에 없다.
 

하야를 할 경우 적어도 구속은 피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만약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기라도 한다면, 탄핵 인용 후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그러나 수사의 키가 검찰로 넘어가면 수사팀을 새로 꾸려야 한다.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수사팀이 기록을 검토하는 시간까지 감안한다면 2∼3개월이 훌쩍 지날 수 있다. 재정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다. 하야를 발표하는 순간 정국은 60일간의 조기 대선모드로 전환된다. 검찰의 수사를 피할 순 없겠지만, 자신을 향한 민심의 화살을 대선으로 돌릴 순 있다. 야권의 비난도 피할 수 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시작부터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예상 또한 하야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하야설의 진앙지는 어디일까. 정치권은 범여권과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에서 하야설을 골자로 한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힘이 야권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반전을 노린 정치적 포석이 퇴진론이란 것이다.

퇴진론은 극심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나서 박 대통령의 자진 사퇴 길을 열어주자는 게 핵심이다. 그 속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전제로 깔려 있다.


제 발로 나갈까
인용 예상했나?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보름 전 탄핵 결정 뒤 후폭풍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며 “탄핵 결정 후 국론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할 수 있는 여야의 정치력이 강화돼야 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제로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시 정 원내대표는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날 정 원대대표는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이 문제(퇴진론)에 대해선 이미 청와대서도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기획설에 불을 지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청와대와 대통령은 탄핵 심판 전에 국민을 통합하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방안이 있는지, 탄핵 이전에 어떤 정치적 해법이 있는지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이 하야하고 정치권은 사법처리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해결해야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바른정당 김성태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결단이 헌재 결정 이후 극단적 대립을 수습할 수 있다”고 퇴진론을 언급한 바 있다.

퇴진론은 미국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닮아 있다. 당시 미 의회는 닉슨 대통령에 대한 사임을 전제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닉슨 대통령은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게 사면받았다.

헌재 결정 앞두고 ‘하야설’ 재부상
범여권-청와대 기획설 “사면 전제”

그러나 사면 때문에 퇴진론은 정치권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야권은 물론 바른정당 일부서도 퇴진론은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최근 국회 최고위원회의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판결이 온전히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한다”며 “그것이 대한민국의 품격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 헌법 정신에 대한 마지막 도리다. 탄핵 소추 전 질서 있는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이제 와서 하야를 검토한다는 것이 사실이면 비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도 냉랭하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크게 신경 쓸 것 없다는 모양새다. 전제조건인 사면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박 대통령의 성향상 실제 자진 사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하야를 하기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만약 박 대통령이 하야를 하더라도 헌재가 탄핵심판 절차를 계속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서 “우리당에서 일관되게 주장한 게 탄핵까지 가지 말고 박 대통령의 하야 내지는 2선 후퇴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면 국회서 총리를 추천해주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며 “곧 탄핵 결정이 내려질 판에 이제 와서 갑자기 해묵은 얘기(퇴진론)를 꺼내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사면을 전제한 부분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연인으로 돌아갔을 때 사법처리를 막을 생각으로 제안하는 거라면 정말 턱도 없는 소리”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꿩 먹고
알 먹고

같은 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미 청와대서 그런 일(자진 사퇴)은 하지 않겠다고 의사 표명을 분명히 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금까지 언행으로 봐서 (하야를) 하지 않을 것 같다”며 “첫 번째 사과성명을 하면서 진솔하게 고백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기 위해서도 물러나겠다고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이런 혼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뜻이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서 “지금 ‘질서 있는 퇴진’을 끌고 오는 것은 여론호도용 물타기”라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과 범죄에 대한 법적 심판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하야설이 실제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국회 탄핵소추위원은 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은 (탄핵 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그 전에 박 대통령이 선제적인 조치가 가능한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겠나”고 내다봤다.

또 다른 국회 탄핵소추위원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cpbc 라디오서 “하야를 하고 안 하고는 대통령의 자유의지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마지막 순간에는 대통령 측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아보려고 할 것”이라며 “인용이 거의 확실시된다면 헌재로부터 탄핵 결정을 받느니 하야를 택하겠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야권서는 “턱도 없는 소리”
하야하면 탄핵은 끝? 가능도

우선 청와대는 하야설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최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대통령 하야설은 터무니없는 얘기고, 내부적으로 전혀 검토한 적도 없다”며 “정치권에서 자꾸 그런 식의 얘기를 흘리는데 우리 입장은 명확하다. 더 이상 언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못 박았다.

이제 와서 하야를 하게 되면 죄를 인정하는 셈이다. 이는 무죄를 강변해온 박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결국 ‘사면 전제’와 ‘국론 분열 방지’ 중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촛불 집회와 맞불 집회 양측이 여론전을 펼칠 경우 비등한 싸움이 될 개연성도 충분하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박 대통령 하야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야를 할 경우 박 대통령은 연금 및 유족연금, 기념사업 지원, 경호·경비, 치료, 사무실 및 비서 제공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의전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현재 탄핵 찬성 여론은 80%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변함없는 흐름이다. 박 대통령에게 정치적·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국민의 뜻은 그만큼 확고하다. 사면 전제를 받아들였을 때 일어날 역풍을 고려한다면 야권이 한국당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종합해봤을 때 하야설은 범여권과 청와대의 ‘일장춘몽’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만약 하야를 할 시 탄핵이 그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BS 라디오서 “파면할 상대가 없어져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헌재는 탄핵 심판을 종료할 수 있다. 그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나라 위해?
사면 전제?

그러나 단서는 존재한다. 임 교수는 “위헌 행위가 장래에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 질서의 수호 유지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는 (심판 청구 이익의 예외 조항에 해당돼) 최종 결정까지 갈 수 있다”며 “대통령이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를 해서 탄핵을 받아야 한다면, 탄핵 결정을 내리는 것이 헌법 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해 긴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심판 청구의 예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헌재는 최종 결정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더불어민주당이 본 박근혜정부 4년
경제파탄·국기문란 “역대 최악”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23일 박근혜정부 4년을 평가한 자료집을 발간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정권의 지난 4년은 무능한 국정으로 민생을 파탄 내고,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자리에서 정책위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안전대책 부실 ▲가계부채 증가 ▲청년층 등 실업난 ▲주거 빈곤 심화 ▲경제민주화 공약 불이행 ▲노동개악 ▲위안부협상·한일군사보호협정 체결 강행 ▲개성공단 폐쇄 ▲국정교과서 강행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언론장악 ▲국민연금의 삼성 경영승계 도구화 등을 지적했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태
가계부채 1300조 넘어

세부적으로 정책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언급하며 “대기업 기부금 불법모금, 전 방위적 인사개입, 도를 넘은 권력남용, 부당한 특혜 편취 및 제공,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희대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 정책에 대해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돌파하고 실업난과 주거 빈곤은 더욱 심화됐음에도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 비정규직을 확대시키는 노동개악을 추진했다”며 “민생은 외면당했고, 경제는 파탄 났다”고 비판했다.

정책위는 “이번 자료집 발간을 통해 국민에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상세히 알리고, 향후 새롭게 출범될 민주정부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성공한 정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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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