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8군 군납 비리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29:37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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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인데 무사통과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주한미군 제8군(이하 미8군)에 군납 비리가 감지됐다. 통상적인 미군의 입찰 참가 자격요건에 한참 못 미치는 업체가 선정돼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 업체가 회사 경력 등을 허위 작성한 의혹도 발견됐다. 편법으로 입찰했다가 낙찰된 의혹이 있는 업체에 국고(방위분담금)가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배후에 미8군 군수지원사령부에 근무했던 군무원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2014년 상반기. 미8군은 ‘지게차 검사 및 수리(Inspect, Repair, Paint and Test of MHE)’ 공개입찰공고를 냈다. 충청권에 있는 H사(이하 H사)가 2014년 12월∼2015년 3월 사이에 이 입찰에 최종 낙찰됐다. 그런데 H사가 미8군 입찰 참가 자격 조건에 한참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낙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돈되는 사업
이상한 계약

주한미군의 입찰은 통상적으로 5년 이내에 2년 이상 미군과 계약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복수의 주한미군의 계약서에 따르면 ‘Prime Offer’s Prior Experience : The offeror shall provide documents of at three years prior experience within the last five years (입찰 참여 업체는 최근 5년 이내에 2년 이상 미군과의 계약을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하며, 관련 문서를 근거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부분 미군이 이 자격 요건을 준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군납 업계에선 “미군 입찰을 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신생 업체가 미군의 일감을 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H사는 2014년 8월28일에 설립돼 입찰 당시 1년도 안 된 신생 법인이었다. 과거에 미군 일감을 수주했을 일은 만무하며, 입찰 참여 요건도 되지 않았던 셈이다. H사는 어떻게 미군 입찰에 낙찰받았을까. 


5년 내 2년 이상 미군 경력 필수
설립된지 1년도 안된 법인 낙찰

H사가 다른 지역서 미군 일감을 수주했던 동명법인의 경력을 도용했다는 의혹이다. 경기도권에도 동명법인의 H사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상호는 똑같지만 엄연히 다른 법인이다. 1977년에 설립됐으며,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인천의 미군 지게차 수리(Inspect, Repair, Paint and Test of MHE) 등을 도맡아 정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권 H사는 2010년에 계약을 따내 2014년 계약 만료로 미군의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설립된 지 1년도 안 된 H사가 2014년 미8군의 지게차 입찰을 낙찰받았다. 이런 정황 때문에 H사가 고의로 경기도권 H사와 똑같은 법인명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동일한 관할 내에서, 동일한 사업 목적을 갖고 있을 때 동일한 상호는 불가능하다. 다만 관할 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H사는 미8군 입찰에 낙찰될 당시 지게차 정비업을 위한 자격요건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든 지게차 정비업소는 ‘건설장비 및 기계 장치 수리업’ 필증을 관할 시청에 허가 및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H사가 건설장비 및 기계 장치 수리업을 등록한 시기는 2015년 7월10일이다.

허술한 입
뻔뻔한 낙찰

다시 말해 미8군 입찰에 참여한 2014년에는 지게차 정비업을 할 수 없었던 시기다. 필증이 없던 시기에 영업을 했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또 H사는 건설장비 및 기계 장치 수리업을 허가 및 등록받는 과정서 불법적으로 승인 받아 영업정지에 처할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다.


건설장비 및 기계 장치 수리업 업체로 지정받으려면 정부가 고시한 리프트나 검차대, 도장 부스가 필수다. 관할 시청은 현장을 방문해 사업장이 허가 요건을 갖췄는지 직접 확인한다. 업체가 제출한 서류 등을 토대로 등록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 후 이를 허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H사가 제출한 서류는 허위였으며, 검차대 등 공장시설 또한 다른 공장의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아산시청의 감사 결과 밝혀졌다.

아산시청은 지난 1월18일 “검차대가 첨부된 서류와 다름을 확인하는 등 일부 담당 공무원이 현장점검을 소홀히 한 부분이 발견됐다”며 “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며, 위반에 따른 후속 조치를 이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 때문에 H사가 2014년 미군 지게차 수리 입찰을 낙찰받기 위해 법인을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는 상황이다.
 

H사 입찰에 주한미군 군무원 출신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H사 실질 소유주가 주한미군 제19원정지원사령부 계약 담당 군무원 출신인 A씨의 아들 B씨인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미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A씨는 오랫동안 주한미군 계약 담당 군무원으로 근무했다”며 “몇 개월 전에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타 법인 경력
서류조작 의혹

H사의 대표는 K씨로 돼있다. 하지만 법인의 실질 소유주는 A씨의 아들 B씨라는 의혹이 있다. B씨는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T사를 운영한다. H사는 T사의 공장을 임차하고 있다. H사는 매달 500만원가량 T사에 임대료를 지급한다.

그런데 H사가 임대료 외에도 지속적으로 T사에 매달 300만∼500만원 사이의 돈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T사 입출금 통장 내역을 보면 H사는 T사로 한 달에 최소 2∼3차례 돈을 입금했다. 2015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H사가 T사로 입금한 금액은 총 1억8527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월세 외의 다른 돈을 지속적으로 입금한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T사와 H사가 사실상 A씨의 아들과 관련 됐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미군 군무원 출신 아들이 뒷배?
불법 영업으로 자격 정지 위기

또 H사가 T사에 돈을 입금할 당시는 미8군의 일감을 수주한 시기와 겹친다. 미8군의 용역비가 T사로 흘러들어 갔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H사가 미8군의 용역비로 지급하는 돈은 국방부의 방위분담금(군수지원비) 명목으로 지급된다. 지게차 정비는 군수 부문이다.

미군서 용역 및 물자지원에 대해서 계약을 하고 국방부에 대금을 청구한다. 국방부는 내용 확인 후 용역을 제공한 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편법으로 입찰에 낙찰된 의혹이 있는 회사에 국고가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국방부와 미8군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미군 측에서 계약한 건이기 때문에 국방부서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 8군 관계자 역시 “잘못된 업체라면 조사를 받아야겠지만 미8군이 답변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H사의 실질 소유주라는 의혹이 있는 B씨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B씨는 “H사는 나와 관계없는 회사다. 임차인일 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누군가 음해를 하는 것 같은데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군 출신 개입
방위금 줄줄∼

국방위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방위비분담금 중 현물로 지급되는 군수지원은 미군이 사업선정, 업체선정 등 계약 과정을 모두 전담한다. 국방부로서는 대금 지급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필요하다면 회계 감사를 해서 소중한 방위비분담금이 한미동맹에 기여할 수 있게 쓰이도록 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을 늘리는 것보다 제대로 쓰이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유 빼돌리다…미군 군무원 비리


미군기지에 공급되는 수십억원 어치의 난방용 경유를 운송과정에 가로챈 탱크로리 운송기사와 관리자, 미군기지 군무원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미군기지 난방용 경유의 양을 속이거나 값싼 경유를 대신 채워 넣는 수십억원상당을 가로챈 혐의(특수절도 등)로 운송기사 김모(46)씨 등 27명을 구속하고, 오모(40)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하청 운송업체 A사로부터 휴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받고 입찰정보를 알려준 원청 물류업체 B사 직원 이모(43)씨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 등 35명은 2014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오산, 평택, 동두천, 의정부 소재 미군기지에 납품되는 경유 435만ℓ(60억원 상당)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운송기사, GPS 감시조, 등유 준비조 등으로 역할을 분담, 운송기사들이 인천시 소재 저유소에서 탱크로리(2만ℓ)에 경유를 싣고 나오면 공모한 주유소나 공터 등으로 가서 경유를 빼낸 뒤 등유와 첨가제 등을 대신 넣는 수법으로 경유를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에는 탱크로리 저장고 바닥에 남은 소량의 경유를 훔치던 이들은 급기야 탱크로리를 불법 구조변경해 유량계를 조작하거나 비밀격실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한번에 2만ℓ가운데 최대 1만6000ℓ를 훔치기도 했다.

이 같은 범행은 미군 부대에서 25년여간 유류 담당 업무를 맡아온 군무원이 뒷돈을 받고 범행을 방조했기에 가능했다.

오산 모 미군부대 소속 군무원 고모(57·구속)씨는 2014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운송기사들의 범행 때마다 60만원씩, 154차례에 걸쳐 1억여원을 받아 챙기는 대가로 김씨 일당의 경유 절도 사실을 눈감아 줬다. 경찰은 경유 절도 사건을 수사하던 중 B물류업체 임직원 5명이 A사 대표 이모(64)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운송 재계약 과정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입건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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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