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같던 최순실-고영태 목격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1.31 11:38:26
  • 호수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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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정말 그렇고 그런 사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구속)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내연관계였다는 주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정서 나왔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해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이라는 기사에서 관련 의혹을 최초로 조명한 바 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는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어 다시 추적해봤다.

“검찰서 최순실과 고영태의 관계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내연관계’라고 진술했죠?”(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 “그렇게 추측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호빠서 만났나?
옛 동료들 주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대답이 나온 순간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이 술렁였다. 그간 최씨와 고씨가 모두 부인해왔던 이들의 내밀한 관계가 차씨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폭로됐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씨는 최씨와 고씨의 관계가 ‘내연관계’였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일요시사>는 지령 1086호 ‘최순실 측근 고영태는 강남 호빠 출신’ 기사를 통해 고씨가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당시 최씨와 고씨 관계를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일요시사>는 강남 일대 복수의 화류계 관계자와 고씨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씨가 8∼9년 전까지 호스트 생활을 한 것을 확인했다.

본지 최초보도 후 ‘인연’에 관심 
내연관계 의심 정황들 속속 드러나


고씨는 광주서 출생했으며,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에 자란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의 아버지는 5·18 때 계엄군에게 사망해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도 등장했다. 고씨는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펜싱 사브르 종목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의 집안 사정은 여전히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광주시내 일대서 호스트 생활을 시작했으며, 부산 해운대 룸살롱 등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고씨의 이름까지 등장하자 강남 일대 화류계는 크게 술렁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라오케 호떡(호스트바를 지칭하는 은어)이 정치계 거물이 됐다”며 놀라는 기색이었다.
 

과거 호스트바를 운영했던 한 관계자는 고씨가 수년 전에 면접 보러 다닌 것을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청담·논현동 호스트바 추라이(면접) 보러 다녔던 사람”이라며 “몇 년 간 안 보이더니 이렇게 커버렸을 줄 꿈에도 몰랐다”고 <일요시사>를 통해 증언한 바 있다.

헌재 재판서
차은택 발언

한 인사는 지난 2000년대 중후반부터 최씨와 고씨가 교류했다고 귀띔했다. 과거 고씨와 밀접한 사이였던 이 인사는 “최씨와 고씨는 8∼9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고씨가 차은택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보도 이후 각종 언론서 고씨와 최씨를 둘러싼 후속보도들이 쏟아져나왔다.

지난해 10월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씨와 함께 호스트바 생활을 했던 옛 동료는 이 둘이 내연관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동료는 둘의 관계에 대해 “20세 나이 차이가 나는데 반말한다는 것은 너무 뻔한 얘기다. 보통 손님과 선수(호스트)들이 친해지면 반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고씨가 ‘박근혜 가방’으로 유명한 빌로밀로를 만든 것과 관련해 “최순실을 손님으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에 속된 말로 공사를 친 것 같다”며 “호스트들이 손님들 돈을 뜯어내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것을 공사라고 하는데 그런 일은 허다하다”고 밝혔다.

“비스티 보이즈라고 유명한 영화도 있지 않은가. 속된 말로 더러운 면모들이 많이 있다. 중년 여성들이 호스트바에 오고 그런 접대들이 많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좀 씁쓸하다”고도 했다.

그는 “최순실이 손님으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한낱 아녀자와 호스트가 국책에 관여했다는 게 정말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과거 2006년 강남의 호스트바에서 고씨와 함께 일했다고 밝혔다.
 

이어 <TV조선>도 같은해 10월29일 최씨 지인의 증언을 토대로 최씨가 고씨를 10년 전 호스트바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지인과 최씨는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호스트바도 함께 갈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최씨의 지인은 “당시 '민우'라는 가명을 쓰던 고씨가 최씨에게 접대하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평소에 반말
질투도 폭발

차씨는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검찰서 최순실씨와 고영태씨가 내연관계라고 진술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추측된다고 했다. 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검찰이)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니 ‘이른 아침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청담동 레지던스 3층을 가보니 (고씨와 최씨가)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둘이 딱 붙어서 먹는 모습을 보고 내연관계를 의심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차씨에게 물었다.

이에 차씨는 “당시 분위기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일반적인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박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최씨가 고씨 집에 갔더니 젊은 여자가 침대에 자고 있다가 ‘아줌마 누구냐’고 물어봐 최씨가 화를 내며 물건을 가지고 나왔다” 며 “고씨도 최씨가 가져간 1억원을 돌려받도록 해달라고 차씨에게 말한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차씨는 “예”라고 대답했다.

“보통 사이 아니었다”
복수 주변 관계자 증언

차씨는 “이 상황이 한쪽이 바람 피우다 걸린 전형적 모습이라고 보고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고영태씨가 본인보다 나이 많은 최순실씨와 돈 때문에 성관계를 한 것 아니냐”고도 물었다.

이에 대해 차씨는 “제가 직접 말한 것은 아니다. 고영태가 눈물을 글썽이며 ‘죽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왜 그런 마음을 가지냐’고 하자, (고씨가) 이야기를 하려다 말을 못 하면서 ‘그런거 있어요’라고 했다”며 “최씨와 고씨가 싸워서 헤어진 후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그동안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 해명했다. 고씨는 당시 최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빌로밀로라는 가방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때 지인에게 연락이 와 가방을 보여주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가방 때문에?
당사자 부인

고씨는 최씨를 호스트바 마담과 손님으로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고씨는 <월간중앙>과 인터뷰서 “젊은 시절 청담동에 있는 한 가라오케서 영업사장으로 일했다. ‘호빠’에서 활동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자신이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언론에 보도된 바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저는 더블루K 직원으로 있었지 (제가 최씨의) 가까운 측근이 라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변호인단이 고영태 잡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구역질 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의 거짓말로 나라가 큰 혼란에 빠졌다”며 박 대통령 탄핵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고영태씨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탄핵심판사건 8차 변론이 열린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최순실씨가 고씨와 그 일당에게 당했다고 했는데 그런 내용이 충분히 정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증인으로 나선 차은택씨에게 ‘최씨와 고씨가 내연관계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고씨의 범죄경력조회를 신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고씨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업종에 종사했고, 그런 전과가 있는 사람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씨는 기록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하면 절대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아니다.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서 시작됐냐. 전체 사실관계에 관한 그쪽(고씨)의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날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39명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이른바 ‘지연작전’을 펼치면서 비난 여론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탄핵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소추위원 측에서 증인을 신청한다고 했다가 철회하는 바람에 저희들이 대응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박한철 헌재소장 재임기간 내에 종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회가 탄핵소추사유를 많이 기재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국회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박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은 탄핵심판을 지연할 의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39명 중 11명은 이미 변호인 참여 하에 조사를 받아 그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됐다”며 신청한 증인들 상당수가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고 불리한 진술이 예견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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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